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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 * *

       

       

       

       

       베라게드로이츠의 성화에 못 이겨 바르샤바의 병원에 입원했다.

       

       말이 입원이지 베라게드로이츠가 눈에 불을 튀기고 있어서 그냥 감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뭐.

       

       이곳에서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군대에 의해 철저하게 호위를 받는 중이다.

       

       운게른도 바로 근처에 있고, 외교부 차관 세르게이 사조노프는 같은 급인 가브리엘 나루토비치와 만난 모양이다.

       

       그리고.

       

       팔자 좋게 누워있는 내 앞에 총통이 나타났다.

       

       나는 죽을 뻔한 피해자 입장에서 대놓고 편히 반은 누운 자세로 피우수트스키 총통에게 대응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보시다시피 좋네요? ‘우연히’ 폭발을 피할 수 있었죠.”

       “크흠. 죄송합니다. 그렇게 단속했는데. 범인은 반러 우익세력입니다. 여관을 호위한 군인 중에도 공범이 있었고, 알아보니 뒤에 독일출신 공산주의자가 폭탄을 주었다는군요.”

       

       

       그걸 총통이 직접 알려주다니. 참 감개무량하네.

       

       적어도 이 사람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그러면서도 폴란드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독일이 뒤에 있습니까?”

       “그건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조사는 하고 있습니다만, 범인과 공범들에게 폭약을 넘긴 독일 공산주의자가 이미 사라졌습니다.”

       

       

       독일 정부와 관련된 인물.인 것 같지는 않은데.

       

       적어도 이 갑자기 정해진 차리나의 폴란드행에 대놓고 암살을 노리고 독일 공산주의자를 밀어 넣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미 독일은 폴란드 내부에서 혁명을 일으키려고 각을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나를 어떻게 해보려 한 것은 폴란드에 침투한 독일 공산주의자 놈들이 즉흥적으로 벌인 일일 테고.

       

       흠. 이러면 폴란드도 전쟁에서 꽤 고생하겠다.

       

       공산 독일의 무서움은 나치 독일과는 다를 테니까. 그럼 뭐 나라도 좀 적당히 봐줘야 하지 않겠냐.

       

       암살당할 뻔까지 한 내가 자비롭게 봐준다면?

       

       세계는 나를 평화의 상징으로 보지 않겠는가.

       

       물론 겉으로 그렇지. 폴란드는 이제는 독일이란 선택지 없이 러시아의 사냥개가 될 운명이다.

       

       이번 일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폴란드를 다시 점령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이건 뭐 후일 ‘동부’에 한해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 지금은 우리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에게 전부 맡기자.

       

       

       “그 문제는 총통께 맡기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벽에 등을 편히 기대었다.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귀찮다. 이런 거지.

       

       그런데 뭐가 그리 놀랐는지, 나를 바라보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시선이 굉장히 의심스러워 보였다.

       

       주름살이 더 쭈그러질 만큼. 아니, 왜 그렇게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거야.

       

       하기야 죽을 뻔한 사람이 자기 죽이려 한 자의 처벌을 그대로 그 나라 지도자에게 맡기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

       

       원래 피우수트키 입장에서는 내가 방방 뛰면서 당장 그 새끼와 공범들 내놓으라고 날뛰어도 할 말이 없을 테지만.

       

       은혜를 베풀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폴란드 민심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처벌하지 않으실 겁니까?”

       “당연히 범인은 저희가 데려가죠. 이참에 그 우익들 처리해 주세요. 제가 나서면 양파 껍질만 벗기는 수준에서 끝날 테니, 총통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리하셔야 할 겁니다. 그들을 잡지 않으면 폴란드의 국제적 입지는 공산당 마냥 고립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직접 그들을 처벌하면 폴란드 측에서 협조적이지도 않을 테고. 범인은 확실히 우리가 조진다 해도, 총통의 권위는 떨어질 것이다. 

       

       반면에 내가 이걸 온전히 총통의 몫으로 남기면, 이참에 총통은 반러 민족주의자, 우익들을 두들겨 잡을 수 있을 터다.

       

       반러 감정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겠지. 사냥개로서 조금은 더 쓸모 있어진다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자비심 넘치는 황제로 보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폴란드 이놈들 종특을 보면 앞으로도 업보 스택을 달달하게 쌓을 거다.

       

       그때를 노려야지.

       

       그전까지는 적어도 지금 이 남자 앞에서는 웃어줘야지. 사선을 넘는 것이 익숙해 이 정도는 쉽게 용서하는 걸로 보여야 하니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공산당이 침투할 정도면 오흐라나도 가능하지 않겠냐.

       

       수시로 폴란드의 상황을 감시하는 것도 좋겠지. 이건 뭐 따로 베리야든 누구든 시키면 될 거다.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알고 있을까.

       

       폴란드는 이제 목에 목줄이 잡혀있다는 사실을.

       

       

       “그런 사건을 겪으셨는데, 기뻐 보이시는군요.”

