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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8

        

       불로불사의 단서.

         

       그 단어를 들은 박진성의 미소가 굳었다.

         

       “불로불사라…. 허허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띄워졌다.

       아까와 비슷한, 자세히 살펴보면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미소가 말이다.

         

       “옛적 진 나라의 황제가 그러했듯 불로불사란 파멸을 불러오는 법. 아슈토쉬 싱이여, 불꽃의 현인이여. 당신은 제가 그러한 허망한 것을 쫓아다니는 이처럼 보이셨습니까?”

         

       “허망한 것이라….”

         

       아슈토쉬는 하얗게 변해버린 눈동자로 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연 그것이 허망한 것일까?”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듯.

       괜히 이러한 자리에서조차 가면을 쓰지 말라는 듯한 어투.

         

       아슈토쉬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진성을 바라보았다.

         

       “목표가, 꿈이 커다란 것을 비웃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토록 커다란 것이 있기에 인류는 이토록 발전할 수 있는 것이었소. 나는 사람의 욕심을 긍정하고, 긍정적인 파장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며, 호의적인 그들의 발자취가 인류를 발전시킬 것임을 의심하지 않소.”

         

       아슈토쉬는 말한다.

       꿈이 거대할수록, 목표가 거대할수록 그 파장 역시 거대할 수밖에 없다고.

       대부분은 그 목표에 접근하지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그것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너무 허황한 것을 바란다는 악의 섞인 말도, 유치하다는 사람들의 비웃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반드시 세상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고 파장을 일으킬 수가 있는 법이노라고.

         

       그렇게 말했다.

         

       “몇 해 전이었던가, 나는 사탄교회의 교리에 관하여 연구했다는 한 주술사를 만난 적이 있었소. 허허, 그가 그 이야기를 꺼낼 때 처음 입에 담았던 말이 기억이 나는구먼….”

         

       사탄은 교회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오랜 시간 동안 이를 유지해왔다(Satan has been the best friend the Church has ever had, as he has kept it in business all these years).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소. 다른 시크교도들은 그의 표현에, 그의 종교에 거부감을 느끼긴 하였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지.”

         

       정반합(正反合).

         

       무릇 하나가 있다면 그 반대되는 것도 있는 법이라.

         

       세상의 이치가 바로 그러하기에 그는 그를 존중하였고 그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지. 욕망은 세상을 발전시키고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과하다면 문제가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는 법이라고. 그렇기에 적정선의 욕망을 유지한 채 사람들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사탄교회라. 허허. 캘리포니아에서 그들을 본 적이 있지요.”

         

       “…그러한가?”

         

       아슈토쉬는 진성의 말에 기이함을 느꼈는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단지 그뿐.

       그는 딱히 진성에게 무언가를 묻지도, 추궁하지도 않았다.

         

       박진성에 대해 조금만 조사를 해보았다면 그가 캘리포니아에 가본 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주술사에게 얻은 깨달음을 토대로 말하자면, 불로불사를 추구하는 것이 어찌 흠이 될 수 있겠소. 제 짧은 삶을 불태워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려는 이가 있다면, 길고 가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도 있는 법. 그리고 한순간 반짝일 불꽃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 반대되는 것 역시 강해지니, 이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소?”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과 반대되는 것이 존재한다.

       무언가가 강해진다면 그것과 반대되는 것 역시 강해진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다.

         

       합리와 모순.

       정(正)과 반(反).

         

       그것은 이 세상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본질이며, 법칙이다.

         

       아슈토쉬는 그렇게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기반으로 진성에게 말했다.

         

       “구도자여, 구도자여. 불꽃은 안으로 품어졌을 때는 그 열기만을 내뱉지만, 밖과 통하게 된다면 활활 맹렬하게 타오르며 빛과 열을 함께 뿜어내는 법. 부디 욕망을 숨기고 있는 껍질을 벗어던지고 그 불꽃을 나에게 보여주시오.”

         

       “허허허허.”

         

       박진성은 아슈토쉬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불꽃, 불꽃, 불꽃이라…. 그래. 현인. 그 지식은 집단 무의식을 탐험하면서 얻으셨습니까?”

         

       “그와 비슷하지.”

         

       “그렇다면 그 지식을 나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신이 불꽃이기 때문이오.”

         

       “불꽃을 통제하려 하시오?”

         

       “그저 불꽃이 움직일 길을 닦아주고 싶을 뿐이오.”

         

       집단 무의식, 집단 무의식.

       그 넓고도 넓은 정신세계.

       하하하하.

         

       박진성은 아슈토쉬가 그 정보를 얻었을 공간을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옛적 시간이 뒤틀리기 전.

       그가 차마 탐험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던 미답지(未踏地).

