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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설원이 적막으로 물들었다. 

       

       멜리나는 보름달을 응시하며 착잡한 얼굴을 지었다.

       

       –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요.

       

       올리비아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멜리나는 그런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 얼마나 걸리느냐?

       – 일주일 안에 돌아올거에요. 

       

       제자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은 기꺼웠지만, 순순히 보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가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하지만…….

       

       – 한 번만 도와주세요.

       

       멜리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눈빛으로 말하는데, 무슨 염치로 따라가겠는가?’

       

       제자 이기는 스승 없다더니, 멜리나가 딱 그 짝이었다.

       

       괜히 울적해진 멜리나였다.

       

       

       

       *****

       

       

       

       – 잠시 검문이 있겠소. 모두 마차에서 내리시오.

       

       올리비아는 하늘에서 지상의 정경을 살폈다. 해가 저문 지 오래였기에 발각될 염려는 없었다.

       

       신성왕국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육로를 통했다면 마냥 쉽지는 않았겠지만, 다행히 올리비아는 마법사였다.

       

       ‘이래서 내가 마법사했지.’

       

       아무리 전사들의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이동 속도만 따져보면 마법사가 월등했다. 

       

       – 신분증은?

       – 아, 아니……이게 없을 리가 없는데.

       – 돌아가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자는 성국에 출입할 수 없다.

       

       저런 귀찮은 과정을 마법 하나로 전부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순식간에 성국 내부로 진입했다.

       

       타악.

       

       기감을 퍼뜨려 주변을 살피자, 사방이 갑옷 철컥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역시 성국은 성국이네.’

       

       언뜻 보면 전시라고 오해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신성 왕국의 평소 모습이었다.

       

       ‘교황 호위 때문에 인원이 꽤나 빠졌을 텐데도 이 정도네.’

       

       [바울]

       – 레벨 : 43

       – 직업 : 성기사

       – 호칭 : 정식 성기사.

       

       늦은 새벽 중에 순찰을 수행하는 이들은 전부 성기사였다. 성국의 성기사답게, 레벨이 전부 마탑의 수석 마법사들에 육박했다.

       

       근처에 보이는 수백 명의 성기사 가운데, 졸거나 근무에 태만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인 이상 잡담이라도 할법하건만.

       

       물론 올리비아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성국의 교리 때문이었다.

       

       신성 왕국이 믿고 따르는 빛의 여신 아이테르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자들에게 축복과 신성을 베푸는 동시에 의무와 책임도 함께 부여했다.

       

       의무, 그리고 책임.

       

       그것이 성기사들이 저렇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가 아니다.

       

       큰 책임을 진 자에게, 큰 힘을 부여한다.

       

       그것이 빛의 여신 아이테르의 원칙이었다.

       

       ‘아이테르가 똑똑하기는 해.’

       

       언뜻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힘을 얻기 위해 교단에 입문한 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분에 넘치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견습 성기사들은 다른 무엇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운다. 견습 사제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신성 왕국이 지난 몇백 년 동안 타락하지 않을 수 있던 비결이었다.

       

       ‘그렇다고 타락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경계가 이토록 삼엄한 건 다 그 덕이다.

       

       – 파앗!

       

       올리비아는 거침없이 이동했다. 성기사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 땐, 올리비아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흠.’

       

       어느새 올리비아는 건물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토옥.

       

       올리비아의 손가락 끝에서 물방울이 맺혔다. 거기에 약간의 냉기를 불어넣자, 익숙한 외양의 정령이 만들어졌다.

       

       정령은 이내 순식간에 수십 마리로 불어났다. 올리비아가 손을 휘두르자, 손톱만한 크기의 정령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자아, 어디쯤에 있을까.’

       

       정령들과 시야를 공유하던 그 순간이었다.

       

       – 에일린 님. 밤이 깊었습니다.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기도드린들, 몸이 상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니 어서…….

       – 리브가 님도 굶고 계신데, 어찌 제가 잠을 잘 수 있을까요.

       – 에일린 님…….

       – 정 그러시다면 고해성사는 다음 분까지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올리비아는 모든 정령을 에일린에게 배치했다. 아무래도 고해성사를 끝내고, 잠시 쉬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리브가가 굶고 있다고?’

       

       신성 왕국의 경작지는 가히 축복받았다고 칭하기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수확량은 물론이고, 품질 또한 타 지역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 신성 왕국에서, 굶는다는 의미는 하나였다.

