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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1

       

        

        

        

        

        

        

        

        

        

        

       “<씨발, 씨발, 씨발…소각자들이 온다! 온다고! 당장 여기서 벗어나!>”

        

       “<잠깐, 난 저 새끼들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어…나는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고! 내가 비자금을 숨겨둔 장소를 알려줄 테니 제발 살, 흐아악, 흐아아아악!>”

        

       “<이런 망할 새끼들이, 어떻게 사람을 산 채로 태워 죽일…끄흐윽, 아아악…!>”

        

       “<엄마, 엄마아아아!>”

        

        

        

        붉은 화염이 뱀처럼 혓바닥을 날름대며 허공을 채색한다.

        

        그 끝에 사람의 옷이, 그리고 살갗이 걸린 순간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자명했으나,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낼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인생의 대부분을 피의자로 살았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날름거리는 불꽃과 강제로 친밀해지게 된 피해자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 이외의 그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방독면 전성관을 통해 소름끼치게 변조된 목소리를 보유한 ‘클리너’만이 사람을 불태우는 ‘작업’을 시행할 때 한두 마디 정도만을 덧붙일 뿐.

        

        

        

       “<말이 많군. 다음엔 목에다 총알을 박아준 다음 태워야겠어.>”

        

       “<대량의 오염체가 가디언 방면으로 이동 중. 나머지는 저쪽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이 근방의 정화에만 신경쓴다.>”

        

       “<이곳에 투입된 오염체들 중 무고한 이들은 없다. 전부 사살해라. 나머지는 저쪽이 맡을 것이다.>”

        

        

        

        푸화아아악!

        

        사람을 불태우기 위해 특별히 배합된 연료가 분사되며 총구 앞쪽에 피어오른 불꽃과 맞닿는 순간 화염이 일었다 – 아니, 정확하게는 불이 붙은 끈적한 가연성 액체가 분사된 것이었다.

        

        말 그대로 네이팜. 그것이 적에게 달라붙는 순간 불은 마치 전염되듯 해당 영역을 중심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총구와 엮인 굵은 노즐에서 나온 액체는 점성 있는 휘발유와 더불어 금속 분말까지 섞여있는 물건이었고, 이는 추가적으로 발화하며 엄청난 화력을 더했다.

        

        끔찍한 화력으로 타오르는 액체 화염이 신체에 닿는 순간 접촉 부위의 피부가 오그라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영구히 복구 불가능하고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끼치는 화상이 탈옥수들을 잠식했다.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아니. 생명이 끊어진 이후에도 타올랐다.

        

        

        

       “<끄헉, 꺽, 흐아아악….>”

        

       “<끝이 없구만. 대부분이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나…별 수 없군. 현 시간부로 등에 있는 산소 봄베를 사용해라. 저 친구들에게 질식이 뭔지 알려주자고.>”

        

        

        

        파삭파삭하게 부스러진 시체의 피부 사이로 용출되는 혈액.

        

        그것을 슬그머니 발로 밀어낸 뒤, 반쯤 타버린 옷 너머에 소이탄을 집어넣고 터뜨린 클리너 중 한 명이 비릿하게 웃었다. 어딘가 공허하기도 하고, 미쳐버린 것 같기도 한 웃음이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치익거리는 소리. 방독면의 외부호흡필터가 완전히 막힘과 동시에 등에 메고 있던 봄베가 공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간단한 이치였다. 건물 내에서 화염방사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내부의 공기가 소모되는 원리였다.

        

        

        그리하여 건물 속으로 숨어든 탈옥수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하나는 타죽는 것, 두 번째는 질식하여 죽는 것이었다.

