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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눈을 뜨니 몸이 흔들거리며 파란 하늘이 보였다.

        ​

        흔들.

        ​

        흔들.

        ​

        “…?”

        ​

        대앵 –

        ​

        “….?”

        ​

        참 특이한 종 소리다.

        ​

        징과 종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소리.

        ​

        굿 할 때 쓰면 딱 좋을 것 같기도 하다.

        ​

        잔잔히 울리는 신성력이 제법 성검과 닮아 있기도 했고.

        ​

        영기와 잘 어울리려나?

        ​

        “일리아님이시여! 크리스님의 희생에 보살핌을 내려 주소서…”

        ​

        알루어드의 목소리였다.

        ​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한지 듣는 내가 가슴이 다 아플 지경이다.

        ​

        이번엔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얼마나 고귀한 희생입니까. 일면식도 없는 저희를 위해….”

        ​

        “저리 누워 있을 사람이 아닌데…”

        ​

        안타까워하는 교황의 목소리도 들렸다.

        ​

        “크리스 경…얼른 일어나시오…”

        ​

        나를 걱정해주는 건 고마웠다.

        ​

        그런데 꼭 말하는 내용을 저렇게 해놔야 했을까?

        ​

        이번엔 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들 모르시겠지만, 크리스님께서 희생을 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한스 사제, 크리스님이 멀쩡하실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

        “죄 없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두 눈을 희생하시고…”

        ​

        “두…두 눈을?”

        ​

        “한동안 세상을 보지도 못하셨지요.”

        ​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

        그리고 한스의 말이 이어졌다.

        ​

        “엘프의 숲에서도 엘프를 구하기 위해 피를 쏟으셨습니다.”

        ​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모두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

        “여기 계신 세레나양께서 크리스님의 희생을 목도하셨지요.”

        ​

        “허어…”

        ​

        내가 고생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

        이런 공치사를 듣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

        내용과 분위기가 미묘하지만 않았다면 더 기뻤을 것이다.

        ​

        “이리 누워계실 분이 아닙니다…더 행복하셔야 마땅한 분인 것을…”

        ​

        점점 더 분위기가 이상해져갔다.

        ​

        이건 마치 상갓집에서 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

        “저는 크리스님을 통해 일리아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

        “나 또한 마찬가지요.”

        ​

        나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다.

        ​

        그런데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

        지금 일어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요상했다.

        ​

        일어나면 안 될것 같은 느낌.

        ​

        “벌써 밤의 신 이리스님께서 열 번을 다녀가셨거늘…”

        ​

        “…?”

        ​

        누가 몇 번을 다녀가?

        ​

        그럼 안 되는데?

        ​

        “크리스님께서는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요.”

        ​

        “엘프의 숲에 있을 때 보다 길어진 느낌입니다.”

        ​

        “그만큼 큰 고생을 하셨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고생이야 많이 했다.

        ​

        그리고 그때, 세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크리스?”

        ​

        “….”

        ​

        그와 동시에 흔들 거리던 몸이 멈췄다.

        ​

        내가 누워 있는 상여와 비슷한 것을 옮기던 성기사들이 멈춰 선 것이다.

        ​

        “크리스님이 깨어나신 건가?”

        ​

        지금이 이 뻘쭘함을 없앨 기회였다.

        ​

        벌떡 –

        ​

        힘차게 몸을 일으키니 내 앞에 걸어가던 사제 한 명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

        “허억…!”

        ​

        “크…크리스님께서…!”

        ​

        우르르.

        ​

        주변에 있던 신관들이 나에게 모여 들었다.

        ​

        뭐랄까.

        ​

        수가 굉장히 많았다.

        ​

        내 생각보다 더.

        ​

        교황 아저씨가 나의 눈앞으로 걸어왔다.

        ​

        “드디어 일어났군. 많이 기다렸소.”

        ​

        알루어드도 한스도 그리고 클라인 영감도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

        세레나의 눈빛은 나를 뚫을 기세로 쏟아지고 있었다.

        ​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

        “여기가 어디죠?”

        ​

        “신성력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는 중이라오. 거의 다 온듯싶은데…”

        ​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

        설마 이 정도의 시간 동안 기절해 있을 줄이야.

        ​

        살짝 곤란했다.

        ​

        “아직도 도착을 안 했다고…?”

        ​

        “무슨 일이라도 있소?”

        ​

        “그게…”

        ​

        “혹시….성녀님과 관련된 일이오?”

        ​

        맞았다.

        ​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

        그들에게는 한없이 예민한 문제일 테니.

        ​

        “얼른 말해주시오. 성녀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오?”

        ​

        무슨 일이라면 생기긴 했을 것이다.

        ​

        “제가 그때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성녀가 곧 태어 난다고…”

        ​

        “똑똑히 기억하고 있소.”

        ​

        “벌써 태어났을 거예요.”

        ​

        스으으 –

        ​

        내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딱딱하게 얼어 붙었다.

        ​

        “어…언제 말이오…?”

        ​

        그때의 기억을 살려보자면 대충….

        ​

        “한…나흘 전쯤?”

        ​

        “….!!!!”

        ​

        모두의 얼굴이 경악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

        내가 굳이 태어날 날짜를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

        그리 멀지않은 거리였기 때문이다.

        ​

        말을 타고 간다면 성녀가 태어나기 전에 무조건 도착할 정도로 머지않은 거리.

        ​

        그런데 도대체 이들은 왜 걸어가고 있냔 말이다.

        ​

        “대대로 성녀나 성자를 맞이하러 갈 때는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이 전통이요.”

        ​

        “…예?”

        ​

        그러고 보니 이들의 복장도 평소랑 달랐다.

        ​

        하나도 빠짐없이 새하얀 의복을 차려입은 사람들.

