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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 ***

         

       하선수는 표사들이 질질 끌어내서 마차에 처박혔다. 상태를 보아하니 못해도 정오는 넘어야 정신을 차리겠군.

         

       이거 나쁘지 않은데? 맨날 저녁을 거하게 얻어먹고 술을 멕여서 낮에는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 놓는거지. 아무리 고급 마차라고 해도 숙소에서 쉬는 것 만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지는 못하니 술을 깨는데 한참 걸릴 것이다.

         

       중요한 건 하선수가 아니었다.

         

       흑묘가 이상해졌다.

         

       평상시에는 심심하면 갑자기 살금살금 다가와서 장난을 치곤 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서먹서먹하게 굴더니 이동을 시작해서도 나랑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아서는 바닥만 보고 있었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가끔 힐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헛흠!”

         

       이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헛기침을 해 보았지만 흑묘가 갑자기 움찔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더욱더 어색해졌다. 민망함에 손을 꿈지럭 댄 뒤에 봇짐에서 새 무협지인 [무신강림-1]을 펼쳤다.

         

       출발하기 전 서점에 들렸다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표지 덕에 나도 모르게 전권을 구매해 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잘 꾸며진 표지나 삽화가 들어간 무협지를 원했기에 뭔가 홀린 듯이 사버리고 말았다. 

         

       내용이야 읽어 봐야 알 일이고.

         

       짐마차는 빈말로도 책을 읽기에는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도 무언가를 읽으면 멀미에 시달리기 마련. 마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절로 상체가 들썩이기 마련.

         

       조금 읽다가 멀미가 오면 주변을 둘러 보고 또 무협지에 집중하길 한참.

         

       “휴식 시간이요!”

         

       일반적으로 이런 행상들은 정오에 반 시진에서 한 시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루 종일 걸은 사람들은 휴식도 취해야 하고 영양분도 보충해야 하니까.

         

       우리와 같은 승객들은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마차에 앉아만 있는 것도 고역이다.

         

       나 역시 짐마차에서 내려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서울아, 바깥 바람을 좀 쐬는 것이 어떻겠느냐?”

         

       흑묘는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마차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화장실이 급했나.

         

       아까부터 상태가 이상해 보여서 신경 쓰이긴 했지만 흑묘가 홀로 숲으로 들어간 일은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대표두보다 더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사실 위험한 것으로 따지면 흑묘랑 헤어진 내가 더 위험해졌지.

         

       “어째 여행길에 불편함은 없으신가.”

         

       “어이구, 총표두 가길염 대협이시군요.”

         

       가길염의 입술이 실룩였다. 총표두는 간단하게 말해서 표행의 최고책임자다. 그리고 대표두는 그 다음 위치고. 뭐 간단한 사회생활 기술이지. 주임은 대리라 불러주고 대리는 과장이라 불러주는 게 사회생활 아니겠는가.

         

       “크흐음. 큼. 대표두일세.”

         

       좋아 죽으면서 괜히 근엄한 척은.

         

       “아이고 죄송합니다. 대협 덕분에 아주 편안한 길이 되고 있습니다요.”

         

       “허허, 내가 뭐 한 일이 있다고…”

         

       “대표두님께서 진두지휘하시는 덕에 이리 무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입발린 칭찬에 연신 헛기침을 하면서도 딴 소리만 늘어 놓는 것이 어지간히 아부 좋아하는 양반이다 싶었다. 유사연이 이 남행표국에 돈 넣어논 거 있으면 빼라고 해야겠군. 아주 싹쑤가 노래.

         

       “아무튼 내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하나 있어서 왔네.”

         

       “부탁이라 하심은?”

       “우리 삼공자님께서는 워낙 호인이시지만 무공 경지에 비해서 술이 약한 체질을 타고 나셨네.”

         

       간신히 이류 턱걸이나 할 것 같은 하선수를 위한 눈물겨운 포장. 그러고보니 아직도 하선수는 떡이 되어 있는건가? 깨어났다면 일어나서 흑묘에게 눈도장이라도 한 번 찍고자 할 테니 아직 기절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제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서 말일세.”

         

       “아아~ 그러시군요.”

         

       무협지를 보다가 멀미가 나면 바깥을 본다. 바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하선수 대협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나 조금씩 하고 있었지.

         

       하선수를 탈탈 털기 위해서는 우선 남행표국의 보호자를 걷어내야 했다. 바로 이 자. 대표두 가길염 말이다.

