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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6

    <676 – 무책임한 쾌락(24)>

     

    암흑의자양강장제생성마법.

    오크노디는 콜라라고 부르는 이 마법의 정확한 명칭은 물생성 마법이었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경우에는 마나 자체가 암흑마나의 속성을 띠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암흑마법으로 진화하며 복용자를 암흑진화시키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집사장은 그 본질을 간파하지는 못했으나 효력만큼은 간파하였다.

    이계의 낯설고 생소한 공격도 당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그 위험도와 성질을 분석하는 안목 기능이 발현된 결과물이었다.

    그런 집사장의 단련된 안목이 말했다.

     

    [위험도 : 극악]

    [효과1 : 복용자를 감당할 수 없는 암흑마나의 격류에 휩쓸려 단숨에 파멸하도록 만든다.]

    [효과2 : 군단장 이하의 마인에게 <시한부 폭주>를 비롯한 최소 25종의 상태이상 효과를 부여한다.]

    [효과3 : 특급마인 이하의 마인에게 <주화입마>를 비롯한 최소 10종의 상태이상 효과를 부여한다.]

    [효과4 : 사천왕 이하의 마인에게 최소 5종의 상태이상을 유발한다.]

     

    저것은 감히 인간이 손을 대어도 좋을 물건이 아니라고.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사용하는 <암흑마나 각성제>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어쩌면 각성제의 <원류>에 한없이 가까울 위험물질이라고 말이다.

     

    “대체 어디서 그런 흉험한 물건을 개발한 거지?”

    “개발? 그런 건 필요없어요. 이런 건 상식이니까.”

    “…!”

     

    집사장의 뇌리에 엄청난 깨달음이 일었다.

    한 속성에 정통한 존재는 해당 속성의 마법을 배우고 익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우친다.

    남자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하고 여자아이가 인형을 좋아하는 <기질>처럼.

    생명체의 DNA에 새겨진 생존을 위해 선입력된 명령어처럼.

    새가 날 수 있고 물고기가 아가미로 호흡할 수 있듯이 당연하게 특정마법을 사용한다.

     

    다크노디는 암흑마법의 정수를 당연하게 생성했다.

    그리고는 단숨에 복용했다.

    저것이 가능한 이유를 집사장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본질이 그만큼 암흑마나가 친숙하기 때문이다.

     

    신의 사도.

    정령왕의 계약자.

    이계에 속한 강력한 존재가 그 몸에 깃들거나 거대한 축복을 하사하였기에 이계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그 몸에 담고 펼칠 수 있다.

    수많은 마인이나 재단의 장학생들이 사용해왔던 암흑마나 또한 본디는 마계의 마나.

    중간계를 침식한 가장 성공적인 이계인 마계의 가장 오래된 정령인 <암흑정령>이라면 능히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즉, 다크노디의 육신이 암흑정령의 육신과 영혼으로 빚어졌다면 능히 이런 기적이 가능해진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신들이 지상에 강력한 육신인 사도를 내려보내지 못하여 제 뜻을 대행할 교황을 선출하고 성녀를 뽑듯이 암흑마나도 마왕을 선출했다.

    마왕의 강함을 안다면 그와 동격의 존재를 인공적으로 탄생시키는 일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암흑마나에는 지금껏 성녀에 대응하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었다.

    바로 오늘.

    다크노디가 암흑의 정수를 간단히 만들고 뚱한 얼굴로 마늘치킨과 함께 홀짝홀짝 마셔대며 셀프 암흑성녀인증을 끝마치기 전까지는!

     

    ‘암흑의 성녀. 이사장은 암흑마나의 진정한 주인의 자리를 두고 마왕과도 척을 지며 겨룰 작정인가?’

     

    재단과 마왕군의 오랜 밀월관계가 끝난다.

    상상만으로도 심장에서 분출되는 혈액이 세 배는 빨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성녀탄생의 순간을 목도하지는 못했어도 그 존재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성스러운 기분에 휩싸였던 집사장의 귓가에 거슬리는 소음이 들렸다.

