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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0

       

        

        

        

        

        

       “어떻게 하다보니 또 엑스포도 끝나가네요. 요즘은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지 막바지에 많이 못 왔는데, 그래도 문 닫을 때 어찌저찌 참석했네요. 히히.”

        

       “한 번쯤은 시간 내서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벌써 좀 있으면 KSM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요. 대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지난 번이랑 그닥 다를 것도 없죠. 발현자로서 참여하려면 이것저것 바꿀 것도 많고 신경써야만 할 것도 많아서, 가상현실 내부에서는 옛날 아바타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역시 그렇게 됐군요.”

        

        

        

        엑스포 마지막 날, 일요일.

        

        얼마 전에도 말했지만, 8월을 넘어 9월이 되었다. 실로 여러 일들이 있었던 엑스포도 끝나간다. EM급 발현자가 된 하모니와 다이스도 무사히 정상 궤도에 올랐고, 우리 편집자님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에서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회가 엄청나게 떠들썩했지만, 다행히도 있는 힘을 다해 여론과 사회를 연착륙시킨 덕분에 그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연착륙이 아니라 비상착륙에서부터 야기되는 난장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 갈등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뭐어, 그건 없던 일이 되었다.

        

        

        

       ‘…사실은 내가 그런 걸 우리 편집자님에게 물려주기 싫었지.’

        

        

        

        물려준다는 말.

        

        다시 말해 여러 의미로 상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혹은 재화를 아랫사람에게 수여한다는 뜻이다 – 거기서부터 다들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방금 설명했던 말은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실로 끔찍한 시간이었다. 물론 그때는 정체성의 갈등 와중 샷건으로 폭도들을 쏴버리는 일까지 포함시켰으니까 어쩔 수 없었단 말이지.

        

        그리고 이제 와서 말하긴 뭐하지만, 몸이 이렇게 변한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센트럴 파크 보건소 – 센트럴 파크 HQ로 바뀐 – 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리저리 많이 도움이 된 몸이다.

        

        

        그렇게 과거의 추억을 잠시 곱씹고 있었을까, 저 아래 D동의 대형 콘서트홀에서는 오늘을 위해 섭외한 아이돌들이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휘황찬란한 홀로그램 아래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보인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있는 곳이 극소수만 출입할 수 있는 특급 관객석이라는 뜻이었지만, 다들 크게 신경쓰지 않고 본다. 오히려 한 마디 덧붙이기까지 했다.

        

        

        

       “저걸 메카 막내들이 췄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요?”

        

       “…아쉽게도 콘서트홀 바닥이 그렇게 단단하지는 않아서요. 다음에 한 번 생각해보죠.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와, 이걸 진짜 해준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꼬리와 비얌에 미친 애들 같으니라고.

        

        아무튼 저 콘서트는 이번의 그것과는 그닥 상관없는 일이었다. 엑스포가 열렸을 즈음부터 꾸준히 타 아이돌 그룹 및 이를 담당하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등등에서 공연 좀 할 수 있냐고 물어본 탓이지.

        

        그 중에서는 다이스와 하모니가 소속된 것으로 유명한 SSM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요청도 있었다. 맨날 얘네들이 게임만 하니까 까먹을 수도 있지만, 저 회사는 원래 아이돌 키우는 회사였다더라.

        

        때마침 저기서 공연하고 있는 친구들도 SSM 소속이구만. 그러고 보니 옛날에 시그널 50인가 하는 보이그룹한테서 CD를 받은 적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지금쯤 어디 처박혀 있으려나-

        

        

        

       “유진 씨가 게임을 안 했으면 저기서 춤추고 노래부르고 있지 않았을까요?”

        

       “부적절한 농담이네요.”

        

       “아악, 왜요오오-! 유진 씨는 왜 자기가 이따시만큼 예쁘단 걸 인정을 안 해요!”

        

       “제가 뭐 얼굴로 벌어먹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긴 하지만 말이다.

        

        꼬리랑 이빨, 뾰족한 귀 등이 이리저리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말 그대로 가정이다. 나는 남들 앞에서 춤추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지.

        

        그래도 화제성 하나는 확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런 친구들은 보통 165/45 정도 되려나. 근데 나는 172/250이란 말이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에 한 발자국 걸쳐있는 기괴한 몸이다.

