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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8

    <678 – 무책임한 쾌락(26)>

     

    “신비가 필요없다면 마도구를 하나 주지. 모두 상급 정령을 가둔 마도구다.”

    집사장이 손수건을 크게 펼쳐 진열대를 꺼냈다.

    마법반응을 감추는 봉인술식이 새겨진 진열대 안에 휘황찬란한 목걸이나 반지, 술잔이나 뿔피리 등의 각종 마도구가 즐비했다.

     

    “본래 공간확장 마법보관 아이템에는 다른 마법적 물질을 집어넣으면 보관공간이 파괴되어 시공의 어딘가로 물품이 모조리 튕겨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봉인술식을 걸어둔 이유는 그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점은 양해를 바라지.”

    “그러시구나!”

    “아무튼 그런 이유로 가장 값진 마도구나 가장 필요한 마도구가 무엇인지는 육안으로만 파악해야 한다. 기회는 한 번. 반품신청은 받지 않는다.”

    “잘됐네, 다크노디!”

    “응. 봉인술식이야 풀면 그만이니까.”

     

    다크노디의 말에 집사장은 코웃음을 쳤다.

    수백 년간 이어져온 결사의 봉인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던전의 마도구를 봉인하는 술식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짐이 없는, 오히려 미개한 옛 시대의 술식보다 더욱 개량된 현대술식으로 진화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의 봉인술식!

    그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결사의 수백 년 역사에 도전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재단조차도 아직 결사의 봉인기술은 따라오지 못해 집사장의 손을 빌릴 정도이니 봉인술식을 해제하는 작업은 불가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딸칵.

     

    “아. 풀렸다.”

    “풀렸다?!”

     

    오크노디의 마나제어술과 고인물 지식을 적극 활용한 다크노디는 간단하게 봉인술식을 풀었다.

    고인물쯤 되다 보면 고대던전을 공략한다고 정직하게 던전을 일직선으로 다니지도 않는다.

    보상룸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뚫고 보스 뒤에서 소리도 내지 않고 보물상자만 몰래 해제하는 잔재주에도 도가 틀기 마련!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이야 그런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면에서 다 때려부수고 다녔지만 가끔은 <민 첩올인만렙회피가좋아 도적>을 하고 싶은 날이 생기기도 한다.

    심심풀이 삼아 개발한 부캐 테크트리도 총 플레이타임이 늘다보면 어지간한 일반 플레이어의 총 플레이타임을 상회하는 시간을 기록한다.

    하물며 볼 거 다 보고 할 거 다 한 고인물의 시간은 일반 플레이어의 시간 대비 효율과 극심한 차이를 지닌다.

     

    “충격흡수의 귀걸이. 화상면역의 전신타이즈. 회전회피의 무희복. 셋 다 주면 안 돼?”

    “…하나만 된다.”

     

    애써 덤덤히 대답했지만 집사장은 속으로 몹시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상세제원을 모조리 꿰뚫어보았지?

    봉인을 풀었다고 해도 마도구에 깃든 기운만으로 작용기전과 원리를 파악하는 건 별개인데.

    다양한 이계.

    그곳의 마나가 어떤 발현을 일으키는지 겪어보지 않고서야 직관만으로 전부 꿰뚫어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지.’

     

    한 번 해냈다면 두 번인들 못 하랴.

    다크노디의 어마어마한 직관력 또한 성녀에게 마땅히 어울리는 <신비>라 생각하니, 집사장은 다크노디가 마음에 들었다.

    다크프린세스의 분신이라고 선입견에 빠지지 않고 그녀를 간부로 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심 썼다. 하나의 마도구를 더 챙겨도 좋다.”

    “그럼 전신타이즈랑 무희복.”

     

    냅다 진열장에 손을 뻗으려던 다크노디의 손등을 와다다 달려온 오크노디가 찰싹 때렸다.

     

    “그러면 안 돼!”

    “…아파.”

    “미안! 그래도 그 두 개는 안 돼!”

    “어째서?”

    “옷에다가 옷을 겹쳐 입다니, 룩이 이상하잖아!”

    “성능은 이게 젤 좋아.”

    “보기가 안 좋잖아!”

    “성장치 딸릴 땐 룩 신경쓰고 게임하다가 회차 터져.”

    “성장이랑 클리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상관없어! 다크노디는 룩딸해!”

    “싫어. 성능딸 칠 거야.”

     

    11살 꼬맹이들의 입에서 나오기엔 위화감마저 드는 용어에 남자들이 가정교육이 아주 개판이 났다며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애들 입에서 저런 험한 말이 정착될 때까지 방치하다니, 이사장 이 나쁜 녀석!

     

    “그래서 뭘 가져갈거냐.”

    “룩 챙겨!”

    “응 싫어.”

     

    다크노디는 기어이 전신타이즈와 무희복을 집었다.

    뱀피 코스프레도 거뜬한 다크노디에게 이 정도의 장비는 거뜬했다.

     

    “다크노디의 안건은 이상으로 종료한다. 다음은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안건을 받겠다.”

    “뭐, 뭐든지 되는 겁니까?”

    “간부의 재량에 따라 안건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상정할 수 있다. 물론 터무니없는 안건을 올린다면 누구의 지원도 얻지 못하겠지.”

    “하하. 그거라면 걱정 없습니다. 제 안건은 갈릭 후라이드치킨을 후라이드치킨 가문의 공작으로 즉위시키는 것입니다!”

    “…”

    “여러분의 능력이라면 저 하나쯤 공작위 시켜주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크노디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굳이 널 그 자리에 앉히고 싶지도 않아.”

