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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이 년이 확실한 거야?”

        “까마귀들을 불러오는 걸 봤어. 생긴 것도 수배전단에 있던 마법 살해자의 사진이랑 똑같잖아.”

        “그런가? 근데 아까부터 숨을 안 쉬는 걸 보니 죽은 것 같은데. 배에 구멍도 뚫려 있고.”

        “생사가 뭐가 중요하겠어? 이 녀석을 비아지오 님께 데려가면 우린 그걸로 출세한 거라고.”

       

        연금학파의 두 사람은 도로에 나와있는 신호수의 방향 지시를 무시하며 플라멜 가문의 저택을 향해 마차를 몰았다.

        명령 받았던 정보부의 요원은 찾지 못했지만 대신 부르크 하우스의 뒤뜰에서 발견한 것은 쓰러져 있던 아녜스였다.

        마법 살해자는 악의의 층의 모든 학파에 수배가 걸려있는 요주의 인물.

        그녀를 사로잡은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부르크 하우스에 출입도 가능할 터였다.

       

        “뭐야 저놈들은, 저택 앞에 모여 있는데?”

        “오늘 파티가 있는 날이었나?”

       

        그런데 플라멜 가문의 저택으로 향하는 대로에 진입하자 이상함 분위기가 풍겨왔다.

        각양각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들이 담장을 둘러싼 채로 농성 중이었다.

        하나 같이 손에는 위치노트를 들고 있는 모습.

        눈에는 당장이라도 경비들을 때려눕히고 남의 사유지에 무단침입하려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플라멜 가문은 사태에 대해 해명하라!!”

        “은발 영애님을 석방하라!!”

        “쟤들은 다 뭐야?”

        “저 앞에 있는 녀석은 예전에 본 적 있어. 분명 스피카 관의 사감이었는데.”

        “기숙사 사감? 그런 녀석이 왜 66층에 있어?”

        “내가 어떻게 알아? 젠장, 요즘 왜 이렇게 도시 분위기가 흉흉한 거야.”

       

        불야성은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는 복제체들이 구성원의 다수인 만큼 혼돈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는 곳이었다.

        기껏해야 마법 살해자가 밤에 누구를 습격했다느니, 어느 학파끼리의 싸움으로 살롱 하나가 전소되었다느니 하는 소식 정도가 10년 째 매일 아침 단골 뉴스거리였다.

        그러나 뒷골목에서 자신을 해부학파라 주장하는 미친 놈을 만난 밤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부르크하우스에 메테오가 떨어지질 않나, 발디니 가의 가주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지 않나.

        정신을 잃은 마법 살해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모자라 하층에 있어야 할 마법사들이 대거 유입되기까지.

        위화감을 느낀 두 사람은 저택에 들어와 곧장 비아지오를 알현하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집사장으로부터 들은 답변은 ‘그는 현재 다른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쁘다’는 것이었다.

       

        “젠장, 밖이 난리가 났는데 대체 누굴 만나고 있다는 거야?”

        “대충 던져놓고 빠져나가자.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까지 발을 들인 것 같아.”

        “눈치가 영 죽지는 않았구나. 허나 이미 늦었느니라.”

        “헉, 마, 마법 살해자……!”

       

        시신에 덮어둔 포대기가 꿈틀거리며 마차의 짐칸에서 굴러 떨어졌다.

        낡은 천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쏙 튀어나온 머리가 고개를 휙휙 돌리며 저택 내부를 살폈다.

       

        “자네들이 받을 보상은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것에 대한 감사뿐이니라. 그 외에는 처벌이 기다릴지도 모르지.” 

        “처, 처벌?”

        “비아지오 그 작자는 신비의 파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의 내게는 관심이 없을 테니까.”

        “너, 넌 뭐야, 분명 죽은 걸 확인 했다고!”

        “확실히 현상적으로는 비슷했군. 허나 나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있지 않다.”

       

        아녜스는 자신의 명치에 난 구멍을 어루만지며 클락이 던진 투창의 위력을 실감했다.

        제법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손을 떠난 이상 반드시 목표에 명중하고.

        그 경로에 놓인 어떠한 장애물도 관통하며.

        창끝에 닿은 순간 표적을 파괴한다.

       

        마력과는 그 기전이 달라 해주가 불가능 한데다 마치 저주처럼 날카롭게 정제된 ‘의지력’을 관철시키는 공격.