        

        아무튼, 공상의 영역으로 잠시 떠나있는 동안, 다이스가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유진 씨한테 와일드카드 받은 후 조금씩 친해질 때 있잖아요. 위쪽에서 좀 물어보더라고요. 유진이란 사람, 아이돌에 관심 없냐고 한 번 물어보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여태까지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었던 것 같은데.”

        

       “당연하죠. 맨날 죽을 때까지 굴려졌는데 그런 사소한 사실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말해주겠어요.”

        

        

        

        …그도 그런가?

        

        하기야, 내가 그때 어지간히 굴렸어야지. 

        

        아무튼 저 아래에서 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있는 동안, 주변을 날아다니는 드론들은 각자 수많은 짐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필요없는 시설들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엑스포는 기본적으로 특정 구역을 임대하는 식이다. 박람회라는 말답게 이카루스가 다 쓰면 다음으로 쓸 사람을 찾는 것이다. 아마 우리처럼 파급력이 있는 곳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인천관광공사 측은 뭔가 좀 더 할 거 없냐는 식으로 물어보긴 했지만, 뭐어. D동의 모의교전실이랑 테마파크 남겨주잖아. 그걸로 만족해주길 바란다.

        

        

        그것과는 별개로, 주변을 붕붕 날아다니며 시설을 철거하는 것을 보니 새끼 비얌들도 꽤 싱숭생숭한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게다가 이제 메카 막내들도 한 달 동안 있었던 길고 길었던 메이드-비얌으로의 직위를 탈피할 때가 되었다. 다시 날백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언제는 월급 준 적이 있었나 싶긴 하지만.

        

        …나중에 여의도에서 내 집까지 찾아와서 월급 달라고 땡깡부리는 건 아니겠지.

        

        

        

       “그럼 앞으로 메카 비얌들 보고 싶으면 이카루스 한국 지사 가면 되는 거예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대신 거기서 들여보내줄지는 잘 모르겠네요. 원할 때 편하게 들어가는 건 조금 어렵지 않을지.”

        

       “그도 그렇겠네요.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면 아무나 다 들어가서 보려고 할 거고….”

        

        

        

        그 말대로.

        

        누군 들어갈 수 있고 누구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수의 문제였다. 안 그래도 이번 카페에서 메카 막내들에게 접대받고 싶은 사람들 중 소수만이 실제로 서비스를 받았으니 말이다.

        

        메카 몬낸이들 보려고 죄다 근처에서 대기하게 되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방팔방에 공개할 생각도 없었으니…일단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대략 수십 세대가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정도일까.

        

        지금 살고 있는 곳, 그것도 바로 옆집에 다이스가 들어온 것도 사실 엄청난 기적이었단 말이지.

        

        

        그 부분은 차후 매물로 알아보기로 하고, 나는 철수되고 있는 엑스포를 내려다보았다.

        

        옆에서 하모니가 덧붙였다.

        

        

        

       “이거 끝나면 또 뭔가 할 일 있으신가요?”

        

       “미국에 다녀올 예정이에요. 지켜봐야 할 일이 있어서. 아까 부모님도 얼핏 말했지만, 군용 휴머노이드 사업 관련으로 조금 신경써야 할 일이 있단 말이죠.”

        

       “저희는 못 따라가겠네요. 나중에 봐요. 그러다가 갑자기 지난 번 아시아 예선전 때처럼 급습하는 거 아니죠?”

        

       “어쩌면 그럴지도요.”

        

        

        

        다들 큭큭 웃었다.

        

        지난 번 로체스터 근처에서 한 엑스포가 끝난 뒤 또 엑스포, 그리고 이번에는 또다시 미국. 그 이후에는 아마…파이널 챔피언십을 또 보러 가게 되려나 모르겠다. 이제 거기도 좀 질린단 말이지.

        

        그래도 내가 벌인 일이니만큼 불평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여태까지 쌓아놓은 일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에 가깝지.

        

        그리 생각하고 있자 옆에서 한 마디가 들려온다.

        

        

        

       “유진 씨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느낌으로 살 것 같네요. 늙어서도 그렇고…아니, 로렌티나 언니 보면 딱히 늙지도 않는 것 같은데. 저희도 그렇게 되나요?”

        

       “나이로 따지면 언니가 아니라 다른 호칭으로 불러야 할 걸요. 아무튼 맞아요. 발현자는 남들에 비해서 늙는 속도가 엄청 느려요. 그 험한 군대에서 그렇게 구르는데도 저렇게 멀쩡한 거 봤죠?”

