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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8

    <668 – 무책임한 쾌락(16)>

     

    삼대거악 중 혁명가는 제국 백성들과 변방 국가들을 선동하여 황제를 물리치기 위한 전방위적인 테러행위를 벌인다.

    종래에는 대규모 혁명군 무장봉기를 일으켜 수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 선황이 있는 제도의 황궁 한복판에서 수많은 전쟁과 봉기, 테러로 쌓아온 망령스택을 빵 터뜨리는 자살폭탄망령테러를 벌인다.

    동기도 알기 쉽다.

    아버지의 복수.

    제국이라는 그릇된 체제 하에서 죽어나갈 전 대륙의 시민들을 위한 황제와의 투쟁.

    그 사명의 옳고 그름은 제쳐두고 사람 자체는 참 알기 쉬운 편이다.

     

    그에 비해 삼대거악의 나머지 둘.

    만신의 대리인, 결사의 총수.

    이 둘은 출현빈도도 회차목표도 꽤나 알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전자, 만신의 대리인은 신앙대결에서 패배하고 몰락해 이름마저 사라져가는 잊혀진 신들의 대리인으로 유일신 소페미아를 국교로 삼은 제국에게도 반기를 들었다.

    이를 위해 각 교단에 테러행위를 저지르든, 잊혀진 신들의 신앙을 퍼뜨리고자 그들의 권능을 펼치며 괴상한 소란을 벌이든, 외계의 존재가 사멸하지 않은 신들과 계약해서 중간계 멸망을 벌이든, 어디 섬마을에서 각 교단의 이상향이 집결한 특별한 차원계 <이데아>와 이어지기 위해 거대한 던전을 짓고 중간계 전체를 제물로 바치는 세계의식을 벌이든 하는 짓이 매번 종잡을 수 없고 화끈한 편이다.

    동기나 정체는 모른다.

    만신의 대리인은 너무 많은 신들의 뜻을 이어가는 자.

    이미 인격이 말살된 옛신의 꼭두각시나 의사대행인간형집행기구쯤으로 전락한 회차가 부지기수니까.

     

    결사의 총수는 인류의 적, 정령계약자들과의 오랜 싸움을 벌여왔다.

    교장을 담그면 벌어지는 일백 개의 이면계 연속침공에 대비하려면 꼭 필요하지만, 하도 피해의식이 심해서 정령이 엮인 기미만 보여도 도시 하나를 소각하네 어느 나라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야하네 성급하게 호들갑을 떠는 이들이다.

    사실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니고 실력이 없고 지식도 부족하고 좀 모자라니까 그러는 거다.

     

    ‘이면계 기술들이 알기 좀 어려운 경향이 있기는 한 편이지!’

     

    가령 살인기술은 테크트리가 저 끝까지 잔뜩 개발되었지만 문화적 발전은 미비한 중간계에서 이면계의 정령들이 선사하는 오락에 미쳐가지고 정령의 룬만 새기면 평소 아니꼬운 이웃이 불타죽으며 정령의 제물로 바쳐지는 소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결사는 소동이 일어난 발원지역을 파악하고 정령의 룬의 지식을 지닌 이들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분포해있는지 파악한 다음, 해당 범위 내를 문자 그대로 <말살>해버린다.

    누가 불순하고 위험한 지식을 은밀하게 감췄다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퍼뜨릴지 모르니 그냥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원 그리고 안에 있는 생명체는 다 죽이고 건물은 다 부수고 책은 불사르고 초토화를 시킨다는 말이다.

     

    ‘정신감정마법으로 사람을 거르거나 표식탐지마법으로 정령표식을 추적하고 역학조사를 하면 되는데!’

     

    현대지구인이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이 동네는 딱히 이계의 존재가 아니라도 위험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편리한 힘이 있음을 알게 되거든 군사목적으로 사용되고 장차 더 큰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해당 지역 지도자들도 못 믿고 그냥 맘 편히 싹 쓸어버리는 길을 선택하는 거지.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결사가 미친 놈들 취급 받고 음지에서 철저하게 탄압받아가며 근근히 명맥만을 유지해온 이유이기도 했다.

     

    -아아, 모르는 건가? 이건 코로나 역학조사라는 전염병과 질병의 발생 양상, 전파경롱, 원인 등을 조사하는 기술이다. 정령룬마법의 전파탐지에도 효과가 있는 사회적 기술이지.

     

    가끔은 이런 결사가 답답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이놈들 잡는다고 다 쓸어버리면 백개차원계 막기도 힘드니까 편법을 써본 적이 있었다.

    위대한 현대문명을 미개한 판타지중간계 원시인들에게 전파해서 계몽을 시키겠다는 현대인천재작전!

     

    -그런 기술은 대체 어디서 나타났지? 현대사회학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계의 지식을 가져오다니, 네놈. 정령계약자로구나!

    -시대에 맞지 않는 모든 지식의 전파자는 정령의 지혜를 선사받은 정령계약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심되는 자, 모두 죽여라.

    -지금 죽이지 않은 한 명이 장차 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리라!

     

    어림도 없었다.

    결사는 상상 이상으로 꼴통이었고, 현대인천재작전은 쓰레기통에 처박혀서 삭제됐다.

    그래서 다른 연구를 했다.

    결사를 설득할 수 없다면 결사의 지배자, 총수를 설득하자고.

    안일한 발상이었다.

    결사의 총수가 대대로 뽑히는 과정을 알고 나면 더 그러했다.

