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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5

       

        

        

        

        

        

        

        

        

        

       “<…건물은 큰데 사람이 없네요.>”

        

       “<그럴 수밖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설령 있다고 한들 센트럴 파크로 오는 게 쉽지는 않을 테니. 네가 브루클린에서 우호적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곳에 올 수 있었을까?>”

        

       “<그…도 그렇긴 한데.>”

        

        

        

        오전 4시, 센트럴 파크 HQ.

        

        한동안 그나마 볼만했던 날씨도 다시 꾸무레해지고, 달빛마저 어둠에 가려진 탓에 은은한 촛불 불빛만을 제외한 그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는 알파급 변이자 숙소 내부.

        

        그 안에서 처음 만난, 자신을 로렌이라고 소개하신 분의 첫인상은…매우 좋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공주님 같은 모습이었으니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

        

        단지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상당히 단아한 얼굴 뒤에 무언가 서늘한 기색이 숨겨져있는 느낌이다.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배에 칼을 박을 것만 같다고 해야만 할지.

        

        

        …근데, 처음에는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이 아닐까 했지만, 처음 만난 이후 몇 분만에 이 사람의 직업이 뭔지를 얼추 알게 된 순간 어쩐지-같은 생각이 좀 들긴 했다.

        

        이 분도 미군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그 이상 가르쳐줬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약간…특수부대원 비스무리한 쪽으로 일하고 있다나 뭐라나. 그제서야 테이블 위에 수상쩍은 물건들이 있던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이 분의 자리에 있던 뭔가 넣을 수 있는 것 같던 캐비닛은 알고 보니 건캐비닛이라는 물건이었다. 총을 보관하는 곳이라나 뭐라나. 한 번쯤 보고 싶었지만 될 리가 없지.

        

        

        아무튼, 이 분은 내게 상당히 관심이 많은 듯했다.

        

        공교롭게도 나 역시 그러했다. 이유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센트럴 파크로 오기 위해 여러 우여곡절이 있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나처럼 몸이 변한 사람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리전 요원의 말에 의하면 나나 로렌 씨처럼 알파급 변이자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그 이하의 사람들은 종종 보이기도 하고, 기지에도 몇 명 있다고 들었다. 아직까지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분은 직책이 직책인만큼 – 뭔지는 안 알려줬다 –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그 때문에라도 오래 대화할 수는 없었다. 이 분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일까.

        

        로렌 씨가 입을 열었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되겠지. 그리 멀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니 뭔가 엄청 불안한데….”

        

       “<뭐라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알 것 같네. 속마음을 정말 못 숨기는 타입이구나.>”

        

       “에에….”

        

        

        

        …말하는 건 여전히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듣는 귀는 조금 트였단 말이지.

        

        다들 꽤나 공통적으로 저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속마음 같은 게 얼굴로 싸그리 드러나나보다. 사실 옛날에도 그렇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충격이네.

        

        그런 쪽으로도 조금 연습을 해봐야 하나 싶었지만, 이런 생각도 금방 읽히게 되겠지. 사실 그것보다는 아까 이 분이 말했던 ‘머잖아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 더욱 불안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다. 처음 보는 군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그렇고, 가끔씩 수송기가 떨구고 간 물건을 옮길 때, 그 안에 가득한 탄통을 본 적도 있었고.

        

        

        

       ‘…여기에 계속 있다간 어쩌면 또 군인으로 복무하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아니, 사실상 반쯤 확정이 아닐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군인이 된다기보단 센트럴 파크 쪽에서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민간인은 예비군으로 판정한다’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비슷한 일은 해본 적 있었다.

        

        당장 내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제107헌병중대의 패치도 그렇고…엄밀하게 말하면 정식 편제는 아니고, 파쿼슨 대위님이 나를 즉시 징집한 것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만약 그렇게 된다면…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뭘 시키든 이상하지 않았다. 강화인간은 예로부터 우수한 군인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면….

        

        

       

       “<생각이 많아보이는구나.>”

        

       “앗.”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아…보아하니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구니. 앞으로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말이야.>”

        

       “<….>”

        

       “<정교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을 안게 되지. 하지만…그 중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파도를 대비하고 맞서 싸우려 한단다.>”

        

        

        

        …이 분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녀가 촛불이 담긴 잔을 내려놓는다. 은은하게 피어오른 불꽃에서부터 쏟아지는 빛이 방 안을 옅게 잠식했다. 그 사이에서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가 일순간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렌 씨가 입을 열었다.

        

        

        

       “<너는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니?>”

        

        

        

        그 말을 해석하자마자 고개가 저절로 아래로 향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터였다. 날씨가 풀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추위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살 길을 도모하겠지.

        

        어디로 튈 지조차 모르는 혼돈.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에는 그닥 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겠지.

        

        누군가는 이곳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등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었고, 어쩌면, 높은 확률로….

