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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5

        

         

       비행기를 타고 인도로 도착한 진성은 회귀 전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자마자 맡아지는 인도 특유의 냄새.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장사꾼들.

       외국인 자체가 신기한지 지나가면서도 그들을 빤히 바라보는 이들.

       그리고 바가지를 씌우려는 택시와 호객꾼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성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주술사? 주술사지?”

         

       “그런 것 같은데?”

         

       “크흠.”

         

       평소라면 관광객이 보이자마자 서로 경쟁해서라도 등쳐먹으려 하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진성의 차림을 보고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짝 말린 작은 동물의 머리를 꿰어 만든 목걸이.

       척 보기에도 주술적 상징으로 보이는 문양이 그려진 옷.

       피부에 그려진 이상한 형상까지.

         

       척 보기에도 함부로 접근해선 안 될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말이다.

         

       ‘주술사한테 사기를 치는 건 좀 그렇지.’

         

       ‘흠. 저번에 보았던 그 주술사분은 꽤 친절했지….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등쳐먹기는 좀 그래.’

         

       ‘지나가던 주술사가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을 예고해줬었지. 덕분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으니…. 사람이라면 그 은혜를 잊어선 안 되겠지.’

         

       물론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주술사를 등쳐먹은 후 찾아올 후폭풍을 걱정해서, 어떤 사람은 주술사라는 능력자들에 대한 호감으로, 어떤 사람은 주술사에게 입은 은혜 때문에.

         

       그렇게 평소 아무 죄책감도 없이 바가지를 치던 사람들은 진성에게 쉬이 접근하지 않았다.

         

       진성은 그들의 무관심 아닌 무관심 속에서 무사히 공항을 벗어났고, 바가지를 쓰지 않고 차를 빌리는 것까지 성공했다.

         

       ‘이곳에서는 주술사 티를 내는 것이 훨씬 좋지.’

         

       이것은 용병 일을 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도는 어마어마한 양의 인구와 근세와 현대가 공존한다는 특성 말고도, 엄청나게 포용력이 높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특이성이 있었다. 그 포용력은 그들이 지금까지 힌두교라는 고유의 종교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었다.

         

       기독교가 들어오면 그들의 성인, 천사, 선지자부터 유일한 신까지 그들의 다신교 세계관에 통합시켜 그들 중 하나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 수많은 색의 물이 섞여도 바다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이들의 종교 역시 그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이 주술사에 대해 가진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곳에 가면 ‘이교도의 상징’을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눈총을 받거나 경계를 사곤 했었는데, 인도는 딱히 그런 것이 없었다. 어떠한 상징물이나 처음 보는 종교적 상징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저 수많은 신들 중 하나겠지.’라며 납득 아닌 납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인도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주술이 꽤 많이 발굴되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

       발굴이다.

         

       본래라면 수도 없이 많은 주술이 존재했으련만.

       영국이 인도를 점령했을 당시 ‘사악한 이교도에게 행하는 제사’라면서 그때 당시 전승되었던 수많은 주술은 맥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물론 영국은 야만스러운 이교의 문화가 어쩌고, 치안이 어쩌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런 뻔하디뻔한 변명에 누가 속겠는가?

       누가 보더라도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는 인도 사람들이 주술이라는 칼을 쥐지 않게 하기 위한 수작인 것이 뻔한데.

       실제로 영국 동인도 회사 사람들이나 영국 총독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록 역시 존재했으니, 아마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이 위험한 힘을 어떻게든 규제하고 제어하기 위한 발악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인도의 주술은 실전되지 않았다.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르게 말이다.

         

       인도가 독립한 이후, 인도 곳곳에서 주술이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영국의 탄압 과정에서 주술이 실전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이들이 기록한 기록물이기도 했고, 비밀리에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던 것이기도 했으며, 아예 처음 보는 유적지에서 발굴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인도는 손쉽게 주술을 복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까지 계속해서 발굴되는 유적 때문에, 보물을 노리는 트레저 헌터나 학자들, 그리고 유적에 있을 주술과 주물을 원하는 주술사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진성은 이 인도에 꽤 많이 방문했었다.

       유적이 많다는 이야기는 주술과 주물 역시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

       한때는 의뢰가 없을 때는 인도 내부에서 머무를 때도 있었다.

         

       ‘담비가 말해준 유적들도 이곳에 꽤 많이 있었지.’

         

       회귀 전의 아나스타시아의 정보를 받고 방문한 적도 많았고 말이다.

         

       ‘게다가 적당히 부패해서 돈을 찔러주면 통제 중임에도 불구하고 유적에 몰래 들어갈 수 있거나, 아예 독점을 할 수도 있었지. 게다가 암시장이 발달해서 거기에서 주물이나 주술 기록을 살 수도 있었고.’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닌가?