        

        

        

        이제는 잘 기억도 잘 안 나는 옛-날, 과거 내가 있었던 K-군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부모님 나이대에 할아버지라고 불려야 마땅할 정도의 외관을 지닌 주임원사와 삼촌 나이대인데 벌써 은퇴한 직장인처럼 생긴 상사들, 나랑 5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벌써 삼촌 느낌 나는 중사들….

        

        군대만큼 시간의 흐름을 가속시키는 곳은 없다. 근데 로렌티나도 허구한 날 밤샘하고, 술 마시고 – 담배는 안 피지만 말이다 – , 힘든 훈련 받으면서 태양빛 맞고 그러는데도 아직 20대의 외형이란 말이지.

        

        아마 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얘네들도 그렇고.

        

        

        다들 얼추 짐작했는지 이어 말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유진 씨라면 그래야죠.”

        

       “….”

        

       “그러니까 천년만년 메카 막내들 새로 내주고, 이 별을 꼬리동산으로 만들어서 우주로 진출하는…으갸악!”

        

       “꼭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여요, 요 못난이들.”

        

       “유유유유진씨이볼따구는거기까지늘어나는게아닌데요오-!”

        

        

        

        알고 하는 거다.

        

        물론 과민반응하는 이유는…어쩌면 진짜로 그런 미래가 내 눈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어기 그림다크 오함마 40k에서 인간이 사이커로 각성하는 것마냥, 이 세계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죄다 뱀꼬리를 하나씩 달게 된다거나 하면…음, 매우 끔찍한 일이 아닐까, 그건. 희소성의 문제가 아니다.

        

        다행히 헨리 황상이 지금 백악관에 엉덩이를 깔고 뭉개고 있으니, 나중에 비얌들이 좀 더 많아지게 되면 관련 법안을 한 번 논의해보도록 하자.

        

        지금은 북한을 껌칼로 떼어버리려는 장구한 계획을 짜고 있는 듯하니 바로 연락하긴 좀 그렇고.

        

        

        그럼 앞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몇 개 있겠지만…내가 해줄 말은 하나 정도였다.

        

        

        

       “나중에 자잘한 일들 다 보고 오면, 여러분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아파트 하나 사놓아야겠군요. 다들 돈 많이 준비해두시길.”

        

       “…엑, 그거 진짜로 할 거…아니, 아닙니다. 저는 찬성이에요. 반대 안 할게요.”

        

       “이제 다이스도 눈치가 좀 생겼군요.”

        

        

        

        여기서 또 새삼스럽게 반대했다면 손수 꼬리를 떼어주려고…음, 아니다. 사고가 이상한 방향으로 튀네.

        

        아무튼, 그 말대로. 여기서 꽤 오래 살긴 했지만, 슬슬 한 번 재편할 때도 됐어. 여기는 일종의 별장 아닌 별장으로 쓰든지, 아니면 다시 내놓든지 해야겠다.

        

        집이 무사히 구해진다면 2차 집들이를 해야겠지. 그땐 아마 메카 막내들도 싸그리 부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미래의 일이지만, 미래는 얼마 안 있으면 현실이 되는 법이다.

        

        한 달 가량 후에 있을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확인하며,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이번에 많이 즐겼나요?”

        

       “아유, 당연하죠. 배 터질 뻔했어요.”

        

       “앞으로도 배 터질 일은 많을 거예요. 다들 많이 준비해두세요. 어쩌면 십수 년 후에는 여러분들을 데리고 우주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몰라요.”

        

       “헉, 스페이스 비얌…그때도 기대할게요.”

        

       “물론이죠.”

        

        

        

        그리 말하며 나는 세 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그리고 꼬리로.

        

        새삼스럽지만 한 명이 더 추가되어도 머리를 쓰다듬을 수가 있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이거야말로 꼬리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

        

        

        

        뭐라고 해야 할까.

        

        옛날에도 느꼈던 거지만, 역시나…이런 몸이 되어서 힘든 적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후회하거나, 이런 일이 없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쓰다듬고 있는 이들 역시도 나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여름이었다.

        

        하나의 문장에 방점이 찍히고, 그리고 새로운 문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

        

        

        

        부쩍 날이 춥다.