        일반적인 마법사는 그와 마주치는 순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허나 66층에 도달할 당시의 아녜스는 이미 일반적인 마법사의 범주에서 이미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파괴란 생명의 정지를 뜻하고 이는 일시적인 심장마비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애초에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 아니니 법칙을 비껴가기는 쉬운 편이었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듣지 마! 마법 살해자는 기이한 사술을 부린다고!”

        “본인을 마녀 취급하지 말아주게. 가뜩이나 앞으로 키가 줄어들 생각에 심기가 불쾌한 참이니.”

       

        소매에서 꺼낸 단검으로 기둥에 슥슥 선을 긋는다.

        뒤돌아서 등을 대고 정수리 높이와 딱 맞는지 확인까지 끝낸 아녜스는 이윽고 공간 전체를 마력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마법 살해자, 이 저택에 있는 모든 이들이 지금 별을 삼키는 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 자네들 덕에 수고를 덜었으니 충고는 해주지.”

       

        까드득, 쩌적!!

        쨍, 챙그랑!!!

       

        “도망가게, 목숨이 아깝다면.”

        “말도 안 돼.”

        “이, 이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연금학파가 고안한 방어 마법이 압도적인 저주의 늪에서 하나씩 바스라진다.

        저택의 유리가 모조리 깨지고 카펫과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어갔다.

        뿐만 아니라 담장벽이 저절로 허물어지며 바깥에 있던 마법사들이 부지 안으로 침입해왔다.

        연금술사들이 급하게 튀어나와 그들을 저지하기 시작하며 저택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2센치 정도로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 아이를 다시 만나 물어볼 게 있으니 말이야.”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진 아녜스를 보며, 두 사람은 자신들이 플라멜 가문에 저주를 들여다놓았음을 깨달았다.

       

       

       

        *

       

        ====

        [여기가 콘서트장 맞나요?]

       

        일단 급행 타고 66층 오긴 했는데 벌써 공연 끝난 건가요? ㅠㅠ

        운석 떨어진 잔해들 치우고 있는데 영애님 퍼포먼스가 대단했나봐요

       

        참, 내려가는 표는 못 구했는데 여기 계속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 거기 아닌데?

        — 거기 반대쪽에 숲길 따라가면 나오는데다

        — 계속 있으면 평생 사는거지 뭐 ㅋㅋㅋㅋ

         ㄴ ㄴㄴ 구조대 파견한다 함

        — 영애님은 아직 플라멜 가문 저택에 잡혀계시는 도치…….

         ㄴ 지금 다들 힘을 합쳐 영애님을 구하려고 노력 중인 도치

        ====

        ====

        [아오 씹덕 육수들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원탁회 왔네]

       

        거기 올라갔다 막차 놓치면 못 내려온다고!!

        내려와도 니들 복제체 때문에 66층 개판 된다고!!!

       

        급행 타본 적도 없는 새끼들이 제발 가서 다른 학파에 민폐끼치지 말고 곱게 돌아가라

        그리고 스피카랑 메릴랜드 관 사감은 이거 보고 있으면 빨리 원탁회 나오고

       

        — 흠, 그정돈가?

        — 어차피 책임은 복제체인 내가 지는 거 아님?

         ㄴ ㄹㅇ 평생 영애님 콘서트 보러 다니는 거면 걔 입장에서도 개꿀일 듯

        — 행정부에서 부랴부랴 학파들한테 연락 돌려서 협조 요청 중 ㅋㅋㅋㅋ

         ㄴ 매번 싸우던 새끼들도 자기 문하생들 단체로 몰려갔다니까 발 벗고 나서서 수습 중이죠?

         ㄴ 이건 영애님의 덕이네요

        ====

        ====

        [이쯤에서 진지하게 파딱 하나 제물로 바쳐야 된다고 생각하면 개추]

       

        영애님 부활시키려면 사칭하는 그 완장 슬슬 매달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개추

       

        [추천 7483 / 비추천 1]

       

        — 개추에요~

        — 개추인 것이에요~

        — 솔직히 매력도 인지도도 은발영애님한테 밀리거든요

        — 주딱도 한 반 년 본 거 같으니까 슬슬 망가질 때 됐긴 함 ㅋㅋㅋㅋ

        ====

       

        “여기야, 비아지오의 집무실.”

       

        시엔은 열쇠 구멍에 머리핀을 집어넣었다.