        

        

        

       “<여기는 드래곤 1, 오염체가 숨어든 건물로 진입한다. 소각 절차를 시작하겠다.>”

        

       “<들어가, 들어가! 포인트맨이 선두에 선다! 쥐새끼들을 싸그리 태워버려!>”

        

       “<씨발, 오지 마!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광인 새끼들 같으니…!>”

        

       “<다 죽여버려! 등 뒤의 산소 봄베를 쏴라! 클리너들이다!>”

        

        

        

        역사에 남기조차 힘든 참혹한 교전이 시작된다.

        

        단 하나의 전등조차 없이 깜깜한 암흑으로 뒤덮인 건물 속으로 살기 위해 들어간 탈옥수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들어간 클리너들까지. 손전등과 화염이 빚어낸 불빛이 몇 달만에 어둠만이 가득한 창고 안을 가득히 채웠다.

        

        그리고 화염방사기가 말하길, 50m 이하의 근접전에서는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이 짱이었다.

        

        실로 그 말대로였다.

        

        총을 쏘기 위해 팔과 몸을 내놓는 순간 탈옥수들의 신체부위를 맞이한 것은 총구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화염이었다.

        

        물론, 굳이 내밀지 않아도 화염이 스쳐지나간 곳에 남아있는 가열된 공기는 충분히 무기의 역할을 해냈다.

        

        

        

       “<망할, 도망칠 곳이 없어! 살려줘!>”

        

       “<건물에서 나가! 안에 있으면 타죽는다! 부두를 점거한 새끼들을 싸그리 밀어내야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어!>”

        

       “<나가, 빨리! 꾸물대지 말라고, 이 망할 새끼들아-!>”

        

        

        

        혼돈은 공포를 빚어내었다.

        

        자신들의 집이 돌파당하기라도 한 쥐새끼들마냥 수백에 달하는 탈옥수들이 건물에서 무차별적으로 뛰쳐나온다. 개중에는 불타죽는 것이 두려워 발걸음이 느린 동료를 쏴죽이고 밀친 다음 나가는 이도 있었다.

        

        살이 타는 냄새, 연료가 연소되며 나는 매캐한 냄새까지. 끔찍한 죽음의 향기에서 벗어나려 시도한 이들은 차가운 1월 말 브루클린의 아침 8시 공기를 맡게 되었다.

        

        대부분에게 있어, 삶의 마지막으로 맛보는 공기였다.

        

        

        지리멸렬하게 흩어지고, 서로간 통신 장비도 없으며, 조악하다는 말 이외의 그 어떤 단어도 필요하지 않은 지도만을 보고 적당히 투입된 인원들.

        

        당연하게도, 탈옥수들은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를 알지조차 못했다. 극소수의 인원들만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클리너의 방역 작업 경계를 뚫고 대피할 수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경계를 뚫었다기보단 어디로 나왔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아무 곳으로나 필사적으로 도망친 결과였지만, 그걸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극도의 예외적 케이스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교해진 방어선은 탈옥수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일말의 틈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가둬지듯이 몰아넣어진 탈옥수들이 향할 곳은 단 한 지점밖에 없었다.

        

        모루 위였다.

        

        

        

       “<조디악, 조디악은 어딨어! 이 빌어먹을 새끼, 언제 내뺀…컥!>”

        

       “<건물에서 총알이 날아온다! 숨어! 도망가!>”

        

       “<저 망할 놈들, 수천 발 넘게 갈겨댔으면서 왜 총알이 안 떨어지는-아아아악!>”

        

        

        

        투투투퉁!

        

        그러나 누군가의 외침 아닌 외침은 이어지지 않았다. 수백 미터 밖에서부터 날아온 유탄이 주변을 차례로 갈아엎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딱히 불운하다고 하긴 뭐한 탈옥수들도 포함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음속보다도 한참이나 빠른 탄환이 계속해서 공간을 찢으며 날아들었다.

        

        건물에 주둔 중인 가디언 팀이 탈옥수들을 향해 총알을 진즉 수천 발 이상을 넘어 만 발 가량을 갈긴 시점이었다. 미군을 공격하기 전에 라이커들이 구상했던 대전제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었다.

