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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2

       

        

        

        

       “추, 추워어…분명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에….”

        

        

        

        사박, 사박.

        

        몰아치는 칼바람, 채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들과 부서진 자동차들. 오폐수에 검게 물든 채 녹아내렸다가 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 탓에 꽝꽝 얼어버린 바닥과 아무런 인공적인 불빛조차 없는 도심 외곽.

        

        짙은 구름이 낀 탓에 태양빛조차 한 점 없는 브루클린 메이플턴의 교외.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도심 속, 긴 뱀꼬리를 기이하게 늘어뜨린 한 명의 여성이 온 몸을 달달 떨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달달 떨리는 몸과 끔찍할 정도의 추위, 앞이 잘 보이지조차 않는 눈보라. 아무런 상황도 알 수 없었지만, 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냉기가 그녀의 목숨을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여, 여기, 아무도 없어요…?”

        

        

        

        입에서 뿜어져나온 입김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람에 섞여 부서져 사라지는 동안, 그녀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며 잠시나마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았다. 찾아야만 했다.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몸. 밖에 몇 분조차 있지 않았던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정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날리는 눈이 엉겨붙은 전봇대를 짚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그녀는 주변에 있는 건물 중 문이 열려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계단을 올라 힘겹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 틈새로 차디찬 바람이 새어들어오지만, 확실한 것은 아까보다도 십수 도 이상 오른 듯한 체감 기온이었다. 몸 전체에 달라붙은 눈이 걸을 때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진은 자신이 어떤 저층 아파트의 복도에 있단 사실을 알아챘다.

        

        

        

       “…우욱!”

        

        

        

        긴장을 놓은 순간 급작스럽게 몰려드는 복통과 욕지기. 그녀는 힘겹게 숨을 참으며 계단을 올랐다. 바닥에 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두텁게 쌓여있는 먼지와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지 한참이나 된 듯한 고요함. 그러한 적막을 깨뜨린 그녀는 힘겹게 아무 문이나 두들겼다.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득찬 고통과 함께 힘겹게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며, 있는 힘을 다해 문고리를 돌리며 민 결과, 유진은 문을 부수고는 방 안으로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은 아니었지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부에는 여러 물건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먼저 화장실로 보이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변기를 붙잡았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멀건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그것이 추운 온도에 노출되었을 때의 파충류의 특징이라는 것을 유진이 아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케흐윽, 에흑, 후우…!”

        

        

        

        위장에 있는 모든 것을 강제로 배출하려는 듯한 고통스러운 내장의 뒤틀림.

        

        그 뒤로도 그녀는 차가운 화장실 내부에서 한참이나 변기를 붙잡고 있었고, 속이 전부 가라앉을 즈음이 되어서야 정신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온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몸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조차 않았으나, 그녀는 들어가지 않는 힘을 다리에 주고는 힘겹게 변기 뚜껑을 닫은 후 그 위에 걸터앉았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외형의 존재가 거울 너머로 보인 것은 그 즈음이었다.

        

        

        

       “…이, 이게, 이게 도대체 누구…야?”

        

        

        

        거울에 손을 짚은 순간, 거울 너머의 여성도 거울에 손을 짚는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자신에게 붙어있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어제 잘 때 입고 있었던 반팔과 반바지가 그대로 입혀져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모습은 자신이 기억하는 스스로의 모습과는 그 어떤 부분도 닮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 우와악-!”

        

        

        

        스르륵.

        

        자신의 손에 은근슬쩍 감기는…뱀으로 보이는 무언가. 그녀는 순간 화장실에 뱀이 있는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뱀의 신체부위가 자신의 엉덩이에 달린 것이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화장실에서 힘겹게 기어나왔다. 스스로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신경쓰기에는 너무나도 추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집안 곳곳을 뒤졌다. 옷장 안에는 사이즈와 색깔조차 서로 맞지 않는 옷들이 몇 개 있었고, 유진은 스스로의 몸을 감추려는 듯, 혹은 어떻게든 따뜻함을 갈구하듯 있는 대로 옷을 껴입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북실북실한 형태로 변해있었다.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덜 추웠다. 단지 단 1도 적응되지 않는 꼬리까지 감싸는 것은 조금 어려웠을 뿐.

        

        온갖 목도리와 바지 한 쪽, 그리고 털실 달린 모자까지 꼬리에 덮어씌웠을 즈음, 유진은 힘겹게 침대에 주저앉으며 간신히 되찾은 정상적인 사고를 상황 파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완전히 다른 세상일까.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처음 떨어지자마자 본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자동차였던 고물들과 쓰레기들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 그리고 현대적인 건축물이었다.

