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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4

        

       진성이 가려는 곳은 바로 그 국경.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인도-중국 국경이었다.

         

       ‘사실 베트남으로 가도 되기는 하지.’

         

       물론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선 인도-중국 국경만 있는 건 아니다.

       베트남 국경 쪽을 거쳐서 가도 된다.

         

       특히 베트남-중국 국경은 개발이 전혀 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독한 정글 지대였으며,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특수부대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 부비트랩과 땅굴이 어마어마하게 설치되어 있는 마경이기도 했다.

       진성이 주로 다루는 주술이 원시 주술과 원생생물, 곤충을 이용한 주술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그곳으로 가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관문을 넘어야만 하는 것이 문제였다.

         

       꽤 오래전부터 베트남과 중국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베트남이 위치한 인도차이나반도를 먹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고, 그러면서도 그 지역을 남만(南蠻)이라고 부르면서 그 지역에 사는 이들을 오랑캐라 깔보았다.

       그리고 베트남은 중국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발버둥을 쳐왔고.

         

       그러니 사이가 좋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사이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계속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도 더 나빠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예전보다도 더더욱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과거 중국은 남만을 오랑캐라고 취급하는 것이 오랫동안 이어지자 그 지역을 욕심을 내면서도 굳이 기를 쓰고 먹으려 들지 않았다. 적당히 조공을 받으면서 상하관계를 확실히 구분 짓고, 그들이 전통적으로 행하는 외교정책 중 하나인 이이제이(以夷伐夷) 정책을 위한 말로 활용하는 수준으로 그쳤었으니까.

       게다가 체면을 차리는 문화 덕분인지, 극진히 대접한다면 그래도 대놓고 승냥이처럼 굴지는 않았다. 물론…’대놓고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체면 같은 것도 없었다.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온갖 수작을 부려서 종속시키려 드는 것은 기본이요.

       베트남에 자리 잡은 화교들을 이용해 국가 전반을 장악하려고 시도도 했고, 베트남의 미디어를 장악해서 중국 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려고 한 시도도 발각되었다.

       심지어 한국에게 하는 것처럼 베트남의 역사 역시 왜곡하면서 자신들에게 편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행하고 있기까지 했다.

       기원전 베트남 북부 지역에 존재했던 남비엣(Nam Việt)을 중국 지방정권이라고 말하거나, 베트남의 민족을 중국의 소수민족이라고 주장하거나, 베트남의 역사적인 영웅을 중국 출신으로 둔갑시킨다거나, 베트남과 중국이 출동한 것을 교묘하게 왜곡해서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지방 정부인 베트남’과 ‘중앙정부인 중국’ 간의 싸움으로 왜곡하여 내전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등….

       그야말로 자신의 야욕을 조금도 숨기려 하지 않는, 승냥이와 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군사적으로도 계속해서 수작을 부렸다.

       그냥 대놓고 국경에 군인을 보내는 것은 기본.

       평범한 병사인 척 능력자들을 섞어서 국경에 있는 베트남 군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여서 도발하는 행위도 여러 번 있었다. 게다가 훈련인 척 신경을 거스르게 하거나, 담력 시험인 척 국경을 넘었다가 돌아오는 행위 등…. 정말로 수많은 도발 행위를 숨 쉬듯이 행했다.

       게다가 베트남 군 업체를 장악해서 저질 제품을 납품한다거나, 전자제품에 백도어를 만들어서 기밀을 훔쳐보려 한다거나, 군사 시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가 걸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는 싹이 보이는 군인을 회유해서 중국에 귀화시키거나, 거부하면 암살하기도 했다.

         

       이때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정말로 전쟁이 터질 뻔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한 판 붙어보려고 한 것이다. 이때 중국은 베트남의 과격한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뒤에서 협상하여 전쟁을 막았었는데….

         

       뭐.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중국은 이제 미국과 정면으로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고, 다시 베트남에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항공모함을 띄워서 베트남 영해를 침범하는 등 도발 행위를 일삼기까지 했다.

