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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5

        

         

       두 개의 한자.

         

       風狸鋼鐵.

         

       頭滾莊.

         

       해당 물품을 제작한 업체를 나타내는 듯한 한자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은 아니다.

         

       주술과 관련해서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곳이고, 용병 시절에도 이러한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러니 그냥 ‘중국에는 이런 기업도 있구나.’ 하고 넘겨버리면 될 문제이기도 했고.

         

       하지만 진성의 직감이.

       무언지 모를 꺼림칙함이 진성이 계속 이 이름에 대해 고찰하게 했다.

         

       ‘이름.’

         

       그래.

       이 두 업체의 이름이.

       박혀있는 그 한자가 꺼림칙함의 원인이다.

         

       ‘풍리(風狸)….’

         

       가장 먼저, 풍리(風狸).

       얼핏 보기에는 별 뜻이 없어 보이는 이 단어.

         

       하지만 이 단어는 풍생수(風生獸)라는 전설 속 요괴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풍생수는 중국의 염주(炎州)라는 땅에서 살고 있는데, 불사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강력한 불이라고 할지라도 털끝 하나 그을리지 않으며, 이 짐승은 세상의 올바른 이치에 맞지 않아 그 어떠한 명검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찌를 수도 벨 수도 없다고 한다. 죽일 방법은 오직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서 뭉개버리는 것뿐인데, 이렇게 뭉개버려도 바람을 들이마셔서 바로 부활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요괴라 하겠다.

         

       그리고 ‘두곤(頭滾)’.

         

       ‘요재지이.’

         

       이것은 1670년대 쓰인 중국의 기담 모음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였다.

         

       옛적 소청하 효렴의 가문에 일어난 흉사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청하 효렴의 조부가 낮에 쌀 닷 말 정도의 머리가 땅에서 솟아 나와 침대 아래에서 쉼 없이 돌아다니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평범한 이치와는 동떨어진 일이며 기기괴괴(奇奇怪怪)하고 흉험(凶險)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으니.

       이러한 흉한 것을 본 탓인지 조부는 병에 걸려 앓아눕다가 죽어버렸고, 훗날 소청하 효렴의 작은할아버지는 탕부(蕩婦)랑 얽혀서 살신지화(殺身之禍)를 당하고야 말았으니, 과연 불길하기 짝이 없는 괴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요재지이를 빌린 어떠한 익명의 독자는 ‘돌아다니는 머리’ 이야기 아래에 첨언을 이렇게 남겼는데.

         

       『 장 모가 이사씨(異史氏, 요재지이의 저자 포송령이 자신을 칭하는 말)의 이야기에 살을 붙인다.

       소청하 효렴의 후손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평소 상덕치인(常德治人)을 말하기를 즐겨하였고 학문을 닦는 데 힘을 썼는데, 공자에 대해서는 크게 논하려 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공자께서 괴력난신에 대해 말씀하지 아니하셨으나(子不語怪力亂神) 그것을 부정하지는 아니하셨음이니 그것은 미신을 멀리하고 군자가 되는 것에 힘쓰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필시 공자의 말씀을 파고들면 가문의 일에 접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논어를 입에 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아니하였다. 』

         

       라고 하며 이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하기도 하였다.

         

       ‘흐음.’

         

       불에 타지 않으며 바람이 불면 부활하는 요괴, 풍생수(風生獸).

       갑작스럽게 땅에서 솟아나 가문에 재앙을 가지고 온 요괴, 두곤(頭滾).

         

       기업의 이름에 붙이기에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단어들이 아닐 수가 없다.

         

       특히나 그들이 생산하는 것과 연계가 되어 있다면 더더욱.

         

       뜨거운 불과 바람이 필요한 제철에 풍생수.

       특이한 구조물의 주위를 공전하듯 날아다니는 구체를 만드는 곳에 두곤이라.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정말로 그냥 아무렇게나 기업의 이름을 붙인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진성은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았다.

         

       그가 아는 중국이란 미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라.

       그와 동시에 미신에 집착하고 미신을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시?

       고민도 할 필요 없이 수없이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은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수인 용(龍),

       돈을 번다(发财)는 단어의 파(发)와 숫자 8(八)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8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

       악귀를 쫓고 재물과 길한 일을 가져다준다는 이유로 붉은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박쥐(蝙蝠)를 복(福)자를 대신해 그리거나 새기는 것 등등.

         

       중국은 겉으로는 미신을 증오하고 물리쳐야 하는 것으로 보지만, 동시에 뼛속까지 미신이 자리 잡은 나라였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일까?

       중국에서는 특별한 단체의 이름을 지을 때 특성을 따서 가장 가까운 인외(人外), 혹은 괴력난신(怪力亂神)과 관련된 이름을 붙이곤 했다.

         

       ‘이는 숭배와 관련된 기초적인 주술이라. 그 이름을 쓰고 그 상징을 가까이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기초적인 유감주술(類感呪術)에 해당되는 것.’

         

       무언가를 모방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유감주술(類感呪術)의 기본이었으니까.

