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77

       

        

        

        

        

        

        

        

        

        

       “<…날이 많이 따뜻해졌네요. 로렌 씨에게는 그닥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은데.>”

        

       <네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꼬맹이…아직까지는 말이야. 어쩌면 곧 신경쓸 부분이 될지도 모르겠어. 좋은 의미는 아니겠지만.>”

        

       “<어쩌면…그렇겠네요.>”

        

        

        

        센트럴 파크 HQ, 3월 1일.

        

        뼛속까지 시려웠고, 그만큼 많은 사람을 죽였으며, 동시에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현대적 시스템이라는 게 없으면 인간이 얼마나 취약해지는지를 보여주었던 겨울이 지나갔다.

        

        어느덧 센트럴 파크는 미답의 1월과 2월을 지나 3월의 초입에 들어섰고, 태어난 지 단 한 번도 미국에 온 적 없으며, 그저 수능 영어 2등급이 최고 아웃풋이었던 나는 미국에서의 6주차를 맞이했다.

        

        

        살아남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필사적인 각오로 영어를 공부했다. 들리지 않던 말이 들렸으며, 더듬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었다면 3월 2일이었을 오늘. 지구 반대편 기준으로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조국 독립의 열망을 잃지 않았던 조상님들이 만세를 외쳤던 날이 지나가고, 현대인들은 휴일이 끝났다며 아쉬워할 어느 날.

        

        세상은, 그리고 이 주변의 분위기는 나아지는 일 없이 계속해서 불온해져만 가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센트럴 파크가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은 건 아니지. 하지만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때야말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어. 가령 이 근방의 상황 말이야.>”

        

       “<…아하.>”

        

       “<행정력 부족에 의해 사령부 어딘가를 방황하다 뿅 하고 증발해버리기 일쑤였던 문건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생각보다도 이 주변 상황이 끔찍하단 걸 알게 됐고.>”

        

        

        

        …역시.

        

        그래도 대충은 이해했다. 하지만 역시 네이티브의 말 빠르기를 온전히 따라가기란 힘들기 그지없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뇌를 굴리고 방금 문장을 복기했다. 로렌 씨의 말은 특히 알아듣기 힘들단 말이지.

        

        기본적으로 여러 고풍스러운…그리고 어려운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다, 풍부한 어휘력에 걸맞는 훌륭한 설명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보니 내 허접한 리스닝 실력으론 자주 단어를 놓치게 된다.

        

        아무튼, 원래라면 내가 들을 말은 아니었지만, 이 분이 이렇게 내게 설명해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얼마 전 로렌 씨의 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정식으로 여러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절차의 목적은…간단했다. 나는 일종의 MAVNI 비슷한 느낌으로 센트럴 파크에 합류하게 됐다.

        

        요컨대 쉽게 말해서, 군복무를 하고 미국 시민권을 받아가는 그것이었다.

        

        

        노트북을 열고는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던 로렌 씨는 느긋하게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면…아니, 이런 말은 의미가 없겠지. 너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거고, 처리해야만 하는 일은 끝도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골치아픈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노력해볼게요.>”

        

       “<물론. 그럼 이제 슬슬 가자고.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으니. 네가 이카루스 기어를 착용하는 게 메인이긴 하지만…신규 입주자이자, 네게 또다른 우수한 군사 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친구가 오거든.>”

        

       “<아, 그 분…이틀 전부터 말하셨던 다른 알파급 변이자 이야기하는 거 맞죠?>”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럼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무조건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내가 피곤하지 않았더라면 로렌 씨와 한 번쯤 대화를 나누었을 테니까. 그것도 훨씬 빠르게…아니, 괜히 말을 돌릴 필요는 없겠지. 그냥 별 이유 없이 순수하게 궁금한 것뿐이었다.

        

        요점은 내가 그 정도로 다른 변이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있단 거다.

        

        더군다나 이 변이자들은 각각 모티브로 한 동물들이 다르니까, 다음에는 누가 올지도 조금 궁금했다. 듣자 하니 로렌 씨는 상어라는 듯했다. 나는 하나도 안 보이지만 목에 아가미가 달렸다나.

        

        …백발에 적안이면 상어인가? 그걸 상어라고 할 수 있나?

        

        하지만 그런 걸 따질 필요는 없었다. 애시당초 사람의 성별이 한순간에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판이고, 이건 물리법칙과 열역학 등을 싸그리 무시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튼 이제는 이동할 시간이었고, 어느덧 춥다는 생각보다는 서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날씨가 나를 반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입김도 확 줄어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출입제한구역, 그 중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극비구역이었다.

