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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2

    <672 – 무책임한 쾌락(20)>

     

    간부회의에 참석해서 불행의 룬을 떠넘길 생각뿐이었지만, 겸사겸사 간부들의 영역을 쇼핑하면서 좋은 영역을 득템했다.

     

    <수행영역>

    <수행의 장원>

    <감지효과 : 수련시간에 비례하여 개인의 강함이 배율보정을 받는다.>

     

    이 영역 하나 덕분에 앞으로는 전투상황에서 어마어마한 배율조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보낸 어마어마한 세월만큼 위력이 증가한다면, 이는 수천 년을 사는 드래곤보다도 더한 시간보정효과를 받기 때문이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해병>이 아닌 오크노디의 몸으로도 서약이나 맹세 없이도 유사 근력올인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몰라!’

     

    결과적으로 간부회의에 참석하기를 잘한 셈이다.

    간부가 다 죽어가는데 이걸 간부회의라고 할 수 있냐고?

    음… 살아남은 간부가 나 혼자가 되면 나 혼자 회의를 한다고 칠 수 있지 않을까?

     

    “대체 우리가 다크프린세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하지…?”

    “다크프린세스!! 재단의 후계자인 당신이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재단간부인 우리를 핍박하는가!”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상실한 채로 눈에서 피를 흘리는 여간부와 과도한 마나사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마력탈진상태에 처한 마법사간부.

    살아남은 두 간부의 억울함이 담긴 외침에 오크노디의 고개가 갸웃했다.

     

    “네? 딱히 없는데요?”

    “…”

     

    아니, 우리 애들 실컷 죽여놓고 왜 당당한데.

    황당할 정도의 뻔뻔함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럼 이 모든 학살을… 그저 재미 때문에 벌였다는 말입니까…?”

    “재미. 음. 재미가 머 없었던 건 아닌데… 그렇게 막 재밌었냐고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네요? 찍먹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찍먹…? 지금 이 학살극을 두고 부먹 찍먹의 그 찍먹을 말하신 겁니까?”

     

    넋 나간 여간부의 물음에 오크노디가 직전까지의 사악한 학살과 대조되는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셈이죠! 왜, 처음 보는 음식을 보면 무슨 맛이 날지 궁금하잖아요? 나름 추측은 해보지만 내 상상이 맞을지 궁금해서 하나쯤 사먹어보고요.”

     

    공포만이 느껴졌다.

    인간의 생명.

    존재의 가치.

    그것이 오직 ‘새로움’ 하나만으로 규정된다면.

    그녀에게 ‘새롭지 않은 모든 것’은 어떻게 인지되는가.

    없을 무無.

    무가치.

    없어져도 하등 상관없을 개념이 된다.

     

    “다, 당신은… 정말로 이사장의 딸이 맞는가?”

     

    마법사 간부가 겁에 질린 목소리를 감추지도 못하고 물었다.

     

    “오직 재미 하나만을 위해 세상의 존속을 허락하는 존재. 우리는 그런 존재를 이미 하나 알고 있다…”

    “와 정말요?”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장!”

     

    그렇다.

    천년제국의 존속을 허락한 자.

    마왕을 탄생시키고, 또 용사의 탄생을 묵인한 자.

    최강의 현인신이자 중간계의 지배자.

    주류24신과 이면계의 정령왕들조차 중간계를 본격적으로 침공하거나 함락시키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

     

    삼대거악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제국이 정의하는 거악을 넘어서 중간계의 존속을 위해 존재하는 악.

     

    세계의 수호자.

    세계의 적.

    중간계 그 자체나 다름없는 존재.

     

    악룡 오모시로이.

    그가 바로 삼대거악의 위에 존재하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면계의 적과 대적해오면서 동시에 교장이라는 존재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깊이 인지해왔던 재단의 간부들은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그녀가 드래곤교장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아이에 불과한.

    그렇기에 성장한 미래가 더욱 두려운.

    도래해서는 안 될 가능성.

    모든 잔혹한 미래의 <결말>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중간계에 또 하나 탄생하고 말았음을.

     

    “개방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저것이 집사장님을 방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마법사간부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한쪽 눈을 잃은 여간부의 사고속도가 초가속에 진입했다.

     

    <집중력>

    <순간고조>

     

    가속에 진입하면서도 여간부는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자신에게 최후의 발악이라도 벌일 기회가 허락되기를.

    그녀의 하나뿐인 눈은 다크프린세스를 응시했다.

    맹수를 앞두고 눈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무의미한 공포가 아니었다.

    이미 오크노디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초집중>

    <사고가속>

     

    가속하는 사고 속에서도 오크노디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매력적인 외모조차도 정령이나 악마가 수많은 미남미녀의 죽음으로 쌓아올린 약탈한 외모를 바라보듯, 섬뜩한 공포심만이 앞섰다.

    그런 아이의 입가에 찬찬히 떠오르는 미소는 심장이 조여드는 공포만을 불렀다.

     

    <심적권청>

    <암흑의 격리>

     

    그러나, 진입에 성공했다.

    다크프린세스가 그녀의 발악을 허락한 것이다.

     

    [뭔진 모르겠지만 해봐요, 그거!]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었다.

    여간부의 마력술식이 급격히 거대해지며 자신의 마나파장을 재현했다.