     

    “허어억! 거품이 끓어오르는 극독을 망설임도 없이 들이마시다니, 이건 정말 비인간적인 짓이야!”

    “다크노디 님이 너무 불쌍해. 본체의 명령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강제로 독을 마시고 있어…”

    “오크노디는 인간의 마음을 상실한 뱀파이어가 틀림없어. 저런 건 사람도 아니야!”

     

    이 무시무시한 비밀을 깨닫지 못한 개조군단의 군단병들이 동요하며 내뱉는 잡소리가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소음의 원인이었다.

     

    “뭐지? 근데 너무 멀쩡하신데?”

    “뱀피가 아닌가?”

    “정말 인간인가?”

    “그럼 송곳니랑 날개랑 뱀피드레스는 뭔데.”

    “몰라. 코스프레인가?”

     

    다크노디는 마늘치킨을 뜯어먹고도 멀쩡했다.

    오크노디의 명령으로 자결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군단병들은 어리둥절할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악천군 곽조를 비롯한 최측근들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종족개변>.

     

    종족값을 고치는 다크노디의 권능에 어떠한 제약도 없음을 아는 그들로서는 다크노디가 뱀파이어가 아닌 다른 존재로 종족을 고쳤겠거니 여길 뿐이었다.

    그들의 태연한 모습을 보며 집사장은 다크노디 암흑성녀설에 더욱 힘을 실었다.

    측근들에게는 비밀을 알리고 이미 뜻을 함께 하고 있으니, 오크노디가 이 자리에 찾아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성녀연합회의 출범. 어느 신에게도 속하지 않은 혁명군의 성녀 티토소가. 이를 주관한 오크노디. 이 모든 것이 재단의 성녀를 만들기 전의 <예행연습>이었나?”

    “…?”

    “무시무시할 정도로 원대한 그림이었군. 오크노디도, 그 분신이자 성녀가 될 다크노디 너도. 이 정도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은 선황이나 이사장의 그림 이외에는 처음이다.”

     

    이야기가 요상하게 흘러가자 다크노디가 당황해서 눈만 깜빡거렸다.

    내가 왜 성녀지?

    잘은 모르겠지만 성녀연합회 출범식 준비는 분신이 생성되기 이전 시점에 있었던 일.

    불행의 룬 추출을 위해 오크노디가 꽤나 공을 들였던 사건임은 다크노디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원본이 멋대로 진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니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치킨은 그만 먹어도 되는구나.’

     

    어차피 뱀파이어 아님 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도 한 번은 해야 할 일이었다.

    다크노디는 집사장이 찾는 성녀 흉내를 내기 좋은 화려한 종족을 골랐다.

     

    <종족개변 : 천사>

    <구현 : 엔젤링>

    <구현 : 광휘>

     

    티토소가의 조명마법과 천사 특유의 거대한 에너지가 담긴 엔젤링을 머리 위에 구현하니, 암흑마나가 빠르게 차오르며 새카만 어둠의 고리와 칠흑 같은 어둠의 흑광이 다크노디를 중심으로 뻗어나왔다.

     

    “네가 보고 싶은 게 이런 거야?”

    “신과 가장 가까운 천상의 존재. 사도로 무르익지 못한 자. 이 엄청난 존재감, 신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야 감히 흉내내지 못하겠지.”

     

    집사장의 두 눈에 경외의 감정이 차올랐다.

     

    “신비의 끝에 자리한 신의 권능을 모사하는 자. 암흑신의 천사이자 성녀로 만들어진 자. 다크노디여, 네게 이사장과 만날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마.”

    “고마워요.”

    “헌데 너 정도의 존재가 어째서 이사장과의 핫라인을 지니지 못했지?”

    “지상에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과연. 나는 역사를 뒤흔들 시작점을 함께 하는 행운을 누린 것인가.”