    “어째서입니까! 저도 어엿한 재단의 간부입니다. 재단 사람이 공작가의 가주가 되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동원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작년 학기초에 피렌체 왕국의 세비체 공작가문도 박살 낸 마당에 공작가문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거든?”

     

    오크노디 역시 다크노디의 의견에 동의했다.

    파시블 예프도 하하 웃으며 의견을 더했다.

     

    “제물이 필요하면 무단으로 영지민들을 갖다쓰면 그만인데 굳이 귀족가문이 필요하겠습니까?”

    “히에엑!”

    “하하, 같은 식구의 영역에서 영지민을 냅다 제물로 바치지는 않습니다. 그리 겁먹지 마십시오. 뭐 일단 당신이 간부 자리에 있는 동안은 말입니다.”

    “사족이 붙어서 더 무섭습니다만?!”

    “다른 간부들의 의견도 나와 같은 모양이군. 네게는 죽은 간부들의 수하들을 붙여주는 선에서 아량을 베풀겠다. 과욕을 거두어라.”

    “알겠습니다…”

     

    집사장의 자비 덕분에 갈릭 후라이드치킨은 수하를 일부 넘겨받았다.

     

    “다음은 파시블 예프의 안건을 받겠다.”

    “요 근래 제물영역을 다루다보니 경지상승에 더 많은 생명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제물로 바쳐도 뒤탈이 없는 천만 이상의 생명이 필요합니다만, 어디 괜찮은 곳을 소개받거나 그만한 수의 노예종족을 인계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 인간성을 제물로 바치더니 완전히 맛탱이가 갔네.”

     

    인간성 부족하기로는 남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선두를 달리는 다크노디가 선뜻 인정할 정도로 파시블 예프의 발언은 막장이었다.

    말하는 꼴만 들어서는 당장 거악후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그럼 이계의 정령들을 대신 쓸어담고 계시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중간계의 생명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저한테 적당히 거슬리고 직접 가긴 귀찮은 차원계 좌표 몇 개 찍어드릴게요!”

     

    오크노디는 차원좌표를 찍어주는 것으로 지원을 결정하였다.

     

    “언더월드에서 포로로 생포한 적대종 생명체들을 넘겨줄게.”

    “오. 감사합니다.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많지는 않아. 소소하게 이백만 정도라고 생각해둬.”

    “하하. 그 정도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크노디는 언더월드 포로노예들을 넘겨주기로 약조하였다.

    다음으로 시선을 받은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눈을 껌뻑거리다가 위기감을 느끼고 뒷걸음질 쳤다.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이미 다크노디 님을 도와 거악후보의 감시 및 추적 임무를 맡기로 약속했습니다!”

    “그걸 부하들 모두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포로로 부하들 양보하시죠.”

    “에휴. 몇이나 원하십니까?”

    “많이는 아니고 300명 정도만 부탁드립니다.”

    “300명이면 부대 괴멸당합니다만?! 이 남자, 아까부터 스케일이 왜 이렇게 큰 거야!”

     

    인간성을 상실한 파시블 예프의 단위는 비인간적으로 큼직했다.

     

    “에휴. 그럼 반만 주십쇼. 많이 양보해드린 겁니다.”

    “제가 싫다고 하면 협상의 여지가 있습니까?”

    “별일은 없을 겁니다.”

    “휴.”

    “갑자기 부하들이 연속실종사건을 겪을 뿐이죠.”

    “……그냥 반 드리겠습니다.”

     

    극적인 협상타결을 축하하는 의미로 집사장이 집사 1부의 집사 몇을 호출했다.

     

    “이면계 공략의 전문가들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발을 빼는 법을 알려줄 거다.”

     

    어느덧 간부회의 안건상정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집사장과 오크노디.

    어느 쪽이든 가장 굵직한 두 사람이 남았다는 사실에 남은 이들은 잔뜩 긴장했다.

    이들의 안건은 얼마나 살벌할까.

     

    다크노디의 ‘암흑성녀 랭킹보드 등재’ 안건.

    갈릭후라이드치킨의 ‘가주시켜줘’ 안건.

    파시블 예프의 ‘1천만 이상의 생명 모으기’ 안건.

     

    “다음은 내가 먼저 요청하지.”

     

    간부회의 네 번째 안건은 집사장의 것이었다.

     

    “환락도시의 시장 아스모데우스가 지녔던 마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마왕군 사천왕의 개입이 의심된다.”

    “그래서요?”

    “고로 아스모데우스의 각성을 초래한 배후의 추적 및 제거를 안건으로 올리겠다. 본래라면 집사 2부에서 맡아야 할 안건이지만…”

     

    집사장의 시선이 오크노디에게 갈려나간 간부들이었던 것의 시체가 널브러진 평야로 향했다.

     

    “헉. 나 때문인가?”

    “그래, 너 때문이다.”

    “어쩔 수 없죠. 그럼 스포 좀 해드릴게요! 환락의 도시에 머무르던 사천왕은 레드 타이드. 적조현상, 오염된 생명체의 양산에 특화된 인류진영 내에서 배신자와 배신세력을 자꾸만 만들어대는 습관적 반란유발자이자 분탕충 사천왕이에요!”

    “…뭐? 그걸 대체 어떻게,”

    “참고로 환락의 도시에서 못 잡으면 다음은 선신연합의 직할령 일대에서 출몰해요!”

     

    수상할 정도로 적의 동태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오크노디의 조언에 모두가 굉장한 의심과 불안이 섞인 눈으로 오크노디를 주시했다.

     

    “엥? 다들 왜 그러세요?”

     

    순전히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 오크노디만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들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막행동

    후원 감사합니다. 맛난 밀크쉐이크 한 잔 사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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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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