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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0

        

         

       입경불허(入境不許).

         

       중국은 박진성의 입국을 거절했다.

         

       『 주석령으로 개정된 중국 출입경관리법 제21조에 의거, 귀하의 입경이 불허되었음을 알립니다. 』

         

       그것도 공식적으로 말이다.

         

       ‘흐음.’

         

       진성은 자신에게 날아온 그 안내에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이번 생에는 딱히 중국에 한 일이 없었는데?’

         

       중국의 입국 거절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회귀 전에도 중국에 공식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니, 단순히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넘어 블랙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주술과 관련해서 중국과 부딪친 적이 몇 번이던가.

         

       진성은 유적을 미친 듯이 파헤치고 다니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중국 역시 자신들의 국익에 방해되는 진성이 달갑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국은 상상 이상으로 진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유적을 발굴하는 자들이 진성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공격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과거라면 입국 거절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 것인데….

         

       지금 거절하는 건 조금 특이하긴 했다.

         

       ‘북한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얼마 전, 북한에서 성인식을 하고 부정을 버리고 온 일이 있었다.

       어떤 멍청한 놈들이 그 부정을 가지고 중국으로 향한 것을 천문으로 읽었었는데….

       혹 그것의 범인을 박진성이라 특정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건물에 침투한 녀석들 때문인가?’

         

       혹은 건물에 무단 침입을 했던 중국 요원 때문일 수도 있었다.

       들어왔다가 붙잡혀서 영약에 영양분을 주는 것으로 직업을 바꾼 전직 요원들 말이다.

         

       ‘고작 그 정도로 입국을 거절하는 나라는 아닐 터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진성이 기억하는 중국은 사람을 소모품처럼 아낌없이 사용하는 나라였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봐도 꽤 쓸만한 사람들까지 말이다.

         

       학자, 능력자, 장인들까지.

         

       중국은 그 수많은 사람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했고, 어딘가에서 뽑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꾸었었다. 그렇게 중국은 세계 3차 대전의 광기 속에서도 꽤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어쩌면 다른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광기 못지않은…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압도적인 수준의 광기를 뽐내면서 말이다.

         

       그래.

       그런 나라가, 고작 무인 몇 명 실종되었다고 블랙리스트를 올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럴 리가 없지. 허허.’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유로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것일까?

         

       진성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부정.

       부정.

       부정이야.

         

       바다 위에서 숨이 끊어질 이들은 아홉 혼신 여망제님.

       날 신체 젖은 시체 만지고 다룬 부정 관머리 널머리 마주친 부정이요!

       곡성소리도 은하수 곡성소리 나던 부정! 머리끝에 백나비 부정은 흰나비 영정이요!

       운명 시에 보던 부정 날 상시에 보던 부정!

       임종 시 보던 부정 염습 시에 보던 부정!

       입관 시에 보던 부정-!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길위에 뜬부정 길아래는 열부정.

       물부정 불부정 다 젖혀주소사!

       물부정 불부정 다 젖혀주소사!

         

       “흐, 흐으으윽.”

         

       소리가 들린다.

       짤그랑짤그랑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방울의 소리.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상여가 위아래로 요동을 치고, 새까만 연기 흘러나오는 썩어버린 관이 반쯤 부서진 상여 사이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쓴다.

         

       염을 하기는 하였는가.

       썩고 짓물러 저것이 사람의 꼴이기는 한 것인가.

       관에서 그것이 덜그럭덜그럭 덜그럭덜그럭.

       상여의 요동침에 흔들리는 것인가 관에서 나오려는 움직임인가?

       그것이 관에서 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또 쓴다.

       악을 쓰고 관을 박박 긁고 손톱 없는 뭉개진 것으로 썩어버린 관을 긁고 또 긁는 그 소리가 참으로 소름이 끼치기도 하다.

         

       짤-랑 짤랑.

       동전끼리 부딪치는 것인가.

       녹슬고 찌그러져 제 역할을 못 하게 되어버린 방울이 내는 소리인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상여는 앞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건만.

       그저 위아래로 흔-들흔들 흔들흔들 파도 위에서 요동을 치기라도 하듯 그 위에서 흔들흔들 바닷속에 보이지 않는 닻을 내리고 상여는 잘도 뜬다 잘도 떠서 위아래로 춤을 춘다. 춤을.

         

       리-샤-오-

         

       춤을 추며 내뱉는 것은 이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이름.

         

       리-샤-오-

         

       다 썩어버린 치아를 드러내고.

       무너져내린 잇몸을, 썩어서 혀가 없어져 버린 입 안을 보여주며 그것은 웃는다.

       관의 틈새에 얼굴을 구깃구깃 밀어 넣어 바깥에 제 얼굴 형상을 조금이나마 빼고는 그것은 입을 열어 가느다란 목소리로 방울 소리를 배경 삼아 이름을 부르니.

         

       리-샤-오-

         

       그리고 그것에 호응하듯 여러 곳에 입이 달려 그 이름을 재창하기 시작한다.

         

       리-샤-오-

       리-샤-오-

         

       꽃상여의 그것은 실은 꽃이 아니었던가.

       꽃잎은 사람의 손가락으로, 사람의 치아로 변해간다.

       줄기는 혈관과 피부로 변하고, 제각기 기괴한 형상으로 변화한다.