       

       단식.

       

       올리비아의 고개가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달에 닿을 듯이 높이 솟은 산이 거기 있었다.

       

       “……하필 참회동이냐.”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참회동이 위치한 산에는 빛의 여신의 금제가 걸려 있다.

       

       사용하는 힘이 신성력이든, 오러든, 마력이든 뭐든 간에 모두 공평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금제 말이다.

       

       물론 일정 수준의 강자라면 금제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금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묵묵히 둘의 대화를 엿듣던 올리비아는 이내 정령들을 회수했다.

       

       정보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리브가는 현재 참회동을 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방해받지 않기 위해 교황의 재가까지 받아냈다고 한다.

       

       무려 일주일씩이나.

       

       ‘…….’

       

       문득 두 사람이 올리비아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는 단연 멜리나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놀랍게도 칼리오페였다.

       

       둘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

       

       

       

       리브가는 침묵했다.

       

       – 안녕하세요, 성녀님.

       

       참으로 많은 죄들을 마주했고, 또 용서했다고 자부했다. 

       

       성녀였던 리브가는 특별한 상황 외에는 교단 바깥으로 출타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죄를 마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고해성사 덕분이었다.

       

       사제를 통해, 신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의 은총을 받는 성사.

       

       성녀 또한 사제의 큰 범주 안에 포함되었기에, 고해성사 또한 리브가의 업무 중 하나였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7살짜리 아이부터, 각국의 내로라하는 높으신 분들까지.

       

       사람은 일평생 죄를 짓고 사는 생물이기에, 그들이 짓는 죄의 종류도 다양했다. 

       

       한 공작이 있었다. 뛰어난 인품으로 명망이 높았던 그는, 저택에서 일하던 사용인 셋을 때려죽였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용인들의 부모는 사인(死因)을 듣지 못했기에, 조의금을 두둑히 챙겨준 공작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연쇄 살인.

       기만.

       

       하지만 용서했다.

       

       마음 깊은 곳에 비밀로 간직했다.

       

       그녀의 신이라면 마땅히 용서했을 것이기에.

       

       한 기사가 있었다. 그는 궁핍한 자들을 위해 재산을 절반이나 기부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민간인 여덟을 겁탈했으며, 그들을 산 채로 파묻었다.

       

       이 역시 끔찍한 죄였지만, 용서했다.

       

       판단은 신이 내리는 것이기에.

       

       그리고, 한 마법사가 있었다.

       

       – 리브가 님.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아름다운 외양만큼이나 마음씨가 아름다웠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항상 약자를 존중했으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빛의 신이 추구하는 선(善)에,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귀에서 그날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수십, 수백만이 죽음의 고통 속에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리브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용서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흔들린다.

       

       리브가는 더욱 자세를 낮췄다. 양손을 더 간절히 쥐었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제 죄를 신께 고백했다.

       

       성녀였던 자로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 것과, 누군가를 원수로 여긴 것과, 그 원수를 몸처럼 사랑하기는 커녕 용서하지도 못한 것과…….

       

       죄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죄였다.

       

       이렇게 죄투성이인 인간에게 성녀의 자격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올리비아를 용서하고 싶지 않다. 용서할 수 없다.

       

       정말 수없이 많은 죄들을 자부했고, 수없이 많은 죄들을 품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만큼은…….

       

       그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에일린님인가.’

       

       그렇게 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리브가가 감정을 가라앉혔다. 에일린은 작금의 분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애꿎은 그녀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들려온 목소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리브가 님.”

       

       리브가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무슨……!

       

       리브가의 고개가 홰액 돌아갔다. 정문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 환청이었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리브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번을 확인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참회동에 있는 사람은 그녀 한 명 뿐이었다.

       

       ‘…….’

       

       리브가는 머리를 짚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환청이 들릴 정도라니.

       정말로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모양…….

       

       “리브가 님.”

       “……!”

       

       리브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이번에는 환청이 아니었다.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낡은 고해소.

       그 안에서, 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해를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저번화에 표기로 혼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자유도시 ‘미카벨’

    카니스 ‘왕국’의 항구도시 ‘이카일’입니다!

    ▪︎욱_882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잘익은 벼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아아아!!!

    ▪︎MinorMiner님 1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후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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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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