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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9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십시오! 허용 한계선을 넘어가면 발포하겠습니다! 현 상황은 훈련이 아닙니다! 통제에 잘 따른다면 전 인원이 무사히 센트럴 파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V-44TA1 발키리 도착까지 1분, 다음 착륙은 7분 후입니다. 타이머 세팅 중, 탑승 가능 인원 측정…스캔 결과 허용 한계는 75명입니다! 남아계신 민간인들은 전부 탑승해주시길 바랍니다!>”

        

       “<랭온 소속 잔류 민간 인원 32명에…재집계 중. 메이모니즈 메디컬 센터에서 온 민간인 분들 75명을 추가하여 총합 107명을 확인! 먼저 온 분들부터 탑승 대기하십시오!>”

        

       “…에, 어으, 어….”

        

       “<저쪽은 신경쓰지 마라, 꼬맹이. 전부 무사히 철수할 수 있을 거다.>”

        

        

        

        랭온 병원, 정식 명칭은 NYC 랭온 호스피탈 브루클린…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700미터 가량 북쪽으로 떨어져있는 부시 터미널 축구장.

        

        어딜 둘러보아도 눈이 아플 정도의 사이렌과 사람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하다. 거기에 서서히 다시 불기 시작하는 바람과 하늘에서부터 점차 다가오는…엄청나게 큰 비행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나도 모르게 불안불안해지고, 마치 엄마처럼 내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 미첼 하사님의 손을 조심스럽게 움켜잡는다. 이곳의 혼란은…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컸다.

        

        하지만, 나도 그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갈 수 있는 거겠지…?”

        

        

        

        언젠가…들은 적이 있었다. 공포와 혼란은 가장 빠르게 전염되고 확산되는 감정이라고.

        

        어쩌면 그 사실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아도 웅성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나마 평온한 표정인 이들은 아마 다음으로 오는 비행기에 타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없애버리려는 듯, 하늘의 점 같았던 비행기가 약간의 불꽃을 두르며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비행기였다. 수직으로 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라니….

        

        그 위엄찬 모습에 한순간 다들 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그제서야 경기장의 바닥이 파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날아오를 때 얼마나 힘이 세면 저럴 수 있을까.

        

        

        내가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이, 미첼 하사님조차 저런 건 처음 본다는 듯 덧붙였다.

        

        

        

       “<…굉장하군. 틸트로터도 아니고 틸트제트 방식인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저만한 걸 몇 시간 동안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연료를.>”

        

       “…네?”

        

       “<무시해라. 그냥 중얼거린 거였으니까.>”

        

        

        

        …영어를 못 하니까 답답하기 그지없네, 진짜.

        

        아무튼 조금은…아까 군인 분들과 같이 간다고 했을 때 수긍했던 나의 선택을 반성하고 있게 될 즈음, 허공에 떠있던 기체 한 대가 서서히 축구장 위로 내려앉는다.

        

        주변을 통제하는 군인들조차 입을 닫고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볼 정도의 숨막히는 광경. 한 번 군대를 다녀온 나조차도 할 말을 잃게 되는 모습이었다. 어디 밀리터리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단지 그런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수송창이 열린 순간, 사전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가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

        

        

        

       ───투두두두!

        

        

        

       “…윽…!”

        

       “<무서워하지 마렴. 괜찮아.>”

        

       “하사니임….”

        

        

        

        그 순간 하늘을 수놓는 발포음. 통제를 전담하던 군인들이 상황이 격해질 것 같자마자 허공에 총을 난사한 것이었다. 하마터면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무서워 죽겠다, 진짜로.

        

        나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지고 손발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미첼 하사님은 그걸 눈치채자마자 내 손을 잡아주었다. 하사님이 날 안심시키기 위해 해준 말 정도는 해석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무튼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사람들은 어떻게든 질서정연하게 탑승하였고, 더 이상 사람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까지 수송칸에 사람들이 꽉꽉 눌러담긴다.

        

        107명 중 75명. 민간인들 및 이들이 들고 있는 짐까지 어떻게든 전부 실은 순간 수송칸이 닫힌다.

        

        기체가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단숨에 이 근방에 몰려있던 민간인들이 사라지자마자 엄청난 정적과 서서히 불어닥치는 겨울바람이 그 자리를 메웠다.

        

        아쉽게도 5분 후 도착할 수송기는 남은 32명의 민간인, 그리고 랭온 병원을 수비하던 뉴욕 주방위군 산하 제104헌병대대 소속 제442헌병중대의 철수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예정.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1. 민간인 먼저 철수.