        

       

        그 즈음, 내 입에선 자연스럽게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왜 이런 말을 저한테 해주는 건가요?>”

        

       “<글쎄. 단순한 흥미일지도 모르고, 네가 불쌍해보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가장 큰 이유는 아까도 말했듯이 너와 네가,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머잖아 동일한 이유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

        

       “<지금은 잘 모르겠지. 하지만 짧으면 몇 주 안에 알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너는 지금 아주 잘 해나가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파도를 견뎌내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할 테니.>”

        

        

        

        …다는 해석하지 못했지만, 확실했다. 이 사람은 아마도…나를 군인으로 만들려고 준비 중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결코 강요가 아니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훨씬 직접적으로 말했을 테니까.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걸 보면…내가 예상한 모든 암울한 앞날은 머잖아 닥쳐올 일이었고, 내가 총을 들게 되는 것은 실로 자연스러운 흐름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내 의지로 물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이런. 그런 대답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제법 놀랍네.>”

        

       “…저도 나름대로 많이 힘든 일들 겪고 왔거든요.”

        

        

        

        물론 이 분은 아직까지 내가 중얼거리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로렌 씨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대강이라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녀가 책 하나를 건넸다. 굉장히 두꺼운 종이책이었다. 그것이 뭔지는 얼추 눈치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책의 표지가 매우…군대에서나 볼 법한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계원 임무를 막 인수인계받았을 때 선임이 던져준 교범처럼 생겼지만…아쉽게도 그보다도 훨씬 두꺼웠고, 안의 내용은 싸그리 영어였다.

        

        내가 로렌 씨의 눈치를 보는 사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영어 공부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더욱 속도를 높여야만 하겠지. 할 수 있는 만큼 하렴.>”

        

       “<…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친구라 편하네. 어쩌면 내일부터는 다시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 나중에 다시 보자.>”

        

       “<아, 네. 근데…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뭐니?>”

        

        

        

        분명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어쩐지 오늘의 만남은 굉장히…게임으로 따지면 히든 인카운터 비슷한 것이 아닐까. 바로 그 때문에 나는 한 마디를 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던 무언가.

        

        내 입이 열렸다.

        

        

        

       “<혹시…몇 살이신가요?>”

        

       “<…마지막 질문이라고 하길래 뭔가 했더니, 독특한 아이네. 그래, 궁금할 수도 있지만…그 부분에 대한 즐거움은 다음으로 남겨두자고.>”

        

       “<에에….>”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가는 것도 재미없겠지. 그러니까 그 부분은 다음에 맞춰보는 걸로 하자고. 다시 만났을 때 맞춘다면 특별히 선물 하나를 줄게. 어때?>”

        

       “에, 그걸 어떻게 맞춰요….”

        

       “<최대한 노력해보렴.>”

        

        

        

        달그락.

        

        그 후 그녀는 잠시 내려놓았던 등잔을 들고는 그대로 일어섰다. 아까도 말했던 것 같지만, 그 모습은 마치 북유럽의 한 고성에 유배된 공주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은 비주얼이었다.

        

        달빛에 비친 부서지는 포말을 닮은 은빛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그 광경에 넋을 놓은 나는 그녀가 방을 나갈 때까지도 멍하니 그 뒤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순간 내 양초가 픽 하고 꺼졌다.

        

        …잘 때인가.

        

        마치 꿈결처럼 흘러간 시간 뒤로, 나는 방금 나눈 대화가 무슨 내용일지를 멍하니 생각하다 까무룩 잠에 들고 말았다.

        

        

        그 후로 거의 2주 가량 동안, 나는 로렌 씨를 다시 보지 못했다.

        

        제나라는 분이 오메가 바이러스 집중치료실에, 다시 말해 중환자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녀를 다시 만나기 하루 전 날이었다.

        

        

        

        

        

        

        

        

        

        

        

        

        

        

        

        

        

        

       “<….>”

        

        

        

        삑, 삑, 삑.

        

        용도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기계들이 계속해서 삑삑대며 기계음을 울렸다. 심박과 혈압 등등을 실시간으로 재고 있는 듯한 모니터가 숫자를 지속적으로 표시했다.

        

        각 병실은 플라스틱 판에 의해 말 그대로 엄격하게 분단되어있었다. 과거 드라마에서 이런 광경과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체르노빌이라는 드라마였다.

        

        마치 우주비행사를 연상하게 만드는 전신차단복장. 출입하는 모든 이들은 호흡조차도 머리 뒤쪽의 공기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아야만 했다. 오메가 바이러스 환자의 중환자실은 그야말로 끔찍한 공간이었다.

        

        모두가 입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목 부분을 뚫고 파이프 비스무리한 것을 직접 연결해놓은 상태였다.

        

        

        

       “<이곳의 환자들은 다발성 장기부전이 서서히 진행 중이거나, 혹은 멈췄지만 손상이 돌이킬 수 없어 중환자실에 있다.>”

        

       “<….>”

        

       “<저 분이다. 제나 맥켈런. 전사한 베이커 병장의 누나이자 몇 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응급구조사로서 활동하던 분이었지.>”

        

        

        

        조악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판에 달린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그녀는 눈만을 뜨고 있었다. 눈 앞에는 모종의 패널 같은 게 달려있었고, 제나 씨는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나는 머잖아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침대 뒤쪽에 달린 화면에 글씨가 써지기 시작했다. 단어와 단어가 조합되며 문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타이핑을 하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고, 번역 기능도 내장된 상태였다.