        

        로렌 씨와 함께 걸으며, 나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을 입에 담았다.

        

        

        

       “<…그건 그렇고. 전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왔는데, 이런 걸 저한테 넙죽 내줘도 되는 거예요?>”

        

       “<그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았지만…현 시점에서 기어의 제어권은 사용자에게 있지 않아. 그리고 이미 제107헌병중대의 친구들이 네가 브루클린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 상세히 말해줬거든.>”

        

       “<아….>”

        

       “<그 꼬리로 홀린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리고 애시당초 이 꼬리는…비주얼적으로 디스어드밴티지일 확률이 더 높지! 세상에 강아지랑 고양이 같이 털 북슬북슬한 친구들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파충류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잖아!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지다 못해 진즉 안면을 튼 출입게이트의 근무자 분들과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외형이 곧 신분이었기에 별다른 조치조차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바이러스 검사는 하고 들어갔다.

        

        

        한창 흙을 열심히 파제끼고 있는 아크 건설 구역이 코앞이었다.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애시당초 아크는 특정 용도로 사용될 예정인 공간의 지반을 파내고, 다 파낸 후엔 각종 전력선과 수도, 가스를 연결함과 동시에 또 땅을 파는 식이란다.

        

        요컨대 굴착 작업이 이뤄지는 거랑 별개로 극비구역은 무사히 작동 중이라는 소리. 물론 이 또한 다른 분들에게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느릿하게 내려가는 동안, 내가 입을 열어 물었다.

        

        

        

       “<혹시…이거, 기어 착용하면 아픈가요? 엄청 아파보이는데.>”

        

       “<아프지.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픈 거지만 말이야. 내가 첫 번째로 스타트를 끊었고, 과학자들은 내 몸에 가해지는 부하를 토대로 기어의 초기 에너지량을 더욱 엄밀하게 조정할 테니. 넌 비교적 덜 아플지도 모르겠네.>”

        

       “<…그런가요?>”

        

       “<변이자들의 신체에 가해지는 부하를 토대로 추후 일반인들이 안전하게 기어를 착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거지. 그리 생각하면 너는 내 제안을 좀 더 나중에 받아들여야만 했으려나.>”

        

       “<앗.>”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남의 고통으로 얻어낸 데이터가 기반이 된다는 소리니까…그건 좀 많이 찝찝하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분에게 감사하는 것 정도일까.

        

        물론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누가 이카루스에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이 내게 감사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직 에너지 데이터 뭐시기가 완벽히 수집된 것도 아닌 모양이었고.

        

        아무튼, 뭐라고 해야 할까. 상당히 긴장된다. 옛날에 다리 부러져서 수술받을 때 생각나네. 마취가 풀렸을 땐 죽을 맛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부디 없으면 좋겠단 말이지.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투박한 통로 하나가 나왔다. 임시로 마감한 티가 팍팍 나는 통로가 등장했다. 흡사 병동 복도를 보는 것 같았지만 페인트 냄새가 너무 심했다.

        

        이 정도면 계속 여기에 머물면 독성 가스 흡입으로 죽거나 기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천장에 있는 환풍기인지 뭔지가 가동되며 비교적 신선한 공기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목적지는 정면에 있는 거대한 실험실 비스무리한 곳.

        

        별도의 보안 인식 장치는 없었고,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로렌 씨도 여기 왔었던 거죠?>”

        

       “<그럼.>”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다.

        

        열린 문 내부로 들어간 순간, 어쩌면 내가 평생 동안 그 용도를 모를 수많은 기계장치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수많은 과학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방 내부는 마치 격리병동을 연상하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큰 방을 억지로 두 개로 나눠놓은 듯했다. 그 중간은 두꺼운 유리 비스무리한 재질로 이뤄진 거대한 격벽으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아마 나는 저곳에 들어가야만 하는 거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1분도 지나지 않아 격리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유진. 오늘 있을…기어 착용 절차를 도와주고, 신체 징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석연구원 조셉 핀입니다. 긴장 푸시고, 주로 사용하는 손은 오른손입니까?>”

        

       “<…네.>”

        

       “<기어는 왼손에 착용하겠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 순간 격리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작은 박스를 들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리전 요원이 아닐까 했지만, 그는 아쉽다면 아쉽게도 진즉 내 담당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다.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무거워보이는 박스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화염에서 비상하는 불사조 로고가 새겨진 검은 박스. 그것을 내가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박스를 들고 온 요원과 조셉 씨가 센서로 보이는 곳에 손가락을 갖다대고는 비밀번호를 눌렀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말이 이어졌다.