        

       2. 새벽 3시부터 먼저 주둔하고 있던 제442헌병중대 철수 및 제107헌병중대에 방어선 인수인계.

        

       3. 제442헌병중대의 완전 철수, 그 후 두 대의 수송기로 마지막까지 경계하던 제107헌병중대 동시철수.

        

        

        

        듣자 하니 내가 먼저 수송기에 올라타는 것도 제안되었다고 하지만…모든 일엔 절차가 있었고, 아쉽게도 내 몸무게는 함부로 계획에 끼워넣기에는 조금 커다란 변수였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늦게 가는 것도 아니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식이었는데 – 지금 도착할 예정인 비행기에는 아까도 말했듯 남은 32명의 민간인, 그리고 랭온 병원을 수비하던 제442헌병중대 40명 가량이 탈 예정이었다.

        

        그 다음으로 오는 수송기는 남은 30명 가량의 제442헌병중대원 및 무게가 나가는 화기가 들어갈 예정이었고, 나는 바로 그 수송기에 낑겨서 탈 예정이었다. 듣자 하니 여기에 제107헌병중대의 일부를 태우면 경계가 원활히 안 돌아간다나 뭐라나.

        

        …여기까지 이해하기 위해 아까 잠에 들기 전 2시간 가량을 수업을 받았다. 많이 힘들었다.

        

        

        아무튼.

        

        

        

       “<길어봐야 30분 안에 모든 일이 끝날 거다. 괜한 걱정은 접어둬.>”

        

       “<…네.>”

        

        

        

        확실히 배운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 불안은 조금…아니, 많이 잦아들었다.

        

        그리하여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파쿼슨 대위님이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같은 군인이니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까.

        

        

        현재 시각은 대략 오전 7시.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가량이라고 들었고, 그 말대로 주변은 어두운 색에서 점차 짙푸른 색깔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다시금 대기가 미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이상하게도 이 몸은 주변의 진동을 아주 미약한 것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수송기가 온다. 어느덧 민간인들과 제442헌병중대원 일부가 대기하기 시작했고, 나와 함께 트럭을 타고 온 군인 분들은 이들이 미리 구축해놓은 듯한 방어선에 들어가 주변 경계를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뭐했지만, 다들…신기했다.

        

        

        

       ‘…이런 자기희생적인 면모가 있어서 군인인 걸까. 이 분들은 어떻게 사회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상황에서도 망설임없이 본인의 목적을 다할 수 있을까.’

        

        

        

        문득 나의 과거 군생활이 떠올랐다.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자대로 가고, 선임들과 안면을 트고, 시키는 일 열심히 하고,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간간이 있는 훈련을 받고, 경계근무와 작업도 했었지.

        

        그저 시간 잘 때우다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최대한 다치지만 않도록 낄 데만 끼고 빠질 땐 빠졌으며, 하루하루 전역날을 그리워하고, 그러다가 다시 사회로 나왔던….

        

        …내가 만약 군인이라면, 나는 겁먹지 않고 본분을 다할 수 있었을까.

        

        

        그러는 사이 수송기는 또다시 70명 가량의 인원을 화물칸에 실었고, 이륙했다.

        

        점차 밝아오는 세상 속, 브루클린의 축구장에 남은 것은 오직 나와 제442헌병중대원 일부, 그리고 제107헌병중대원 분들 뿐이었다.

        

        저 멀리서 파쿼슨 대위님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는 내 지척까지 다다랐고, 털뭉치가 달린 내 모자를 손으로 한 번 쓰다듬더니 이내 덧붙였다.

        

        

        

       “<곧 작별…아니다. 작별이 아니라 네가 먼저 떠나겠어. 그동안 제107헌병중대 밑에서 잡일하느라 수고 많았다. 넌 그동안 아주 잘 해냈어.>”

        

       “<…저, 잘 했나요?>”

        

       “<물론이다, 꼬맹이. 먼저 스러진 베이커 그 자식도…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이 광경을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겠지.>”

        

        

        

        비록 전부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하려던 말은…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놓여진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사이, 그는 남은 오른손으로 어깨에 있는 패치 하나를 뜯었다. 찌지직. 그런 경쾌한 소리와 함께 패치가 떨어졌다.

        

        제107헌병중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어깨에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 그것을 내 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다.

