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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2

    <662 – 무책임한 쾌락(10)>

     

    감독관 파시블 예프의 공세에는 무력하게 휩쓸리기만 했던 환락의 도시 군단.

    그런 군단을 향해 직접 돌격하자마자 싱은 검의 베는 맛이 고르지 못함을 느꼈다.

     

    ‘근육이 단련된 건 아니다. 깊게 밀어 넣으면 그때는 깔끔하니까. 이건… 그래, 장비 탓이군.’

     

    마갑.

    골렘의 존재가 금기로 규정될 때, 기존 골렘보다 훨씬 작은 갑옷 한 갑 크기에 골렘의 기능을 모조리 쑤셔 넣은 제국귀족이 개발한 육전형첨단병기.

    골렘의 자동전투기능을 전투보조로, 전투보조를 기술특화로 깎아내며 착용자의 역량에 따라 그 효용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는 기술이 있다.

    이들이 장착한 것이 마갑 수준은 아니다.

    허나 그에 준하는 서귀연식 카피급 마갑 수준에는 능히 견줄 수 있었다.

    싱이 이런 비교가 가능한 까닭은 이미 서귀연 학생들과 강의에서 겨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백번베기]

    -수요일 0교시 7시~9시

    -교수 : 앙그라마이뉴

    -기사학부, 교양

    ━━━

     

    강의의 모토는 매시간, 교수님이 생성한 연습용 하수인을 백 번 베기.

    먼저 베면 즉시 강의를 끝마칠 수 있어서 아침운동 삼아 가볍게 듣기 좋겠다고 들었다가 크게 후회하고 있는 강의였다.

     

    -백 번 벨 수 있으면 일찍 강의실을 벗어날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었던 너희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주지. 나는 <생산학부> 교수도 겸하고 있다.

    -덤으로 <마갑>에 인공자아를 탄생시켜 착용자 없이도 골렘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리빙아머> 기술의 개발에도 성공했지.

    -즉, 너희는 제국가문의 마갑착용자와 겨루는 것과 같은 난이도의 실전을 치른다는 말이다. 맞으면 아파하지도 않는 더럽게 단단한 마갑리빙아머를 상대로 말이다. 하하하하하!

     

    앙그라마이뉴 교수는 신이 나서 대폭소를 터뜨렸다.

    이에 안데르센이 울컥하며 항의했다.

     

    -교수님은 무엇이 그리 즐거우셔서 웃으십니까? 우리가 교수님의 연구결과물을 무참히 박살 낼지도 모르는데.

    -박살? 할 수 있으면 해봐라. 플라톤 교수도 좋은 수련상대라며 땀을 흘리는 녀석들을 고작 2학년 따위가 감당할 수 있다면.

    -……그 플라톤 교수가?

     

    당연히 강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전에 제 발로 강의실을 벗어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안데르센과 싱을 포함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마나를 이용해서 억지로 들고 나르는 수준의 보행을 했지만, 도중에는 절뚝이며 걸어나갈 정도가 되었다.

    여장 특훈을 거친 지금은 놀랍게도 다리를 절지도 않고 멀쩡하게 걸어 나갈 수 있었다.

     

    ‘큰 성취는 몰라도 자잘한 성취가 올랐다. 내게 부족했던 기교와 색다른 시야, 검술과 시야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겠지.’

     

    그런 깨달음이 더해진 지금, 싱은 눈앞의 마갑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영역 3단계를 습득한 마인 오르데 타코, 마인 박스캣을 상대로 근소한 우위를 점한 마갑리빙아머.

    오크노디의 전투골렘보다는 못하지만 충분히 강한 마갑리빙아머와 비교하자면, 아직은 마갑리빙아머가 위에 있다.

    마인급의 전투력도 자신이 벤 자들의 갑옷에 비하면 훨씬 위에 있다.

     

    ‘그래도 순수한 방어력만큼은 경시할 수 없어.’

     

    애초에 지금 그가 벤 것은 <일반병사>.

    널리고 널린 잡병이다.

    그런 잡병조차 이 정도의 방어력을 제공하는 갑옷을 장착했음은 군단 전체의 강함을 증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십인장, 백인장, 천인장.

