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7

       점창파.

       가끔 무협지를 보면 단골처럼 나오며, 대체적으로 쾌검 위주의 무공을 다루는 구파일방의 일각.

       그리고 한때 당직을 서며 무협지를 주야장천 읽었던 이한에게도 나름 기억에 남는 이름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이유?

         

       – 태양을 쏘고, 꿰뚫는다…. 이야, 허구여도 멋은 있네.

         

       해를 쏘아 맞히겠다는 사일검법, 해를 떨구고 말겠다는 낙일도법, 해를 꿰뚫고 말겠다는 관일창법까지.

         

       무공의 이름만큼은 기억에 잘 남는 것이었다.

       허나 기억에 남을 뿐, 점차 점창파에 대한 걸 읽으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 빠르게만 휘둘러서 어떻게 해를 떨구는 거지?

         

       그냥 빠르게 휘두를 뿐인, 쾌검술에만 빠져 사람만 베려고 악을 쓰는 검수들의 모습에 한차례 실망하며 생각했었다.

       차라리 이럴 거면 검법 이름을 사일(射日)이 아니라 사인(射人)검법으로 바꾸는 게 나은 게 아닐까 하고.

         

       – 지들 아이덴티티 지킬 거면 하늘에다 창이라도 날리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지. 하여튼 이름만 거창해선.

         

       허나 말이 쉬울 뿐, 사람의 몸으로 어찌 태양에 닿겠는가.

       파괴의 몽둥이란 미사일조차 성층권밖에 가지 못하는데.

       하여 검법 이름과 달리 사람만 베는 건가 싶더라.

         

       당시 이한은 잠기운 때문에 이상한 상상이나 한다며 자조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설마 실천하게 될 줄 몰랐지.’

         

       상상만 했던 일을 실천하는 순간 그건 더는 상상이 아니게 되는 법.

         

       이한은 지금 이 순간 관일(貫日)을 재현하려 했다.

         

       무식하다 못해 그밖에 못 하는 방식으로.

         

       “끄으으윽!”

       “좀만 더 기합을 넣어, 노예야.”

       “노, 노예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불리기 싫으면 잘 좀 해 봐.”

       “아아아악!!”

         

       비명처럼 악을 지르는 마법사.

         

       오드왈 버나드,

       마법학부의 교수가 공중으로 나무를 띄었다.

         

       600kg 질량 덩어리를 공중으로 띄우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비현실적인 광경.

       왜 마법사가 단신으로도 전장의 공포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허나 아무리 염동력이 강할지라도 한계는 있는 법.

       마력은 무한하지 않았으며, 저만한 무게를 들고 세우는 것만 해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허나 이한은 놈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는 상관치 않으며 물었다.

         

       “공기의 저항력을 최대한 없앴겠지?”

       “수, 술식은 적어 놨다! 인챈트도 무려 세 개나 넣었단 말이다!”

       “겨우?”

       “!!?”

       “모자란 녀석.”

       “이이! 겨우 10일만 주고 어떻게 다섯 개 이상 인챈트를 하란 말이냐!”

         

       이한이 한 요구는 많았다.

       물체의 내구력 강화와 공기 저항력, 그리고 돌파력 증가 및 화염 마법 추가 등등.

         

       그야말로 아예 결전병기를 뚝딱 맞들어내란 것과 동등한 발언.

         

       허나, 이는 왕국의 어느 마법사를 데리고 와도 난색을 표할 명령이리라.

       애초에 물체에 걸 수 있는 인챈트의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러니 단 10일 만에 3개의 인챈트를 건 오드왈의 실력은 분명 비범한 것이 분명했고, 그 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따름이었다.

         

       고생의 증거로 안 그래도 노안이 심했던 오드왈의 얼굴에는 검버섯이 다 피어날 지경이었으니.

       20대 남자라고 믿을 수 없는 몰골이었다.

         

       허나.

         

       “뭐, 이게 최선이라면 어쩔 수 없지. 쓸모없는 노예 같으니.”

         

       그에게 주문쟁이의 고생은 알 바 아니었지만.

         

       “!?!!”

       “시끄러 이 자식아, 내 집중 흐트러지면 너부터 조진다.”

       “이익…!”

         

       쓸모없는 주문쟁이의 발악 따윈 가뿐히 무시하며 그는 오로지 하나의 대상을 향해 집중력을 높였다.

         

       ‘가진 걸로 해본다.’

         

       이한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바보짓을 하지 않았다.

       하니 마련된 준비물로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뿐.

         

       갖추어진 것은 탄알.

       그리고 왕녀에게서 뜯어낸 다량의 화약을 채워 넣은 발리스타에만 집중한다.

       실상, 이토록 거대한 발사체를 때려내어 하늘 높이 튕겨낼 발사대는 왕국에도 없기에 이 시도가 성공할지 누구도 모른다.

         

       허나 이한은 믿었다.

         

       자신의 ‘튼튼한 몸’을.

         

       이한은 지금부터 거대한 발사체를 타격할 공이가 되어야 했다.