        

        

        

       “<본인의 의사로 기어 박스를 개봉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지문 등록 절차를 시작합니다. 준비 됐습니까, 유진?>”

        

       “<….>”

        

        

        

        나는 말없이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센서가 초록색으로 점멸한 순간, 김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부의 잠금장치가 열리고…대략 네다섯 개 가량의 각기 다르게 생긴 시계 같은 것이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란 걸까.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블랙 메탈 스트랩으로 되어있는 시계를 조심스럽게 골라 손 위에 들었다. 과연 이 안에 무슨 기능이 내장되어있길래 이렇게나 엄중하게 보관을….

        

        시계를 골라 바깥으로 꺼내놓은 순간 상자는 다시 엄중하게 잠겼고, 나를 포함한 이들 전원은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덧붙였다.

        

        

        

       “<소형 핵융합 반응로가 내장된 이카루스 기어입니다. 현 시간부로 착용 및 사용자 등록을 시행하지요.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이, 이거 설마…아파요?>”

        

       “<저는 잘 모릅니다만, 아프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스윽.

        

        스트랩을 풀고, 왼쪽 손목을 감싼 후, 다시금 스트랩을 닫는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시계가 마치 내 손목 위에 착 달라붙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DNA 인식 시작. 자동으로 착용자의 DNA를 수집합니다.]

        

       -[신체 스캐닝 중…신장 172cm, 체중 205kg.]

        

       -[착용자와 데이터베이스 기록을 대조 중…유진 리, 미국 시민권자임을 확인. 사회보장번호 조회 중.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등록 및 등록번호 발급 절차를 시작합니다.]

        

       -[나노머신 신체 적합성 테스트 판정…극도로 우수함. 현 시간부로 나노머신 신체 적응 절차를 시작합니다. 해당 과정에서 고통이 동반될 수 있으며, 전문가의 조정 하에 척수시상로(spinothalamic tract) 기능을 일부 둔화시켜 고통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나노머신을 통한 신체 보강까지 필요한 시간을 계산 중…평균적으로 해당 과정은 한 달 가량을 소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체능력이 최대 기존의 45%까지 증대됩니다.]

        

       -[신경계 및 순환계 스캔 시작. 혈압 측정 중…180/110mmHg로 추정. 모세혈관 및 동맥의 강도 확인 결과 해당 혈압을 안정적으로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됨.]

        

       -[신체 내부에 인간에겐 없는 별도의 모세혈관 다발을 확인. 해당 방식을 통해 혈압을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 중….]

        

       -[나노머신 방출 시작.]

        

        

        

       “…어, 어? 어어? 잠시만요, 이거 팔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통증 적응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남은 시간까지 4시간, 진통제를 여기 놔두겠습니다. 정말 아프다면 수면 가스 방출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으아아아악, 로렌 씨가 날 속였어어어어-!”

        

        

        

        그 순간 왼손이 작열하고, 빛이 있었다.

        

        길고 긴 고통의 시작이었다.

        

        

        

        

        

        

        

        

        

        

        

        

        

        

        

        

        

        

        

        

       “으흐어어엉….”

        

       “<꽤 아파보이네.>”

        

       “<왼팔이 아파요오….>”

        

        

        

        센트럴 파크 HQ, 오후 4시 반.

        

        어느덧 해가 조금씩 지려는 낌새가 보이는 와중, 나는 인상을 쓰며 로렌 씨와 함께 알파급 변이자들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왼팔이 계속해서 욱신거린다. 상당히 아팠다. 뭐라고 해야 하나, 손을 수술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진통제를 좀 덜 먹은 느낌이라고 해야만 하나. 일상생활에도 상당히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잘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잘 때는 아까 들었던 무슨…척수 뭐시기 신경을 둔화시켜 무난하게 잠은 잘 수 있다고 한다.

        

        단지 오랫동안 신경을 둔화시킬 경우 감각 유리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잘 때만 가능하다는데…앞으로 상당히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진다고 하니까.

        

        로렌 씨의 말로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손목이 살짝 삔 정도의 아픔만이 남는다고 하니 열심히 참아봐야지.