        ​

        신탁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

        “…이게 이렇게 돼 버리네.”

        ​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직도 신성력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음…벌써 태어났겠지만 별일 없을거예요.”

        ​

        “….”

        ​

        “…..”

        ​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

        내 말이 들리기나 한 것일까?

        ​

        “모두 전속력으로 달려가겠소.”

        ​

        “성하의 명을 받듭니다!”

        ​

        방금까지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히 내딛던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거의 질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

        문제는….

        ​

        “저…저기 저를 좀 내려주고…”

        ​

        내가 누워 있던 상여를 그대로 짊어 지고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

        놀랍게도 격하게 움직였지만 내 몸은 편안 했다.

        ​

        많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

        대앵 –

        ​

        대앵 –

        ​

        “넌 그거 어디서 났냐?”

        ​

        대앵 –

        ​

        빨라지는 발걸음을 따라 종소리가 덩달아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

        도대체 왜 종을 연타하는 것인지….

        ​

        “크리스님! 재회의 인사를 올려야 하지만…조금만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허…”

        ​

        기절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니.

        ​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

        설마 하니 성녀의 탄생에 지각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성녀는 아무 일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우르르 –

        ​

        아무래도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옆에서 알루어드만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서…성녀께서는 건강히 잘 태어나셨습니까?”

        ​

        “당연하지.”

        ​

        “헌데…점점 숲속으로 가는 것이…”

        ​

        알루어드의 말대로 우리가 가는 방향은 숲속이었다.

        ​

        아주 울창한 나무들이 늘어져 있었다.

        ​

        “성녀님은 이런 곳에서 태어난 것입니까? 숲속에 가족들이 살았나 보군요.”

        ​

        비슷하긴 한데 조금 틀렸다.

        ​

        성녀는 지금….

        ​

        “음…아마 혼자 있을걸?”

        ​

        “….예?”

        ​

        “태어나자 마자 혼자가 됐을 거야.”

        ​

        “……”

        ​

        “……태어나자 마자요?”

        ​

        “그럴걸.”

        ​

        클라인 영감의 얼굴이 더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

        교황아저씨의 얼굴은 놀랍게도 붉어져 있었다.

        ​

        “…성녀께서 언제 태어나셨다고 했소?”

        ​

        “나흘전이요.”

        ​

        “그…그럼 그때부터 줄 곧…그럼 나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

        ​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었다.

        ​

        이제는 바람에 머리가 흩날릴 정도다.

        ​

        “아무 일 없을 거라니까 그러네.”

        ​

        “크리스, 몸은 괜찮은가요?”

        ​

        세레나는 내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 듯 태연하게 물어왔다.

        ​

        “몸이 좀 쑤시긴 한데, 나쁘지 않아.”

        ​

        “다행이예요.”

        ​

        신성력들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나로서도 굉장히 두근거리는 일이다.

        ​

        그도 그럴 것이 기절해 있는 동안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

        무려 몸주신께서 직접 다녀가신 꿈을.

        ​

        제법 큰 점지였다.

        ​

        “이게 말이 안 된단 말이지…”

        ​

        여기까지 와서 몸주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무당짓도 접어야 할 것이다.

        ​

        그런데 정말로 이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

        신줄을 잡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

        신이라는 것이 줄을 타고 내려온다.

        ​

        내 윗대의 조상신이 큰신의 명을 받아 전달하는 식으로 말이다.

        ​

        이 정도의 큰신은 바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되냐고….”

        ​

        꿈에서 본 몸주신의 모습은 지난번 엘프의 숲에 갈 때처럼 빛나는 모습이었다.

        ​

        이제는 제법 그 형태가 선명하게 보이긴 했지만….

        ​

        미안해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

        ​

        흐릿한 꿈이어서 그런지 내 기억도 흐릿했지만 분명하다.

        ​

        “혼자 둬서 미안하다고 했었나…?”

        ​

        “…크리스?”

        ​

        내 말이 제법 여운이 남았던 것일까.

        ​

        세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 봤다.

        ​

        “아, 성녀가 나랑 팔자가 비슷하거든.”

        ​

        “크리스랑요?”

        ​

        “아마 직접 점지하셔서 그런 걸 수도 있어.”

        ​

        ​순간, 신성력이 빛을 내며 빠르게 쏘아졌다.

       

       “다 왔네.”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온갖 산짐승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 하얀 천에 쌓인 아기가 눕혀져 있었다.

       

       흔한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서…성녀님이시다!”

       

       “아….일리아시여!”

       

       “어,얼른 성녀님의 상태를 확인하시오!”

       

       교황 아저씨의 말에 여자 사제들이 달려 나가 성녀를 조심스럽게 둘러쌌다.

       

       “멀쩡하다니까 그러네.”

       

       이 사람들은 느껴지지도 않는 건가.

       

       저 조그만 성녀 안에 있는 신성력이 얼마나 큰지.

       

       감격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신께서 성녀님을 보내 주셨다!”

       

       그때, 성녀를 살펴보러 간 여자 사제들에게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서…성녀님께서…!”

       

       “음…?”

       

       목소리가 정말 다급한 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 보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성녀님의 등에 멍이 있습니다…!”

       

       “지금 뭐라 하였는가!”

       

       “어찌 성녀님의 몸에 상처가 있단 말이오!”

       

       내 예상대로 별일 아니었다.

       

       난 또 뭐라고….

       

       “당장 확인하시오!”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었다.

       

       저 멍은 당연히 있는 것인데 말이다.

       

       “저기…교황 아저씨?”

       

       “지금은 상황이 위중하니 조금 있다 말씀하시오.”

       

       “저게 그… 몽고 반점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쓰다듬은 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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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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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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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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