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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8

        

       인공영약.

       여우 구슬.

         

       [ 한국에서는 ‘여우 구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자로는 ‘요호보주초인육성굴기(妖狐寶珠超人育成崛起)’라고 한단다. ]

         

       ‘명칭이 많이 달라….’

         

       여우 구슬 프로젝트.

       요호보주초인육성굴기.

         

       여우 구슬이라는 단어는 같았으나, 그 외에는 차이가 느껴지는 표기 방법.

         

       ‘프로젝트’와 같은 뜻이 있는 ‘계획’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써도 되었을 텐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복잡한 한자를 쓴 걸까?

         

       이세린은 당연하게도 이러한 표기법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세린의 의문에 그레모리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 그렇겠지. 이건 한중(韓中) 공동 프로젝트니까 말이다. ]

         

       이 표기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지. 자세히 말하자면 좀 길고….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한국의 담당자는 ‘이름이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인다.’라는 이유로 그냥 간략하게 붙였고, 중국의 담당자는 ‘당에서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계획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도 있는 계획의 이름이 궁색해서는 면이 살질 않는다.’라는 이유를 내세웠단다. ]

         

       하지만 이 역시 표면에 불과한 것.

       실제로는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싶은 아랫사람의 심리, 그리고 예산을 안전하게 타 먹기 위한 과학자들의 꾀가 들어가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국 측에서는 예산을 ‘안전하게’ 타 먹기 위하여 중요한 단어가 들어있으면서도 은근히 눈에 띄지 않는 이름을 넣어 트집이 잡힐 일을 줄였고, 중국 측에서는 이 일에 관계된 권력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계획에 한 손을 거들고 있다.’라는 허영심을 심어주어서 팍팍 투자하게 만들기 위해 이름을 거창하게 지었다.

       이름을 지을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했던 ‘굴기(崛起)’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딱 맞아떨어져서,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연구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진실이었다.

         

       [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여우 구슬’이다. 뭐…. 옛 무인들 식으로 표현하자면 ‘요호환(妖狐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이지. ]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과실을 맺었다.

       결과물인 ‘여우 구슬’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것이다.

         

       당연히 프로토타입인 만큼 부족함도 많고 위험성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에너지를 에너지 친화적 성질을 가진 액체에 녹여서 보관, 그 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뒤섞고 사람이 복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공, 압축시켜서 환의 형태로 빚는다…. 신기한 발상….’

         

       [ 신기한 발상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방식이란다. 옛 무인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환(丸) 형태의 영약이 이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거든. ]

         

       ‘대환단 같은…?’

         

       [ 그렇단다. 그것들은 영약을 섞어서 만드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세밀하게 보자면 인체에 특별한 영향을 주는 성분, 특정 에너지들을 품은 재료들을 뭉쳐서…. 복용했을 때 신체 내부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서 에너지를 섭취하게 만드는 방식이니까.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여우 구슬’ 역시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봐도 되겠지. ]

         

       ‘그렇다면 중국을 끌어들인 게 바로 그 이유….’

         

       [ 그렇단다. 무인 쪽은 문화대혁명의 불길에 크게 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단환을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보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그 방법을 중국 정부에서 입수해서 연구하고 있기까지 하니…. 한국보다는 노하우가 많다고 보는 게 맞겠지. ]

         

       하지만 그렇다고 본다면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규모.

         

       정부끼리 만든 합동 프로젝트라기에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물론 비밀스러운 공간인 것도 맞고, 뭔가 대단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두 나라가 힘을 합쳐서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수준이었다.

         

       ‘이거, 정부는 모르지?’

         

       그렇기에 이세린은 자연스럽게 어떠한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 정답이란다. ]

         

       그레모리는 이러한 이세린의 결론에 방긋 웃었다.

         

       [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중국 정부 역시 이 비밀시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단다. 정말 놀랍게도 말이다. ]

         

       ‘그럴 수가 있어? 비밀경찰도 있는데…?’

