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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7

    <677 – 무책임한 쾌락(25)>

     

    싱은 그닥 내키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이렇게 미적거리면서 나타나도 되는 겁니까?”

    “하하. 일찍 나가봤자 삼파전에 휘말릴 뿐입니다. 집사장과 오크노디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전에 나타나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거든 나머지 하나에게 갈가리 찢길 뿐입니다만, 혹시 신체가 세로로 갈라지는 것이 어린시절부터의 꿈이었습니까?”

    “그럴 리가.”

    “그럼 잠자코 제 지시를 따르십시오. 우리의 몸값이 가장 비쌀 때에 나갈 것이니.”

     

    인간성을 잃어버린 파시블 예프는 바보 같고 어리숙했던 과거를 벗어나 환골탈태라도 한 것처럼 완벽한 지능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 등장했다.

     

    “늦었군.”

    “그래서 더욱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재단의 간부 자리를 신입에게 내어주지 않고도 한 자리 지켜낼 수 있었다.

    늦장 부리며 간을 본 괘씸한 간부일지라도 무턱대고 오크노디 파벌에 간부자리를 다 퍼주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였다.

     

    “가능충 파시블 예프. 듣던 대로 이색적인 여자호위를 두고 있군. 저 옷은 대체 뭐지?”

    “밑가슴이 드러나는 언더붑햄스터인형옷입니다. 수인이 너무 좋아서 동물옷을 입고, 전신을 꽁꽁 싸매면서 중요부위는 노출하는 수인이너무좋은새침변태노출광 여검객 호위에게 어울리는 옷이죠.”

    “…그거 참 굉장한 호위로군.”

     

    남자라는 사실이 들킬 수는 없었던 싱이 전력을 다해 신체변형을 유지했다.

    이딴 차림을 한 것도 굴욕적인데 심지어 소개도 저 따위로 알려졌다.

    지금 정체가 발각되었다간 평생 밤에 이불 하나 덮지 못하는 흑역사이불팡팡의 저주에 걸릴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헤에에.”

     

    아주 뚫어져라 빤히 쳐다보며 싱글생글 웃는 오크노디의 모습은 불길하기 짝이 없었지만 싱은 필사적으로 오크노디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말도 안 되게 음란한 여자네.”

    “도대체 얼마나 변태여야 저런 컨셉이 가능하지?”

    “오오. 밑가슴이 맨살로 드러났어.”

    “인형옷 밑에는 알몸 아니야?”

    “재단간부의 호위만 아니면 저런 발칙한 암컷은 양 손으로 들어다가 왕복운동 500번도 쳤을 텐데 정말 아쉽군.”

     

    오크노디의 시선을 피해도 산 넘어 산마냥 무려 싱을 향한 성희롱이 빗발쳤지만 말이다.

    개조군단 군단원들의 성희롱에 수치와 분노가 뒤섞여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진 싱이 칼집에 손을 얹은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세상에 어느 남자검객이 자신보다 약한 수컷들에게 희롱을 당한단 말인가.

    지나치게 세심한 연습과 잘 먹힌 변장술과 변형술의 여파라고 할 수 있었다.

    오크노디에게만큼은 당연히 통하지 않았지만!

     

    스르릉.

     

    한 놈 죽일 기세로 뽑아든 칼이 턱 소리와 함께 도로 칼집에 채워졌다.

     

    “간부회의를 앞두고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지 마라. 무례를 용서하는 건 한 번뿐이다.”

    “…!”

     

    기세만으로 물리력을 행사한다.

    그것도 상대의 신체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허리춤의 칼집에.

    영역의 출력이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저 녀석, 검을 뽑았을 때 느껴진 기세 장난 아니지 않았어?”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런 변태노출검객의 검을 시선만으로 되돌린 집사장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집사장보다 다크프린세스가 더 대단해. 저런 괴물의 영역 속에서 똑같은 영역을 전개할 수 있다면 동격의 강자라는 뜻이잖아?”

    “느껴지는 마력총량은 집사장이 압도적인데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개조군단의 상위종들은 새삼 이 자리에 모인 간부들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실감했다.

     

    간부 갈릭 후라이드치킨.

    간부 파시블 예프.

    간부 다크노디.

    간부 오크노디.

    간부 집사장.