       

       

       어떻게 기쁘지 않겠냐.

       

       위험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폴란드행이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거 같이 아프긴 하지만 폴란드를 러시아를 위한 고기 방패로 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가 또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얻을 건 얻어냈다고 본다.

       

       그래. 이번 일로 이 사람은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테니까.

       

       상호방위조약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애초에 그건 러시아인들도 그다지 내켜 하지 않을 테니까.

       

       공산주의를 잡아 죽이는 것은 이제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의 숙명이 되었다.

       

       공산 독일군이 쳐들어오면 러시아인들은 기꺼이 빨갱이들을 갈아버려서 저들의 깃발처럼 새빨간 육편으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상호 방위로 ‘폴란드를 지키기 위해 공산 독일과 싸운다.’이것은 러시아인들이 받아들일까? 심지어 차리나를 죽이려 한 폴란드를 위해?

       

       당장 좆같다고 할 것이 뻔하거든.

       

       상호방위조약은 어디 까지나 폴란드를 자극하기 위한 내용이었을 뿐. 한미상호방위조약처럼 함께 갑시다! 이런 건 아니다.

       

        실제로 여기에 내가 막 바란 건 아니지만 폭탄 테러가 일어났잖아?

       

       러시아의 폴란드에 대한 감정은 더 안 좋아졌을걸.

       

       그러니. 간단한. 표면상의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그러니까. 그저 독일을 상대로 하는 반공 협정 말이다.

       

       적과 아군. 색 구분을 분명히 하자는 것.

       

       이 세계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는 같은 편이 될 것이고. 미리미리 적과 아군은 분명히 갈라야지.

       

       프랑스 꼴 보니 이번 역사에서도 6주 컷. 날 거 같거든.

       

       나치독일급 포텐이 안 터져도 공산 독일만의 특성으로 프랑스를 밟을 거 같으니까.

       

       내가 억지력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그럴 거 같다.

       

       지금 프랑스 꼴 보면 코뮌 때문에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거 같고. 독일이 이탈리아랑 합쳐서 프랑스를 어떻게든 밟을 거 같다.

       

       그럼 여기서 폴란드라도 족쇄를 채워야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거지.

       

       자 봐봐. 저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구겨진 얼굴을.

       

       본인도 지금 느끼고 있을 거다.

       

       총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난을 어지간히도 겪었으니까. 내가 뭔 생각하는지는 알 것이 아닌가.

       

       나는 조금도 가식을 담지 않고 비릿하게 웃었다.

       

       

       “이번 일로 각하께서는 제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실 테니 말입니다.”

       “허. 그럼 설마 다 노린 거란 말씀입니까?”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어떤 미친년이 자기 목숨으로 도박질하겠냐고.

       

       일이 잘됐으니 그나마 하하 거리고 있는 거지. 정말 가능성의 하나로만 봤던 몸으로선 심장이 쪼들렸다.

       

       지금 애써 괜찮은 척하고 있는 거라고.

       

       이걸 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좀 그런데.

       

       

       “그럴 리가요. 그냥 가능성의 하나로 보고 있었죠. 솔직히 폴란드에서 이런 미친 작자들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러시아의 볼셰비키들도 상당한 또라이라 익숙합니다.”

       “허.”

       “자, 그럼, 제안을 받으시겠습니까?”

       

       

       받을 수밖에 없을걸.

       

       여기서 받지 않겠다고 뻗대다가는 정말 세계에서 손가락질받을걸?

       

       애초에 폴란드 취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잖아.

       

       

       “선택지가 없지만, 우리 국민은 러시아군이 다시 폴란드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점은 폐하께서 알아두셔야 합니다. 우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양국의 국민이 가진 감정을 생각해주십시오.”

       

       

       내가 그건 모르지 않지.

       

       나는 손을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 걱정 마세요. 전쟁이 터지면 저희는 폴란드군에 무기만 지원하죠. 상호방위조약은 애초에 그냥 던져본 겁니다. 그냥 전시에 군사 통행권만 ‘사전협의’로 하면 되겠죠.”

       

       

       아마 그게 폴란드 민족주의자세력을 건드린 것이 아닐까 싶다.

       

       말했듯이, 우리 처지에서는 폴란드하고는 상호방위조약을 안 맺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미 오스트리아 쪽도 조약을 맺었고.

       

       인간적으로 우리는 폴란드가 두들겨 맞다가 최대한 독일에 피해를 주고 나중에 폴란드가 거의 점령될 쯤에 러시아 바짓가랑이 붙잡을 때. 그때 도우면 그만이라는 거지. 그렇게 동부를 꿀꺽하면 되고.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그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중에 그걸 수정하기 위해서라도 우익들이나 민족세력을 두들겨 잡겠지.

       

       

       “무기만 말입니까?”

       “그동안 아국은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 발트에 이르는 방어선을 짜면 되니까요. 폴란드에서 막는 것이 제일 베스트지만, 그리도 싫다 하시니 뭐 저희는 무기만 지원하며 폴란드가 최대한 버텨주길 바랄 수밖에요.”

