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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0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점령해라!  각 소대장들은 자율 판단하되 퇴각이 가장 용이한 지점에 자리잡는다!>”

        

       “<전방에 있는 TMC 인터내셔널 건물동이 근방에서 그나마 가장 높구만…2소대! 전원 이동한다! 오늘 탈옥수 한 명이라도 저 앞의 주차장까지 밀고 들어오는 순간 니네들 대가리를 발로 까버리겠다!>”

        

       “<씨발, 유탄발사기 옥상에 올릴 수 있으면 끝내줄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다.

        

        가슴 속에 공포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직 적과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1도 모르겠다. 미첼 하사님이 반쯤 어거지로 내 몸 위에 방탄복을 입히고 총을 들려주었음에도 그랬다.

        

        내가 1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브리핑 및 산개. 영어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백 명이 넘는 분들이 전부 근처의 높은 건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는 어느 정도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파쿼슨 대위님은 미군 분들의 이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한편,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펴놓고는 무언가 이것저것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건물에 어느 소대가 들어가있는지를 표시하는 거란 사실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두 대위 분들의 대화는 바쁘게 이어졌다.

        

        

        

       “<수송기가 뿌려댄 탄약들은 다 어떻게 했나?>”

        

       “<옆 야구장에 신나게 갖다놓더군. 적당히 비닐만 씌워놓았지. 나중에 철수할 때 일제히 폭파시키려고 준비 중이었는데…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생겼어.>”

        

       “<지금 건물 올라가는 친구들이 그걸 하나씩 들고 올라가지는 않았을 텐데.>”

        

       “<빌어처먹을. 저걸 이제 와서 옮기라고 한다면 우리 애들 다 총도 못 쏘고 힘들어서 죽을 거다.>”

        

        

        

        앞으로 난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 순간 나는 사실상 내가 건물로 올라간 분들과 같이 적을 격퇴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말도 잘 못 알아듣는 내가 어떻게 군인들이랑 같은 자리에서 총을 쏘겠어.

        

        하지만 오늘 이곳에 오기 전 보았던 광경 – 미처 가져가지 못한 탄약들에 불을 지르고 왔었단 점, 유탄발사기와 유탄을 가지고 왔단 사실 등을 감안하면….

        

        내가 들고 있는 총은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나는 그것을 바닥에 대충 내려놓고는 외쳤다.

        

        

        

       “더플백! 더플백! 기브 미 더플백!”

        

        

        

        그리고 그 순간, 파쿼슨 대위님은 나를 어떻게 써야만 하는지를 즉각적으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의 눈빛이 바빠졌다. 그는 무전기에 대고 몇 번씩 소리지르는 한편, 옆에 있는 통신병을 신나게 갈구며 대략 30초 가량을 소모했고, 이어 종이 위에 네 개의 건물을 그리고는 그 옆에 숫자를 적었다.

        

        설명은 쉬웠다. 가령 1-7이면 1번 건물의 7층이란 뜻이었고, 2-4면 2번 건물의 4층이란 뜻이었다.

        

        그 후, 그가 Ammunition이라는 글자를 종이 옆에 적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말해봐라. 탄약!>”

        

       “<탄약!>”

        

       “<계단을 오르면서 이 단어를 꼭 외쳐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미첼 하사, 이 친구한테 더플백 2개 들려준 다음 축구장 반대편의 야구장으로 가라. 탄통이란 탄통은 싸그리 모아서 이 앞으로 가져와 쌓도록. 충분한 양이 쌓이면 분배 위치를 알려주지. 알겠나?>”

        

       “<이해했습니다. 제가 길을 알려주도록 하지요.>”

        

        

        

        미첼 하사님과 나눈 대화들은 한 마디도 이해 못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는 근방을 뒤져 텅 빈 더플백 두 개를 기어코 찾아내었고, 그것을 이중으로 겹친 후 내게 들려주었다.

        

        머잖아 미첼 하사님이 축구장의 반대편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그녀를 따라갈 차례였다. 얼어붙은 눈이 발에 밟혀 우그러지는 사이, 나는 야구장 한가운데의 거대한 비닐산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비닐을 옆으로 치우자마자 보이는…탄통의 산. 그 사이에는 우리가 차에 달고 있던 거랑 똑같은 유탄발사기도 있었으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손짓한다.

        

        미첼 하사님의 말대로 위로 올라오자마자, 그녀는 탄통 옆에 적힌 탄환을 보고는 그것을 더플백 안에 꽉꽉 채워넣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등에서 묵직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음 명령은 간단했다.

        

        

        

       “<가!>”

        

        

        

        뛴다.