       아무리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그일지라도 이런 묵직한 걸 찰 엄두는 내지 못한다.

       부수면 부수었지, 저 연약한 걸 안 부수고 어떻게 던질 수 있으랴.

         

       그러나 지금은 가능하다.

       염동력으로 코팅된 이상 마냥 불가능은 아닐 터이니.

         

       ‘밀어 친다!’

         

       밀어치기.

       때리거나 부수는 게 아닌, 물체를 밀어낼 뿐인 타격기.

       원래는 손바닥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한은 발을 썼다.

       팔의 근력보다 다섯 배 이상의 근력과 파괴력을 지닌 각력.

       그리고 전신 무게 이동을 이용한, ─경의 한계를 시험한다.

         

       우두둑!

         

       자칫 다리가 터져나가지 않을까 싶은 소리가 났지만, 지금은 무시한다.

         

       후우욱!

         

       발끝의 응축된 힘과 원심력, 그리고 평범한 인간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육감과 직감의 도움이 더해지며 발차기는.

         

       쿠우웅-!!

         

       거대한 발사체를 밀어낼 거력을 발산했다.

         

       물론.

         

       푸화악!

         

       오른쪽 다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라 할지라도 저만한 발사체를 날리는 데 희생이 없을 수는 없는 법.

       다리 한 짝이 피로 물들었고, 이한은 순간적인 고통에도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고통을 즐기는 변태여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화아아!

         

       “잘 날아가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직감했기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지.

         

       후우웅-!

         

       발리스트가 창던지기용 창처럼 날아간다.

       마법적 처리를 가미한 통나무 창은 온전한 상태로 먹구름까지 닿았고, 기어이.

         

       푸우우욱!!

       콰지직!

         

       [[—-!!]]

         

       거인의 손목 부분 중앙을 정확히 꿰뚫으며 그의 창은.

         

       “펑.”

         

       콰아앙!!

         

       이한의 장난스러운 도발에 타이밍을 맞춘 듯이 그대로 폭발했다.

         

       전심전력의 힘을 담아둔 창은 그의 힘을 온전히 머금고 있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폭탄이 되기에 충분했으니.

         

       추가로.

         

       화르르륵!

         

       폭발한 창 내부에 있던 막대한 양의 화약에 불이 붙어 거인의 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관일창.

         

       이한의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간 창날이 태양 대신 마물을 꿰뚫었다.

         

         

         

         

         

       “저, 저게 무슨….”

       “…세상에.”

         

       지상에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전설상에 존재하는 거인과 악마.

       그들을 멸살했다고 전해지는 기사왕과 사자왕 등은 거인과 악마를 단번에 반으로 갈랐다는 전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이를 실재하는 얘기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한데 지금은….

         

       ‘그 전설이 사실이었나?’

         

       자이언트 킬링.

       그 전설은 사실 허구의 얘기가 아니라, 실존하는 얘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전승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마냥 멍하였다.

         

       그리고 주목한다.

         

       자이언트 킬링의 전설을 보이는 어느 기사의 모습을.

       콜로세움 중앙에서 굳건히 서있는 그를 말이다.

         

       기사는….

         

       “음, 곰순아.”

       “네, 네에!?”

       “당장 사람들 대피하는 것 좀 도와라. 조교 녀석이 지금쯤 사람들 다 대피시키고 있을 거긴 한데, 그놈만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 같거든. 검술학부 애들 다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다 빠져나가게 해, 알겠냐”

       “예예?”

       “쩝, 역시 이 정도론 턱도 없나 보다.”

       “??”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고, 레비 폴트는 저게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끔뻑였다.

         

       처억.

         

       “봐라.”

       “……아.”

         

       그는 설명하는 대신 직접 보는 게 나을 거라며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레비 폴트는 왜 그가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했다.

         

       꾸물…꾸물…!

         

       믿기 힘겨웠지만 거인의 팔은 불타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재생되고 있었다.

       또한.

         

       [GR-RR-!]

         

       여전히 ‘소환’되는 중이었다.

         

         

       ……끔찍하게도 말이다.

         

       * * *

         

       “대피하십시오, 대피! 멍 때리지 말고 대피하라고 이 평민 놈들아!!”

         

       귀족우월주의가 만연한 데미안 폴렛이었지만, 사상과 말이 험한 것과 달리 하나의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노예 조교는 열심히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중이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대피시켰고, 도중 몸을 가누기 힘든 임산부와 노인을 직접 엎거나 안은 채 밖으로 이동시켰다.

       몸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대로 놔뒀다간 피해자가 얼마나 속출할지 모르기에.

       그러며 생각한다.

         

       ‘진짜 그 양반 말대로 됐잖아!’

         

       전날, 정신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던 교관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데미안 폴렛은 10일전이 떠올랐다.

       갑작스레 그를 비롯한 마법학부 교수 오드왈을 데리고 와서 명령을 내렸을 때를 말이다.

         

       – 평가일 마지막 날, 어디에선가 마물이 나타날 예정이다. 그러니 너희는 온몸을 바쳐 날 도울 준비를 해라.

       – …약이라도 하셨습니까?

