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7

    책상위에 산처럼 쌓인 담배꽁초를 한데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쓸 부분과 쓸 수 없는 부분을 나눈 부산물이다.

    루크는 그렇게 담배잎을 그러모아 쌓아둔것을 손수건 위에 올려놓는다.

    모아놓고보니 한 주먹정도다.

    어린아이의 주먹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결코 만족스런 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필루스는 안그래도 머금은 마력이 적고, 불순물을 정제하고나면 양은 더욱 줄어들고 말 것이다.

    루크는 그것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린다.

    최소한 더러움은 닦아내는것이 기본이므로.

    젖은 담배잎들은 2서클의 특권, 불과 바람을 이용한 마법현상으로 말린다.

    “흐음…….”

    루크는 빤히 담배잎들을 바라본다.

    어떤 종류의 불순물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살짝 입에 대어보기도 한다. 

    그렇게하면서 어떻게 가공할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본다.

    ‘필루스는 본래 마시는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력초이니…….’

    필루스는 비말흡수에 가장 탁월한 형태의 마력을 띈다.

    소화기관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마력이 미약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순수하게 담배의 질을 높인다, 그 편이 좋을 듯하다.

    ——–

    연금술을 역산하여 본연의 재료를 얻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해서 그것이 반드시 그것을 분리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금술은 비가역적이라서, 이미 변형된 구조를 다시 뒤틀어 빼낸다는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므로.

    게다가 지금은 그저 평범한 가정집, 전문적인 연금술 기구조차 없는 이 빈약한 환경에서 행해지는 정제, 분리작업은 과거에도 해본적 없는 일에 속했다.

    애초에 이토록 부족한 삶에 놓여진적이 없었고, 그의 주변엔 항상 전문적인 환경이 준비되어있었으므로.

    하지만 없는것을 탓해봐야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루크는 찬장을 뒤져 도구로 쓸만한 물건들을 꺼냈다.

    계량컵, 주전자, 손수건, 냄비등…….

    그래도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루크는 오른눈을 감고는 최대한 집중하여 마력이 가장 많이 담겨진 마력초를 분류했다.

    한동안 눈을 부릅뜨고 분류하던 루크는, 금세 눈이 피로해지는것이 느껴졌다.

    겨우 분류작업을 마친 루크는 그것들을 주전자에 넣고 주전자에 열을 높였다.

    이제 루크에게 대상의 열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일부러 자리를 옮길 필요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편한 일이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는것도 잊지 않는다.

    연금술을 하는 작업실은 언제나 환기가 중요하다.

    부산물이 많이 나오는 연금술의 역산작업이라면 더욱.

    그는 그것이 끓는동안 자신의 금빛으로 빛나는 눈가 주위를 만지작거리며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한쪽만으론 답답하긴 하구나.”

    있던것을 잃어버리니 여간 불편한것이 아니었다.

    신경쓰지 않으면 마력시를 사용할수도 없다니.

    과거엔 그저 두 눈으로 세상을 보기만 하여도 사물의 마력의 본질을 깨닫는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루크에게 현재 없는것중에 가장 아쉬운것을 꼽자면, 고작 연금술도구가 아니라 다른쪽의 마력시였다.

    “하하, 역시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인가.”

    하나라도 남은 것에 감사를 보내진 못할망정, 욕심을 부려선 안되리라.

    루크는 조금 눈을 쉬게 해줄 겸,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드는 생각들.

    자신이 어째서 이런 몸이 되었는가.

    자신이 어째서 자신의 최후를 기억할 수 없는가.

    자신이 어째서 5000년이나 지난 지금 눈을 떴는가.

    ‘환생……?’

    루크는 그런 개념을 부정해왔다.

    세상에 불멸하는것은 없다.

    그것은 영혼도 마찬가지.

    죽음은 온전한 죽음, 새로운 삶을 얻는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무려 대마법사인 자신이 직접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친 뒤에 내린 의견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루크는 ‘불멸하는 것’을 연구해왔었다.