        능숙한 솜씨로 몇 차례 딸깍이자 나무문이 열리며 차분해 보이는 서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갤러리로 ‘초전도치단’의 움직임을 확인하던 나는 그녀가 서랍을 뒤지는 동안 망을 봤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전투에 버금가는 소란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플라멜 가문의 연금술사들은 잔뜩 몰려들어온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을 함부로 공격할수도 없어 쩔쩔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나 많은 수가 66층에 몰렸다면 치안부도 더는 급행을 붙잡아둘 수 없다.

        층간의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마탑의 특성 상 곧 선로가 닫혀버릴 테니 말이다.

        저들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더라도 복제체가 생길 테니 66층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이 모든 걸 설계한 나 자신이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다.

       

        — 그냥 불ㅌㅏ는 걸 보고 싶은 ㄱㅓ면ㅅㅓ ㄴㅏ븐 주ㄷ닥 🙁

        “어허, 자꾸 그러면 여기 떼놓고 간다? 살살이는 여기 살아, 주딱은 집에 갈게.”

        — 착한 주ㄷ닥 🙂

       

        이제 시엔이 비아지오의 직인만 가져오면 함께 구조팀에 섞여 내려가면 된다.

        그녀는 예상보다 빠르게 집무실에서 나왔다.

        손수건처럼 보이는 흰 천에 고풍스런 도장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실물을 그대로 복사하는 일종의 마도구인 듯했다.

       

        “벌써 찾았어?”

        “보안장치가 전부 망가져서 그냥 열리더라고. 저택 내부도 어수선한 것 같으니까 빨리 빠져나가자.”

        “그래? 그럼 이거 써.”

        “인식 저해 마법이 걸린 가면이잖아. 이건 왜?”

       

        그야 누가 밖에 있는 마법사들에게 한 마디 해주지 않으면 제 발로는 안 떠날 것 같으니까 그러지.

        비록 처음에는 마리엘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든 계정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으니 모두의 꿈을 부술 수는 없었다.

        시엔 정도면 외모도 차림새도 차기 ‘초전도체은발미소녀’가 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내 요구사항을 들은 그녀는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시, 싫어! 내가 왜 남인 척을 해야 하는 건데!?”

        “그냥 나가서 내가 시키는 말만 하면 돼. 목소리는 지금보다 피치를 높여서…… 아아, 여러분 만나서 반가운 것이에요.”

        “우웩! 그딴 재수없는 아가씨 말투 같은 걸 하겠냐고! 나는 귀족도 싫고 마도가문 같은 건 더 질색이란 말이야! 그, 그보다 너는 왜 그렇게 잘 하는데?”

        “기본 소양인데?”

       

        갤러리에서 분탕을 치기 위해서라면 성별 다섯 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탑재해야 한다.

        이미 나는 은발 미소녀 계정으로 게시글을 올렸을 때부터 스스로 쓴 가면에 진심이었다.

        물론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이고, 시엔이 나서줘야 빠르게 탑을 내려갈 수 있기에 설득하는 것이었다.

       

        남루하게 자란 평민이 하해와 같이 깊은 뜻을 이해할 거라 생각한 본녀가 잘못이지만.

       

        “이러고 밖에 나가면 백 프로 들킨다니까? 구조대가 쟤들 다 진정시키고 플랫폼에 밀어넣을 때까지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차, 차라리 날 죽여!”

        “너 자꾸 그러면 진짜로 애착인형 대여항목 청구한다? 상부에 결제서류 올리게 될 릴리벨을 생각해.”

        “대체 무슨 협박이야 그건!?”

       

        탁!

       

        당당히 정문으로 나가자는 나와 뒤로 몰래 빠져나가자는 시엔.

        우리가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 복도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택을 휘감은 마력의 정체는 아녜스의 것이었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그녀의 보폭과는 차이가 심했다.

       

        “이거 반갑지 않은 손님이시군요.”

       

        모습을 드러낸 이는 미성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지팡이를 짚은 청년이었다.

        그는 손에는 5년 전, 마법제 당시 발행되었던 신문이 들려 있었다.

        지금보다 어린 티가 나는 시엔이 경직된 미소를 지은 채 찍힌 사진이 1면에 박혀 있다.

       

        “특히 시엔, 당신에게는 실망이 큽니다.”

       

        탁!

       

        그것을 발치에 떨어뜨린 자는 저택의 주인이자 연금학파의 칠현자, 엔리코의 직계인 순혈 마법사.

        비아지오 바르시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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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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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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