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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2

        

       폐쇄된 철의 장막 안.

       그곳에 아무런 의심 없이 보낼 수 있는 직업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에게 경계를 받지 않고,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직업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사업가라고 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그들은 돈을 많이 벌 수만 있다면 철의 장막 안이 아닌 지옥이라고 할지라도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며, 돈을 벌게 해주는 이에게 충성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업가라는 족속들은 반대로 말하자면 자본주의에 충실한 사람들.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처지에서는 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

       당연히 경계를 받고, 감시받고, 의심을 받을 것이다.

       족쇄를 거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겠지.

         

       그렇다면 여행객은 어떨까?

       여행객 역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들. 추억을 쌓기 위해서 노력하고, 좋은 추억을 얻기 위해서라면 예산 내에서 돈을 지불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온갖 볼 것과 즐길 것들이 넘쳐나는 중국의 안으로 들어가도 의심받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이 보아왔다.

       역사적으로 이 여행객으로 위장해 스파이를 들여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무언가 은밀히 다른 나라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제일 만만한 존재가 여행객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 역시 경계를 사고 의심을 사게 되리라.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하면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의심이 가장 적을까?

       누가 가장 중국으로 들어가도 경계를 받지 않을까?

         

       “예. 신주님. 일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해답.

       진성이 생각하는 그 해답은 바로, 연예인이었다.

         

       돈과 인기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

       분명한 목적이 존재하는 이들.

       그러면서도 권력자들 처지에서는 한없이 깔볼 수밖에 없는 이들!

         

       진성은 그러한 연예인을 중국 안에 투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진성의 인맥은 분명히 꽤 쓸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 인맥이 연예기획사까지 닿아 있지는 않았다.

       뭐, 닿으려면 닿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한국 연예기획사만큼 쓸만한 것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바로, 일본 기획사 말이다.

         

       “예! 저 야사키 토키타카(矢崎敏高)! 황금손의 명성에 걸맞게, 신주님께서 소개해주신 연예인을 확실히 띄워놓았습니다!”

         

       일본에 사놓은 별장에서 진성은 쓸만한 인재 하나를 얻었다.

         

       야사키 토키타카(矢崎敏高).

       일본에서 ‘황금손’ 혹은 ‘미다스의 손’이라며 추앙받고 있는 일본 연예계의 셀러브리티(Celebrity).

         

       그는 다른 권력자들처럼 진성에게서 ‘축복’을 받기 위해서 방문했고, 감각이 애매하게 좋았기에 진성의 마수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진성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권력자들의 권유 때문에 반강제로 ‘축복’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별장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얻게 되었다.

         

       권력자들과 ‘축복’이라는 비밀스러운 요소로 얽히며 더더욱 끈끈한 존재가 될 수 있었고, 권력자의 비호 아래에서 더더욱 회사를 확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부와 명예 역시 늘어났으며, 그가 누릴 수 있는 부의 범위 역시 예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에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부자이거나 사회적 명성이 없다면 의뢰조차 맡길 수 없는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그만의 옷을 받을 수 있었고, 일본 내에서 명성을 아무리 올려도 출입할 수 없었던 고급 료칸에 권력자들과 함께 방문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장인들의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에게 존중받기까지 했다.

         

       얼핏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

       하지만 야사카 토키타카에게는 이 작으면서도 큰 차이가, 일본의 권력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를 가르는 경계선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경계선을 통과하였고, 당대뿐만이 아니라 대대로 이 경계선 안에서 권력자로 사는 삶을 누릴 수 있음 역시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별장에서 겪었던 두려운 일은 미화되었고, 신주가 품은 불길함은 에키진(厄神)이나 타타리가미(祟り神)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가질법한 범접하지 못할 카리스마 같은 것으로 변화하였다.

         

       어쩌면 이는 신주라는 존재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재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한 무의식의 발로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뭐, 적어도 지금의 그는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만족스럽다고 해야겠지.

       매우.

         

       그렇기에 그는 신주가 소개해준 연예인을 성심성의껏 돌봤다.

         

       그래…. 그 이름이.

         

       “차이네. 그 한국 연예인, 꽤 다듬는 보람이 있더군요.”

         

       차이네였다.

         

         

         

        * * *

         

         

         

       바이런은 말했다.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로 태어난다고.

