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
“흠…”
드워프들은 길가를 지나가는 마차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마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앞에 마차를 끌 말이 없음에도, 앞으로 가고 있었다.
“마도공학마차인가.”
“뒤에 노출된 부분을 보면, 증기기관을 이용한 것 같군.”
다시 마차를 보니, 후방에 증기기관 장치가 있었다.
그곳에서 얻은 동력으로 마차는 말 없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미 민간에서도 사용중인 걸까? 아니면…”
“시험용으로 제작 된 것 같은데.”
“…증기 기술은 확실히 제국이 앞서 나가는군.”
기술 만큼은 왕국이 항상 우위에 있었다.
이는 지금도 일부 분야에서는 통용되고 있었지만.
새로운 기술들에서, 뵈른 제국은 여러 시도를 하며 앞서 나가고 있었다.
“…시간만 지난다면, 곧 따라 잡을 수 있겠지.”
“슬슬 돌아 가자고. 너무 오래 있었어.”
“그러지.”
멍하니 길을 지나가던 증기자동차를 바라보던 드워프들은 걸음을 돌렸다.
점심도 먹었고, 증기자동차의 구경도 했으니 슬슬 돌아갈 생각이었다.
-쿵!
“?”
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으아앙!”
어린 아이는 길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고, 그 아이에게 부모로 추정되는 이가 달려가고 있었으며, 증기자동차는 옆 건물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
“어이쿠.”
“…”
세계 최초로 벌어진 자동차 사고.
그리고 그 역사적인 현장에는, 드워프들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어린 아이는 놀라긴 했어도 다치진 않아 보였다.
마차를 몰던 이는 벽에 닿기 전에 뛰어 내린 모양.
마치의 옆에 엎어진 채로, 벽에 박혀있는 마차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안 다쳤으면 된 거지.”
“그렇지 뭐.”
이후로 복귀한 그들은,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근데, 그 소식 들었습니까? 마차 사고가 났다던데.”
“아, 그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활용한 마차 말하는 거면, 직접 보고 왔소.”
“아…그럼 다친 사람은…”
“사상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다행이지 않소?”
“다행…이군요.”
대화를 나누던 중, 몸을 숙이며 작게 물어보는 제국 연구원.
“근데, 그, 마도기계에 마력을 활용해 돌렸다는 게 어떤 말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뭐, 부족한 마석의 출력을 보조하기 위해 마력을 흘려넣어 준 거요. 그게 다지.”
“그럼…흘려 넣는 건 그…사람의 마력을 뽑아 내서 쓴 게 맞습니까?”
“마도구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오.”
“사람을 죽여서 마력을 뽑아 쓰는데, 이를 아무도 문제삼지 않은 겁니까?”
“…?”
“…?”
서로의 대화가 어긋나고 있었다.
“죽인다니…? 바보같이 무리해서 탈진하는 이는 있었어도…”
제국에서는, 흑마법사들이 사람의 마력을 추출해 내어 마석으로 가공하는 게 문제가 됐기에, 마도기계에 마력을 흘려넣는 게 금기시 됐다.
그렇기에 인간의 마력을 마도기계의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혐오하게 됐고, 제국에서도 제재했다.
반면 스톤게르트 왕국은 안전하게 마력을 추출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내 신체의 마력도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었고, 큰 문제 없이 드워프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신체의 마력을 동력원으로 쓰기 위해, 사람을 죽이거나 한 이들이 없었단 말입니까?”
“그게 무슨소리요?”
제국 연구원의 설명을 들은 드워프들이,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미친 흑마법사 새끼들.”
***
맥콜슨은 여전히 마석동력갑옷의 설계에 집중하고 있었다.
“단 5분 만이라도 늘릴 수는…차라리 장갑이나 기능을 덜어내면…”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계도를 찢는다.
“장갑을 덜어내면, 기능을 덜어내면 의미가 없잖아! 젠장, 마석의 수율만…”
멋있으니 됐다. 라는 가슴을 울리는 대사를 말하던 이전의 그와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
브라운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 자신의 설계에 집중했다.
‘음…’
쇼트 리코일 방식의 화기.
간단한 구조의 권총은 설계했다.
이후로 남은 것은, 테스트를 통해 실제로도 작동 하는 지 확인 하는 것.
다음은, 자동, 혹은 반자동 화기의 설계이다.
‘어떤 구조로 만들지인데.’
쇼트 리코일 방식을 활용한 맥심 기관총과 반자동 화기들.
혹은 아예 가스 작동식으로 설계하는 것도 고민 해 봤다.
‘되려나.’
최종적으로 가려면, 가스 작동식의 설계가 맞을 것이다.
다만, 이를 도입할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군부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가격과 생산이 용이한지도 고려 해 봐야 되기 때문.
당장의 기술로 구현까지는 가능하다고 해도, 결국 대량 생산이 어렵거나 비용이 비싸다면 도입은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병사용 화기는 이미 볼트액션 소총으로 도입되고 있었다.
군부는 당장 화기를 교체할 생각도 없을 것이고.
‘우선은 기관총부터…’
그렇기에 브라운은 지원화기를 우선 설계하기 시작했다.