        

        

        그것도 그렇고, 연구자들과 로렌 씨는 제법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왼팔이 아픈 김에, 그 길다란 뱀의 꼬리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니.>”

        

       “<…글쎄요. 가능할까요. 그냥 반쯤은 장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꼬리로 뭔가 집어본다는 상상은 단 한 번도 안 해봐가지고….>”

        

       “<한국의 속담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일이 잘 풀리면 제3의 손을 얻을 수도 있겠지.>”

        

       “<손은 두 개만 있어도 편하긴 한데…아직 세 번째 손이 있으면 얼마나 편해지는지를 잘 모르겠네요, 끄응….>”

        

        

        

        꼬리를 장식품 이상의 무언가로 써먹어보라는 말.

        

        그보다 다른 인간은커녕 여타 알파급 변이자들도 이런 건 안 가지고 있으니까 도통 뭘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모르겠다. 애시당초 꼬리를 움직이는 감각이란 건 뭘까?

        

        실로 슬프게도, 현 시점의 나에게는…아니, 앞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꼬리를 어떻게 움직여봐라-하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1명도 없겠지. 나만이 콜럼버스라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할 수 있는 게 뭔가 싶긴 했지만, 일단 엉덩이에 힘을 주면 뭐가 되지 않을까.

        

        일단 꼬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부터 연습을 해봐야겠어.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연습은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시 말해 왼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조금 줄어들었다는 소리.

        

        하지만-

        

        

        

       “끼야아아악-!”

        

       “<그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었을까?>”

        

       “<아, 아뇨. 그냥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로렌 씨가 꼬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러버렸다. 나중에 설명을 듣자 하니 이게 그 뭐시냐…운동할 때 쓰는 머슬 마인드 커넥션 비스무리한 그런 거라는데, 하기야 감각을 느끼면서 움직이면 도움은 되겠지.

        

        아무튼, 뭐라고 해야 할까. 꼬리를 움직이는 것은…조금 난해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꼬리를 움직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공간지각능력을 조금 길러야만 하지 않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한동안 꼬리를 움직이는 연습을 도움을 받으면서 걷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는 변이자 전용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덧 상당히 익숙해진 건물. 곧 있으면 이 대충 지은 건물을 재조립해서 좀 더 괜찮은 형태로 만들 거라고 하는데…글쎄다. 로렌 씨는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나도 그랬고.

        

        그리고 오늘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후우.>”

        

       “<별걸 다 가지고 긴장하는구나.>”

        

       “<새로운 분은 과연 누구일지…진짜 하나도 안 알려줄 거예요?>”

        

       “<우후후, 그 편이 더 재밌잖아.>”

        

       “<이씨….>”

        

        

        

        오늘, 드디어 나와 로렌 씨 이외의 새로운 변이자 분을 만나게 된다.

        

        이 양반이 알려준 거라고는 기껏해야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는 점, 그렇기에 같은 층을 쓰게 되었다는 것 정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티브가 된 동물은 뭔지, 나이는 몇 살인지도 하나도 안 알려주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두근대는 내 심장박동을 느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는 막혀있었기에 볼 수도 없었고.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힘차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와.”

        

        

        

        내 예상과 단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다.

        

        성별은 당연히 여자였다. 북슬북슬한 머리카락은 마치 새의 깃털 같았고, 노란색 눈동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그 직후 머리 위의 꼬리깃 비슷한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옷이 터질 것 같은…우왓, 이건 말하면 안 되겠어!

        

        키는 당연하지만 나보다도 훨씬 컸고…마치 한 마리의 맹금류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 입이 열렸다.

        

        

        

       “<…부엉이다.>”

        

       “<…사람을 만나면 자기소개를 해야지, 요놈아…한 번에 맞출 줄은 몰랐어. 난 올리비아다.>”

        

       “<엣, 에. 안녕하세요. 유진이라고 합니다아….>”

        

       “<저 상어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 분도 같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변이자는 전부 예쁜 모습으로 변하는 건가 싶었던 오후였다.

        

        

        

        

        

        

        

        

        

        

        

        

        

        

        

       “<…로렌.>”

        

       “<무슨 일이지?>”

        

       “<쟤 되게 귀엽네. 없던 모성애가 생길 것 같아.>”

        

       “<푸웃-!>”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저녁.

        

        로렌티나는 올리비아의 취향 영역에 유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무슨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뱜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