        

        주변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인기척이 없었고, 그녀는 이곳까지 오면서 본 자동차의 번호판과 전봇대에 달려있던 철제 경고문 등을 어렴풋이 떠올려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집 이곳저곳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단 부모님한테 연락해야 하는데….”

        

        

        

        몸이 이렇게 변했다면 부모님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한국 대사관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몸으로 가면 어디 연구시설에 갇혀 실험당하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확실한 것은 부모님도 걱정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집을 한바탕 뒤졌고, 생각보다 답은 빠르게 도출되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중 그 어떤 것도 영어로 적혀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점이 이곳이 영어권 국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GO TO CENTRAL PARK]

        

        

        

        방 한쪽의 화이트보드에 붉은 색 마카로 쓰여있는 글씨.

        

        아무리 영어권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녀는 센트럴 파크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도시공원이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화이트보드 옆엔 지도도 하나 걸려있었다.

        

        손수 표기한 듯한 센트럴 파크까지 가는 길. 과연 거기까지 이딴 복장과 몸 상태로 갈 수 있을까부터 걱정이 되었지만, 그것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어떻게든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남의 집에 불법으로 침입한 것부터 이미 사태는 골치아프게 돌아가고 있었다 –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근처에서 굉음이 들려올 때까지는.

        

        

        

       ───쿠웅!

        

        

        

       “히익…!”

        

        

        

        한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깜짝 놀란 그녀가 침대에서 튀어오르듯 바깥 창문을 확인했다. 눈보라만이 들렸다. 브루클린의 하늘은 여전히 엄청나게 짙은 눈구름에 감싸여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색깔로 치는 다양한 색깔의 번개들.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머릿속 저 안쪽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카카카카캉!

        

        

        

       “…!”

        

        

        

        사람의 신경을 긁는, 혹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생존기제를 후려치는 듯한 콩 볶는 소리가 눈보라로도 희석되지 않은 채 이 근처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아우성과 비명이 동시에 들려왔다. 남자건 여자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유진은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감각을 뒤로 한 채 방의 한 켠에 웅크렸다.

        

        누군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이러 오지 않을까, 그녀는 먼지가 수북한 침대 밑에 숨어 한참 동안이나 숨을 참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비명 소리는 금방 사라졌다. 혹은 눈보라가 지워버렸거나.

        

        

        아무런 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어렴풋하게 눈치챘다.

        

        이곳은 차가운 지옥이었다.

        

        그녀는 지옥의 한복판에 있었다.

        

        

        

        

        

        

        

        

        

        

        

        

        

        

        

        

        

        

        

        

        

        

        

       “흐, 우욱…!”

        

        

        

        서서히 얼어붙어가는 피를 철벅거리며 짓밟는 폭도들 사이로, 온 몸에 구멍이 난 채 붉은 액체를 콸콸 쏟아내는 십수 명의 민간인들이 트럭 근처에서 간헐적으로 몸을 들썩였다.

        

        군용 트럭 위에 널브러진 여러 구의 미군 시체들, 그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일반인까지. 유진은 끔찍한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공터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관망이라기보단 목격이었다. 적어도 그 시점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런 것도 없었으니까.

        

        

        그녀가 집에 얌전히 처박혀있지 않고 용감하게 기어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누구를 조심해야만 하고, 누가 누구를 적대하는지는 확인해야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을 터.

        

        그리고 그녀는 정신적인 고통을 대가로 ‘적’이 누군지를 파악했다.

        

        

        

       ‘저런 복장…죄수들이 저런 복장을 입었어.’

        

        

        

        주황색 상하의. 그러나 다리의 홀스터와 상의 위로 껴입은 방탄조끼 혹은 전술조끼는 너무나도 알아보기 쉬운 물건이었다.

        

        그런 이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에 총을 맞은 사람의 현실이 어떤지를 생생히 눈에 각인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소리없이 구역질을 참는 것만이 유진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눈보라 사이로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영어.

        

        죄수들은 바닥에 떨어진 박스를 거침없이 뜯었다. 전투식량이나 락스, 손전등과 구급상자, 라디오와 방독면 등이 쏟아져나왔지만, 이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고는 필요한 물품 몇 개만을 적당히 챙겼다.

        

        시체를 뒤져 담뱃갑 몇 개 정도만을 챙긴 죄수들은 각자 웃음과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심지어는 아직 작동하는 듯한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찍으면서 시체의 머리에 연신 권총을 쏘아댔다.

        

        

        

       “…으욱, 웩, 케흑….”

        

        

        

        추워서, 그리고 두려워서.

        

        유진의 손이 벌벌 떨렸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식도를 비집고 터져나온 노란 물이 옥상 위로 투두둑 떨어졌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열 명 가량의 죄수를 지워버리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렇게 10분 가량이나 지났을까, 그녀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힘겹게 아래로 내려갔다. 꽝꽝 얼어붙은 사다리는 끔찍할 정도로 차가웠고, 시체는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시체 위에 눈이 쌓인 덕분에, 끔찍하게 망가진 시체의 많은 부분이 가려졌다.