        

       

        대전제란 간단했다. ‘민간인을 보호하던 군인들이 충분한 분량의 탄환을 소지하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라는 라이커 및 하이에나 카운슬의 예측이 바로 그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충분한 양의 탄환을 보급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소지한 채 기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 엄밀하게 따지면 반은 예측이지만 동시에 절반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다.

        

        바로 그 때문에 탈옥수들은 군인들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요컨대 작전 성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니라, 적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강을 다지기 위해 입안된 작전이었다.

        

        

        물론 이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성공하기만 한다면 군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급 총기들을 통째로 획득할 수 있고, 수송기가 떨군 탄약도 사용 가능했다.

        

        내버려두기엔 너무나도 달달해보이는 꿀통.

        

        그리하여 세워진 작전. 요컨대 소위 급이 낮은 저급 탈옥수들, 다르게 말하면 총알받이들을 내보내서 총알을 소모시킨 다음 남은 탄약이 얼마 안 남은 틈을 타 빠르게 밀고 들어가는 것이 하이에나 카운슬이 세운 계획의 골자였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영역 안에 있었다. 성공할 확률이 존재했다.

        

        

        단 한 가지 변수만을 제외한다면.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탄환을 계속 공급받는 거냐!>”

        

       “<거, 건물 근처에 탄약 집적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씨발, 그럼 당연히 한두 군데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래서 한창 철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들이친 거잖아, 이 병신같은 새끼야!>”

        

        

        

        분노에 찬 누군가가 같은 탈옥수를 군홧발로 깠다.

        

        이유는 간단했다. 철수 작업 때는 탄환이고 나발이고 전부 팽개치고, 수송기에 탔을 때나 자폭시키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 그걸 막기 위해 철수 작업이 중반 즈음에 이르렀을 즈음 습격하는 것이 결정된 것이었다.

        

        엄밀하게는 철수가 어디서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 경계병이 확인 시 보고하고,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탈옥수들을 깨운 후 무장시키는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철수 중반에 들이친 것이었지만….

        

        좌우지간, ‘탄환 집적고가 근방에 있어도, 미군은 충분히 탄환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교전에 돌입할 것이다’라는 대전제가 있었기에 계획이 입안된 것이었다.

        

        누군가가 탄통을 가져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이한 수송기가 떨군 비유도 로켓포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미군은 마치 치트를 사용한 것마냥 무한정으로 탄약을 토해내고 있었다!

        

        

        

       ───투투퉁!

        

        

        

       “<좆됐어. 여기 온 새끼들은 다 죽을 거야.>”

        

       “<말할 시간 있으면 뛰기나, 컥, 끄르륵…!>”

        

        

        

        목이 꿰뚫리고, 유탄 폭발에 휘말리며, 도망치다 소방도끼에 맞고는 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산채로 불태워지며, 아직 체공 중인 비행기의 공중폭격에 산화한다.

        

        마치 뜨거운 물에 탄 각설탕과도 같이, 2개 대대, 어림잡아 천 명 가까이 되는 탈옥수들은 – 그 중 조디악 산하의 200명 가량은 같은 라이커의 위치를 팔아먹고는 도망쳤지만 –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계획이 무용지물로 돌아감에 따라, 라이커 섬에서 도망친 2만 명이 넘는 죄수들 중에서 거의 1/20에 달하는 인원이 한순간에 증발한 것이었다.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을, 아니, 어쩌면 기록될수도 있는 교전은 가디언 – 제104헌병대대 일부 – 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수백 미터 떨어진 가디언의 본진.