        

        도합 200kg 가량의 무게를 짊어지고 뛴 뒤, 아까 명령받았던 곳까지 뛰어가 족히 10개의 탄통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다시금 야구장으로 뛰어가는 것을 반복.

        

        그와 동시에 건물에서부터 쩌렁쩌렁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격한 막노동과 놀람이 합쳐진 탓에 몸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두근대고 있었다.

        

        나는 지금 전장 한복판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센트럴 파크로 그대로 갔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

        

        

       

         하지만 만약 내가 안전하게 도착한 이후 이 분들이 전부 죽은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도 날 강간하려고 했던 놈들한테 죽어버렸단 걸 알게 된다면.

        

        나는 아마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그것만은….”

        

        

        

        그것만은 죽어도 싫어.

        

        더 이상…아프고 싶지 않아. 살아도 산 게 아닌 것처럼 끔찍한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싶지 않아.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죽어버리면 편해질 거라는 생각 속에 있고 싶지 않아.

        

        그렇기에,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기로 결심했고, 미첼 하사님이 내가 갔다온 동안 분류해놓은 탄통을 억척스럽게 더플백에 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목이 말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어느덧 탄통이 50개가 넘어갈 때까지. 몇 번이고 왕복한다.

        

        

        혼미한 정신을 붙잡고 야구장으로 다시 달려가려는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그만. 4-7. 브레이크. 3-4다, 유진. 4-7. 브레이크. 3-4. 복명복창해라.>”

        

       “4번 건물 7층, 3번 건물 4층-!”

        

       “<…다음부턴 영어로 해라. 여기 있는 .277 퓨리 탄통 전부 가지고 올라가. 각각 절반씩 분배해라.>”

        

       “<알겠습니다!>”

        

        

        

        별로 못 알아들었지만, 그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은 잘 보였다. 거기에 Half라는 단어까지.

        

        주변에서 대기하던 군인 분들이 탄통을 더플백에 담아주었고, 나는 다 담기자마자 그 자리에서 불쑥 일어섰다. 옆에 있는 콜튼 대위님이 감탄하는 사이 나는 브레이크가 뭔 뜻인지를 다시 상기하고 있었다.

        

        요컨대 두 개 이상의 목표를 언급할 때 혼동하지 말라고 중간중간에 넣는 쉼표 같은 거였다. 근데 이제 군대에서 쓰는. 일단 미첼 하사님은 그렇게 가르쳐줬다.

        

        그나저나 이 탄은 미군 분들이 뺏긴 총이 쓰는 총알이 아닌 것 같은데, 당장 내가 받은 총이랑도 좀 다르고 –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군용 탄환 보급이 어려운 탓에 구하기 쉽고 예비탄도 많은 5.56mm를 선호하는 군인이 많아 그런 거라고 들었다 – .

        

        

        아무튼.

        

        이제는 갈 시간이었다.

        

        나는 힘차게 발을 굴렀고, 열린 현관 사이로 보이는 계단을 빠르게 올랐다. 그 와중 애뮤니션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외쳐준 것도 덤이었고.

        

        결론적으로 그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다. 계단을 경계하던 분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는 내게 총을 겨누지 않은 채 통과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추가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3번과 4번 건물의 7층은 옥상을 의미했다.

        

        

        그렇게 나는 옥상에 도착했다.

        

        

        

       “<탄약, 탄약!>”

        

       “<이런 세상에나, 왠 꼬맹이가 여길 어떻게…미친, 탄통을 몇 개나 들고 온 거냐, 너?>”

        

       “<절반! 절반만 가져가요!>”

        

       “<나 참, 어이가 없구만…거기 손 빈 놈들, 빈 탄창 전부 바닥에 던져놔! 빈센트랑 로이스는 그거 싸그리 수거한 다음 와서 탄창에 탄 채우고 재분배한다!>”

        

        

        

        하나가 끝났다.

        

        나는 다시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에 있던 유명한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인가 하는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든 일을 끝마쳤다는 것.

        

        하지만 탄환은 전투가 시작되면 눈녹듯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를 부르는 사람들은 가면 갈수록 많아졌다.

        

        3번 건물과 4번 건물, 그리고 그 다음에는 1번과 2번 건물. 그러나 한 번 갖다줬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기관총용 링크탄과 하부 유탄발사기를 위한 유탄 박스, 거기에 가장 적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타격하기 위한 고속유탄발사기까지.

        

        전부 올린다.

        

        

        몇 번이나 계단을 올랐을까. 입에서 단내가 나고,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끔찍할 정도로 힘들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20분 가량이 지나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즈음-

        

        

        

       “<이런 씨발-!>”

        

        

        

        투두두두두!

        

        막 탄환을 전달하고 나오려던 와중, 기관총을 든 미군 한 명이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총알을 쏘아대었고, 씹어뱉듯 덧붙였다.