        

        

        챙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녀는 찢어진 박스 사이로 굴러다니는 물품 일부분은 주변에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몰래몰래 가져가기로 결정하고는, 주변의 버켓에 힘겹게 물품을 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 벌어진 학살 한복판에서 물건을 챙기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그녀는 가지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고, 유진은 보급품이 꼭 필요했다.

        

        1갤런 물통 두어 개와 동결건조 과일과 야채, 전투식량, 방독면 등.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유진은 무엇을 가져가야만 하는지조차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트럭 가까이에 접근했다. 방법도 뭣도 몰랐지만, 어디선가 연료가 중요하단 소리는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망할 탈옥수 개자식들, 너 하나만이라도…!>”

        

       “우와아악…!”

        

        

        

        시체더미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군인 한 명이 핏발 선 눈으로 유진의 손을 잡고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조금이라도 더 방아쇠에 힘을 주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었으나, 절체절명의 순간, 남성은 유진과 시선을 마주하고는 간신히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유진은 그 순간 몸이 굳었고,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힘겹게 입을 떼었다.

        

        

        

       “사, 살려, 살려주세요, 제발….”

        

       “<…여자아이…?>”

        

       “<저, 저, 저, 좋은 사람, 저 한국 사람, 쏘지 마세요….>”

        

        

        

        그녀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짧은 단어만이 입에서 간신히 새어나올 즈음, 그는 고통스럽게 숨을 흘리며 침을 삼키고는 머리에서 권총을 떼었다.

        

        남성의 구멍난 배에서는 느릿하게 혈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금씩 생기를 잃어가는 그의 푸른 눈이 아무 옷이나 걸친 탓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유진을 담았다.

        

        그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이런 빌어먹을, 민간인의 머리에 구멍을 낼 뻔했나…네 이름이 뭐냐?>”

        

       “<유, 유진. 유진. 내 이름.>”

        

       “<하…..>”

        

        

        

        행동은 빨랐다.

        

        그는 힘겹게 주변을 둘러본 다음, 그녀에게 덧붙였다. 목에서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유일한 안전지대인 센트럴 파크로…이거도 가져가라….>”

        

       “<이, 이것, 왜…?>”

        

       “<이런 엿같은 동네에서…하나쯤…가지고 있으면 좋은 물건이지….>”

        

        

        

        실시간으로 굳어져가는 손으로, 그는 힘겹게 다리를 들어 홀스터를 하체에서 분리했다.

        

        피칠갑이 된 손끝에 권총 한 자루와 여분의 탄창 두 개가 걸렸다. 유진이 그것이 글록 19라는 권총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어째서 권총을 자신에게 주는 것인가. 유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남자가, 미국을 수호하는 군인은 자신이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홀스터의 착용법도 몰랐고, 그것을 옷의 주머니에 쑤셔넣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남자가 덜덜 떨리는 손을 목에 가져다댔다.

        

        베이커라는 이름과 혈액형 등이 적힌 인식표 하나, 피에 젖은 가족사진과 지도 하나가 그녀의 손에 쥐여졌다.

        

        

        

       “<맨해튼…센트럴 파크 보건소의 제나를….>”

        

       “아, 저…저! 제가 머무는 곳으로 데려갈테니, 조금만 참아요! 어떻게든 살 수 있을 테니까…!”

        

       “<운수, 참, 더럽군….>”

        

        

        

        바스락.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눈 밟는 소리를 뒤로 한 채, 그가 나지막히 덧붙였다. 흐릿해진 초점이 마지막으로 꾸무레한 하늘을 담았다.

        

        

        

       “<어머니….>”

        

        

        

        그의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고여 얼어붙기 시작한 혈액 사이로 그의 손이 빠진 순간, 유진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 그 순간, 그녀의 눈 앞에서 불똥이 튀었다.

        

        차량에 빗맞은 탄환이 불꽃이 되었고, 그 순간 저 멀리서부터 아까와 같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열 명이 넘는 탈옥수들이 유진이 있는 곳을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눈보라 속에서,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렸다.

        

        

        

       “<봤냐? 물자를 버려두는 척하면 쥐새끼가 하나쯤은 문다니까.>”

        

       “<저건 내 거다. 나 말고 다른 놈이 건드리는 순간 몸에 바람구멍을 내주지.>”

        

       “<깁슨한테 찍혔군, 저 자식. 편하게는 못 가겠어.>

        

        

        

        아직 그녀가 그 말을 알아듣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있었다.

        

        유진은 뛰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제로 파충류들은 몸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의 음식물이 썩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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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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