        

        

        

       “<조금 늦었지만, 너도 이젠 제107헌병중대의 명예 대원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웠다, 유진. 센트럴 파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군.>”

        

       “<…네, 물론이에요, 정말로….>”

        

        

        

        별 것 아닌 가벼운 선물인데. 어째서 나는 눈물이 나는 걸까.

        

        그 자그마한 인정이, 내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일주일 좀 안 되는 시간이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 내가 겪었던 모든 끔찍한 경험들이 전부 눈녹듯 사라지는 것 같아서.

        

        점점 흐르기 시작하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느릿하게 적셨다. 나는 손을 뻗어 그를 조심스럽게 껴안았고, 그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나를 꾸욱 안아주었다.

        

        그의 품에서는, 아니, 그의 품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개의 탄창에선 비릿한 쇠 냄새가 났지만,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너무나도 고마웠지만, 아쉽게도 한 명씩 전부 안아주기엔 다들 경계임무에 바빠 불가능했고…아니, 다들 센트럴 파크에서 전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이따 보자, 우리 막내 꼬맹이.>”

        

       “<이따 봐요.>”

        

        

        

        그러는 사이 75명 가량을 실어날랐던 수송기가 또다시 돌아왔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낯선 군인 한 분이 나를 불렀다.

        

        본인을 콜튼 대위라고 소개한 분은 제442헌병중대를 지휘하는 분이었고, 나는 그 분을 따라서 파쿼슨 대위님, 그리고 제107헌병중대를 뒤로 한 채 수송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파기하긴 아까운 중화기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40명 가량의 군인들까지. 나는 천천히 발을 떼기 시작했고, 슬슬 터오는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내 입이 열렸다.

        

        

        

       “<저기….>”

        

       “<무슨 일이지?>”

        

       “<저기 있는 저 별이랑 검은 점, 뭔가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요…?>”

        

       “<별이라니, 무슨->”

        

        

        

        그 순간 콜튼 대위님이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그 즈음의 나는…그것이 별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결코 별빛이 아니었다.

        

        마치,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미사일 같은-

        

        

        

       ───퓨우우우웅!

        

        

        

        콰앙!

        

        그 순간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리는…폭격?

        

        그것이 주둔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떨어지며 거대한 불기둥을 피워올린 순간, 콜튼 대위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나를 수송창으로 밀어올렸다.

        

        비명과도 같은 고함이 이어졌다.

        

        

        

       “<방위 40, 거리 300마이크! 적어도 두 개 분대 가량의 탈옥수를 육안으로 식별-!>”

        

       “<방위 100, 거리 250마이크! 두 개 소대 가량의 탈옥수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젠장, 다들 무기 챙기고 밖으로 뛰어나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2개 대대급의 병력이 주변에 포진해있습니다!>”

        

       “<빌어먹을, 최소한 자리라도 괜찮았으면 어떻게든 격퇴하는 건-이런 빌어먹을, 콜튼! 네가 왜 여기 남아있는거냐!?>”

        

       “<그럼 이딴 꼬라지를 보고도 무시하고 수송기 타고 센트럴 파크 가란 이야기는 아니겠지, 이 망할 놈아. 얌전히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자고.>”

        

       “<…수송기 태워 보낸 그 뱀꼬리 달린 꼬맹이는?>”

        

       “<걱정 마라. 함부로 못 튀어나오게 세 명 정도 남겨놨거든.>”

        

       “<이런 씨발.>”

        

        

        

        점차 밝게 터오는 동, 그에 비례하여 주변에서부터 느껴지는 음습한 기운,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점차 다가오고 있는 수많은 탈옥수들.

        

        점이 꾸물댄다. 그러나 총기 위에 달린 광학조준경에 의해 확대된 적의 얼굴은 숨길 수 없는 탐욕과 개인의 악의어린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희열로 물들어있었다.

        

        그런 와중이다. 이륙한 후에 미사일이 떨어졌더라면 그나마 살아나갈 사람들은 살 수도 있었겠지만, 램프가 닫히기도 전 떨어져버린 미사일로 인해 제442헌병중대는 다시금 전선으로 복귀했다.

        

        그 결과가 바로 파쿼슨의 옆에 있는 콜튼 대위였다.

        

        그리고…고작해야 세 명이라.

        

        

        

       “<그 꼬맹이…무조건 튀어나오겠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태워보내는 거였는데….>”

        

       “<염려 마라. 수송창에서 못 나오게 세 명 정도 놔두고 왔다고 했잖나. 네 명 정도는 살아나갈 수 있을 거다.>”

        

       “<넌…아니다. 곧 알게 되겠지. 그 녀석은…고작해야 세 명 정도로는 못 막아.>”

        

       “<…뭐?>”

        

       “대위니이이이임-!”