        

        

        

       “<빌어먹을, 방금 봤습니까? 탈옥수들 중에서 누군가 로켓 런처를 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아니, 잠깐만. 젠장, 진짜잖아! 도대체 저런 건…군용 창고나 SWAT 창고를 습격해서 얻은 게 아니야. 도대체 저런 물건을 어디서!>”

        

       “<교전 중인 모든 아군에게 알림! 탈옥수들이 비유도 로켓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복한다! 적이 비유도 로켓을->

        

        

        

        쐐애애액, 그리고 퍼엉.

        

        그러나 여기가 아니었다. 다른 곳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폭발이 발생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건물 모서리가 폭발에 의해 박살난 3번 건물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동일한 일이 반복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죽지는 않을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허나 현실화된 악몽보다도 빠르게, 내 입에서 먼저 본능적인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뭔가가…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뭔가 오고 있어요.>”

        

       “<젠장, 불길한 소리 할 거면 가서 탄이나 더 가져->”

        

       “<아뇨, 그게 아니라….>”

        

        

        

        구우우웅-.

        

        무언가, 허공을 울리는 듯한 진동이 피부를 아주 얕게 건드리는 듯한 느낌.

        

        마치-

        

        

        

       “<비행기가….>”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다음 순간, 지상에서 화염이 연달아 피어올랐다.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화염이.

        

        

        

        

        

        

        

        

        

        

        

        

        

       “<조금 충동질했을 뿐인데 부나방처럼 달려드는군. 기도 안 차는구만…그래도 몇 놈 잃었다고 로켓 런처까지 꺼내드는 머저리들 투성이란 점은 다행인가.>”

        

       “<하이에나 카운슬이 네게 이번 공격 실패의 책임을 물을지도 몰라, 조디악. 우린 예비대다. 저 놈들을 싸그리 버려둘 예정이냐?>”

        

       “<저기서 다 죽어버리면 상관없는 이야기지…미국이 주저앉은 건 사실이지만, 막 나가는 놈들 턱주가리를 싸그리 돌려버릴 힘이 없는 건 아닌데. 바깥 공기랑 마약 맛 좀 봤다고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틱.

        

        다 꺼져가는 담배를 퉤 하고 뱉어낸 탈옥수이자, 하이에나 카운슬이라고 불리는 탈옥수들의 우두머리 집합의 일각을 차지하는 조디악이란 여성이 숨을 토해냈다.

        

        먹먹하게 부서지는 폭음이 밖에서 들려오고, 머리 위로 쫑끗 솟은 흰색 귀가 움찔거린다.

        

        그녀가 말했다.

        

        

        

       “<밖에서 장난질 좀 쳤다고 감옥에 집어넣은 건 꼴받지만, 그래도 썩은 동앗줄이 뭔지는 구별해야지. 난 센트럴 파크의 존속에 건다. 산 채로 네이팜에 타죽고 싶은 놈들만 남아라.>”

        

       “<…씨발. 카운슬보단 저기서 폭격 중인 수송기가 더 무섭다고. 난 네 의사에 따른다. 맘대로 해.>”

        

       “<제대로 말려들었구만. 그래도 대뜸 총부터 쏘는 미친 놈들보단 저자세로 굴면 총은 안 쏘는 군인 놈들이 낫겠지…판돈은 맡긴다. 알아들었으면 총알같이 튀자고.>”

        

       “<좋아. 눈치는 있는 놈들이군. 이쪽은 지금부터 여기서 뜬다. 판을 접을 때가 됐어.>”

        

        

        

        당연하게도.

        

        동료의 죽음에 부나방처럼 화망에 달려드는 탈옥수와 약탈과 파괴에 눈이 먼 탈옥수가 있듯, 그 사이엔 동료라고 하기도 민망한 이들을 팔아넘기고 유일한 공권력에 줄을 대는 탈옥수도 있는 법이었다.

        

        지휘자만 수십에 악기만 수백이 넘지만, 악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엉망진창인 오케스트라가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종착지는 정해진 지 오래였다.

        

        

        

        

        

        

        

        

        

        

        

        

        

        

        

        

        

       “<여기는 포톤 1, 사수 광학카메라를 통해 다수의 적을 식별했다. 50mm 체인건을 새로 달고 오느라 늦은 것에 양해 바란다. 가장 난리난 곳(Hot Place)을 적외선 레이저로 지정하라.>”

        

       “<추가사항 알린다! 적이 비유도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입감하였음. 호버링 – 제자리 정지 비행 – 이 불가능할 듯하니, 좁게 선회하면서 공격하겠다. 아군 오사 방지를 위해 IR 레이저를 통해 현 위치를 표시하라.>”

        

       “<확인하였음. IFF – 피아식별장치 작동 – .>”

        

       “<위치 확인…와우, 주둔 건물이 마치 쥐가 파먹은 듯한 모양새로군.>”

        

        

        

        쿠우우우우!