    그것은 분명 끝에가서는 혼자남을 레니에를 걱정한 것이었다.

    결국 실험은 하면 할수록 루크가 생각하는 ‘불멸’은 불가능하다는 결과만이 나타났지만.

    역시 레니에처럼 세계의 규칙을 관장한다는 신의 힘을 빌리지않고서는 불가능한…….

    “윽……!”

    루크는 갑자기 느껴지는 두통에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눌렀다.

    -루크,……?

    그러자 파이가 걱정된다는 듯 물어온다. 그것은 분명 괜찮냐는 물음이리라.

    괜찮다고, 걱정할거 없다고 살짝 미소를 지어주니, 그제야 안도하고 상태를 안정시키는 파이.

    그런 정령을 보며, 루크는 왠지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정령을 직접 보는것은 루크에게도 처음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기시감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당장 떠오르는건 마땅치 않다.

    그저 착각인가?

    ‘아니, 그럴리 없다. 이건…….’

    부글부글, 마력초를 담아둔 주전자가 끓는 소리가 들렸다.

    ‘이크, 일단은 작업에 집중해야지.’

    루크는 정제를 속행했다.

    적어도 예르나가 오기 전까지는 정제를 마쳐야 하지 않겠는가.

    ———-

    “후우……. 피곤하네.”

    역시 퇴근이 최고다.

    이번 웨이브는 몬스터의 수준이 낮아 방어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아 특별히 피곤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퇴근은 이런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오늘 밤을 새기도 했고.’

    뭐, 한숨도 자지 않고 하루종일 웨이브를 막아낸 것 치고는 꽤 쌩쌩한 편이다만.

    루크의 차 때문일까? 그리 생각하니 괜히 또 아침의 차가 떠오르고 만다.

    굉장히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자신을 감싼 느낌.

    그 감각은 꽤 기분이 좋기도 했고.

    “그나저나…….”

    예르나는 휴대폰을 꺼내 루크가 오늘 돌아다닌 장소를 확인했다.

    루크의 휴대폰에 위치추적을 연동시켜두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한번 잃어버렸었던걸 생각해보면(사실 잃어버린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걱정했을 뿐이었지만) 아이는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미래를 대비하자는 용도였다.

    “음, 오늘은 제라드씨라도 만난걸까.”

    루크의 경로에 마력발전소가 찍혀있었다.

    예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도 혼자서 집을 나와서 마력발전소에 갔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크는 정말 너무나도 마법사가 되고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현직 마법사인 제라드에겐 물어보고 싶은게 많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또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얘 엄청 많이 돌아다녔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그 탓인지, 루크도 아주 많이 돌아다닌 것이 보인다.

    피곤하지는 않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을하다보니 또 자신이 루크를 걱정하고 있다는걸 깨닫고만다.

    ‘으, 그만하자. 그만.’

    걱정이 너무 많다.

    시에나에게도 들은 말이고, 다프네에게도 들은 말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걸 어떻게 해.

    이번에도 또 그런일이 벌어지게 두고싶지는 않은걸.

    그래도 생각해보면 루크가 걱정을 시키는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라, 납치에, 감금에, 인체실험에…….

    지금은 기억을 잃어서 아이다운 순수함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루크는 기억이 돌아온 그때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글쎄…….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보고 걱정을 안하면 그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예르나는 후우, 하고 숨을 고르고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내며 문을 열었다.

    벌컥.

    “루크, 언니왔…….”

    멈칫.

    문을 열자마자 집안 가득히 퍼져있는 묘한 향기가 그녀를 맞았다.

    이 냄새는 분명……!

    “아, 예르나. 왔는가?”

    루크의 시선이 들어온 예르나를 향했다.

    거기서 예르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예르나의 눈에 보인것은 루크가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이었으니까.

    그녀는 비명처럼 외쳤다.