     

    5인의 간부는 누구라도 개조군단을 양민학살 할 수 있는 강자처럼 보였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덩달아 뭔가 있겠지 취급당하는 갈릭 후라이드치킨만 절대 제 실력을 들키면 안 된다고 속으로 덜덜 떨었지만!

     

    “그래서? 그래서? 간부회의에선 뭘 해요? 올해는 도시 하나를 멸망시키고 내년에는 나라 하나를 부수겠다는 계획 세워요?”

    “우리가 무슨 인류멸망을 목적으로 하는 마왕군이라도 되는 줄 아나?”

     

    집사장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오크노디가 조금 실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진짜 뭐해요?”

    “각 간부가 지령을 수행하면서 다른 간부들, 혹은 재단의 본격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하나의 안건을 제시하고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헉!! 그런 좋은 기회 그냥 줘도 됐어요?”

     

    분신인 다크노디에게 간부 자리를 하나 줬다.

    집사장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파시블 예프도 오크노디 편인 상황.

    다섯 중에 셋.

    과반수가 이미 오크노디 편이니, 간부회의에서 어떤 안건이 나오더라도 오크노디 마음대로 지원유무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상관없다. 간부회의의 기본은 <만장일치>니까.”

    “아…”

    “그럼 신입부터 시작하지. 다크노디, 네 차례다.”

     

    재단의 힘을 빌릴 본격적인 기회.

    이 기회에 다크노디가 어떤 계획과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낼까.

    이사장의 직속삼장.

    간부를 넘어선 고위간부.

    이와 동격, 혹은 그 이상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재단의 성녀가 바라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해듣는다.

    이것이 그녀를 간부로 만든 이유였다.

     

    -성녀연합회의 출범. 어느 신에게도 속하지 않은 혁명군의 성녀 티토소가. 이를 주관한 오크노디. 이 모든 것이 재단의 성녀를 만들기 전의 <예행연습>이었나?

    -…?

    -무시무시할 정도로 원대한 그림이었군. 오크노디도, 그 분신이자 성녀가 될 다크노디 너도. 이 정도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은 선황이나 이사장의 그림 이외에는 처음이다.

     

    집사장의 거한 착각을 떠올리며 다크노디는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이용하기 딱 좋은 안건을 한 가지 떠올렸다.

     

    “내 안건은 <암흑의 성녀>를 랭킹보드에 정식으로 등재시키는 것. 이를 위해 모든 간부와 재단의 도움을 받고 싶어. 가령 오크노디에게는 성녀연합회에 이름을 올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다크노디의 적절한 안건 제시에 모든 간부들이 흥미를 드러냈다.

     

    “우왕. 그거 재밌겠다! 이름 올려줄게!”

    “질문 하나 하죠. 성녀란 모름지기 자애의 상징입니다만, 암흑이 붙은 것들은 본디 의미가 왜곡되기 마련이죠. 암흑의 성녀도 자애를 상징으로 삼습니까?”

     

    파시블 예프는 찬반의사 표명에 앞서 무언가를 확인하였다.

    다크노디는 성녀 타이틀을 달고 자애롭게 구는 가까운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성녀님. 사람을 생체형 골렘으로 바꾸는 짓은 자애롭지 못합니다. 저를 다시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다크노디. 남의 반찬을 뺏어먹는 건 자애롭지 못합니다. 크루엘의 분홍소시지를 돌려주십시오.

    -책사가 정성껏 만든 작전계획서를 뉴비는 닥눈삼이나 하라면서 압수하고 액자에 보관해서 이달의 개그상으로 박제하는 짓은 그만둬주시길 바랍니다.

    -사, 사람을 납치하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건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요… 저, 저, 저를… 기프트 아카데미에 돌려보내주세요…!

     

    로시난테와 크루엘, 곽조, 벨로카시오의 면면들을 상상하니 괜히 주먹에 힘만 들어갔다.

     

    “자애가 뭐야? 암흑성녀는 그런 거 몰라.”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암흑성녀는 자애가 아닌 무엇으로 민중들의 지지를 받습니까?”

    “압도적인 힘과 폭력으로.”

    “……오, 이런. 선신연합 특유의 무투파 성녀가 또 하나 늘어나고 말았군요.”