       유적도 많고, 탐사하기도 좋고, 탐사를 안 해도 그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도 얻기 힘든 귀중한 것들을, 고작 돈을 약간 쓰는 것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도굴꾼이 그에게 위협을 하거나 죽이려고 했을 때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버려도 큰 문제가 없기까지 하다.

       시골 지역은 치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약간만 흔적을 조작해놓아도 수사가 그대로 종결되었고, 유적에서 가져온 주물에 저주받아서 죽었다는 말로 간단하게 사건을 넘어갈 수도 있었다.

       심지어 그 도굴꾼의 계급이 낮기까지 하다면, 정말 손쉽게 묻을 수 있었다.

         

       반대로 계급이 높다면 조금 귀찮아지기는 했지만….

       그 역시 인도 내부에 피어오르던 불씨를 조금 이용해 정보를 조작하면 쉽게 넘어갈 수도 있었고.

         

       그러니 참으로 괜찮은 동네라 할 수 있었다.

         

       진성에게는 말이다.

         

       ‘보자. 이 시기에도 국경은 그리 삼엄하지 않았을 것이니. 쉬이 넘어갈 수 있겠군.’

         

       빠앙-!

       빠아앙-!

         

       곳곳에 울리는 클락션 소리.

       자동차 환경 규제는 어디에다가 갖다 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눈마저 따갑게 만드는 매연들.

       무질서하게 돌아다니는 소.

       차량이 돌아다니건 말건 그냥 대충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

       코를 찌를 듯 느껴지는 소똥과 인분의 냄새.

       그리고 그 냄새마저 묻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향신료의 냄새까지.

         

       진성에게는 그 모든 것이 향수를 부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담비와 함께 용병하던 그 시절.

       용병으로서는 부족함이 있었던 자신의 곁에서 함께했던 동료들.

       열정적으로 유적을 찾아 헤매던.

       그때의 그.

       빛바랜 그 시절의 기억….

         

       ‘허허허.’

         

       진성은 웃음을 터뜨리며 차를 몰아 국경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경찰이 보이면 여행을 왔다면서 간단하게 넘어가고.

       조금 깐깐하게 군다 치면 달러 한 장씩 주고.

         

       그렇게 진성은 아무런 문제 없이 국경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그의 여정에, 무언가 장애물이 나타났다.

         

       여러 사람이 그가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건장한 남자로 이루어진 그들은 도로 전체를 막으려는 듯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떤 종교적 의식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체로 도로를 건너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이들의 발은 너무 완벽하게 멈춰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성의 차를 똑바로 보고 있음에도, 심지어 운전하는 진성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었다.

         

       차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는 듯.

       자신이 차에 치인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듯 말이다.

         

       진성은 잠시 고민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 지나가야 할지 말이다.

         

       ‘주술로 차를 강화해야 하는가. 저들의 몸에 불을 붙여서 내쫓아야 하는가?’

         

       혹은 저들 사이에 폭발을 일으키거나 아스팔트를 녹인 뒤 저들의 피부에 달라붙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도로 양옆에 나 있는 나무들을 조종해서 그들을 끌어당기거나 저 멀리 쳐내는 방법도 있었고, 정 안된다 싶으면 한 사람을 죽인 다음에 시체폭발 주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렇게 진성은 그들을 어떻게 뚫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진성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파그리(pagri)?’

         

       제각각인 그들의 복장.

       하지만 공통으로 그들이 머리에 두르고 있는 것.

         

       파그리(pagri).

         

       시크교도들이 머리 위에 칭칭 두르는 터번이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파그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복장은 하나같이 깔끔했고, 몸에 딱 맞는 데다가 잘 어울리고 있기까지 했다.

       여행자들을 노리는 강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거….’

         

       강도가 아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이란…흠.

         

       ‘내자불선 선자불래(來者不善 善者不來)이라.’

         

       찾아오는 자는 선하지 않고, 선한 자는 찾아오지 않는 법.

         

       그동안 살아오면서 진성이 느낀 바로는, 저렇게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설령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에 반응해줘야 할 의무 또한 없기도 하였고.

         

       진성은 그들을 밀어버리기로 마음먹으며 기계주술을 사용하기 위해 주언을 읊으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 박진성 주술사님. 현인께서 뵙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누군가가 한글이 적혀진 패널을 들어 올렸다.

         

       ‘현인?’

         

       진성은 자신의 이름과 ‘현인’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그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고….

         

       “반갑습니다. 구도자, 박. 진. 성.”

         

       “현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신을 안내자라 말하는 이들의 환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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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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