        

        틸트로터기에서 한 발자국 더욱 진보하여, 프로펠러를 없애고 그 자리를 제트엔진으로 대체해버린 V-44TA1 발키리 한 대가 묵직한 소음을 떨쳐울리고, 허공에서 비교적 좁은 원을 그리며 비행한다.

        

        배기 가스의 수증기가 차갑기 그지없는 외부의 공기와 맞닿으며 응결하고, 마치 천사의 머리에 뜬 것만 같은 헤일로를 그리며 느긋하게 유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아래는 말 그대로 불바다였다.

        

        

        

       ───콰아앙!

        

        

        

       “<흐아아악!>”

        

       “<젠장, 젠장! 난 도망가겠어! 이딴 곳에서 죽으려고 온 게 아니야!>”

        

       “<예비대, 예비대는, 조디악 이 새끼…아아악!>”

        

        

        

        50mm XM913 기관포가 고폭탄과 소이탄을 허공에서 퍼붓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의 단독 무대. 적잖아 수백 미터 가량 아래의 지상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깥에 나와있는 적 전부가 말 그대로 쓸려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건카메라를 담당하는 사수는 적군 일부가 마약에 취해 하늘에서 불벼락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 건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알지 못했고, 그저 이들에게 빠르고 간단한 장례를 치뤄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카메라 사수는 어째서 브루클린 부두의 아군이 끈질기게 버티는지, 그리고 적 역시도 끈질기게 버티는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포톤 1이 가디언 액츄얼에 전달. 주변에 적이 너무 많다. 더해서…적들이 싸그리 건물 내로 숨어버렸다. 쥐새끼들이 따로 없군.>”

        

       “<마지막으로 파악했을 때는 거의 두 개 대대 분량의 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적을 사살했는지는…확인할 수 없어 정확히 답변하기 어렵다. 위에서는 적 숫자를 확인 가능한가?>”

        

       “<당소 포톤 1, 답변하기 어려움. 하지만 전투력이 완전히 거세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도 건물, 저기도 건물. 근방이 싸그리 건물이었다.

        

        맨해튼으로 가는 입구이기도 한 브루클린, 그 중에서도 뉴욕 만과 맞닿아있는 곳은 수없이 많은 배가 지나다니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항구였고, 자연히 물자 유동량 감당을 위한 수많은 시설이 세워졌다.

        

        물류창고, 도매상, 공장, 회사, 중개사무소, 수리업자, 온갖 용품점 등이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이 세워지고, 서로 얽히고설키며 이윽고 아무도 그 전말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않은 복잡한 단지로서 완성된다.

        

        온갖 인프라는 싸그리 엄폐물이 되었고, 공격자건 방어자건 전부 미궁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전투 환경이 자동으로 조성됨에 따라, 전투는 말 그대로 길항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나마 유리한 자들은 다름아닌 미국군이었다.

        

        

        물론, 퇴각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당소 가디언 1, 전투가 소강 상태에 돌입했다. 긴급 철수를 요청한다. 총합 세 대의 수송기가 있어야 안전히 퇴각이 가능하다. 센트럴 파크에는 가용 가능한 여분의 수송기가 있나?>”

        

       “<현재 맨해튼을 중심으로 반경 30km 내에서 동시다발적인 철수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 다른 기체를 호출하려면 짧아도 20분 이상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빌어먹을, 20분, 20분이라…지속적인 화력지원이 보장된다면 어떻게든 버텨보겠다. 체공 가능한가?>”

        

       “<….>”

        

        

        

        순간 이어지는 짧은 정적.

        

        통신기를 붙잡고 있던 파쿼슨 대위의 속이 타들어가는 사실도 모른 채, 포톤 1의 사수는 잠시 뜸을 들였고 – 이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20분까지는 걸리지 않을 듯하다, 가디언 1. 대신 앞으로 몇 분 가량 모루가 되어야만 할 것 같다고 알림.>”

        

       “<그게 무슨…지금 무엇을 보고 있나, 포톤 1! 답변하라!>”

        

       “<최대 2분 안에 수백 명의 탈옥수가 귀관들이 있는 방향으로 몰려들 거라고 예측된다. 본 기체 역시 가능한 한 최대한의 공중지원을 시도하겠다.>”

        

        

        

        그와 동시에 건카메라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포톤 1의 사수는 공공기관용 형광색 조끼와 두터운 방독면을 갖춰 입은 무장병력이 총기에서부터 화염을 토해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의 입이 나지막하게 열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소각자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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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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