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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1

        

         

       리샤오는 중명조에게 안긴 채 자신의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신조님. 저는 두려워요. 그런 부정이, 끔찍한 재액이 이 대륙에 다시 찾아올까 봐. 여산현녀랑랑(庐山玄女娘娘)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인민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면서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요….”

         

       [ 샤오샤오. 그런 외부의 기대로 네 자아를 짜 올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너를 보는 시선은 직관적이지만 변질하기 쉽고 허물어지기 쉬운 것이다. 그러니 단단한 정신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요. 신조님의 말씀.”

         

       리샤오는 중명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보석 같은 중명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네요. 정말로.”

         

       [ 샤오….]

         

       중명조는 리샤오의 씁쓸한 미소에 침음을 삼켰다.

         

       [ 안 되겠다. 리샤오. 너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 ]

         

       “네?”

         

       [ 너는 정말로 열심히 했지. 부정 때문에 병이 생긴 군인들에게 권능을 사용해주었고, 좋은 병원에 입원시켰어. 게다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용감하게 사악한 존재와 맞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퍼뜨려 그들에게 명예까지 안겨주었어. 그 덕분에 그들은 작전에 참여했을 때보다도 훨씬 행복해졌지. ]

         

       중명조는 진지하게 리샤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정작 너는 행복하지 않았지. ]

         

       리샤오는 그날 이후로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생활했다.

       부정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자기 어깨 위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그때 자각하기라도 한 것일까?

       리샤오는 평소보다도 더 힘을 쥐어짜서 사람들을 도왔고, 중국의 국익을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잠을 자는 것마저 줄여가면서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잠을 줄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리샤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으니까.

       잠이 들기만 하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신음을 흘리고, 두려운 무언가를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괴로워하다가 깨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보아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현재 리샤오의 모습을 보면 정신력이 고갈되었고,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정말로 낫기 힘든 마음의 병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로.

         

       [ 샤오샤오. 휴가를 써야겠다. ]

         

       “하지만….”

         

       [ 아니. 하지만이 아니다. 너는 지금 당장 휴가를 쓰도록 해라. ]

         

       리샤오는 ‘휴가’라는 단어에 곤란하다는 듯 중명조를 바라보았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데 쉬는 건 좀 꺼려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 샤오샤오야. 네가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대충은 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없앨 방법 역시 나는 잘 알고 있지. ]

         

       그렇기에 중명조는 네 건강을 위해서라는 말이 아닌, 다른 말로 그녀를 구슬렸다.

         

       [ 그것은 네 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 네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아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었다면 그깟 재액 같은 것에 두려워했겠느냐? ]

         

       그것은 바로 그녀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 외적(外敵)들은 너의 무력에 두려워 감히 대륙에 발을 디디지도 못할 것이고, 네 명성이 천하에 널리 퍼져 모두가 평온하게 되겠지. 그리고 재액 역시도 감히 들어오지 못할 것이고, 설령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너무나 손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네요.”

         

       [ 그러니 샤오샤오야. 네가 휴가를 쓰는 건 그냥 쉬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힘을 기르는 또 다른 방법이다. 휴가를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 말이다. ]

         

       “신조님의 말이 맞아요. 그러고 보니 자기개발(自己開發)을 진지하게 한 것도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게 제 불안감의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리샤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경계는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경계라….]

         

       리샤오가 불안감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

       그때 그녀는 자신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를 부정과 연관을 지었다.

       재액이 잠수함을 타고 몰래 대륙으로 잠입하려 했던 것처럼, 외부에서 끔찍한 재액이 대륙으로 들어오려 하기에 자신이 이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딱히 또 다른 예언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은가.

       자신이 막았던 부정이 ‘사악한 것, 재액’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리샤오는 윗선에 경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쪽에서 사악한 것이며 재액이 건너올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당에서는 그녀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서 철저하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항구는 물론이고 공항, 국경까지 말이다.

         

       물론 그 행위는 근무자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행위이기도 했지만….

         

       [ 굳이 경계를 느슨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그것은 그들의 직분이 아니더냐? 나쁜 것이 대륙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하고 막아 세우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 그것에 대해 굳이 떠올리지 말거라. ]

         

       중명조는 딱히 그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은 그러라고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던가?

       게다가 그들이 철저하게 일할수록 대륙이, 리샤오가 안전해지는 것.

       그러니 그들에게 더더욱 열심히 단속하라고 말할지언정, 그것을 느슨하게 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철저한 경계가, 리샤오의 휴가를 더 편안하게 해줄 것이고 말이다.