    총수는 수십 년 주기로 결사 내에서 가장 사상적으로 올바르고 그에 걸맞은 실력을 지닌 자에게 차기 총수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즉, 상습적광역말살작업중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화끈하게 더 넓은 범위의 말살작전을 펼치자고 주장하고, 그 말살을 성공시킬 실적을 거둔 강력한 미치광이가 물려받는 자리라는 뜻이다.

    제국은 이런 미치광이들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정령계약자들은 제국의 품으로 도망쳤고, 결사는 자연스럽게 제국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선황에 이르러서는 아예 정령계약자들을 수호하는 중간계 최악의 배신자 정도로 간주했지?

     

    -선황은 너무 강하다. 우리의 사명은 여기까지인가…

    -아니, 이럴 수는 없다. 대대로 이어져온 인류 수호의 업을 이렇게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선황의 본격적인 탄압 이래로 개박살이 나고 세력이 급격하게 줄어든 결사.

    그런 결사가 현대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 가지 타협에 있었다.

     

    -인류의 적도 이면계의 힘을 사용하거늘, 인류를 지킬 우리에게 힘이 부족하다면 어찌 우리라고 이면계의 힘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영혼이 타락하고 멸해지더라도 인류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사악한 힘을 받아들이자!

    -이독제독이다. 이 세상의 모든 외계지식을 수집하여 그 신비를 우리의 자산으로 삼으라. 신비만이 무너진 결사를 일으키고 위기의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니라!

     

    역대 결사의 총수들은 이면계의 힘을 연구했고, 그들의 영혼이 이 사악한 이계의 존재를 살찌울 영혼계약의 피식자이자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전에 오염시킬 방법도 떠올렸다.

    중간계에 침투하여 이제는 중간계의 일부가 될 정도로 가장 거대한 이계, 마계령에 속한 암흑마나로 영혼마저 오염시켜 누구도 먹지 못하는 쓰레기로 영혼을 타락시키는 방법이었다.

    이계의 지식과 힘, 신비는 실컷 쓰면서 때가 되어서 영혼이 징수당하기 전에는 모아둔 암흑마나를 터뜨려 영혼을 오염시켜 집어삼키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같은 인간들이 암흑마나로 인해 망가진 마인들의 폭력에 짓밟히는 건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결사 이 쓰레기들이 한술 더 뜨는군.

    -놈들과 제국은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

    -모든 신비를 다루는 자, 결사의 일원으로 간주하여 제거하라!

     

    제국의 오랜 전통, 수인탄압의 시작점이 된 계기이기도 했다.

    모든 비인간적인 존재를 향한 탄압이 시작됐다.

    손가락을 여섯 개 가지고 태어나?

    수상하니까 죽어.

    애가 옹알이를 5살이 넘도록 해?

    정령과 대화를 나눌지 모르니까 죽어.

    귀가 왜 머리 위에 자랐지?

    정령과 동화되었을지도 모르니까 죽어.

    인류의 조금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했을 뿐인 선조를 두었다는 이유로 수인들은 박멸 당하다시피 쓸려나갔다.

    하필이면 그 사이에 진짜 정령계약자들이 많았다는 것은 이면계 정령들과 인류를 배신한 정령계약자들의 비극이요, 진짜 들킨 결사의 일원이 마인화를 자꾸 일으켜서 덩달아 표적이 된 마왕군이 영문도 모르고 습격당해 죽어나가는 현실은 희극이었다.

     

    -제국이 두려운 자, 신비를 바쳐라.

     

    결사의 총수의 구호에 제국의 탄압을 받던 종족, 기형아, 지능 높은 자, 진짜 정령계약자들마저도 구름처럼 모여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렇게 총수는 수많은 신비를 모았고, 입수한 신비를 구현하는 영역을 바탕으로 제국에 맞서기 시작했다.

     

    ‘라는 건데 그런 대빵이 왜 저기서 저러구 있지?’

     

    마도구를 둘둘 두르고 환락영역을 펼치는 암흑마나가 느껴지는 시장과 격돌을 벌이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나까지 가슴이 웅장해진다.

    환락영역에 당한 모든 채무자들의 능력을 펼치는 시장이나 신비영역에 포함된 모든 신비 능력을 펼치는 집사장이나 그놈이 그놈처럼 보인다.

    몇 개나 되는 기술이 충돌하는지 다 헤아리기도 힘든데 그걸 또 감당하는 마력통이 더 대단한걸?

     

    ‘도대체 몸의 어디다가 저 많은 마나를 저장하고 다니고 있을까?’

     

    나만 해도 이 작은 몸에 마나를 꾹꾹 압축해서 눌러두느라 잔뜩 고생하고 있는데!

    감탄도 잠시.

    암만 봐도 금방 끝날 싸움처럼 보이지가 않아서 문득 딴 생각이 들었다.

    쟤들 진짜 열심히 싸우느라 환락쇠사들도 집사들도 휩쓸리지 않으려고 기겁하면서 저 멀리 도망가있는데, 지금 저것들은 아무도 안 지키는 거지?

    그럼… 몰래 내가 집어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발칙한 생각이지만 성공하면 대박이기도 했다.

     

    <환락영역>

    <신비영역>

     

    그래서 은근슬쩍 두 힘이 격동하는 격전지에 슬쩍 섞여서 부평초처럼 이리로 휙 구르고 저리로 붕 날아가면서 서부극의 먼지 닦는 회전초나 신문지마냥 영역을 넘나들어서 도착했다.

    멍하니 개꿀잼 대격돌을 구경하고 있는 환락쇠사들의 근처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르고 날아다니는 회전초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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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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