    지휘관급은 일격에 쓰러지지도 않고 검에 가해지는 반발력이 점차 커졌다.

     

    “거기까지다. 재단의 앞잡이. 계집치고는 강하지만 연금술사에게 가는 길을 가로막게 둘 수는 없지.”

     

    돌파속도가 늦어지며 점차 발이 묶이는 시간이 늘어나니, 적들 사이에서도 수준이 다른 강함을 지닌 강자들이 나타났다.

    타락의 도시에서의 유흥과 도박으로 자신의 경지나 육체를 담보로 사로잡혀 도시의 적과 싸워야만 하는 쇠락 직전의 빛, 환락쇠사.

    도시의 시장에게 목줄이 채워진 고수가 검 일곱 자루와 함께 돌진했다.

     

    <ADS-2027마도역장>

    <GHV-9000마나부스트>

    <SSS-35번 시리즈 어검세트>

    <어검술>

    <비선폭격>

    <스타버스트>

     

    영역을 넘어서는 영역4단계의 심득을 깨우치지는 못했으나, 능히 영역 3단계의 싸움에 참전할 수 있는 <비행영역>의 보유자가 환락의 도시의 기술력이 더해진 부스트와 역장생성기, 어검 일곱 자루와 함께 공중에서 돌진한다.

    날아드는 검 하나를 받아치기 무섭게 싱은 자신의 팔 끝이 가볍게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급히 영역의 일부를 떼어냈다.

     

    슈우웅

     

    영역을 잡아당기는 힘을 끊어내기 무섭게 검을 맞대며 상대의 영역이 침투했던 마나들이 상공 저 멀리 날아올라 흩어졌다.

     

    ‘침식형 마나! 처음부터 엄청난 적을 만났군.’

     

    자유자재로 창공을 누비며 평범한 검사에게는 불가능한 속도와 방향으로 여러 자루의 검으로 일격필살의 찌르기를 난사하는 검사.

    반쯤 녹아내린 얼굴의 늙은 검사는 그 추레한 외모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함을 선보였다.

     

    ‘확실히 어렵다.’

     

    이에 맞서는 싱의 복장은 노출도 많고 수치스러운 여성의 복장.

    근육은 변형하여 남성의 태를 감추기 위해 노력하니, 제 몸에 마나로 된 구속구를 장착하여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나 다름없다.

    걸음걸이도 여성의 보폭에 물들었고, 검을 휘두르는 궤적 또한 여성에 가까웠다.

     

    ‘핑크베리 교수의 변장술 특훈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려웠겠지.’

     

    그것은 단점이 아니었다.

    변화하는 자신.

    다른 자신에 적응하는 훈련.

    그 모든 수련이 실전에 가미되는 지금.

    싱의 검술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날아드는 필살의 찌르기를 매번 다른 검술을 나누어 연속적으로 받아치기 시작했다.

     

    “네놈, 검귀급의 강자였는가…!”

    “검귀? 아아. 너는 고작 그런 작은 칭호에 매달려 있는가.”

     

    레어그릴스의 훈련과 혈비객의 시험.

    두 가지를 거친 뒤, 싱은 앞으로 장차 나아갈 길이 망망대해처럼 거대함을 실감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이루어야 할지는 얼추 짐작이 갔다.

    그래서 더 힘겨웠다.

    이는 망망대해를 작은 배 한 척에 올라타서 나침반과 지도만을 가지고 가로지르는 행위와 같았다.

    고독한 동방검객의 정체성만으로는 이 험난한 여정을 끝까지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목젖까지 차오를 정도로.

    그런 그에게 핑크베리 교수가 보여주었다.

    하나의 형태로 모든 난관을 넘어설 필요는 없음을.

     

    <완력증강>

     

    여성 테니스복을 입으며 느낀 깨달음을 접목해, 두 팔의 근력을 한 팔에 몰아준다.

     

    <근골변형>

     

    여성 수영복을 입으며 느낀 깨달음을 접목해, 적의 검에 갈라질 신체를 변형하여 회피한다.