       – 미친놈 같으니.

         

       솔직히 그때만 해도 데미안이나 오드왈이나 미친 헛소리인 줄 알았다.

       저 사람이 헛소리를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저 그들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

       해서 데미안은 놀리듯 말했었다.

         

       – 그럴 거면 차라리 학장님이나 왕성에도 알리시죠? 마물이 나타난다고.

       – 이미 보고했다. 그런데 놀 짖는 소리하지 말고 꺼지라더군.

       – …이미 했구나.

         

       교관이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구나 싶었다.

       이미 보고를 올렸었다니.

       미친 짓도 이렇게 해야 ‘진짜’ 소릴 듣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 아는 지인을 통해 오러 유저를 보내 달라 요청했지만, 하필 오러 유저들 모두가 자리를 비운 상태더군. 발타르 그레이스의 경우는 왕을 지켜야 하기에 왕성을 벗어날 수 없고.

         

       – …….

         

       오러 유저.

       초인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더는 이를 미친 짓이라 주장할 수가 없었다.

       교관은 어디까지나 진지했고, 진심으로 평가일 마지막에 마물이 나타나리라 확신하며 안광을 빛내었다.

         

       –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 한다.

       – 우, 우리가요?

       – 내가 왜…?

         

       데미안과 오드왈은 물었다.

       아니,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냐고.

         

       그러한 물음에 교관은.

         

       – 어차피 너희 목숨 내 거잖아? 그럼 마음대로 좀 써도 되지 뭐.

         

       …인성이 의심 되는, 아니 정말 그들을 무슨 범죄노예 취급하는 발언을 내뱉었고, 그들은 화병이 날 뻔했다.

         

       – 아, 아니! 그래도 왜 우리가, 아니 교관님이 나서십니까! 교관님이 언제부터 그렇게 영웅심에 심취한 사람이었습니까?!

         

       데미안은 울화가 터져 두들겨 맞을 각오를 되새기며 소리쳤다.

       그가 아는 교관은 그토록 영웅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단순히 인성 터진 인간이었으니까.

       한데 왜 이리 자기희생적인 행보를 한단 말인가?

         

       어울리지도 않게!

         

       그렇게 맞을 것을 대비하며 눈을 질끈 감는 데미안이었으나.

         

       – 애들은 살려야 하잖아.

         

       – …예에?

         

       그는 뜻밖에도 화를 내는 대신 짜증 어린 투덜거림을 내뱉을 뿐이었다.

         

       – 윗대가리 새끼들이 증거가 없으니까 내 말을 못 믿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도 도움을 안 주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 애들만이 아니라, 그날 우리 애들 구경 올 애기들까지 다 초상날지도 모르는데….

         

       – …….

         

       – 그래, 너희 말대로 이건 가능성일 뿐이겠지. 그냥 내가 미친 걸지도 몰라. 괜한 걱정을 하는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말이다, 아니면 어쩔 건데? 진짜 그날 마물이 나타나면 누가 책임질 거고, 누가 그 애들 도와줄 건데?

         

       – …….

         

       – 그래, 없어. 없다고, 시발…! 누구도 손해 보면서 도와주기 싫어한다고, 그럼 어쩌겠냐? 내가 움직여야지.

         

       – …어, 어째서입니까.

         

       데미안의 물음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왜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과대망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싸우려고 하는가?

       그 이유가 데미안은 궁금했고, 교관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

         

       – 그 명분 타령 하는 윗대가리 새끼들처럼 사람 목숨 숫자로 보기 싫어서 움직인다, 왜!

         

       – …….

         

       …데미안은 압도당했다.

         

       화려한 언변도 아니고, 무언가 타당한 논리나 명분도 없는 그저 무식할 정도로 진솔한 발언에 불과하다.

         

       한데 어째서일까?

         

       저 괴변에 그의 가슴이 들끓는 것은.

         

       그리고 데미안은….

         

       –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그리 되물었고, 교관은 처음으로.

         

       – 데미안 폴렛, 네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라. 나와 주문쟁이는 싸울 테니.

       – 아, 아니 난 왜….

       – 닥쳐, 이 주문 노예 새끼야!

       – …….

         

       데미안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제발 도망치라고, 좀!!”

         

       하지만 막상 실제상황이 터지니 입술이 다 굳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씨이, 이름 불러준 게 뭐라고!’

         

       데미안은 자신조차 왜 이토록 열심히 움직이는지 몰랐다.

       그저 교관이 그에게 불어넣은, 기사도와는 다른.

       어딘지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옳게 가야 할 신념이 그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움직이게 하였다.

         

       그리고 데미안이 느끼는 기사도와 다른 이 신념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들에겐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으리라.

         

       이한이 억지로 불어넣은.

         

       누군가에게 기대지도, 이유나 명분을 쫓는 게 아니며,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하기에 어떠한 이익도 없지만.

       어느 때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자신의 삶이 당당하다 외칠 수 있으니…!

         

       이를 보고.

         

       “아, 좀! 발등에 불나게 도망가라고!”

         

       -협의(俠義)라 하였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