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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

        노르딘 백작.

        ​

        전선에 합류한 지원군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

        백작의 작위를 가진 그는 꿀릴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

        심지어 공을 세울 기회까지 얻었으니 두말 하면 입만 아픈 일.

        ​

        하지만 이곳에 합류한 그는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

        파견을 명 받았을 때 후작들이 어깨를 두드려 준 이유가 있었다.

        ​

       그 이유가 이런 것이었을 줄이야.

        ​

        “허험…”

        ​

        기침 소리 한 번에 노르딘 백작이 먼지가 피어오르도록 달려갔다.

        ​

        “예! 파라몬님! 부르셨습니까!”

        ​

        “음? 그냥 기침한 것일세. 긴장 푸시게나.”

        ​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

        “흐음…”

        ​

        이번에도 백작은 부리나케 달려갔다.

        ​

        “예! 클로셀님! 부르셨습니까?”

        ​

        클로셀이 멀뚱멀뚱 백작을 바라보았다.

        ​

        “부른 적 없네만?”

        ​

        “죄송합니다!”

        ​

       노르딘 백작의 얼굴 위로 땀이 흘러내렸다.

        ​

        백작의 작위고 나발이고 이 두 사람 앞에서는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

        작위를 물려주고 돌아가신 아버지조차 두 사람에게는 깍듯하게 예의를 지켰으니까.

        ​

        “흐음…그래, 노르딘 백작.”

        ​

        “예! 파라몬님!”

        ​

        “자네의 아버지와 나는 제법 돈독했다네. 알고 있는가?”

        ​

        “큰 은혜를 입으셨다 들었습니다!”

        ​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큰 은혜였다.

        ​

        파라몬 덕분에 가문이 백작의 작위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그는 전쟁에서 세운 모든 공을 수하들에게로 돌린 사람이니까.

        ​

        “자네의 아버지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지. 내 똑똑히 기억하네.”

        ​

        “가…감사합니다!”

        ​

        그 뒤로도 파라몬이 여러 말을 전달했다.

        ​

        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듣는 노르딘 백작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

        파라몬은  정말로 그의 부친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래, 직접 언데드와 싸워 보니 어떠하던가?”

        ​

        언데드의 싸움보다는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이곳에 온 뒤로 치른 전투는 총 세 번.

        ​

        그리고 세 번 모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있었다.

        ​

        파라몬이 그런 기색을 눈치채고는 빙그레 웃었다.

        ​

        흠칫.

        ​

        백작은 그런 얼굴을 보며 몸을 굳혔다.

        ​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파라몬님께서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었거늘…’

        ​

        어쩌면 파라몬의 웃음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전투 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

        과연 전쟁영웅 다운 풍모였다.

        ​

        백작의 귀로 파라몬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

        “성문 앞에 있는 목상이 신경 쓰이나 보군.”

        ​

        “…맞습니다.”

        ​

        이곳에 있던 병사에게 벌써 이야기를 들었다.

        ​

        헌데 그것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였다.

        ​

        하늘 아래 기사님과 땅 밑의 여기사님이라니.

        ​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은 말이었다.

        ​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

        “크리스라는 자가 가지고 왔다는….”

        ​

        “맞네. 그 친구는 신비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지.”

        ​

        백작의 얼굴에 미묘한 기색이 감돌았다.

        ​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칭찬이 넘쳐 난다는 말인가.

        ​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온통 그 자에 관한 칭찬 뿐이었다.

        ​

        심지어 대마법사라 칭해지는 클로셀 마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뿐이겠는가, 지금도 성벽아래에는 마법사들이 모여 목상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기에 언데드들이 접근하지 못 하는 것입니까?”

        ​

        “장승이라고 한다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장군이들이라 불리지.”

        ​

        “특수하게 제작된 아티팩트입니까?”

        ​

        백작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

        ​

        열려진 성문.

        ​

        성안으로 옮겨지고 있는 병사들의 시체들.

        ​

        파라몬은 말없이 그곳을 보고 있었다.

        ​

        “내가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면 누워 있는 사람의 숫자가 줄었을 테지…”

        ​

        “이미 파라몬님께서는 충분히 휘두르셨습니다.”

        ​

        그 누구라도 파라몬의 말에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

        이곳에 합류할 때 봤던 전투는 파라몬과 클로셀, 그리고 마법사들이 주축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

        특히나 파라몬의 활약은 말하기도 힘들 만큼 굉장했다.

        ​

        혼자 성 밖에서 언데들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

        그가 아니었다면 피해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

        “산 위에 그들이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

        “…”

        ​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저들을 먼저 없애는 것뿐입니다.”

        ​

        지원군의 규모는 상당했다.

        ​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공격을 해도 충분한 전력이었다.

        ​

        애초에 저들을 박멸할 목적으로 편성된 지원군이었다.

        ​

        곧 합류 할 백작만 둘이 더 있었고 그들이 이끌고 올 병력은 하나같이 정예들이었다.