     

    <유연성 강화>

     

    여성 체조복을 입으며 느낀 깨달음을 접목해, 단단하기만 한 몸으로는 흉내를 낼 수도 없을 유연함을 선보이며 기상천외한 움직임으로 모든 연격을 받아치고 전진한다.

     

    <진극 · 멸의 원점>

    <변형중첩>

     

    “!!”

     

    검술이 정립되면 여러 개의 검술이 적재적소에 발휘되듯, 변장술이 정립되면 신체 변형조차도 여러 여성복을 떠올리며 적시에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검사의 몸에 각기 다른 검술을 지닌, 성별과 생김새마저도 다른 검사 여럿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도 같았다.

    수많은 검격을 검술로 떠올리듯, 수많은 변형을 여성복을 이미지화하는 것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경지!

     

    ‘넘어섰다. 너의 <여러 자루의 검>을 다루기 위한 비행영역과 그에 동반되는 침투마나를.’

     

    한 번이라도 치명타를 입으면 강제로 상대 마나를 비행시켜 육신을 떠오르게 만들고, 신체의 균형을 망가뜨린 틈에 비행을 건 검으로 난도질을 하는 스택누적형의 난격특화형 검사.

    환락쇠사의 검술은 그 치밀함과 영역의 사용법이 놀라우리만치 위협적이었으나, 거기까지에 불과했다.

     

    원점.

    변장.

     

    두 개의 깨달음과 이를 사용할 방법을 숙달한 싱은 비행영역에 침식당한 신체를 변형으로 단숨에 도려내며 환락쇠사의 목을 쳤다.

     

    “어선 이카리우스가 당했다!!”

    “거짓말. 환락쇠사의 3좌가 당했다고?!”

    “젠장. 대군으로도 강자로도 당해낼 방법이 없단 말인가…!”

     

    싱은 속속들이 모여드는 다른 횐락쇠사들과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군단병들을 보았다.

    수백 남짓한 군사와 서넛에 불과한 환락쇠사들.

    강함으로는 누구 하나 직전에 명을 달리한 환락쇠사의 3좌, 이카리우스에 비견될 수 없었다.

     

    ‘파시블 예프의 시험은 간단히 통과하겠군.’

     

    그리 생각하며 실전에서 깨우진 변형검술이 손에 익도록 가볍게 시험할 작정이었던 싱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사아아아아…

    쿠구구구구…

     

    촉수를 뻗어 병사들을 집어삼키던 구름도, 눈동자를 깜빡이며 마나재해를 일으키던 붉은 달도 이계에 열린 문을 따라 허공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놀라 뒤를 돌아본 그에게 파시블 예프가 하하 웃으며 전음마법을 보냈다.

     

    -모처럼 여장까지 해놓고 검술에 남성의 검술이 섞이면 어떡합니까? 저희만 있는 전장이라 다행이지, 자칫 다른 간부가 봤으면 남자검술을 쓰는 수상한 호위를 데리고 다닌다며 저와 당신을 의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딴 의심을 누가해! 여자도 남자검술은 쓸 수 있잖습니까. 당신 설마, 지금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등가교환을…?”

     

    파시블 예프가 대답없이 웃었다.

    허공으로 딸려가던 병사들과 강자들이 우르르 지상에 곤두박질쳤다.

    대부분은 한줌 핏물이 되거나 지면에서 꿈틀거리며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으나, 몇몇 운 좋은 이들이나 영역전개가 가능한 고수, 그리고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무사히 착지했다.

    서넛의 고수와 수백의 병사.

    기존의 물량이 대폭 늘었다.

    십수 명의 고수와 이천여 명의 병사.

     

    -저는 믿습니다. 당신이라면 가능합니다. 오직 여성의 검술만을 사용해서 저 파시블 예프에게 어울리는 호위검술로 군단을 제압하는 일이!

     

    “…”

     

    세상에 뭐 이딴 악질이 다 있단 말인가.

     

    “괜히 그 악랄한 사다코 교수의 눈에 초청 상대로 들어왔던 것이 아니었군.”

     

    사다코 교수에게 당해서 상대적으로 불쌍하게 보였을 뿐, 악질이기는 마찬가지인 재단간부 파시블 예프를 향해 싱이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간성을 잃고 강해진 감독관!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강해진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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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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