         

       [ 어서 휴가를 쓰거라. 내가 영약이 있는 명산들을 좀 알고 있으니, 그곳을 순회하도록 하자꾸나. ]

         

       그렇게 중명조는 리샤오와 여행을 계획했다.

       무력을 키우기 위해 영약을 챙겨준다는 핑계를 댄, 명산 관람을 말이다.

         

         

         

        * * *

         

         

         

       ‘주석령으로 국경 경계가 강화되었다…라.’

         

       진성은 여러 인맥을 통해 그가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화인민공화국주석(中华人民共和国主席).

       중국 공산당의 서열 1위, 국가원수가 명을 내린 것이 바로 그 이유라는 사실을 말이다.

         

       심지어 정치 계파를 막론하고 중국 공산당 전체가 철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본래 이 시기에 이런 것이 있었던가?’

         

       진성은 테러리스트를 경계하는 미국처럼 반응하는 중국의 모습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 때문에 바쁠 시기였기는 했지만, 딱히 중국이 이렇게 예민하게 굴었다는 사실은 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기에.

         

       ‘아니지…. 어쩌면 들었을 수도.’

         

       하지만 이내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되어서 까먹었거나, 혹은 듣긴 했는데 주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특히 그때는 중국과 주술이나 유적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중국에 대한 정보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때였을 터이니….

       그래.

       어쩌면 이것은 진성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저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것이 현명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 만물에는 때와 시간이 있어 그것을 모른다면 그 해악을 모면하지 못함이니. 그 구역과 시간을 피하면 피해를 면할 수 있음이라!

       비바람과 이슬과 발톱과 뿔(風露之爪角)에 해악을 당하지 아니하려면 세찬 비를 피하고, 한적한 광야를 피하고, 저녁과 새벽에 쏘다니지 아니하여 맹수를 피해야만 하는 법이니.

         

       어쩌면 지금이 해악이 가득한 시기이니, 기다린다면 좋은 때가 찾아와 쉬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발이 가벼운 것은 역마(驛馬)가 그러하듯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여 성이 차지를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요, 점을 쳐보니 역마살(驛馬煞)이 낀 이의 것과 흡사하게 나왔으니 나에게 어떠한 징조가 깃든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라.’

         

       역마살이 무어냐?

       그것은 움직이고 싶어 좀이 쑤셔 어쩔 줄 모르는 형세를 말한다.

       변화와 이동을 추구하고, 생기가 넘쳐나 주체를 할 수가 없고.

         

       그리고.

         

       ‘해외.’

         

       역마살은 해외와 참으로 연이 깊은 운명이라.

         

       그러한 역마살이 점으로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시간에 관련된 것은 아니기는 하니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점에서는 진성에게 시급하게 움직일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를 재촉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속삭이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해외와 연이 있음을, 해외에 그에게 이득이 될만한 무언가가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을 뿐.

         

       그러니 여유를 가지고 움직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구나. 신경이 쓰여.’

         

       기이한 일이다.

         

       중국과 얽혀선 그다지 좋은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었는데.

       꽌시를 만들어봤자 허무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채울 미래를 알기에, 주술을 두고 다투게 될 것임을 알기에, 중국에 속하지 않는 한 그 주술에 접근할 방법은 없게 될 터이니 타협조차 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중국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었는데.

         

       어째서 그때와는 다르게 중국에 이토록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아니. 중국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

       중국이 아니다.

         

       학교 지하에서 발견한 그 시설.

       그리고 그 시설과 관련된 모든 것….

         

       진성의 무의식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의 무의식은 어쩌면 그 시설과 관련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인맥이든 뭐든 사용할 수 있는 국내의 일보다는, 쉬이 조사하기 힘든 중국의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허. 대관절 무엇이 얽혀있기에 이러한 느낌이…?’

         

       잠시간의 고민.

         

       그리고.

         

       ‘간접적으로라도 개입을 해야겠구나.’

         

       결정했다.

         

       공식적으로 들어가기는 힘들고, 강제로 뚫고 몰래 들어가기에는 그 가치가 애매하다.

         

       그러니 간접적으로 조사를 하겠다.

         

       진성은 그리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4. 굴소스 1TS를 넣고 볶는다.
    5. 접시에 덜고 한입 크기의 주먹밥으로 만든다.
    6. 베이컨 위에 주먹밥을 올린다.

    날이 밝을 때 한 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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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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