    “루, ㄴ, 너……! 다, 담배 그거 어디서 났어!?”

    “아아, 이거 말인가? 직접 만들었다만.”

    “ㅁ, 마, 마, 만들었다고??”

    “그렇다네, 이곳의 담배는 죄다 불량품뿐이라, 만족할만한 효과를 내지 못하겠더군. 만드느라 꽤 애먹었지.”

    “…….”

    루크의 당당함에 예르나는 완전히 얼이 나가버리고 만다.

    ‘루가 다, 담배를 피우…….’

    털썩, 쓰러지려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이마를 짚는다.

    정신이 나갈것만 같았다.

    실제로 다리가 살짝 휘청거리고 만다.

    “대체…….”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게 무슨 말인가?

    그건 과거에도 피워본 적 있다는 말이 아닌가?!

    예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자아낸다.

    “루, ㄴ, 너 담배도 피우니?”

    “그게 이상한가?”

    “맙소사…….”

    도리어 뭐가 이상하냐는 듯 물어오는 루크의 말에 머리가 핑글 돈다.

    그야, 당연히 아이는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게 상식…….

    ‘아.’

    루크에겐 상식이 부족했다.

    그야, 잘못된 것을 알려줄 어른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때문에 루크도 자연히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하루이틀 피워본게 아닌지, 자세도 아주 본격적이었다.

    예르나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열심히 고민하는 중, 루크는 그런 예르나의 반응이 그저 놀라움과 피곤함 탓이라 여겨 겨우 제작한 다른 한개피를 건네며 말했다.

    “자, 내가 완벽하게 정제한 것일세. 부작용도 없지. 어떤가?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피로가 풀릴게야. 효과는 확실한 것일세.”

    확실한 효과라……. 아무래도 그냥 담배가 아닌 모양이다.

    직접만들었다는 말도 마음에 걸린다.

    ‘설마……!’

    저건 그냥 담배가 아니라 마약같은것인가?

    “루크!!”

    탁!

    예르나는 그것을 곧바로 쳐낸다.

    “……!”

    루크는 그런 예르나의 반응에 크게 놀랐다.

    저걸 만드느라 거의 반나절을 고생했는데, 그 노력의 산물이 은인의 눈앞에서 부정당한 것이니.

    루크가 손에 들고있던 담배도 황급히 빼앗아서 손으로 비벼 끈다.

    루크가 ‘이것은 아주 깨끗하게 정제해서 성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낮췄느니’하는 헛소리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래봤자 담배잖은가.

    예르나는 빼앗은 담배들을 곧바로 부엌쪽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러 가져갔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산처럼 쌓인 수많은 담배꽁초를.

    그걸 보니 이제는 아예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다.

    대체 얼마나 피운건가,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게 아주 참담한 심정.

    그러고보니 쓰레기도 최근엔 루크가 집안일을 돕는다며 스스로 버리는지라 이런건 전혀 볼 수 없었다.

    예르나는 중얼거리는듯이 말했다.

    “언제부터야.”

    “……예르나? 대체 왜 그러는가?”

    “바른대로 말해.”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루크는 조금 긴장하고 말았다.

    밑도 끝도 없이 언제부터냐니.

    루크는 조금 생각해보고는 역시 이런 형태의 담배는 처음이기에 말했다.

    “……오늘이 처음이네만……?”

    “거짓말 마.”

    “정말일세, 이런 형태는 처음…….”

    예르나는 루크의 말을 끊으며 싸늘하게 대답했다.

    “루, 나는 거짓말을 아주 싫어해.”

    “ㅈ, 정말일세!”

    “그래……. 그렇단 말이지…….”

    예르나는 정말 그러고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르나는 루크를 붙잡는다.

    과거가 어땠든, 이제는 루크는 평범한 아이의 삶을 살아가야하니까, 이것은 보호자로써 반드시 행해야할 체벌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혼났네요…..

    효과는 완벽했는데…..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