         

       [ 그래. 얼마 전에 우리 귀여운 계약자가 시내에서 중국 공안이 설치한 비밀 경찰서를 여러 곳 발견했었지. 그것을 국정원에 신고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곳이 들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

         

       그레모리는 발굽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 계약자야. 이곳이 어디겠느냐? ]

         

       ‘아.’

         

       이세린은 그 짧은 물음에 이해했다.

         

       이곳은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어지간한 군부대보다도 강력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

       들어갔다가는 국가 단위의 보복이 뒤따르고, 때에 따라서는 국가 간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는 장소.

       국제적으로도 ‘그래도 새싹들은 건드리지 맙시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되어있는 바로 그 장소다.

         

       이런 장소에까지 중국이 한국에 심어놓은 비밀경찰들이 침투할 수는 없었을 테지.

         

       첨단 장비?

       이곳의 보안은 항상 최첨단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에서 어떠한 보안 기술이 개발되면 가장 먼저 도입이 되는 장소였다.

         

       그런 곳을 뚫는 것은…쉽지 않겠지.

       그리고 뚫다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경을 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비밀경찰들도 굳이 이곳까지 들여다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 솔직히 들여다봐서 엄청 대단한 것을 얻을 수도 없을 테고.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인재들이 가치를 지닌 것이지, 거기서 교육 커리큘럼에서 쓰이는 자료들이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이러한 비밀시설이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 이 자료들 말고…. 그래. 이 서랍, 이걸 열어보거라. ]

         

       드르륵.

         

       ‘음…. 우리 학교 재단이랑…. 기업들 몇 곳, 중국의 사천당가랑…. 사천당가에서 운영하는 당가제약…. 중국의 화산파….’

         

       그레모리가 가리킨 서랍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이들이 적혀 있었다.

         

       이세린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단체들.

         

       파티 같은 곳에서 한 번쯤은 보았던 사람들이 속해있는 한국 기업들.

       독과 관련된 무공을 연구하고, 제약 업체까지 진출한 사천당가.

       화려한 무공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문파, 화산파…

         

       그리고….

         

       ‘어…. 홍익애국단(弘益愛國團)?’

         

       …아주 익숙한 이름까지.

         

       홍익애국단(弘益愛國團).

       대한민족호국회(大韓民族護國會)와 함께 대한민국을 양분하는 단체의 이름.

         

       이양훈과도 연이 있는 단체였다.

         

       ‘이거…설마, 우리 집에서도…?’

         

       그 단어를 보자 이세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레모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레모리는 ‘우리 집안이 투자한 시설에서 멋대로 결과물을 뺏어다 먹는 것 아니야?’라는 불안감을 담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세린이 너무 귀엽다는 듯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가, 이내 그녀의 얼굴에 불안감이 점점 짙어지려고 하자 감상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 아니란다. 네 아버지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단다. ]

         

       정확히 말하자면 참가를 못 했다는 것이 맞겠지.

         

       [ 이 프로젝트는 홍익애국단 내부에서도 중요 프로젝트로 분류가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이 계획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거름망을 통과해야 했단다. 그리고 그 거름망 중 하나가 바로 신뢰도인데….]

         

       안타깝게도 이양훈은 여기서 걸렸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착실하게 부를 쌓은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으로 단기간에 압도적인 부를 쌓아왔다.

       그러니 홍익애국단 측에서는 신뢰도 면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랜 시간 인연을 다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부를 쌓은 것에 의구심이 들기도 할 테고, 갑자기 성공한 것이 혹시 운이 아니었나 싶어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을 테고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양훈은 빠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만 빠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나 단체들 역시 이 거름망을 통과하지 못했기에 애국단 내부에서도 참가한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러니 딱히 이양훈만을 차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응. 그러면 아무 죄책감 없이 가져가도 되겠네.’

         

       [ 바로 그거란다. ]

         

       그렇다고 이양훈이 배척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이세린은 이 여우 구슬을 가져가기로 했다.

         

       기꺼운 마음으로 말이다.

