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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3

    <673 – 무책임한 쾌락(21)>

     

    분신인 자신은 누릴 수 없는 원본만의 관계성.

    다크노디는 그 관계들이 미치도록 갖고 싶었다.

    집사 조나와 메이드 리프.

    응애트리오로 함께 불리는 티토소가와 즈앙.

    만날 때마다 밥과 강의재료, 잔소리를 챙겨주는 이사벨과 지젤, 손오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아카디아와 아이린.

    여동생의 모습을 오크노디에게서 찾는 싱.

    그녀가 없으면 곤란한 응애 만드라고라와 앨리스 모자선배, 브금을 만들어주는 에고 바이올린.

    외로움을 많이 타는 헤스티아.

    갈 길이 먼 모브와 자쿠.

    너무 먼 미래를 봐버린 숭배자 도비.

    삼대금림의 도로시와 록펠.

    교수들의 호의.

    재단파파와 황제파파의 전폭적인 관심.

     

    수많은 관계를 알고 있으나, 무엇 하나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기억을 나누어주지라도 않았더라면.

    생성 시점에서 본신과 같은 기억, 같은 기능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매번 잠을 자고 눈을 뜰 때마다 생각했다.

    원본만큼 성장할 수 없는 자신에게 남은 평생, 원본이 바라는 ‘잡다한 일’을 대신할 뿐인 노동자로 부림당하다가 죽는 것이 이 비루한 생을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여야만 하느냐고.

    나이 어린 뱀파이어, 귀여운 뱀피라고 그녀를 어화둥둥 부둥부둥 해주는 뱀파이어들에게 둘러싸일 때마다 이 좋은 것을 아카데미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는 오크노디를 향한 질시의 감정은 더욱 커졌다.

     

    “어찌 짐의 진짜 양녀와 같이 대할 수 있겠느냐. 진짜에는 진본이라는 것만으로도 깃드는 특별함이 있는 법이다.”

     

    절대로 그녀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황제파파의 가혹함도 한몫 했다.

    군단을 개조해도, 히든피스를 쥐어짜내도, 기능연계공식을 알려주어도 황제파파는 그녀를 훌륭하다 칭찬할 뿐, 결코 본체와 같은 대우를 해주지는 않았다.

    이유는 그녀도 알았다.

    원본은 아카데미를 다닌다.

    앞으로 이룰 성장치는 더욱 높고, 성장속도도 자신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겠지.

    그에 비하면 큰 이벤트가 잔뜩 지나간 바깥세상에서 그녀가 이룰 성장치와 성장속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본체의 분신.

    알지만 가질 수 없는 자.

    본체의 호기심을 위해 탄생한 열화본.

     

    그 결과, 선황의 목표인 교장타도의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더 큰 존재는 본체로 수렴한다.

    황제파파의 심중이 결코 다크노디에게 머무를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깨달았다.

     

    ‘본체를, 오크노디를 이길 수 있다면 분신인 내게도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조나부터 황제파파까지, 수많은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

    뱀피노디를 연기했던 것처럼 오크노디를 연기하기만 해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의심과 원망은 받겠지만…’

     

    약한 이들은 가볍게 정신을 손봐주면 될 문제 아닌가?

    강한 이들은 유일한 대체재가 자신임을 깨닫게 하면 될 문제다.

     

    “오크노디. 난 네가 싫어.”

    “헉. 갑자기?”

    “네 알멩이도 나와 다르지 않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만 좋아해.”

    “너도 뱀피드레스 입었잖아!”

    “네가 가진 기억 속의 소중한 사람들은 뱀파이어가 아니잖아.”

     

    아하.

    오크노디가 그제야 다크노디의 심중을 헤아렸다.

     

    “내 것이 탐나는구나?”

    “그래.”

    “진즉에 말하지! 나중에 빌려줄 수도 있는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네가 구출한 조나와 동격의 대죄인들에게 관심이 많거든!”

     

    오크노디의 뜻은 간단했다.

    서로 있을 곳을 잠시 바꿔치기 해보자.

     

    “그게 돼…?”

    “안 될 거 머 있어?”

    “없기야 한데… 정말 허락해주는 거야?”

     

    다크노디는 마치 꿈에만 그리던 소원이 덜컥 이루어지는, 현실감을 상실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당사자가 허락해도 되는 건가?

    막 다른 이유나 조건이 필요하지도 않고?

    억지로 오크노디를 제압하고 자신의 지배 하에서 육신을 강제로 교체한다든가.

    그녀의 정신을 파괴하고 텅빈 몸에 들어간다든가.

    <교장>의 공략법과 같은 방법을 쓴다든가.

    혹은 오크노디를 죽이고,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든가.

     

    수많은 공략법을 떠올렸는데.

    준비도 잔뜩 하고 왔는데.

     

    정작 무엇 하나 꺼내기도 전에 덜컥 일이 끝났다.

    오크노디 자체가 싸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무섭지도 않아? 내가 네 자리를 차지하고 다시는 돌려주지 않을 것이.”

    “감당할 수 있으면 해도 돼! 근데 너도 알잖아? 분신의 치명적인 한계점을!”

    “…”

     

    다크노디는 즉시 기막을 펼쳐 외부와의 소음을 일절 차단하였다.

    확실히 존재했다.

    영구분신이기에 그녀에게만 존재하는 약점이.

     

    “분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할당된 <분신영역>.”

    “맞아! 영역할당량의 상당부분이 줄어든 상태의 네가 1 대 1로 날 이기는 건 절대 불가능하잖아?”