         

       그리고 중국의 서적, 회남자(淮南子)에서도 말했다.

       복(福)은 불행이 없으면 보다 커지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 행운은 과거 겪었던 불행들의 보상일까?

       과거 불행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찾아왔듯이, 행운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안겨 온 것일까?

         

       본명 김선미.

       예명인 ‘차이네’로 더 유명해진 그녀는,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꿈만 같아.’

         

       과거 그녀를 괴롭혔던 불행이 얼마나 많았던가?

       부푼 꿈을 안고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심지어 계약한 소속사는 악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었고, 차이네의 몸을 갈아가면서 굴렸었다. 심지어 옆에 붙어 다니던 매니저는 자신에게 오물을 끼얹을 생각이 가득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옛 명언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 안에서도 분명히 행운은 있었다.

       소속사는 악덕이었지만 적어도 돈만 벌어다 준다면 깔끔하게 행동했고, 불공정한 거래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 거래 내용은 지키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매니저 역시 운이 나빴다면 그대로 당해서 연예계 생활을 접어야 했겠지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사람….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했던 그 이상한 미치광이가 나타나서 매니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덕분에,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서 매니저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불행과 작은 행복이 끝이 난 후.

       그녀는 커다란 행운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일본 기획사와의 계약.

       전 소속사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고, 해주지도 않았을 해외 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명성을 얻어서 진출하는 것이 아니긴 했지만…. 뭐 어떤가.

       한국에서 명성을 얻어서 일본에 진출하는 것, 일본에 진출한 뒤 명성을 얻는 것.

       결과적으로만 같으면 문제가 없는 것을.

         

       그렇게 차이네는 꼼꼼히 살펴본 끝에 일본 기획사와 계약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정보를 모아본 결과 자신에게 계약을 제시한 일본 기획사가 깨끗하고 건실한 곳임을 알 수 있었으며, 계약 내용 역시 제대로 뜨지도 못한 자신에게 제시하기에는 유리한 내용이 잔뜩 있고 독소 조항도 없었다는 것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

       그래서 믿었을지도 모른다.

       예전 소속사에서처럼 혹사당하지 않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까지 방문해서 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독소 조항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기에. 그래서 그녀는 이것이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과 행운의 양면 중 ‘행운’이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그곳과 계약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믿었고.

       그렇게 그녀는 그 믿음의 대가를 거머쥐었다.

         

       한일 합작으로 이루어진 오디션 프로그램.

       그곳에 출연하며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우승은 하지 못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한일 합작이었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온갖 재능있는 이들이 몰려들었고, 그 끼를 압도하기에는 차이네의 재능은 모자랐다.

       그들은 정말 별과 같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녀는 그곳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새로 계약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업계의 유명한 사람들에게 레슨을 받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노력해도 뜰 수 없었던 과거처럼 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들이 가르치는 것을 체득하려 수없이 연습하며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빛을 발했고, 꽤 오랫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었지.

         

       그리고 거기에 더해,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까지 뽐내는 것에 성공했다.

         

       재능이 넘치지만 그만큼 성격이 모난 이들을 부드럽게 받아주기도 하고, 그들의 상담을 받아주기도 하고, 그들을 위로하기도 하는 등.

       따스한 맏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뇌리에 ‘차이네’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팬들이 엄청나게 생겼고, 온갖 별명들이 붙었지….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의 일 역시 그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행복한 일들이 많았고.

         

       그러니까.

         

       [ 차이네 씨? 중국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차이네 씨의 팬도 정말 많다고 하고요. 그 중국의 팬들이 차이네 씨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하네요? ]

         

       이번 중국 출장 역시 그녀에게 행운이겠지.

         

       [ 중국에 갔다 오면 명성이 엄청나게 커질 거예요. 명실공히 ‘아시아’ 단위의 스타가 되는 거죠. 그리고 당연히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하하. 차이네 씨, 중국에 갈 준비 하도록 합시다.

         

       “네!”

         

       황금손 야사키 토키타카의 장담대로, 부와 명성이 그녀에게 따라올 테니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7. 돌돌 말아서 끝부분을 붙인다.
    8. 달군 후라이팬이나 예열한 에어프라이어기에 넣고 익혀준다.
    9. 베이컨말이 주먹밥이 완성되었다.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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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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