         

       [ 이 여우 구슬의 효능은 세 가지. 천통(天通), 지통(地通), 인통(人通)이란다. ]

         

       여우 구슬의 이야기에서 말하길 구슬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면 천문을, 땅을 바라보면 땅의 이치를, 사람을 바라보면 의술에 통달하게 된다고 하였으니.

         

       그 이름처럼 여우 구슬은 세 가지 효능을 가졌으니 천지인이라.

         

       천통(天通).

       고수로 불리기 위해서 뚫어야 하는 임맥(任脈)과 독맥(督脈) 중에서 임맥(任脈)을 뚫는 데 도움을 주어 상단전의 형성에 기여하며.

         

       지통(地通).

       품고 있는 에너지를 내공으로 변환하여 중단전과 하단전에 내공을 품게 해주며.

         

       인통(人通).

       순수한 에너지로 세맥을 청소하여 불순물을 어느 정도 제거해 능력을 익히는 것에 도움을 준다.

         

       ‘우와…. 인공영약이라면서 대단한데…?’

         

       [ 어지간한 영약보다도 쓸만한 능력이지. 그리고 지금의 계약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 영약이기도 하단다. ]

         

       지금 이세린은 그레모리의 안배로 온갖 능력을 익힌 상태.

       무공으로는 괴공에 속하는 취월심공(取月心功)을 심법으로 익혔고, 비급이 밖으로 튀어나오면 돈과 피가 흐르는 개판이 벌어질 만한 무공들을 익혔다.

       마법으로는 한 은둔자가 만든 마력 저장법인 에너지 베슬 코어(Energy vessel Core)를.

       연금술로는 중세 유럽에 등장했다가 이단이라면서 배척당해 사라져버린 에테르 운용법을.

       심지어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존재했던 생체실험 연구소에서 자료를 빼서 안전하게 초능력을 개화시킬 수 있도록 뇌를 자극하고 있기까지 했다.

         

       그나마 지금 익히고 있는 것이 이 정도.

       앞으로는 더더욱 그 수가 늘어나겠지.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여우 구슬은 이세린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영약이라 할 수 있었다.

       특정한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다른 영약들과는 달리 방향성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떤 능력에도 잘 어울렸고, 임맥을 뚫는 데 도움을 주어서 고수로 향하는 첫걸음을 걷게 해줄 수 있으니 이 역시 좋았고, 순수한 에너지로 세맥을 청소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능력의 성취에도 도움이 되기까지 하다.

       게다가 그레모리가 옆에 붙어있으니 여우 구슬을 복용할 때 주의점 같은 것도 세세하게 알려줄 수 있으니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세린이 익히고 있는 능력들과 충돌하지도 않으니 위험성도 매우 낮기까지 하다.

         

       이세린을 위해 탄생한 영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으응. 그러면….’

         

       이세린은 탐이 난다는 듯 유리관 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권능을 일으켜 팔을 뒤덮고, 권능과 자신이 익힌 능력들을 총동원해서 자신의 팔을 잠시 비물질의 상태로 만들어 유리관 안으로 쑤욱 집어넣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상태의 팔은 아무런 저항 없이 유리관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손 부분만 물질 상태로 되돌아가 여우 구슬을 쥐었고, 그것을 쥔 상태에서 다시 비물질의 상태로 변화한다.

         

       그렇게 유리관이라는 장벽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하며, 이세린은 여우 구슬을 밖으로 빼냈다.

         

       정말 요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말이다.

         

       [ 이제 가자꾸나. 더 볼 일은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

         

       그렇게 여우 구슬을 획득한 이세린은 등을 돌렸다.

         

       이곳에는 더 이상 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듯 말이다.

         

         

         

        * * *

         

         

         

       벌레는 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그리하여 그 주인 된 자에게 그 정보를 속삭였으니.

         

       “중국에, 홍익애국단이라….”

         

       벌레의 주인.

       박진성은 이전에는 몰랐던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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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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