        

        

        

       “<더, 더 이상, 더 이상은 못 움직이겠어요, 우에에….>”

        

       “<…훌륭했다, 꼬맹이. 네가 없었으면 다들 진즉 총알 대신 벽돌 던지고 싸우고 있었을 거다.>”

        

       “<이…미친 자식. 오늘 네가 들고 나른 탄통만 톤 단위일 거다.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군.>”

        

       “<우리 기특한 꼬맹이, 물 마셔. 물.>”

        

        

        

        그곳에는 바닥에 주저앉아 땀을 비오듯 흘리며 개처럼 헥헥거리고 있는 유진이 있었다.

        

        그녀는 그 날 158개의 탄통을 옮겼고, 두 개의 고속유탄발사기를 옥상 위에 올렸다.

        

        유진이 거둔 두 번째 승리였다.

        

       

        

        

        

        

        

        

        

        

        

        

        

        

        

        

        

        

        

        

       “<…말 하나는 지지리도 안 듣는구만, 뱀 꼬맹이. 어릴 때 부모님 속 꽤나 썩이고 다녔겠어. 얌전히 센트럴 파크로 갔었다면 심장 졸일 일은 없었을 테지만…앞으로는 이러지 말아라.>”

        

       “<그치만….>”

        

       “<….>”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 오전 8시 30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했다가 푸르스름해지고, 이어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한 브루클린. 잔뜩 초췌한,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승리감이 가득한 얼굴로 건물에서 내려오는 미군 분들.

        

        그리고 그 아래, 나는 파쿼슨 대위님과 함께 얼어붙은 브루클린 해변가를 보고 있었다. 탈출 지점인 야구장에서 고작해야 수십 미터만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짧게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유진.>”

        

       “네…?”

        

       “<나는 지금까지 군대의 존재 이유는 민간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며 복무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이런 아웃브레이크 상황에서라면 어떨 것 같나?>”

        

       “….”

        

       “<대답할 필요는 없다. 그냥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니.>”

        

        

        

        대위님은 내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하게 말했다.

        

        중간중간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아웃브레이크라는 단어는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전염병 격리 실패로 인한 대유행. 메디컬 센터에서 시도때도 없이 들었던 단어였다.

        

        내가 듣길 원하는 걸까, 아니면…나는 그저 시무룩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뉴욕 만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자면, 이번 철수에서의 내 행동은…뛰쳐나가지 말아야만 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더 부담을 안긴 것이 아닐까. 아니, 그게 맞겠지. 부담을 안겼기에 이러고 있는 걸테니.

        

        그치만, 솔직히…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분들이 죽기 위해 남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면서 센트럴 파크란 곳으로 맘 편히 갈 수 있었을까. 그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음?>”

        

       “<시간은, 그리고 사람은 비싸요. 특히나 지금은요.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하..>”

        

        

        

        그가 내 조악한 대답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저쪽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이것이 내 대답이었다. 심사숙고하여 내놓은 답은 아니지만…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누가 살아남아야만 했는지를 가리는 것은, 그것도 이미 지나간 일을 반추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구하기 위해 온 사람도, 구해지는 사람도 전부 살아야만 했다. 누가 남아 희생했어야만 한다느니 같은 말은…이런 아포칼립스에서는 하등 쓸모없는 가정일 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이 값비싼 자원이 되는 때가 올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그리고 메이모니즈 메디컬 센터에서처럼…거기선 총을 쓸 사람이 없어 진즉 총기가 남아돌고 있었으니까.

        

        요 며칠 동안 쥐똥만큼 늘은 영어 실력으로 힘겹게 덧붙였다.

        

        

        

       “<만약 모두가 여기서 죽는다면, 그 다음엔…다른 사람이 될 거예요. 군인이.>”

        

       “<….>”

        

       “<당신은 많은 사람을 구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군인 될 거예요. 당신 죽으면. 아마도. 정부, 시킬 거예요. 아마도.>”

        

       “<…그런가.>”

        

        

        

        아직 내 예상이다.

        

        하지만 나는 미국이란 곳이 이렇게 조용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리고 그건…내가 여기 떨어지기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어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누가 감염자인지 구분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 온다면…나는 아직 상상도 못할 일들이 덮쳐오겠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런 사태까지는 막기 위해 강제로 사람들에게 총을 들게 시킨 다음 내보내고….