    “…아카데미에 머무르면서 내가 힘을 쌓고 강해지면 너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어.”

     

    양보는 고맙지만 한 번 내어준 것을 쉽사리 품에서 내보낼 정도로 다크노디는 마음씨가 곱지 못했다.

    1년간 오크노디처럼 어화둥둥 부둥부둥 라이프를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받았다면 모를까, 다크노디 본인은 그 즐거운 시간을 기억으로만 느꼈으니까.

    최소한 1년.

    원본이 누린 시간만큼은 누리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원본을 향한 시기와 질투,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은 갈망이 가시지 않으리라.

     

    “왜 그렇게 허술해? 왜 자꾸 나한테 호의를 베풀어? 고인물인 플레이어가 어째서?”

    “어째서냐니, 너도 일단은 1회차잖아!”

    “…응? 1회차?”

     

    다크노디는 혼란에 빠졌다.

     

    “1회차. 처음 사는 인생은 존중해드려야지! 고인물은 뉴비를 좋아해!”

    “방금 실컷 죽인 걔네들은?”

    “싹이 노란 악질뉴비는 뿌리부터 뽑아야 다른 뉴비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난 그런 악질로 안 보여?”

    “딱히? 그냥 심술이 났을 뿐이잖아!”

     

    다크노디는 분신인 자신과 본신인 오크노디의 차이를 발견했다.

    오크노디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모든 것이 기억에 불과한 분신을 위해 체험할 기회를 허락해주었다.

     

    “원하는 만큼 아카데미 생활을 대신 하다가 돌려줘도 돼. 대신 하나만 해줘!”

    “뭐를?”

    “이거 재단파파가 장착하게 해줘!”

     

    오크노디가 짠 하고 손바닥에 올린 새카만 보석같은 마력결정체는 <불행의 룬>이었다.

     

    ━━━

    *불행의 룬* : 강력한 마법은 룬의 형태로 압축됩니다. 강력한 저주 또한 룬마법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불행은 지나치게 강한 저주가 중첩되어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감소합니다.

    [보유효과 – 모든 판정 성공확률 50% 감소]

    [장착효과 – 모든 판정 성공확률 100% 감소]

    ━━━

     

    다크노디의 눈이 게슴츠레 좁혀졌다.

     

    “이걸? 내가?”

    “응! 너가!”

    “내 감동 내놔.”

     

    다크노디가 멱살을 붙잡고 흔들자 오크노디가 히히 웃으며 순순히 붙잡힌 상태로 마구 흔들렸다.

    솔직히 괘씸하긴 했다.

    불행의 룬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이던가.

    소지하는 것만으로 모든 판정이 50% 확률로 실패하는 완전 억까의 궁극체 아이템이다.

    심지어 그런 물건을 상대에게 감쪽같이 속이고 장착시키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의도를 발각당하면 그 자리에서 재단파파의 손에 살해당해도 “난 죽을만했어…”라고 유언을 남기고 죽어야 할 정도로!

     

    똑똑.

     

    기막 밖에서 마나파장이 울려 돌아보니 악천군 곽조가 머쓱한 얼굴로 노크를 하고 있었다.

    다크노디가 기막을 해제하자 곽조가 물었다.

     

    “우리 부하들이 암흑폭탄에 잔뜩 피폭당했는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시오?”

    “뭐가 불만인데.”

    “부하들의 복수를 하려는 것은 맞으시오?”

    “충성의 대가를 받겠다는 거야?”

    “자신을 위해 나선 병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충성의 대가를 운운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소.”

     

    다크노디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응애 나 애기뱀파이어. 뱀피는 인간의 도리 몰라.”

    “…”

     

    실화냐.

    악천군 곽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지하에 매복시킨 매복군은 어찌하실 겁니까?”

    “화해했어. 그냥 나오라고 해.”

     

    잠복술식이 새겨진 개조거대지렁이들이 지상으로 머리를 내밀고 입을 벌리니, 안에 탑승했던 개조군단 정예병 이백 명이 우르르 걸어나왔다.

     

    “폭격군단은 어찌하실 겁니까?”

    “그냥 내려오라고 해.”

     

    곽조가 후방의 수하들을 향해 작은 깃발을 하나 들자 수하들이 등에 짊어진 커다란 깃발을 들고 하늘을 향해 흔들었다.

    이에 <스텔스>마법을 걸고 비가시 상태로 마법폭탄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던 마법사들이 시무룩해져서 지상에 착지했다.

     

    “투척군단도 철수합니까?”

    “응.”

    “저주군단도?”

    “전부.”

    “둑을 쌓아서 수공을 준비하던 부대도?”

    “원상복귀시켜.”

     

    철저한 준비성에 오크노디마저 감탄했다.

     

    “준비 많이 했구나?”

    “원본은 강하니까. 그걸 보아선 아무래도 이것도 부족했던 것 같네.”

     

    오크노디의 호위골렘이 지닌 전투력을 한 눈에 알아본 다크노디는 그녀와 적이 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불행의 룬 대신 처리해주는 거야?”

    “계약체결이야. 대신 약속 어기면 이를 거야.”

    “뭐를? 누구한테?”

    “디스트로이어 교수님한테. 핑크베리 교수인 척 네가 잔망스럽게 굴었던 짓.”

    “헉! 그러면 안 돼!”

     

    다크노디는 재차 강조했다.

     

    “약속을 지켜.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약속할게!”

     

    다크노디는 불행의 룬을 넘겨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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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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