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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오늘의 경기 분석 : Xi IMPRESSIVE 주최 스크림>

        

       -스크립트 재생 중.

        

        

         

        

        안녕하세요, 여러분. 언리얼입니다.

        

        비록 프로게이머 계열은 아니었지만 한때나마 다크 존 e스포츠 계열에 몸을 담고 있었던 게임 종사자로서, 오늘은 이렇게 영상으로나마 여러분들의 요청에 화답하려고 합니다.

        

        또한 다행히도 지난 번 연락처가 아직 남아있었기에, 문의 결과 영상을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영상 시청해주시는 리얼단 분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단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Xi IMPRESSIVE. 우리나라 굴지의 프로 구단 중 하나죠. 부진하던 와중 갑자기 1등을 달성하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다크 존에서 개최되는 많은 대회에서 꾸준하게 순위권에 드는 팀은 참으로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Xi는 그 어려운 조건을 만족하는 얼마 안 되는 구단 중 한 곳입니다. 우스갯소리로는 콩라인이라고도 불리지만, 사실상 매 시즌마다 피바람이 몰아치는 동네에서 굳건히 서있다는 건 결코 간과할 부분이 아닙니다.

        

        아무튼, 말이 길어졌습니다. 바로 스크림 결과 보시겠습니다.

        

        

        

       <스크림 총합 결과 사진>

        

        

        

        여러분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실 테지만, 스크림으로 공개되는 건 생각보다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이동 동선과 경기 결과, 운 좋으면 아주 약간의 영상. 전부 혹여나 모를 택틱 유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영상이 그리 길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요. 지난 시즌과의 비교를 통해 이전보다 폼이 오른 선수는 누구인지, 떠오르는 신예가 있는지, 상대적으로 좀 부진한 선수가 있는지와 같은 것들만 가능하지, 실질적인 플레이 분석은 좀 어렵죠.

        

        하지만 그거야 각 구단의 아날라이저들이 저희보다도 훨씬 자세하게 분석해줄 테니, 크게 신경쓸 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죠.

        

        

        화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어제의 스크림 중 가장 특이한 부분은 다름아닌 세션의 1등만 모아놓은 부분입니다. 닉네임이 조금 특이한데, 다크 존을 조금이라도 심도있게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아! 저 사람! 하는 바로 그 분입니다.

        

        유진.

        

        요즘 인터넷을 끝도 없이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유저입니다. 동시에 제가 이번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기도 하죠.

        

        물론, 다크 존은 굉장히 방대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게임 분류도 종합 FPS라고 표기해뒀을 정도이니만큼, 주로 게임의 메인 컨텐츠이기도 한 루트슈팅이나 PVE를 메인으로 즐기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제가 방송하는 와중 아주 가끔씩 이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당시에는 제가 AP 솔로잉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까먹어서 대답을 얼버무렸었는데, 마음 먹고 제대로 파보니, 이 유저.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대다수 분들의 질문은 그러했습니다.

        

        

        

       ‘유진은 실력으로 치면 어디까지 감? 프로계에서도 통함?’

        

        

        

        솔직히 이 말을 듣고,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스크림 결과를 확인해보니…이 궁금증은 그야말로 완전히 쓸모없는 것이었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알겠지만, 믿겨지십니까? 23판 중 15판 1등이라는 성적은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세션에 프로 인원들이 10~15% 가량 참가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도 저런 성적이라면, 제가 보기엔 이 사람은 모든 구단들이 칼날보다도 예리한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AP는 위로 갈수록 필요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개별적인 피지컬과 맵 리딩 능력, 조준사격 실력, 그리고 임기응변 등의 수많은 변수들이 한 점으로 수렴해야만 1등이 가능해요.

        

        그런 상황에서 저런 경기 결과가 Xi의 공식 홈페이지에 당당히 올라왔다는 건…적어도 어느 정도의 의도가 섞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인지를 정확히 추측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네요.

        

        하지만 확실한 건, 스크림은 오늘도 이뤄질 겁니다. 예선 랭크가 열리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열릴 거고, 상위 100명이 선발되면 그 유저들을 데리고 아시아 예선전 전까지 시행되겠죠. 

        

        현재 저 위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적어도 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분석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

        

       .

        

       .

        

       .

        

       .

        

        

        

        

        

        

       “…유진 씨.”

        

       “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신가요?”

        

       “글쎄요.”

