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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3

       

        

        

        

        

        

        

        

        

        

        

       ───따르르릉!

        

        

        

       “…으.”

        

        

        

        이 세상에 떨어진 이후로 반쯤 처음으로 맛보는 문명이 이기가 자명종이라니, 세상이 참 말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접이식 침대 프레임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당연히 어디 캠핑 같은 곳에 갔을 때나 쓸 법한 괜찮은 물건이 아니라, 이런 긴급 사태에 보급하기 위해 생산성만을 중시한 물건이었다.

        

        몸이 뻐근했다. 엉덩이 부분에 꼬리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같은 것도 없었기에 안 그래도 좁아터진 프레임에서 힘겹게 몸을 돌려 자고 일어나야만 했고, 센트럴 파크에서의 첫날 밤은 최악으로 남았다.

        

        

        아무튼, 자명종이 생긴 이후로 나는 드디어 현재 시각이 몇 시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바깥에 이제서야 막 해가 뜨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략 7시에서 8시 언저리가 아닐까. 그리고 어제 들은 바로는 오전 8시 정각부터는 본격적으로 내게 주어진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정각 5분 전 리전 아저씨가 찾아온다고 했으니까…그래도 못난 모습 안 보여주려면 어느 정도 몸단장은 해야겠지…만.

        

        

        

       ‘…어떻게?’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여자애는 목욕도 다르게 하는 거야? 아침만 되면 장미꽃 띄운 욕조에 우아하게 몸을 담그기라도 하는 건가? 머리 묶는 방법도 잘 몰라 엉성하고, 세안은 그냥 어푸어푸만 하면 끝나는 건가?

        

        클렌징 폼이나 로션 같은 게 있을 리도 만무하고…그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어제 받았던 식수를 손에 좀 묻혀서 얼굴을 닦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이곳까지 오기 전에 머물렀던 병원에선 간혹 씻을 수 있었기에, 여자로서 좀 많이 심각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다…만, 내가 언제부터 여자였다고. 진짜 환장하겠네.

        

        

        아무튼 내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힘겹게 아등바등하고 있었을까, 저 아래에서부터 발걸음…인기척이 느껴진다.

        

        입냄새 제거 및 당분 보충을 위해 독한 민트 캔디 한 알을 입 안에 털어넣고 굴리고 있었을까, 그가 문을 두 번 두들겼다. 나는 건조한 공기를 털어내기 위해 물로 입을 적시고는 덧붙였다.

        

        

        

       “금방 나가요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두툼한 옷 여러 벌을 껴입은 내 꼬라지는 상당히 볼 만했지만, 어쩌겠어.

        

        차가운 겨울 공기가 몸 전체를 감싸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목도리로 꼬리를 꽁꽁 싸맸기도 하고, 단추를 잠가 떨어지지 않게 해놨기에 꼬리도 그렇게 춥진 않았다.

        

        오늘 아침에 할 일은 간단했다. 주변 시설을 둘러보고, 오늘부터 나를 담당할 의료진들 및 검사관들과 안면을 트는 것이었다. 오늘부턴 본격적인 검사와 테스트가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그 말대로, 나와 리전 씨는 민간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건물은 언제 지어졌나요? 진짜 대단하다.”

        

       “생각보다 꽤 됐습니다. 이 근방에 지어진 건물들은 족히 한 달 가량 됐지요. 지금 급하게 공사되고 있는 것들은 전부 민간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지고 있는 겁니다.”

        

       “아….”

        

        

        

        그 즈음부터 그는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이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라는 것이 가시화되기 전, 센트럴 파크 본부는 센트럴 파크 보건소였다고 한다.

        

        공공보건인력이니 의사들이니 하는 사람들, 그리고 치안을 담당하는 NYPD와 미합중국 공공보건임무단이라는 준군사병력 등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컨트롤타워, 식당, 진료소, 검사실, 정밀진단실 등이 먼저 지어졌단다.

        

        오메가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대략 3주 정도였다고 하니, 12월 말부터 센트럴 파크에 이런저런 것들이 세워졌다고 하면…말이 안 되는 건 아닐지도.

        

        

        아무튼, 그건 그렇고. 오늘은 이 사람에게 부탁할 것이 하나 있었다.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바스락거리는 감각을 상기하며 물었다.

        

        

        

       “…혹시, 가능하면 사람 한 명을 찾아줄 수 있으신가요?”

        

       “사람 말입니까.”

        

       “아, 아무나 찾아달라는 건 아니고, 센트럴 파크 어딘가에 근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제107헌병중대에 소속된 베이커라는 분이랑 굉장히 가까운 사이인 제나라는 분을 찾고 있어요.”