    술식이란 마법의 전개를 위한 것.

    마법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표시해서 탑을 쌓듯이 술식을 쌓아올려 하나의 마법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만일 그 술식으로 <생체마나파장>을 재현한다면 무엇이 완성될까.

     

    미흡한 재현은 <기척분산>이 될 것이다.

    적절한 재현은 <분신생성>이 될 것이다.

    그로부터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재현을 넘어선 개선이 가능해진다.

    분신이 아닌 본신을.

    자기 자신을 술식으로 해체하여 표기하고, 수정값이 곧바로 적용된다.

     

    술식을 통한 존재개변.

    그 개변을 가능토록 하는 전제조건.

    변동요소를 일시적인 증강효과가 아닌 장기적인 변동요소로 만드는 비법.

    그것이 바로 <맹세와 서약>.

    세계에 의지를 각인하는 영역4단계의 영역각인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 존재를 규정하는 요소에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거나 지우며 존재를 뒤바꾼다.

    적이 아닌 자신을 향한 능력전개가 만들어내는 영역발현의 또 다른 형태가 바로 이 <존재개변>이다.

     

    이 또한 영역을 다루는 기술이니, 타인의 영역이 침투하거나 힘의 소모를 강요하거든 손쉽게 영역각인을 이룰 수 없다.

    외부의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자신을 지켜내고 존재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적인 경험을 토대로 일순간 자신의 의지가 성벽보다도 견고한 방어력을 발휘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각성은 개인의 죽음이나 잘못된 각성, 자멸로 끝을 맞이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 모든 위험요소를 회피한다면.

    자신을 지키기에 충분한 <각성>을 해버린다면.

    그 존재는 존재개변에 돌입할 수 있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집사장님에게 다크프린세스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뿐. 그것을 어떤 형태로 이룰지, 어떤 조건으로 목표를 이룰 힘을 얻을지는 나 자신이 스스로 정해야만 해!’

     

    여간부는 판단했다.

    수행영역의 무투가 간부를 일격에 초살해버리는 다크프린세스를 상대로 무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특수계통 능력이었다.

    감히 해치우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크프린세스가 집사장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봉인만 할 수 있어도 감지덕지다.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남은 한쪽 눈이 머는 대가로 다크프린세스를 봉인할 수 있는 확률은?>

     

    찰나의 예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100%>

     

    예상했던 것보다 아득히 높은 확률이 나타났다.

    여간부는 기뻐할 수 없었다.

    차라리 0.01%의 확률이 나왔다면 조건을 늘려가며 봉인을 걸어보고자 영혼까지 바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의 눈 하나가 일격에 동급의 간부 하나를 절명시키는 다크프린세스를 봉인시킬 가치는 없었다.

    그럼에도 100%가 되었다면 이유는 하나.

    당사자가 <호기심>에 봉인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한 번 겪으면 해소된다.

    그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간부는 너무나도 쉽게 예상이 갔다.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위의 조건으로 봉인이 유지되는 시간은?>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보석 하나가 빛을 잃으며 예지결과를 알려주었다.

     

    <10초>

     

    “…!”

     

    짧다.

    고작 그 정도 시간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대가로 자신의 양팔 양다리를 추가로 바친다면 그때 늘어나는 봉인시간은?>

     

    보석 하나가 또 다시 빛을 잃으며 그녀의 사지가 지닌 가치를 산정해주었다.

     

    <0초>

     

    “!!”

     

    단 1초의 유의미한 차이조차도 없었다.

    하나뿐인 눈에 눈물이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나약한 육신을 대가로 형성한 봉인 따위, 다크프린세스에게는 <호기심>만을 자극할 뿐.

    결코 봉인으로서의 가치는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예지결과였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전재산을 추가로 바친다면?>

     

    <0초>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목숨을 추가로 바친다면?>

     

    <0초>

     

    <예지마법>

    <조건부 예지 – 영혼을 추가로 바친다면?>

     

    <0초>

     

    마음이 무너졌다.

    정신의 초가속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닌 어떠한 것도 단 0.1초의 가치조차 지니지 못했음을 확인하며 절망했다.

    극도의 절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그녀의 체내에 존재하는 비타민C의 고갈을 유발했다.

    비타민C의 고갈은 아드레날린의 생산을 막았고, 아드레날린이 사라진 몸은 심장박동을 상실하고 혈압이 저하하였다.

    요컨대, 여간부는 절망에 짓눌려 돌연사했다.

     

    “소, 손도 까딱하지 않았는데 죽었어.”

    “저것이 다크프린세스의 권능인가?!”

    “트, 틀렸어.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엘프암흑폭탄에 이미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개조군단이 전의를 완전상실하고 다크노디에게 제발 퇴각을 명령하기만 바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 걸림돌조차도 되지 못했네.”

     

    다크노디가 혀를 차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뱀피프린세스>의 강력한 혈마법이 마나탈진에 걸린 재단의 마법사간부의 전신에서 피를 강제로 분출시켰다.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은 간부의 모습에 개조군단은 더욱 식겁했다.

     

    “걸림돌도 못 되는 허접간부 따윈 혈마법의 제물이나 되어버려.”

     

    그들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오크노디만이 아니었다.

    다크노디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람은 비타민C가 없으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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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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