       사람의 몸뚱이를 재료로 꽃의 형상을 빚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변화한다.

         

       사람의 손 여럿이 바느질되어 꽃의 형상을 이루고 그 중간에 사람의 입이 떠억하니 박혀 입을 열어 부른다.

         

       리.

       샤.

       오.

         

       치아가 다닥다닥 달라붙고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그것은 입을 열어 말을 한다. 치아끼리 부딪치면서 딱딱 소리를 내면서도 그것은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리.

       샤.

       오.

         

       부정, 부정, 부정.

       아. 리샤오가 그때 입을 열어 호통을 치며 말하기를.

         

       부정은 써억 물럿거라!

       가암히 대륙에 닿으려 하는 부정은 써억 물럿거라!

       물건만 남기고 부정은 물럿거라.

       곰팡내는 소금물에 씻고 부정 햇살에 머리채 쥐어잡히고 바닥에 문지르니 산산이 부서져 파도에 씻겨나가게 될 부정이야!

       아고 그 호통 두렵기 짝이 없으니.

         

       부정, 부정, 뭍에 닿지는 못할 부정.

       물에서 가라앉을 부정 이곳에서 목 놓아 그 이름을 부르니.

         

       리샤오.

       리이-샤-오.

         

       “시, 싫어….”

         

       [ 부정은 이곳에 있다. ]

         

       [ 우리는 항상 이곳에 있다. ]

         

       [ 우리는. ]

         

       [ 너를. ]

         

       [ 기다리고. 있다. ]

         

       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싫…싫어…!”

         

       부정이 목 놓아 그녀의 이름을 외친다.

       어둠 속에 잠겨 드는 상여의 속에서 마치 발버둥이라도 치는 것처럼.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대기라도 하는 듯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팔을 허우적허우적 움직이면서.

       그러면서도 뻥 뚫린 동공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면서 그것은 말한다.

         

       [ …! ]

         

       이곳에서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옛적 네가 나를 처음 보았을 그곳에서.

       잠수함에 타고 우리가 처음 마주했던 그곳에서.

       그곳에서 우리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 오…!]

         

       중명조와 너는 다르다.

       중명조가 빛을 낸다고 네가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태양의 빛에 유리알이 반짝인다고 해도 그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리샤오, 리샤오.

       가련한 자야. 현녀라는 무거운 이름을 감히 짊어지지 못할 어리석은 아이야.

       어리고 또 어린 너에게 묻겠으니.

         

       [ 샤오…!]

         

       리샤오-

       중명조가 없는 너에게는 대관절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

         

       [ 샤오! ]

         

       스스로 익힌 능력도 없고.

       공부에 뛰어나지도 않고.

       평생 먹고살 재주조차도 없다.

       그런 네가 감히 결의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느냐?

         

       위이이대한 중화를 범하지는 못할 거예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는 이곳에 있다.

       물러가지도 부서지지도 않은 채 우리는 이곳에 있다.

         

       이곳으로 오라.

       네 말이 참이라면 그것을 증명해라.

         

       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 샤오샤오! ]

         

       있겠다.

         

         

        * * *

         

         

         

       [ 샤오샤오! ]

         

       몸의 감각이 돌아온다.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절로 정신이 돌아오고, 눈이 뜨인다.

       눈이…눈이.

         

       “시, 신조님…?”

         

       [ 그래. 샤오샤오, 정신이 드느냐? ]

         

       “네, 네….”

         

       그래.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지금 그녀의 앞에는 그녀와 계약을 한 초월자, 중명조(重明鳥)가 있다.

       사람의 몸으로 빚어낸 꽃이 잔뜩 붙어있는 그 소름이 끼치는 상여가 아니라, 항상 그녀와 함께하고 그녀를 지켜주는 초월종, 중명조가 있다….

         

       “신조님…. 저, 저 또 악몽을. 악몽을….”

         

       [ 그래. 안다. 네가 자면서 앓더구나. ]

         

       리샤오는 자신이 중명조를 부를 때 사용하는 애칭, 신조를 연달아 입에 담으며 중명조의 품 안에 안겼다. 그리곤 색색으로 빛나는 깃털로 자신을 쓰다듬는 중명조 안에 포옥 안기고는, 악몽에서 느낀 두려움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 또 그 꿈이더냐? ]

         

       “네. 그때 그 재액이…. 그 재액이 또 나왔어요….”

         

       [ 이거 참….]

         

       중명조는 자신의 품 안에 안긴 리샤오를 쓰다듬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 샤오샤오. 그때의 부정은 거기서 그대로 바다에 가라앉았다. 너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그대로 그곳에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너는 그 부정을 이겼고, 대륙을 지켰다. 그러니 그것에 신경을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

         

       “맞아요. 그때의 저는 그 재액을 이겼어요.”

         

       이겼는데….

         

       “그런데 어째서 그 부정이 계속 제 꿈에 나오는 걸까요? 어째서 그토록 끈질기게 제 꿈에 나와서 저를 이토록 괴롭히는 걸까요? 왜 저는 그 부정의 괴롭힘에 대항할 수가 없는 걸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당근을 잘게 다진다.
    2.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당근을 볶는다.
    3. 당근이 익으면 밥을 넣어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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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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