        

       “제나라, 흠….”

        

       “여기 사진이라도…여기요.”

        

        

        

        아쉽게도 베이커 병장님이 남긴 인식표는 없었다. 파쿼슨 대위님께 이미 전달해드린 물건이었으니.

        

        그래도 그 분이 별도로 남겨준 것들은…조금 있었다. 피에 젖은 사진 하나와 유언장으로 보이는 작은 메모지까지…브루클린 지도는 내가 잘 보관하고 있다. 맨해튼으로 넘어오며 더 이상은 없어도 되는 물건이 됐으니.

        

        아무튼, 곳곳에 피딱지가 말라붙은 사진을 바라보던 그가 덧붙였다.

        

        

        

       “…유품 전달이라. 이해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릴지도 모르지만 찾게 되면 별도로 언급하지요. 근무하는 인원을 찾는 거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만, 그게 아니라면 좀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아…그렇겠네요.”

        

        

        

        지금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부탁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장 내가 첫 번째로 들어갔었던 집의 벽면 언저리에 붙여져있던 지도에는 센트럴 파크로 가라는 뜻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가족과 친구를 눈 앞에서 잃은 사람들도 있겠지만…헤어진 사람도 있을 테니.

        

        브루클린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센트럴 파크가 멀쩡하게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수많은 민간인들이 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겠지.

        

        하지만…뭐가 됐든, 나는 지금 이렇게라도 꽤나 높은 사람한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렇다면 그 기회를 허투루 쓸 생각은 없었다.

        

        

        아무튼, 그러는 사이 나와 리전 요원님은 굉장히 엄중하게 방비되고 있는 구역으로 진입했다.

        

        주변에는 두터운 바리케이드가 쳐진 상태였고, 곳곳에 있는 망루와 게이트에는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하늘을 보았다. 수많은 대형 드론들이 시설 내부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나르고 있었다. 흙이었다. 톤 단위의 흙이 어딘가로 퍼날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기이한 광경을 뒤로 한 채 나는 스캐너와 검역 시설을 통과했고, 게이트를 통괄하는 군인 분에게 키카드가 달린 목걸이 하나를 받았다.

        

        그가 덧붙였다.

        

        

        

       “<이 꼬맹이는 키카드를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없군요, 요원님.>”

        

       “<앞으로 여길 자주 오가게 될 친구입니다. 신원 확인은 이미 된 거나 다름없으니, 바이러스를 달고 들어가는 일만은 없게끔 신경써주시면 됩니다.>”

        

       “<이해했습니다.>”

        

        

        

        그 후 리전 요원님은 사라졌고, 나는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구역 내부에 진입했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어째서 수많은 드론들이 왜 이 구역 안으로 바쁘게 오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센트럴 파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공사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교하고도 깊숙하게 파내진 센트럴 파크의 지하 내부에 무언가가 지어지는 중이었다.

        

        바깥에선 볼 수도 없었던 수많은 트럭과 중장비가 흙을 퍼날랐고, 드론은 그것을 한껏 실은 후 허공으로 날아오름과 동시에 흐릿해진다. 근처에 흙을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한 광경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스리슬쩍 내 옆으로 다가오며 덧붙였다.

        

        

        

       “<…센트럴 파크를 개조하는 작업 중에서도 가장 급한 일이지. 우리는 저 프로젝트의 이름을 방주(ARK)라고 지었다. 아, 영어로 말하면 우리 숙녀 분은 알아듣기 어려우려나?>”

        

       “…어느 정도는 알아듣거든요, 진짜.”

        

       “<이런,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 같구만. 농담이다, 농담. 웨스커 박사다. 게임에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라고 말하면 화낸다.>”

        

        

        

        …알버트 웨스커?

        

        어쩐지 기시감이 상당히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그는 진즉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아크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알아듣기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설명 자체는 쉬웠기 때문이었다.

        

        그 정체는 거창한 이름에 비하면 상당히 무난한 것이었는데, 지상에 노출되면 쉽게 타깃이 될 수 있는 각종 발전 시설과 여러 제어장치, 고위급 직원들의 대피 공간 비슷한 것이었다.

        

        그러다 무너지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볼까 했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짓는 것들에 뭘 바라냐는 듯한 대답 정도만이 들어왔다. 하기야 그도 그렇긴 하지. 논리적인 대답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약간 짐작했던 것처럼, 이 사람은 앞으로 있을 다양한 신체검사를 돕기 위해 질병통제예방센터 측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그는 앞으로 내가 어떤 검사를 받을지를 계속해서 설명해주었다. 심지어는 밖에서는 볼 수조차 없는 전자사전 같은 것으로 단어를 검색해 실시간으로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알게 된 사실들.