        

        그녀의 첫 마디가 화면에 떠올랐다.

        

        

        

       -당신이 제 동생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나는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주머니 안에서 메모지와 유서가 바스락거렸다. 어차피 더 이상 이 유서와 메모지는 바깥을 구경할 수 없을 것이었기에 들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것을 언제 꺼내야만 하나 싶을 뿐.

        

        그러는 와중에도 문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얼마 전까진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요. 나중에 말해주기를, 제가 동생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정신적 충격을 받아 회생 가능성이 더 적어질지도 모르는 탓에 쌍방에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젠 상관없어요.

        

       “<…왜인가요?>”

        

       -곧 있으면 저도 못난 동생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 담담한 발언이 왜 이렇게 가슴을 아프게 찔러대는 걸까. 그 즈음에서야 왜 내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곧 돌아가실 사람이었기에 만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새어나오는 것을 힘겹게 참으며, 나는 주머니에서 그 분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지와 유언이 적힌 종이를 꺼내들었다. 아쉽게도 인식표는 파쿼슨 대위님이 가지고 계신다.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지 옆에 있던 의료진 분이 그것을 대신 받아 눈 앞에 펼친다.

        

        종이 위에 말라붙은 피와는 대조적으로 정갈하게 적혀있는 글씨. 그녀는 그것을 느긋하게 읽어나갔다. 눈동자는 흐릿했다. 그렇기에 숨막힐 듯한 정적이 몇십 초 넘게 이어진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제나 씨의 눈가를 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선을 감지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문장 합성기였기에, 나와 같이 들어온 의사 분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동안 나는 그저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이 감정을 추스린 것은 그로부터 몇 분 후의 일이었다.

        

        다시금 문장이 천천히 만들어진다.

        

        

        

       -동생의 마지막에 대해 들을 수 있을까요.

        

       “<…영어는 잘 못하는데, 최대한 해볼게요.>”

        

        

        

        …바로 이래서 영어 공부를 해야만 하는구나.

        

        그저 힘겹게 문장을 하나씩 완성해나간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벌어진 일은 그닥 많지 않았고, 나는 베이커 병장님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탈옥수들. 나중에 라이커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그를 죽였다. 아니, 정확하게는…그’도’ 죽인 것이었다. 어림잡아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즉사했지만, 그는 치명상을 입고 남들보다 몇 분 가량 숨이 더 붙어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나를 만났고…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넘겼다.

        

        그 덕분에 나는 살아남았다.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이내 덧붙였다.

        

        

        

       -제 동생은 자신의 삶과 맞바꿔 당신을 살렸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베이커는 죽은 것이 아니겠죠. 당신의 속에 동생의 신념과 의미가 살아있는 거예요.

        

       “<…맞아요. 그 분은 제가 살기를 원했고…전 살았어요. 살아서 이곳까지 왔어요.>”

        

       -훌륭해요. 분명 제 동생도 자랑스러워하겠죠.

        

        

        

        눈물을 닦을 수가 없다.

        

        지금만큼은 얼굴이 이 캐노피 비슷한 것으로 덮여있단 사실이 너무나도 한스러웠지만, 그녀는 이어 덧붙일 뿐이었다.

        

        

        

       -손을 잡아주세요. 당신의 이름이 궁금하네요.

        

       “<…유진. 이유진이에요.>”

        

       -예쁜 이름이군요.

        

        

        

        들리거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제나 씨가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덧 사전에 약조했던 접견 시간이 끝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나누는 대화도 이 분의 몸에 굉장히 무리가 가겠지만…나는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가녀리지만 너무나도 단단했다.

        

        내가 감염차단복 안에서 질질 짜고 있는 사이, 그녀는 이어 말했다.

        

        

        

       -당부하지요. 부디 저와 베이커를 따라오지 마세요.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고 당신만의 삶을 되찾으세요.

        

       “<…흑,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 거예요. 주님이 당신을 보살피고 있으니.

        

        

        

        하나도 힘이 없는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순간, 나는 이 분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직감했다.

        

        면회 시간이든, 아니면…제나 씨에게 남은 시간이든, 전부.

        

        그녀는 내가 전달해드린 피 묻은 종이와 유언을 어떻게든 손에 붙잡고 있으려고 애를 썼고, 머잖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힌 종이가 조금씩 구겨졌다.

        

        잘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내가 힘겹게 말했다.

        

        

        

       “<…죽지 마세요. 다음에 또 만나요….>”

        

       -괜찮아요. 죽은 후 무덤에 꽃이나 자주 들고 온다면 그걸로 족하니. 저와 베이커가 각자의 최전선에서 분투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시길.

        

       “<무슨 일이 있어도…흑, 안 잊을게요….>”

        

        

        

        그제서야 그녀는 진실로 웃었다.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사람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 나는 제나 씨의 부고를 리전 요원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그 분이 부디 천국에서 베이커 병장님과 만났기를, 더 이상 현세에서 고통받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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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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