       

       

       결국 폴란드는 우리와 겉으로나마 친하게 지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폴란드가 어디 까지나 우리와 연계하는 모습만 독일에 보여줄 생각인 것이 일단 첫 번째 목적이다.

       

       이건 달성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두 번째로 폴란드가 우리에게 협조적이고 우리의 손을 맞잡고 진지하게 동맹군으로서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당장 내가 죽을 뻔한 것만 봐도 이건 그냥 없는 미래라고 봐야 한다.

       

       그럴 거면 상호방위조약은 더 의미가 없어지지.

       

       도움이 안 되는 아군만큼 두려운 것도 없지. 폴란드군이 그렇게 러시아를 믿지 못한다면. 폴란드에서 독일군을 제대로 막지도 못할 거다.

       

       그럼 아예 뒤에서 방어를 하는 게 낫지.

       

       나라고 안전 불감증이 없는 건 아니다.

       

       폴란드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아이고 우리 러시아가 미안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겠으니 부디 친하게 지내주세요. 라고 설득할 생각도 없다.

       

       차리나, 동로마 황제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당장 바르샤바에서 이런 짓을 당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가. 아마 비슷한 일을 겪을 것이다.

       

       그럴 바엔 진짜 무기만 지원한다.

       

       나름대로 독립하려고 러시아군과 싸우면서 정예화된 폴란드군 아니냐.

       

       최대한 공산 독일을 상대로 버티게 만든다.

       

       실제 역사의 폴란드도 소련이 옆에서 후려쳐서 그렇지. 나치 독일을 계속 물고 늘어져 곤란하게 했으니.

       

       소련이어야 할 러시아가 무기를 최대한 지원해주면 폴란드는 고기 방패 역할을 충실히 할 거다.

       

       그렇게 두들겨 맞다가 수상하게 러시아어를 잘하는 폴란드 군대가 헬프미치면 그때 러시아군 넣으면 되고. 돕겠다는 구실로 그대로 폴란드 동부를 점령하고 독일을 치면 된다.

       

       

       “뭐가 되었든 러시아로선 좋다는 거군요.”

       “우린 잃을 것도 없습니다. 벨라루스는 적군이 먹은 걸 우리가 취하긴 했지만, 굳이 먹어도 의미없는 폴란드를 굳이? 싫다면 저희는 무기만 지원하면 되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국경에 러시아군이 몰려들 겁니다. 특별군사작전 아래에 말이죠.”

       

       

       약간의 협박을 담아 말했다.

       

       전쟁은 없다. 미래의 누군가가 말한 특별군사작전이라는 것이 있을 뿐이지.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죠.”

       

       

       그래. 진작 그러면 좋잖아.

       

       이렇게 폴란드와는 방공 협정을 맺었다.

       

       폴란드는 공산주의 국가를 잠재적 적국으로 삼아 러시아와 연대하는 것. 여기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포함된다.

       

       상호방위조약이 아니라 폴란드는 사실상 독일의 적이라고. 스스로 편가르기를 한 격이다.

       

       물론 폴란드가 전장이 될 테니 이쪽으로서는 무기 지원을 제대로 하겠다는 게 주요포인트다.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꿈은 폴란드-리투아니아 재건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러시아의 지지를 약속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폴란드와의 방공 협정에서 리투아니아 관련 안건은 빠졌다.

       

       애초에 관계개선, 화해 개념이 아니라 내 협박 아래에, 내 주도 아래에 이루어진 방공 협정이니까.

       

       나중에 굳이 지지하네 마네 영국과 이야기 나올 거 없이 여기서 끝내면 된다.

       

       

       ‘폴란드가  차리나한테 폭탄 던질 정도로 싫다고 해서 화해는 안 되고 빨갱이만 싫다고해 방공 협정만 했어요.’

       

       

       세상에 그렇게 알려질 것이다.

       

       

       “말리거나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좋게 보지는 못하겠군요.”

       “아니, 적극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고 싶은가 보네.

       

       왜 이렇게 염치가 없냐.

       

       

       “대놓고 외국 군주를 죽이려고 했으면서, 너무 많은 걸 바라시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먹는 거 말리겠다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알아서 눈치 있게 잘 먹어보라 이거지.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특별군사작전’을 하겠다 뭐 그런 거고.

       

       해볼 테면 해봐! 먹어봐!

       

       우연히 모스크바 출신의 리투아니아인이 리투아니아를 도와달라고 하면 특별군사작전 비스무레한 게 벌어질 수도 있고.

       

       암살 미수 사건이 없었다면 그 정도는 봐줬을 텐데. 쯧쯧쯧.

       

       그러게 진작 받았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폴란드는 어쨌든 나중에 업보를 치릅니다.

    지금은 먹어봐야 독만 되거든요.

    일단 옆 동네 쪽 매니지 PD님과 이야기해서 이 작품은 플러스로 확실해졌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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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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