         

       어쩌면 이러한 작명 역시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긁어모은 주술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집요하리만큼 작명을 이렇게 짓는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허허. 옛적 일이 생각나는구나.’

         

       진성이 부딪쳤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유적을 탐사하다 보면 꼭 부딪치는 것들이 바로 중국 놈들이었다.

       단체가 얼마나 다양한지, 사람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주 골치가 아팠더랬지.

         

       심지어 저들만 그 주술을 독점하려고 유적을 훼손하거나 점령하는 것은 기본이기까지 했으니.

       그 때문에 진성은 셀 수도 없이 격노하였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병상에 누워서 반평생을 요양할 정도로 만드는 것에서 그쳤었으나…. 나중에는 그 손속이 점점 독해져서 반드시 몸 어딘가를 망가뜨려 불구로 만들었었다. 무슨 수를 써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

       불구로 만들었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은 장애인들에 대한 대우가 참으로 박했었지.’

         

       이는 진성이 딱히 자비심이 넘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비심을 쓸 데가 얼마나 없으면 감히 주술을 훼손하고 숨기는 작자들에게 베풀어주겠는가.

       그들은 진성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그들을 잘 죽이지 않았던 것은 그들에게 더더욱 큰 고통을 주기 위함이었다.

       진성의 손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사랑하고 헌신한 국가에 의해서 고통을 겪게 하려고.

         

       으레 독재국가들이 그러하듯 중국 역시 장애인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았다.

       물론 시민의식이 미성숙한 나라들이 대부분 그러하기는 했지만…. 중국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을 박해하는 것은 물론 인적 드물거나 고립된 곳에 그들을 격리해놓기도 했으니까.

       어떠한 국제적 행사가 있을 때는 당에서 나서서 외국인들의 눈에 장애인이 들어오지 않도록 그들을 어디론가 치우기까지 하였으니, 그 혐오감이 유별나다 할 수 있겠지.

         

       어쩌면 이는 인구가 많기에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너무나 넘쳐흘러서 소중하지 않기에.

       그렇기에 약간의 흠결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같은 가치의 재물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는 다른 법.

       가난한 이에게는 목숨이나 다름없는 재물이라고 할지라도 부자에게는 그저 한 번 눈길도 주지 않을 하찮은 것에 지나지도 않는 것처럼.

         

       중국 역시 사람이 넘쳐나고 인재가 넘쳐나기에 ‘흠집’이 난 것에 그리 박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는 훗날에도 이어졌다.

         

       세계 3차 대전으로 드러난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장기이식, 신체 재생 등의 의료기술이 세계 1위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심지어 유전자 조작으로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를 만드는 것에 성공하기까지 했음에도.

         

       그런데도 중국의 장애인 혐오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를 않았다.

         

       오히려 ‘제 몸에 난 흠결조차 지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만 더해졌을 뿐이다.

         

       돈이 많고 집안이 좋은 이들은 수술로 몸을 고칠 수 있었으니까.

       어지간한 수준이라면 세계 1위의 의료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몸을 수리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장애가 있는 이들은 태생부터 장애가 있는 이들이거나 고칠 수 없을 정도의 장애가 있는 이, 혹은 고칠 수 있음에도 돈과 힘이 없어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푸대접해도, 냉대해도, 괴롭혀도 후환(後患)이 없는 이들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진성은 그들에게 죽음보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사회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고, 냉대받고, 그렇게 비참하게 죽게 하려고.

         

       어쩌면 이것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그토록 좋아했던 이이제이(以夷伐夷)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원체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진성이 그렇게 손을 쓰는데도 유적을 망가뜨리고 주술을 가져가는 놈들의 숫자는 영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았더란다.

         

       오죽하면 나중에 가서는 그들 단체의 이름만 듣고도 그들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니.

       아주 지독한 놈들이 따로 없었다.

         

       그 때문에 나중에는 열이 너무 받아서 중국으로 직접 건너가 여러 곳을 오염시키기까지 했다.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요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점균류, 태세(太歲)를 이용해서 말이다.

         

       ‘요괴의 이름을 사용한 기업이라. 허허. 이거 참,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어….’

         

       화르륵.

       

       그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텅스텐 기둥을 마저 녹였다.

       

       저벅.

         

       그리고는 텅스텐 기둥의 ‘風狸鋼鐵’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부분과 구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인맥을 이용해서 이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 * *

         

         

       저벅.

         

       계단을 지나 끝자락으로.

       반쯤 훼손이 된 진법을 통과해 빌딩처럼 솟아난 서버들을 지나.

         

       저벅.

         

       윙윙거리며 진동 소리를 시끄럽게 내뱉고 열기를 뿜어내는 서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그렇게 나타나는 비밀의 공간.

         

       그을린 텅스텐의 기둥.

       열기에 녹고 뒤틀린 무언가.

       채 빠져나가지 못한 열기와 잿더미.

       눈송이인 줄 착각하는 새까만 재가 허공에 부유하는 그곳.

         

       저벅.

         

       사람이 있었으나 이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

         

       [ 계약자야. 이제 너의 힘으로 이곳에서 비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그곳에 누군가가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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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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