         

       뭐…. 당연하게도 베트남은 이러한 중국의 도발 행위를 묵과하지 않았고, 수시로 베트남 중부에 있는 다낭에 미 해군을 초청하는 것으로 ‘수틀리면 바로 미국에 붙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중국에게 연신 경고를 보냈다.

         

       그래.

       그랬었는데….

         

       ‘미국이 미쳐버렸지.’

         

       이렇게 삐걱대면서도 어떻게 잘 굴러가야 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미국이 갑자기 변해버리고 말았다.

       네오콘들이 하나둘 침투하면서 정부 조직을 장악하기 시작하였고, 그들이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와 고립주의(isolationism)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참 묘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외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세계의 경찰이라고 칭하고 다니는 것을 멈춰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본래에도 심각했던 타국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괴멸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자신들만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까지 팽배하게 되었다. 거기에 애국주의 역시 갑자기 치솟는 데다가, 반지성주의까지 합쳐져서….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일’은 바로…외교관이 되어선 안 될 인간이 외교관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베트남 출신 용병이 말한 것으로는, 백인우월주의자 놈이 와서 ‘백인의 짐’ 수준의 실언을 했다고 했던가?’

         

       그뿐이 아니다.

       문명화, 이교도 등의 입에 담아선 안 될 말들을 내뱉는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 내에서 약을 구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접선을 하려고 시도하거나, 심지어 외교행낭에 고순도 코카인(cocaine)을 들여오다가 걸려서 개망신당하기까지 했다고 하던가. 심지어 이것이 들키자 격렬하게 저항했고, 뻔뻔하게 자국으로 돌아가서 처벌받겠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등-

       

       그야말로 인재(人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약쟁이 외교관이 실력으로 뽑힌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약쟁이는 실력이나 실적이 아닌, ‘사상검증’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사상검증.

       그래.

       네오콘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사상에 딱 걸맞은 인재였기에 외교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뭐, 베트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나, 아시아에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 좋은 외교 관계를 수립해야 할 나라를 어떻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상식적으로 의문이 들겠지만- 애초에 상식적이라면 네오콘이 되지 않았을 테니, 어쩌면 이는 비상식보다는 상식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미쳐버린 미국의 각별한 상식의 맛을 맛본 베트남은 당연히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이 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미국이 미쳐버린 것을 깨닫고 화해 분위기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베트남 역시 한국과 일본이 받았던 것만큼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미국 놈들은 미쳤고, 이제는 미국을 이용해서 중국을 견제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베트남 측에서는 경지를 넘은 능력자들을 국경지대나 중요 시설로 보냈다.

       온갖 혜택을 주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베트남 국경지대는, 정말 뚫기 힘든 곳이 되어 있었다.

         

       국경지대 근처 도시에 용(龍)이나 선(仙)의 별호를 가진 경지를 넘은 무인들을 위한 별장을 지어주며 그들이 거기서 머물며 국경을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고, 소환사들을 동원해 정글을 주기적으로 순찰하도록 했다. 거기에 곳곳에 땅굴을 파서 특수부대를 투입, 국경을 침범하는 중국군을 물리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아예 몇몇 곳은 땅속에 요새를 만들어서 군인을 주둔시키기까지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온갖 동물들을 조련한 뒤 감시장비를 달아 순찰시키기도 했고, 국경지대 곳곳에 생화학 무기를 깔아놓기도 했다. 중국군이 쳐들어온다면 즉시 터뜨려서 전멸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베트남 국경지대는 온갖 감시와 함정, 그리고 능력자들이 더해진 마경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기에 ‘녹색 사막’ 혹은 ‘녹색 지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쉽게 견디기 힘든 정글이라는 환경이 더해지기까지 했고.

         

       그렇기에 진성은 베트남 대신에 인도를 택했다.

       그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테니까.

         

         

         

        * * *

         

         

         

       “허허허. 이곳에 나를 맞이하는 이들이 있을 줄은 몰랐거늘.”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계획을 세운다 한들 그 계획이 성사되는 것은 인과에 달렸으니.

         

       때로는 우둔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현명한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는 법.

         

       안타깝게도 박진성은 인도 국경을 쉽게 통과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반갑습니다. 구도자, 박. 진. 성.”

         

       “현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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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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