        

        

        

       ‘…약간 신검받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것보다는 훨씬 방대했다.

        

        신장과 몸무게 측정은 기본이고, 혈액검사와 심전도, 체액검사와 같은 기초적인 것들부터 운동부하검사 – 최대산소섭취량 측정 – , 모션캡쳐를 통한 운동능력검사, 근전도검사, 그 외에도 끝도 없는 검사들.

        

        적어도 최소 일주일 가량은 이곳을 뺀질나게 들락날락해야만 했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초적인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온갖 종류의 파생 테스트를 치뤄야만 한단다.

        

        그 정도의 엄밀한 진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뭐어, 그것까지는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기요.>”

        

       “<뭐야. 뭔가 질문이라도?>”

        

       “<저 배고파요.>”

        

        

        

        배가 고프다. 아침을 못 먹었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때마침 잘 됐군. 어떤 검사들은 최소 8시간, 통상 12시간 가량의 금식 시간이 필요하지. 어느 정도 검사가 끝나는대로 식사를 건의해볼 테니 조금만 참아라.>”

        

       “<…네에.>”

        

        

        

        뭐라고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니 대충 알 수 있었다. 아쉽게 되었다.

        

        아마 누군가 지금쯤 날 보면 시무룩한 강아지처럼 꼬리가 축 쳐져있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박사가 이끄는 대로 건물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쿵!

        

        

        

       -<저 아직 밥 못 먹었다니까요-!>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충격량이로군. 근섬유의 밀도가 진즉 인간을 한참 초월한 수준이야.>”

        

       “<누구 간식 가지고 있는 사람 없나? 문 열리자마자 입 안에 뭘 넣어줘야만 할 것 같은데.>”

        

        

        

        그로부터 3시간 가량 후.

        

        위장에 아무런 것도 못 넣은 나는 흉폭해졌다.

        

        밥 안 주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된 오전이었다.

        

        

        

       

        

        

        

        

        

        

        

        

        

        

        

        

        

        

        

        

       “씨잉….”

        

       “<미안하구나. 배고플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알게 됐으니 다행이지 않니.>”

        

       “…우우.”

        

        

        

        오후 1시, 내가 사람의 말을 잃어버리고는 눈짓과 짤막한 의성어로만 불만을 표할 무렵.

        

        나는 현재 센트럴 파크 HQ의 출입제한구역 – 내가 있는 곳의 정식 명칭이었다 – 내부의 식당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밥 없으면 아무런 것도 못 하는 사람한테 밥을 안 먹이고 이런저런 걸 시키기만 하면 어떡해. 서러워 죽겠다, 증말.

        

        

        그래도 여태까지 이것보다 훨씬 서러운 일들을 많이 겪고 극복…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적응은 됐다. 밥을 안 준 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내가 참아줘야만 하지 않을까.

        

        …게다가 대체 불가능한 사람들밖에 출입하지 않는 이 공간에서 나오는 식사조차 사회가 멀쩡히 돌아갈 때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나오는 것보다도 한참 별로라는 사실은 내게 측은함을 들게 만들었다.

        

        아무튼, 군용인지 비상용인지 모를 초코바를 오물오물 씹고 삼키고 있자니 조금씩 힘이 되돌아온다. 기력이 생겨난다고 해야만 하나.

        

        그리고 이런 이유는 간단했다.

        

        

        

       “…기초대사량이 거의 5천이면 밥을 안 먹으면 안 된다는 거 아냐.”

        

        

        

        기초대사량.

        

        말 그대로 침대에 누워 24시간 숨만 쉬고 있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

        

        당연하겠지만 활동대사량을 포함하지 않을 수는 없고, 거기에 더불어 요즘은 겨울이므로 체온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추가적인 칼로리까지 포함한다면 하루에 대략 최소 8천 칼로리 가량을 먹어야 한다.

        

        단순계산만으로 하루에 최소 피자 두세 판 가량을 먹어야만 한다는 소리.

        

        그래도 다행스러운 사실이 있다면, 이곳은 패스트푸드의 천국인 미국이다. 사회가 이따구로 폭삭 주저앉지 않았더라면 하루에 수천 톤 가량의 음식이 매일마다 싸그리 버려질 정도의 동네란 뜻이다.