        

        

        

        결국 와버렸나.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유진, 그리고 그녀를 막는 데에 실패한 듯한 군인 세 명이 헐레벌떡 다가오는 중이었다.

        

        미리 설명을 해줬어야 하나. 그리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V-44TA1은 날아가지 않고 축구장에 그대로 멈춰있다는 것 정도.

        

        그는 지휘를 해야 했기에 그 자리에 남아있어야만 했지만, 다행히도 상황은 완전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았다.

        

        가령-

        

        

        

       “<스카일스! 가서 저 수송기 운전하는 파일럿 친구한테 지금 맨해튼 가고 있는 다른 기체랑 통신 가능하냐고 물어봐라!>”

        

       “<가능하면 무어라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뭐든 좋으니까 화력지원 가능한 헬기 아무거나 불러달라고 그래! 지원 없으면 여기 싸그리 밀릴 수도 있다고 전해!>”

        

        

        

        이렇게 말이다.

        

        확신은 없었다. 그는 맨해튼이 어떤 상황인지는 정확히 몰랐고, 지금 번갈아서 보내주는 기체들이 센트럴 파크가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늘 위에는 미사일 달린 무인기가 화력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완전히 승산이 없는 전투는 아니었다.

        

        그저 무척이나 후회가 되는 점이 있다면, 어느샌가 이곳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온 유진을 센트럴 파크로 못 보냈다는 점 정도.

        

        그는 이를 악물고 돌아가라고 말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저도, 저도…저도 싸울 수 있어요!>”

        

       “<…잘 들어라. 한 번밖에 말 안 하겠다. 당장 저 망할 비행기에 타, 그리고 센트럴 파크로 가라. 지금 안 간다면 강제로 끌고 가는 수밖에 없어.>”

        

       “<그렇게 한다면…이건 유품이 되는 거잖아요!>”

        

        

        

        그녀가 그 순간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방금 자기가 뜯어준 제107헌병중대 패치를 보여주었다.

        

        그 사이에 영어 실력이 급상승하기라도 한 걸까. 그리 생각했지만, 파쿼슨 대위는 그 다음으로 유진이 보여준 권총에 말을 잇지 못했다.

        

        베이커 병장의 이니셜이 새겨져있는 글록 한 자루. 몰래 숨겨두고 있던 건가 싶었지만,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덧붙였다.

        

        

        

       “<그는 죽었어요. 이걸 저한테 준 직후에…저는 더 이상 누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망할….>”

        

        

        

        그러면 넌 죽을 수도 있다.

        

        그리 말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유진이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판데믹이 세상을 덮치며, 그조차 때로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의 끔찍한 일을 겪었다.

        

        그가 몇 분 전 유진의 주머니에 부대 패치를 넣어주었다. 그것이 진짜 유품이 된다면, 곧 뒤따라올 거라고 생각한 제107헌병중대의 일원들이 시체가 되어 스러진다면….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이 꼬맹이가 과연 남은 삶을 정상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그녀에게 죽음과 비견될 정도의 끔찍한 정신적 부담을 안기는 일이 되는 게 아닐까.

        

        

        사실상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유진을 설득할 수 없단 것을 알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무장해라, 유진.>”

        

       “…네?”

        

       “<총을 챙기고, 탈옥수의 미간에 총을 박아라. 살기 위해서 싸워. 너는 이제부터 제107헌병중대의 일원이다. 미첼 하사!>”

        

       “<옙!>”

        

       “<더 늦기 전에 이 친구한테 남는 방탄복이랑 총 들려줘!>”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어쩌면 그는 후회할지도 몰랐고, 몇 분 후 후회하면서 죽어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유일한 길은 적을 전부 다 장사지낸 후 살아남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유진이 미첼 하사와 사라짐과 동시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인. 오염체들이 대량으로 기어나와 꿀통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다. 코드 알파를 발령한다.>”

        

       “<여기는 드래곤 1. 조디악으로부터 작전도 수신. 현 시간부로 이동한다. 목표는 오염체 전원 소각이다.>”

        

        

        

        한편, 그로부터 십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 어딘가.

        

        차량을 양옆으로 밀어낼 수 있는 거대한 웨지 – 쐐기 – 를 장착한 소방차가 무장병력을 가득히 실은 채 브루클린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쓰면서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만, 제가 유진이었더라면 도저히 군인들을 남기고 탈출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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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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