        

        

        아무튼.

        

        그는 내 말을 얼추 알아들었는지 허탈하게 웃고는 포켓에서 담뱃갑을 꺼내려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서는 그것을 다시 포켓에 얌전히 집어넣는다. 피고 싶으면 피지 그냥….

        

        그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다, 꼬맹이. 그러면 그 말대로…대충 어떻게든 살아남았으니 이번 일은 없던 셈 치자. 선례고 나발이고 조국이 박살날 판에 그런 걸 따지는 것도 멋없지.>”

        

       “…못 알아들었어요.”

        

       “<센트럴 파크에서는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하란 이야기다. 그리고….>”

        

        

        

        미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대위님이 덧붙였다.

        

        

        

       “<…넌 우수한 군인이 되겠지. 네 말대로 네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고…아무튼, 너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해라. 네 목숨과 팀원의 목숨까지 전부 구해와라. 알겠냐?>”

        

       “<…이번 건 좀 이해했어요. 알겠어요. 만약 된다면. 사실 전 총 쏘는 거 무서워해요.>”

        

       “<오늘 들은 농담 중 가장 웃겼다, 유진.>”

        

        

        

        쿠우우우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공기가 울린다. 이곳에 있는 모두를 실어나르기 위한 세 번째 수송기가 허공을 가르며 축구장에 착륙한 것이었다.

        

        이제는 정말 갈 시간이었고, 나는 그를 쫄래쫄래 따라 축구장으로 향했다. 이미 어지간한 짐은 전부 실린 상태였고, 다른 중대 분들이랑 제107헌병중대 분들도 거의 탑승을 완료한 시점이었다.

        

        야구장에서는 끊임없이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자 하니 남은 탄약을 폭파하며 나는 소리라고 했지만, 그것이 어쩐지 비행기 탑승 축하 팡파레처럼 들리는 건 착각일까.

        

        그리하여 이번에야말로 나를 포함한 모두가 탑승했다. 더 이상 우리를 가로막는 적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비행기가 날아오른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비행기 후방 문 뒤로 브루클린의 모습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무척 커다랬던 건물들이 순식간에 작아지고, 얼어붙은 뉴욕 만을 가로지른다.

        

        내가 저기에 다시 가는 날이 올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일주일 가량이지만…정말 끔찍한 일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기억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화재 연기와 죽은 도로는…내가 지금 어디 와있는지를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는….

        

        

        

       ‘…뉴욕.’

        

        

        

        얼어붙은 미국의 심장.

        

        잠들어버린 잠들지 않는 도시.

        

        프로즌 빅 애플.

        

        

        여긴 뉴욕이었다.

        

        나는 그곳에 와있었다.

        

        

        

        

        

        

        

        

        

        

        

        

       -…응답하라, GA1. 새 재배치 명령이 발부되었다.

        

       -듣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팀원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호송된 상태입니다. 가용 가능한 인원은 절 제외하면 없습니다.

        

       -알고 있다. 이번 재배치 명령은 통상적인 것이 아니다. 브레이크. 국토안보부 측에서 알파급 변이자들에게 시급히 소집 명령을 내렸다. 목적지는 센트럴 파크 HQ다.

        

       -센트럴 파크 HQ면…’횃불’이 있는 그곳 말입니까?

        

       -자세한 내용은 사일런트 호크 내에서 설명하겠다. 20분 안에 도착한다. 그 안에 탑승 준비를 끝마치도록.

        

       -…알겠습니다.

        

        

        

        워싱턴 D.C, VHC 헬스-버지니아 종합병원의 최상층. 찰랑거리는 흰 머리카락을 살그머니 만지작거린 누군가가 한숨을 깊게 토해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끼어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부터는 센트럴 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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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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