       그의 소중한 동료였던 담비가 죽고 난 후 관심을 끊어버린 그곳.

       그곳에 관심을 두었다면 자신도 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까?

         

       박진성은 잠시 과거를 생각하며 후회의 감정을 떠올렸다.

         

       ‘아니.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내 그 후회를 지워버렸다.

       그때 그 집단 무의식에 관심을 가졌다 할지라도 찾지 못하였을 테니까.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세계가 간신히 누더기처럼 유지가 되어 있을 뿐인 수준이 되었으니.

       그러한 곳을 아무리 탐험한다 한들 제대로 된 것을 찾을 수가 있었겠는가?

         

       집단 무의식은 사람에게만 허락이 된 것.

       사람보다 귀신이 더 많고, 귀신보다 압도적으로 시체가 많았던 그 시절.

       그곳에 가봐야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그저 전쟁의 참사에 고통받고, 반쯤 미쳐서 광기에 물들고, 아예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려서 제 무의식조차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 이들이 넘쳐났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담비가 그리 빨리 죽지 않았다면 가능성이 있었을까?’

         

       글쎄.

       그건 모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의미가 없다.

       그녀는 자기가 만족할만한 죽음을 택했으니까.

       아마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그 죽음을 그대로 택하였을 수도 있겠지.

       그때 당시의 아나스타시아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불꽃은 자신이 삼킬 수 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법이오.”

         

       “허허. 참으로 그러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회귀 전에는 집단 무의식을 탐험하는 이가 동료였지만 그 단서를 얻지 못하였고.

       회귀 후에는 처음 만나보는, 동료조차 아닌 이에게서 그 단서를 얻었으니.

         

       세상의 이치가 이렇게 오묘하다.

         

       이렇게 우연처럼, 아주 자그마한 차이만으로도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 흥미로운 말, 참으로 잘 들었습니다. 이거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말이로군요.”

         

       “그렇군.”

         

       박진성의 눈이 한순간 아슈토쉬의 전신을 훑는다.

       거대하다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키, 하지만 그 키에 비하여 너무나도 깡마른 몸.

       부유하기 짝이 없는 캠핑카 안에 있으면서도 그 몸에서는 절제심이 가득해 보이니.

       마치 제 몸을 장작으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언젠가 필요할 때마다 불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잘 말린 장작과도 같은 몸이다….

         

       ‘어쩌면 이 자는 현세보다는 정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현세의 몸이 장작이라면 불꽃은 무엇인가?

       장작에 붙여서 피워내는 그 불꽃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본질이, 그의 마음이 불꽃이라면 대관절 그 열과 빛은 어디에 있는가?

         

       박진성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주술의 대가인 듯 보이는 장애.

       하지만 그 장애를 장막처럼 둘러 그 안에 숨기고자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자체가 보였음이니.

         

       아아.

       참으로 그러하다.

         

       “그렇지. 불꽃은 안에 숨기면 열만을 내뿜는 법이지. 하하하!”

         

       진성은 앞서 아슈토쉬가 말했던 것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맞다.

       참으로 그 말이 맞다.

         

       가리고, 숨기고.

       그 빛이 새어 나가지 않을 정도로 밀폐하고.

       그리고 잘 만들어낸 장작을 계속해서 밀어 넣고.

       그리하면 빛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열만을 가질 것이요.

       만족스럽게 타오르지 못한 불꽃은 한 모금의 공기를 계속해서 갈망하고 갈망할 것이다.

       그리고 구멍이 뚫리면 맹렬하게 타오르며 뱀의 혓바닥처럼 사방을 훑으며 퍼져나갈 것이니.

         

       참으로 불꽃과 같다.

       안으로 수렴하는 듯 하나 숨기지 못하는 파괴욕을 품은 것이, 참으로 불꽃과 같다.

         

       욕망, 욕망.

       욕망이라!

         

       박진성은 알았다.

         

       눈앞의 이 주술사가.

       세상에 초탈한 듯 보이는 이 주술사가.

         

       실은 자신과 참으로 비슷한 종자라는 사실을.

       다른 주술사들이 그러하듯 목표에 대한 갈망으로 움직이는 족속이며.

       그것은 집착과도 같은 수준이 되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하여 집착으로 살아가고 움직이는 자신과 참으로 비슷한 존재라는 사실을.

       박진성은 알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과 비슷한 존재이기에 박진성은, 아슈토쉬가 ‘불로불사의 단서’를 입에 꺼내면서까지 자신을 중국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세상에 초탈한 것처럼, 같은 주술사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 주술사의 진정한 목적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보시오. 현인.”

         

       박진성은 방긋 웃으며 물었다.

         

       “사람의 숫자가 그토록 중요합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곧 한 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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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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