     

    집사장이 통신마도구를 꺼내들었다.

    뚜루루루룩…

    뚜루루루룩…

    두 차례 이어지던 수신음이 삑 소리와 함께 끝났다.

    집사장의 진중해진 얼굴에 다크노디는 통신마도구 저편에서 이사장이 통신에 응했음을 알아차렸다.

     

    -간부회의 결과가 마나보드로 전송되지 않았군요. 문제가 있습니까?

    “아직 간부가 다섯 이상 모이지 않아 간부회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을 알리고자 최우선 보고사항을 전달하겠다.”

    -흐음… 좋습니다. 말씀하시죠.

    “암흑의 성녀 다크노디가 당신에게 진상할 <조금 이른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당신의 딸이 아버지에게 독대를 청하더군.”

    -……다크노디?

     

    통신마도구 저편에서 흥미를 감추지 못하고 신이 난 기척이 느껴졌다.

    집사장은 마지막에 이사장이 저런 모습을 보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떠올려보았다.

     

    ‘암흑마나에 의한 신성의 타락을 연구하고 동방제국의 칠선을 타락시켜 대신의 뒤를 따라 신격상실의 길에 서도록 끌어내렸지.’

     

    머지않아 동방제국이 악이 들끓는 땅이 되었듯이 세계를 격변시킬 대사건이 일어나리라는 <신비>의 예지가 느껴졌다.

     

    -괜찮다면 그 아이와 바꿔주시겠습니까?

     

    다크노디는 집사장이 내민 통신마도구를 받아들었다.

     

    -당신이 제 딸아이의 새로운 장난감인 다크노디입니까? 암흑성녀라니, 랭킹보드에도 등재되지 않은 신기한 칭호로 불리는군요.

    “멋대로 그렇게 불리고 있을 뿐이에요.”

    -칭호에 대한 관심도 생겼겠다, 당신이 건네주려는 <특별한 선물>을 받아볼 겸 대면을 허가하겠습니다. 간부회의가 끝나는대로 집사장과 함께 찾아오십시오. 저 또한 선물을 준비해두겠습니다.

     

    긴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즉석에서 간단히 대면약속이 잡혔다.

    긴장이 풀린 다크노디가 집사장을 재촉했다.

     

    “간부회의는 뭐하러 해? 간부도 다 죽었는데. 다섯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무리라며.”

    “확실히 여기까지 오면서 간부 둘이 죽고, 다크프린세스의 손에 셋이 더 죽어서 곤란하게 되기는 했지.”

    “그럼 바로 출발하는 거야?”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간부들도 있다. 우선 집사장인 나 또한 간부 중 하나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도 능히 간부급으로 인정받을 만하지. 집사장의 재량으로 허가하겠다.”

    “와 제가요? 출세했다!”

     

    뒤에서 신난 오크노디가 만세를 하는 사이, 집사장이 시선을 보내자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가왔다.

     

    “이걸로 셋.”

    “나머지 둘은?”

    “어둠의 성녀라면 능히 간부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지. 이 또한 집사장의 재량으로 허가하겠다.”

     

    다크노디는 오크노디처럼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했다.

    재단에서의 지위가 높아지면 본체와 교대하고 아카데미에 출석할 때 받게 될 부담만 커지지 않는가.

    갑자기 교수가 “재단의 간부에게 가르칠 교육은 죽음밖에 없다.” 이러면서 심장에 칼을 쑤셔박지는 않을지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간부는?”

    “마침 도착했군.”

     

    격전의 여파로 생긴 커다란 구덩이의 저편에서 하늘을 나는 암흑에 휩싸인 해골 하나와 밑가슴이 드러난 언더붑햄스터인형옷을 입은 검객이 나타났다.

     

    “다섯 명의 간부가 집결했으니 와이히엠하이 재단 제국령 982년 간부회의를 개시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콜?라맛 극독과 돌아온 언더붑햄스터인형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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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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