형태와 구조는 맥심기관총과 같은 쇼트 리코일 화기로.
군부가 병사의 화기 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어도, 화력 지원 화기엔 관심을 가질 거라 기대하며 설계했다.
“…저…선배님?”
그런 그에게, 후임이 찾아왔다.
“워렌? 무슨 일이지?”
“저번에 부탁하셨던겁니다.”
후임의 손에는, 레버액션 산탄총의 모형들이 들려 있었다.
이전에 하나 더 부탁했었기에, 다른 모형 두개가 후임의 손에 들려 있었다.
“고마워.”
브라운은 그중 하나를 받아 들고 시험 해 봤다.
“음…”
그는 우선 한 산탄총을 집어들어 확인했다.
하나는 크기를 작게 줄이고 레버부분을 키워 한 손으로도 장전이 가능하게 만든 형태.
돌리는 맛은 있었다.
다만, 말을 타면서 이를 한 손으로 돌려서 장전할 수 있을지와, 8게이지 탄을 견착도 없이 한 손으로 쏘는 게 가능할지가 문제다.
잠시 이를 고민하며 모형을 돌리던 브라운은, 다른 화기도 집어 들었다.
총열의 길이는 줄였어도, 개머리판이 달려 있어 견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레버를 조작해 장전도 빠르게 할 수 있고.
물론, 이를 장전 하려면 양 손으로 총을 쥐어야 겠지만.
적어도 작은 화기보단 더 안정감 있었다.
‘뭐가 더 좋으려나.’
브라운이 고민하는 동안, 군부에서는.
“푸르릉!”
“어억, 억!”
리볼버의 격발 소리에 놀란 말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말을 타고 있던 이가 버텨 보려 했지만.
“윽!”
결국 떨어졌다.
“역시 총소리에 말이 놀라는 구만.”
“저거, 내 리볼버일텐데. 쯧. 흠집이라도 생겼으면.”
장교들은 그 모습을 확인하며 혀를 찼다.
기마병에게 총을 쥐어준다면 어떨 지 미리 확인해보고자 시험을 해봤지만.
말들이 총성에 쉽게 놀라는 게 문제였다.
이에 기마병들이 낙마 하기도 했고, 실전에서는 문제가 될 게 분명 해 보였다.
“그래도 저 말은 멀쩡 해 보이는데.”
그래도, 총성에도 놀라지 않는 말이 있었다.
기마병을 위에 태운 채로, 유유히 시작점으로 복귀했다.
“이놈은 좀 다르군.”
“자네, 뭘 했길래 말이 총성에도 안놀라나?”
“따로 뭘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는 이 말은 저번 전쟁에도 참전했던 놈이라.”
“그런가?”
“아마 총성에 익숙해 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오호…”
장교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말들이 총성에 놀라지 않게 할 힌트를 얻은 듯 보였다.
“고생했네. 리볼버는 이리 주게.”
“…옙.”
본래 리볼버는 고위 장교, 혹은 제국의 고위층들에게만 허락된 화기.
잠깐이지만, 이를 만져 볼 수 있었던 병사는 아련한 표정으로 장교의 품으로 들어가는 리볼버를 바라봤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레버액션 화기의 모형을 만지며, 브라운이 후임에게 물어봤다.
“개머리판 달린 레버액션 산탄총이 실전에서 쓰기엔 더 편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말 위에서 양손으로 조작하는 건.”
“숙련만 된다면, 달리는 말 위에서 양손으로 사격 하는 것도 문제 없을 겁니다. 산탄총이니 명중률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테고.”
“알았어.”
후임과 대화를 나누며, 옆에 모형을 두는 브라운.
잠시 그의 탁자를 바라보던 후임이 물었다.
“근데, 이건 어떤 화기인 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 이거?”
설계도를 보며 브라운이 답했다.
“반동으로 알아서 장전되는 화기지. 당장은 초안만 그려 둔 거고, 이제 본격적으로 설계를 할 생각인데.”
“그럼, 게틀링건보다 개선된 거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지.”
손잡이를 돌려 탄을 쏘는 게틀링건.
많은 총열을 필요로 하는 데다가, 무게도 제법 나간다.
빠른 연사력은 장점이지만, 총의 가격에서 총열이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걸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그럼 게틀링건의 시제품 생산은 취소 하겠습니다.”
“아니야. 시제품의 확인은 해 보자. 그리고, 이 화기의 설계를 도와줄 수 있을까?”
같이 계산하면서 만든다면, 더 빨리 설계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의 물음에 후임이 답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그래. 우선 이 화기의 원리는…”
그는 후임에게 화기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그럼 노리쇠가…”
“그렇지.”
“그럼 무게를 줄이면 연사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겁니까?”
“그렇긴 한데, 장단점이 있지. 아무튼…”
“반동으로, 총열과 노리쇠가 같이 뒤로 밀리다가…”
후임은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질문을 했다.
브라운은 그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줬다.
그러던 그들에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이 끝났어요!”
신문을 흔들며, 외치는 다른 후임.
“?”
“음…”
“어느 쪽이 이긴거야?”
“연합군이래요!”
전쟁이 끝났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는 브라운은, 쉽게 기뻐할 수 없는 소식이었다.
오늘도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