        

        어쩐지 평소보다도 더 추웠다. 엑스포가 끝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을 넘어 11월이 다 되어간다. 그리 생각한 카토는 이불 속에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벽이 보였고, 지금 몇 시인지를 확인하려고 생각하자 벽에 현재 시각이 띄워졌다. 오전 7시였다. 어제 새벽 2시에 잤으니 아직 기상하기에는 상당히 이른 시각이었다.

        

        껴안는 베개 – 아무 커버도 없었다 – 를 너무 신나게 껴안고 자서 그런지 꽤나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몸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무거웠다. 하지만 감기기운 같지는 않았다. 방 온도는 적당했으니까.

        

        그리 생각한 카토는 다시금 수마에 몸을 맡겼다. 잠이 살짝 깬 덕분에 다시 잠들기까지는 몇 분 가량이 걸렸고, 그 사이에서 생각이 파편처럼 떠돌아다녔다.

        

        

        

       ‘…이따 10시 쯤에 일어나야지….’

        

        

        

        오늘의 카토는 해야 하는 일이 꽤 많았다. 사실 일이라기보단 컨텐츠의 영역이었다.

        

        한 달 가량 미국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이런저런 일을 끝내고 돌아온 유진은 출국하기 전에 여러가지를 알아보았고, 그 중에는 메카 막내들을 포함하여 그녀의 심복들이 살 집을 찾는 것도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1억 달러 가량의 지출을 통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의 한 동을 통째로 구매했다. 여기까지는 그녀가 직접 이야기해준 것이었다.

        

        

        

       ‘자기랑 친한 사람들을 기어코 옆집, 옆옆집에 들여보내다니, 별의별 일도 다 있구만….’

        

        

        

        물론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는 딱히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의 심복 아니랄까봐 다들 집에 들어갈 정도의 돈은 있었다.

        

        카토로서는 딱히 들어가고자 하는 생각까지는 없었다. 남부럽지 않다 못해 평생을 놀고 먹어도 되다 못해 입주가 가능할 정도의 돈을 스트리머로서 벌긴 했지만, 비얌 근처에 사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농담삼아 저기를 비얌 둥지로 부르면 어떻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는 곧 완전한 수마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창 밖으로 들어오는 것이 검은 하늘이 아닌 햇빛으로 바뀌고, 그것이 어느덧 중천을 향해 슬금슬금 기어올라갈 즈음, 그는 다시금 눈을 떴다.

        

        10월의 말은 일교차가 끔찍했다. 하지만 그가 눈을 뜬 오전 9시 즈음에는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그닥 실감은 안 났지만 말이다.

        

        더 이상은 잠도 안 왔다. 그는 마치 비얌처럼 이불 속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노곤한 정신을 조금씩 어르고 달래 깨웠다. 가장 먼저 휴대폰 체크를 통해 그 사이에 온 연락이 없는지를 확인할 차례였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일어난 듯한 호떡이 오늘 집들이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걸 까먹을 리가 없잖아, 임마….’

        

        

        

        흐아암-.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스트레칭을 했다. 아까 느꼈던 몸의 무거움은 그대로였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11월 초입으로 향하는 날이었고, 감기는 조심해야만 하는 요소였다.

        

        혹시 모르니까 감기약이라도 하나 먹어둘까. 그는 그리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에? 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머릿결.

        

        보라색과 파란색, 그리고 핑크색이 적당히 혼합되어있는 길다란, 그리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그는 순간 자신이 어제 VR을 안 끄고 잠들었나 싶었지만, 목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초커의 감각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하지만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살덩어리가 시야를 싸그리 가려버린 것이었다.

        

        한순간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말랑함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감촉이 그 – 그녀 – 의 척추를 동시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와악-!”

        

        

        

        푸르스름한,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붉어지는 꼬리가 그의 시선 끝을 이리저리 부유했다. 그 끝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푸짐해진 자신의 골반, 그리고 꼬리뼈 부분에 직통으로 연결된 상태였다.

        

        그렇다.

        

        편치 않은 꿈에서 카토가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비얌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입으로 소리를 내지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망했다아아아아아아-!”

        

        

        

        카토.

        

        말레이시아 파란뱀 당첨.

        

        

        유진의 제2차 집들이까지 3시간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동안 유진의 일대기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내일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질문 등이 있다면 코멘트로 남겨주시면 아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1부가 완전히 완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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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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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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