        ​

        거기다 인간을 초월한 강자가 둘.

        ​

        더 이상의 고민이 필요가 없었다.

        ​

        하지만 파라몬의 태도는 부정적이었다.

        ​

        “지원군의 책임자는 자네일세. 허나, 나는 저곳으로 가지 않는 것을 권유하지. 이것은 로셀 역시 마찬가지일 걸세.”

        ​

        이미 몇 번이나 비슷한 말을 들었다.

        ​

        절대로 저 산을 오르면 안 된다고.

        ​

        다른 사람의 말이었다면 코웃음을 치며 병력을 이끌고 산을 올랐을 것이다.

        ​

        하지만 무려 파라몬과 클로셀의 말이 아닌가.

        ​

        전쟁에 있어서 그들보다 베테랑인 사람은 찾기가 힘들다.

        ​

        분명 그들만이 꿰뚫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터.

        ​

        지원군으로 파병된 귀족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였다.

        ​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성이 길어져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저들은 지치지 않는 언데드이니…”

        ​

        “자네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군.”

        ​

        노르딘 백작의 안광이 번뜩였다.

        ​

        “저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부터 조사해야 합니다.”

        ​

        네크로맨서는 보이지도 않고 언데드만 공격해오는 기이한 전황.

        ​

        심지어 그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 산 위쪽이었다.

        ​

        풋내기 젊은이가 와도 저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

        “남작령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 단순히 언데드를 만들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생명을 대가로 하는 일.”

        ​

        네크로맨서들이 생명을 필요로 한다면 목적은 하나였다.

        ​

        “마족을 소환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호오…”

        ​

        목적이야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

        저들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

        군대가 몰려올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것을 감수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

        ​

        “남작령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 방법 또한 알아내야 합니다.”

        ​

        조사가 더 필요한 일이었다.

        ​

        병력의 우세로 밀어붙일 수야 있겠지만, 목적과 방법을 모르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파라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자네 영지전은 해 보았는가?”

        ​

        “예! 해 보았습니다!”

        ​

        “용케도 영지를 지켜냈군.”

        ​

        파라몬의 평가는 상당히 박했다.

        ​

        백작의 작위를 가진 사람이 받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

        “자네는 저들을 섬멸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것 같군.”

        ​

        당황한 노르딘 백작이 말을 더듬었다.

        ​

        “그…그것이…”

        ​

        “저들의 목적과 수단을 알아내고 저들을 무찌르면 끝이 날 것 같나? 저들만 잡는다고 네크로맨서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닐세.”

        ​

        파라몬이 먼 산으로 고개를 돌렸다.

        ​

        “우리가 산을 오르건 오르지 않건 저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전략이 있을 것이네. 그것이 먼저 선수를 둔 자의 이점이지.”

       

       “…”

       

       “싸워 이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유리해 지지 않도록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먼저일세.”

        ​

        “…명심하겠습니다.”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네크로 맨서 전체를 놓고 생각해야 할 걸세. 이것 또한 저들의 계획 중 일부일테니. ”

        ​

        파라몬이 여전히 산을 본채로 말했다.

        ​

        “지휘관의 결정에 수많은 목숨이 달렸네. 나처럼 헛되이 수하들을 잃지 마시게나.”

        ​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한 백작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

        더 이상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의 축객령이었기 때문이다.

        ​

        노르딘 백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클로셀이 다가와서 섰다.

        ​

        “저 친구의 아버지가 훌륭한 동료였었나 보군. 자네가 이리 배려를 하는 것을 보니.”

        ​

        “허허…”

        ​

        클로셀은 누구보다 파라몬의 마음을 잘 알았다.

        ​

        수하들을 잃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

        “마족의 소환이 목적이라면 기다리고만 있어선 안 될 것이네….”

        ​

        클로셀이 말끝을 흐렸다.

        ​

        그렇다고 산을 올라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

        크리스가 그토록 당부했던 말이 있었으니 말이다.

        ​

        “폐하께 부탁드려 크리스를 도우려고 했던 게 물거품이 되었다지?”

        ​

        “벌써 끝났다고 하더군.”

        ​

        클로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

        파라몬 역시 흐뭇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그런 생각을 해보았네. 그 친구에게는 우리가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일세…”

        ​

        “당연한 소리. 정작 당사자는 자기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지만…”

        ​

        두 사람은 크리스의 가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지금까지 증명이 되지 않았던가.

        ​

        “내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한 적은 없네만…갈수록 초라해 지는군.”

        ​

        “우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크리스 그 친구가 규격 외에 있는 것이네.”

        ​

        파라몬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략 전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디로 가면 사람이 죽고, 어디를 가야 사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미 이것만으로 전쟁에 있어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성기사들과 성녀를 맞이하러 갔으니.

       

       “네크로맨서들에게는 재앙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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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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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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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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