        

        

        

        총구에서 스산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천정부지로 치솟아오르려는 심장박동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어느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억눌러졌다. 손가락 끝에 걸린 방아쇠 감촉마저 느껴질 무지막지한 집중의 끝, 수많은 시체가 산을 쌓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날아드는 수류탄을 꼬리로 쳐내서 다른 곳에서 폭파시키고, 유탄이 근처에서 폭발하기 전에 다이스를 옆으로 집어던지고 피하거나, 돌격병의 샷건을 강탈하고 사살한 후 시체를 방패로 삼는 등.

        

        심지어는 이미 지나쳤던 부분에서도 뜬금없이 등장하는 적들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생존 본능을 한껏 끌어올릴 정도의 난이도였다.

        

        

        뒤늦게 가빠오는 숨을 조심스럽게 억누르고는 무아지경의 집중에서 빠져나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다이스도 정말 크게 분전했다.

        

        물론 상대방과의 거리가 수 미터 단위까지 좁혀지고, 거기에 심지어 몇백 년 늦은 백병전의 가능성까지 있는 이상 대처는 한계가 있었다. 마치 사람이 전투하는 것마냥 개머리판을 휘두르고, 근접 박투술까지 써대는데 어쩌겠는가.

        

        확실히 AP 솔로잉과는 다른 차원의 임기응변이 요구될 것이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살아남았다.

        

        다이스가 이 전투에서 어떤 걸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명 다 어떻게든 살아있으니 된 게 아닐까.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뱉으며 말했다.

        

        

        

       “근거리 교전은 좀 많이 연습하셔야겠네요.”

        

       “……그래야겠어요.”

        

        

        

        하아.

        

        옆에서 길게 공기를 토해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에 진이 빠진 모양이었다.

        

        

        UI 상단.

        

        미션에 돌입한 지는 어느덧 한 시간 하고도 반이 지난 상태였고, 난이도 탓인지 현재까지는 고작해야 절반 조금 못 온 상태. 본래라면 클리어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면 매몰 비용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난 뒤 탄약 박스에서 탄약을 챙겼다. 수류탄 같은 소지품들은 그걸로는 보충이 안 됐지만, 시체를 뒤지면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었다 – 만, 그 와중 저쪽은 꽤나 놀란 표정을 짓는다.

        

        

        

       “…진짜 하드코어가 맞으셨네요.”

        

       “적어도 거짓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죠.”

        

       “그것보단 벌인 일이 너무 많아서, 두 눈으로 직접 봐도 믿기가 어려운 게 아닐까요.”

        

       “하하….”

        

        

        

        아직 핀이 뽑히지 않은 수류탄을 몇 개 건네고는 다음 지점으로 이동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미션은…좀 순화해서 말하자면 발전소에 꽤나 못된 장난을 실시하려는 적 특작조를 몽땅 지워버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 와중 과부화된 시설을 정상화하고 보스 격의 이들을 잡아 족치는 것도 포함이었고.

        

        까놓고 말해서, 상당히 선형적이면서도 일직선적인 미션 진행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최고 어려움 난이도가 있었던 걸지도 몰랐지만.

        

        아직 스크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었고, 이 미션은 연습임과 동시에 일종의 대화의 장이기도 했다.

        

        적이 죽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기 전, 조잘조잘 이야기가 이어졌다.

        

        

        

       “유진 씨를 보면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쟤네들을 잡지 않으면 진짜로 죽는다는…혹시 하드코어 모드는 죽을 때 아픈가요?”

        

       “설마 그럴까요. 사실 저도 궁금하긴 했는데, 죽을 때는 그냥 평범하게 죽더라고요.”

        

       “…아니, 왜 본인이 모르세요?”

        

       “죽은 적이 별로 없어서….”

        

        

        

        …이 양반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건 분명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여하간, 전투는 몇 번 정도 이어졌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몸을 억지로 비틀어 짜내는 것에 비견될 난장판 그 자체였으나, 다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프로게이머라 그런가. 아니면 이 사람이 원래 이런 걸까 싶었지만, 그냥 기본적인 실력이 있어서 익숙해지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나저나,

        

        

        

       “다음 지형이 상당히 가관이네요. 발코니를 저런 형태로 만들어놓고 유저더러 뚫으란 건 상당히 가혹한데.”

        

       “…어, 그러면 여기서 세이브하고 다음에 또 하죠?”

        

       “하하.”

        

        

        

        말에서부터 넘실넘실 실려오는 ‘이제 제발 그만….’이라는 기운.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 세상은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AP 솔로잉에서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유저들이 공격하지 않는 건 아니기에.

        

        나는 작게 웃음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하실지는 대충 감이 오시리라 믿어요.”

        

        

        

        그러자 다이스가 지었던 표정은 꽤 볼 만했다.