        

        

        

       ‘…가끔 가다 인터넷에 보이는 슈퍼뚱보들이 괜히 미국에 많은 게 아니지.’

        

        

        

        그 있잖은가. 월마트 같은 데 가면 보이는, 서스펜션과 엔진이 먼저 뻗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조막만한 카트에 탄 초고도비만 환자들.

        

        그런 점에선 실로 다행이었다. 하루에 십수 번씩 오가는 수송기들은 적어도 누구를 굶기지는 않겠다는 듯 다양한 즉석조리식품 등등을 10톤 단위로 떨구고 다녔으니 말이다.

        

        굶어죽을 걱정은 없겠어.

        

        

        아무튼,

        

        

        

       “<알파급 변이자의 신체구조는…현대의학과 스포츠과학 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얇은 근섬유가 이토록 조밀한 집합을 그리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보다는 차라리…맹수에 훨씬 가깝게 수렴하는군요. 안구 근육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눈을 움직이는 속도와 힘이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비강 안쪽에 피트기관의 흔적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어요. 모티브가 된 뱀과는 다르게 사용자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을 듯한데….>”

        

       “<신체 자체가 진동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심리 테스트에서 스트레스가 제대로 검출되지 않는 것을 보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원할 때 걸러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못 알아듣겠어.

        

        아무튼 내 몸을 검진하면서 나온 정보들을 가지고 저렇게 열성적으로 토론하는 걸 보면 살짝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 어쩌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말이다.

        

        뭐어, 원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잖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직접 겪게 되면 좀 그래.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뭐라고 해야 하나. 다들 저러고 있는 걸 보면 내 몸이 굉장히 분석할 게 많다는 뜻이겠지.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곳에 온 게 잘 된 일이란 걸 얼추 알 수 있었다.

        

        그리 생각하며 슬슬 빵빵해지고 있는 배를 두드리고 있었을까,

        

        

        

       “식사는 맛있게 했나요?”

        

       “…아, 리전 요원님.”

        

       “뭐든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곤란한 일이겠지요. 뒤늦게라도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리전 요원이 슬그머니 식당 내부로 들어왔다.

        

        그는 과거 자신을 처음 소개할 때 이곳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만 하는지 설명해준다고 했었고…그런 점에서 보자면, 아마 안 보이는 곳에서 테스트를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다 안다는 뉘앙스로 덧붙였다.

        

        

        

       “아무튼 기초적인 검사는 대부분 끝난 것 같군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빡빡한 밀도로 진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뭐어, 그건 그닥 중요한 게 아니겠죠.”

        

       “그러면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리 말하며 그는 아까 근전도검사 때 몸에 붙였던 자그마한 패치들이 가득 든 갑 하나를 내려놓는다.

        

        이게 뭘까. 내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그가 입을 열었다.

        

        

        

       “유진 양도 진즉 알고 있겠지만, 본인의 가장 큰 미스테리 박스는…인간으로서는 재현 불가능한 엄청난 신체적 출력이지요. 연구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걸 하루이틀 안에 전부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겠지요. 조금 번거롭겠지만, 유진 양에게 조금 더 지속적인 협력이 요구된단 소립니다.”

        

       “뭐어, 어차피 제 신변을 여기서 관리하고 있는데…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뭔가 더 있나보네요.”

        

       “그렇습니다. 이런 귀찮은 데이터 수집을 최소 몇 달 단위로 해야만 할지도 모른단 뜻이니까요.”

        

        

        

        …말하는 걸 보면 말만 잘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나는 얌전히 입을 닫았고, 그는 내 추측이 맞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꼭 그럴 필요까진 없지요.”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유진 양은 눈치가 빠르군요…좋습니다. 간단한 일이에요. 여기 있는 패치들을 몸에 붙이고 생활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뽑아내야만 합니다. 잘 때와 움직일 때, 그리고…격한 활동을 하게 될 때의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격한 활동이요?”

        

       “뭐어, 그 부분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방법을 알아냈으니까요. 남은 건 유진 양의 협조 여부입니다.”

        

       “일단…들어보고 나서 결정해도 되죠?”

        

       “무얼, 간단한 일입니다.”

        

        

        

        그리 말한 순간, 그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입을 열였다.

        

        

        

       “건설현장을 조금 도와주면 됩니다. 무슨 뜻인지는 아시겠죠?”

        

       “….”

        

        

        

        슬프게도, 그건 이곳에 떨어진 내가 현 시점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맞긴 했다.

        

        상하차 알바에 이은 내 두 번째 직업은 노가다 이 씨였다.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전압축노가다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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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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