     

    그 말에 다크노디는 성녀연합회를 막겠다고 쳐들어왔다가 탈탈 털린 성녀들을 떠올렸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허접함이었다.

     

    “날 그런 하등성녀와 비교하지 마.”

    “하하. 역시 재단의 성녀다우십니다. 무례를 사과드리지요. 하면 암흑성녀는 평범한 무투파 성녀와는 무엇이 다르십니까?”

    “나는… 오크노디처럼 뉴비라면 뭐든지 다 하라고 방치하는 방임주의가 아니야. 긁어모을 수 있는 능력치는 하나도 남김없이 선제타격으로 모을 거야.”

    “세상에는 함께 있으면 어색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성녀와 선제타격도 그중 하나였군요. 대체 무슨 깜찍한 계획을 떠올리신 겁니까?”

    “모든 거악후보를 습격하겠어. 그리고 집사장처럼 휘하에 거느릴 거야.”

     

    고인물의 분신 아니랄까 봐 아주 섬뜩한 계획을 당당하게 표명하는 다크노디였다.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눈치를 보다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세상에 만연한 악을 향해 폭력을 투사하며 그들이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밑에 두고 관리하는 선행을 행사하겠다는 겁니까?”

    “그게 그렇게 되나…? 머 비슷하긴 해.”

    “어쩜 이렇게 기특한 일이! 저 갈릭 후라이드치킨은 이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거악후보의 감시 및 추적을 돕겠습니다.”

     

    간부들이 막 쓸려나간 꼴을 보고 마늘치킨이 아무 쓸모도 없이 뼈채로 오도독 씹히는 꼬라지까지 확인한 갈릭은 여러 모로 후달리는 일이 많았다.

    과거 제국의 장군으로서 군단을 통합하여 오크노디의 앞을 가로막은 것부터 다크노디를 미행하고 재단에 일러바친 일들까지.

    맞아죽기 딱 좋은 과거를 세탁할 기회는 오직 지금뿐이라는 일념하에 지른 아부성 지원이었다.

     

    “그중에 여자가 있다면 하나만 제게도 선물해주십시오. 그러면 저 역시 연금술 지원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습니다.”

     

    파시블 예프까지 지원을 약속하니, 모두의 시선이 집사장에게 향했다.

    넌 뭐 해줄래?

    뭐 해줄 수 있니?

    호기심어린 시선들 앞에서 집사장이 커다란 덩치로 팔짱을 끼며 고민에 잠겼다.

    해줄 수 있는 것이야 많았다.

    뭘 해줄지가 고민일 뿐.

     

    “이렇게 하지.”

     

    집사장의 결심이 섰다.

     

    “원하는 종류의 신비 하나를 알려주겠다.”

     

    이 세상 모든 신비를 수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집사장의 발언에 오크노디가 옆에서 노골적으로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으앙. 너무 짜다.”

    “그러게.”

     

    다크노디도 어떻게 그런 날로 먹는 짓을 할 수 있냐며 비난어린 시선을 던졌다.

    큰 맘 먹고 선심 베풀었던 집사장으로서는 황당한 반응이었다.

     

    “이 세상 모든 신비를 수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신비학을 전문으로 학습해온 아카데미 교수조차도 신비학에 있어선 나를 능가할 수 없다.”

     

    집사장의 주변으로 은은한 물거품이 떠올랐다.

    모든 공격을 물거품에 가두어 없애는 <물거품의 신비>였다.

     

    “이런 거 말이죠?”

     

    오크노디가 손가락을 내밀자 신비영역과 함께 집사장이 발현했던 <물거품의 신비>가 마주 떠올랐다.

     

    “나도 조금은 할 줄 알아.”

     

    분신영역의 유지 때문에 같은 출력은 아니지만 적은 개수와 크기로나마 다크노디 주변에도 <물거품의 신비>가 떠올랐다.

    졸지에 신비 3배 신비쇼를 직관하게 된 나머지 간부들은 흠칫했지만 말이다.

     

    “…이사장도 너무하는군. 아무리 친딸이라도 직속간부의 기술을 죄다 떠벌리다니.”

     

    집사장의 이사장을 향한 신뢰도가 감소했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디서 몹쓸 것만 배운 못된 딸을 둔 아버지만 피해를 입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족같은 재단기업에 기술 다 털리는 집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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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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