        

        

        

        

        

        

        

        

        

        

        

        

        

        

        

       -[알림 : 발전소 출력 상승 중.]

        

       -[현재 목표 : 현장 장악.]

        

       -[남은 시간 // 15 : 39 : 05]

        

        

        

       “아니, 15분만에 이걸 어떻게…제정신인가?”

        

       “꽤 힘들어질 것 같네요. 집중력 최대로 올리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세요.”

        

       “…지금보다도 더 집중하라구요?”

        

       “이보다도 힘든 경기도 해보셨을텐데, 괜찮아요.”

        

        

        

        아니.

        

        전혀 안 괜찮은데요….

        

        

        분명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여태까지 해온 경험을 토대로 저 사람에게 부족한 점이 있으면 메워주고, 반대로도 하면서 그렇게 상부상조한 후, 길어봐야 30~40분 만에 로비로 사출된 뒤 디브리핑하는 그런 평범한 걸 생각했는데.

        

        어쩌면 저게 광기가 아닐까?

        

        피나고 이상한 표정 짓고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그런 게 광기가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데 그걸 우직하게 해나가면서…도대체 왜인지는 몰라도 나름의 실적이 있는 그런, 막.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몸은 그동안 연습해온 것들을 토대로 움직이며 이 지옥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한다.

        

        스크림을 할 때조차 이렇게 막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한 적이 없었건만, 지금은 그야말로 각막이 메마를 정도로 눈을 치켜뜨면서 적을 찾고, 사격을 가한다.

        

        한 발 한 발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적을 확실하게, 그리고 한 번에 무력화하지 않으면 곧장 제압사격이 날아온다. AP 솔로잉 같았더라면 제압사격을 하더라도 양각이 잡히는 상황이 드물어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지금은 무슨, 뭐야. 적들이 사방팔방에서 그물망처럼 좁혀 들어오는데, 이전처럼 정신줄 놓고 싸우면 금방 드러눕게 되버린다.

        

        

        

       “좌하단 튜브 프레임 뒤쪽에 의무병 있어요.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주세요. 재장전. 엄호 한 번만 부탁해요.”

        

       “어으, 돌격병…!”

        

        

        

        투두두두!

        

        엄지손가락에 걸리는 조정간. 연발로 설정함과 동시에 정면에서 막 충격 수류탄을 던지려는 돌격병의 몸 위로 탄환을 십수 발씩 꽂아넣는다.

        

        손 안에 쏙 들어갈 만한 동그란 크기의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지며 굉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순식간에 재장전을 마친 유진 씨가 남은 한 명을 처리했다.

        

        엄폐물에 다시 몸을 숨기며 외쳤다.

        

        

        

       “재장전!”

        

       “백린 확산탄 조심하세요.”

        

        

        

       ───펑!

        

        

        

        그와 동시에 울려퍼지는 굵은 비명소리들.

        

        재장전을 끝마치고 건너편을 내려다보니, 마치 허공에서 폭격이 떨어진 것마냥 흩어진 백린탄이 발광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그 아래에서 막 뛰어들려는 돌격병들을 산 채로 불태우고 있었다.

        

        

        

       “도대체 뭔 일이에요!?”

        

       “총으로 쏴서 요격했죠. 클레이 사격 같은 거죠.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떻게 그리 태평하세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목표를 잃지 않고 사격을 이어나간다. 이런 부분에 일일히 하나하나 의문을 가지고 태클을 걸기에는 상황이 그다지 좋은 형태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량을 몽땅 쥐어짜는 느낌이 신체 말단을 타고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한 번의 교전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머리가 다 아프고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임했던 적이 대회 말고 있었나?

        

        

        그 와중 눈 앞으로 떠오른 무언가.

        

        

        

       -[새 목표 알림 : 안전 밸브 작동시키기 <0/3>]

        

        

        

       “밸브는 제가 돌리고 올게요. 엄호 부탁드려요.”

        

       “…이 악물고 해볼게요.”

        

       “바로 그 자세죠.”

        

        

        

        복잡하게 꼬여있는 지형을 순식간에 답파해 내려가는 유진을 시야에 담고는 입술을 악물었다.

        

        최고 어려움 난이도를 고작해야 두 명이서 중반 이상까지 왔다느니, 그것이 정말 흔치 않은 경우니 뭐니 하는 기존의 상식과 생각을 몽땅 지워버리고,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핏발이 설 정도로 집중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한 명의 유저로서, 그 꼴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야말로 한 바퀴 돌아, 나는 그렇게 느닷없이 프로로서 가져야만 하는 모든 역량을 종합적으로 시험받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람은 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전 저러면 도망갈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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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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