         

       가길염은 이 표행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나 마찬가지다. 일단 직위상 표국주의 직계인 하선수가 총책임자인 총표두이고 그 아래 가길염이 있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누가 봐도 가길염이 총책임자지.

         

       그러니 이 사람의 묵인 혹은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하선수를 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길염은 개인적인 감정을 제외하고서라도 하선수를 곱게 볼 수가 없다.

         

       표사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탁주라도 한 사발 마시고 잠들고 싶은 상황에서 하루 종일 호화로운 마차로 편하게 온 하선수가 미녀(로 추정 되는)승객과 동석해서 신나게 술을 위장에 붓고 컥 하고 쓰려져 지금까지 뻗어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열이 받을 수 밖에 없고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으니 그런 표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가길염 역시 하선수를 좋지 않은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그러나 가길염은 하선수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처지다.

         

       그건 어제 객잔에서 하선수가 만취할 때까지 보고만 있었던 가길염의 행동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남행표국 내의 권력구도나 하선수의 위치 그리고 가길염의 위세 이런 건 하나도 모르지만 결국 그런 구도의 결과는 행동으로 나오는 법이다.

         

       가길염은 하선수의 행동을 정면으로 제지할 위치는 아니니 결국 하선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나나 흑묘의 행동을 제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하선수를 제어하고 싶으면 하선수에게 가서 멱살을 잡던지 애원을 하던지 해야지 왜 엄한 나에게 와서 압박질이야.

         

       이런 소리나 할 거면 아부나 받아먹질 말던가. 씹고 뜯고 즐기고 맛볼거 다 하고는 자기 할말은 하겠다는 심보를 경험하고 있자니 그나마 있던 양심의 가책도 사라졌다.

         

       사실 하선수라는 망나니가 사고를 치게 되면 보호자 위치인 가길염도 같이 봉변을 당하게 될 확률이 높다. ‘잰 본래 망나니니까 그렇다 치고 너는 대체 뭐했냐.’ 따위의 논리를 들먹이며 갈굼을 먹지 않을까.

         

       그래서 어떻게 살살 구슬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에이~ 대표두님. 제가 촌 무지렁이일지라도 알 것은 다 압니다요!”

         

       가길염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영명하신 삼 공자께서 다 안배해 놓으신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정도 눈치는 있지요.”

         

       “뭐…?”

         

       입술에 침을 바르며 시동을 걸었다.

         

       “하공자께서는….그 뭐시기냐. 민간 사찰 활동 같은 것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까요.”

         

       가길염이 이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은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위 아래로 내 전신을 보는 것이 ‘이 놈이 돌았나?’라고 생각하는 몸짓이었다.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외인인 저는 짐작밖에 할 수 없지만. 현재 하공자님을 누가 표국의 공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냥 표국의 호위를 받는 지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가길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길염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은 발언일 것이다. 나나 표국의 입장에서는 하선수가 남행표국의 공자인 것을 알지만 외부인이 볼 때는 이게 또 다른 문제였다.

         

       표행에 따라오는 호화로운 마차. 그리고 호화로운 마차에서 내리는 비단옷 입은 공자.

         

       이걸 누가 남행표국 삼남의 망나니짓이라고 생각하겠어? 보통은 그냥 어디 귀공자가 표국의 호위를 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정상이다.

         

       사람이란건 상황을 제 상식에 끼워 맞추어 판단하니까 말이다.

         

       “저도 살면서 보고 들은 것이 있습니다. 어디 표국의 직계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비단 옷을 입고 표행에 나선답니까? 하하하하! 그런 공자가 있다면 정말로 미친놈이거나 상상도 못할 망나니겠습니다 그려!”

         

       가길염이 움찔했다. 내 헛소리에 정신이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사실적시 공격을 받아버렸으니까 당황스럽겠지.

       

       “허, 헛흠..!”

         

       “아! 이제 알겠군요! 남행표국에서 저런 화려한 마차를 타고 비단 옷을 입은 귀공자를 호위하는 것처럼 꾸며서 남행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입니까요? 키야, 이거 기발한 한 수네요. 헌양하신 하선수 공자에게 딱 어울리는 역할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그것이..”

         

       “이야, 역시 사천에서 이름난 대 남행표국! 역시 사천에서 이 정도 위명을 떨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군요! 고강한 무공을 지니신 대표두님과 군기엄정한 표두님들에 이런 신박한 홍보전략까지!”

         

       내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가길염의 눈치를 보았다.

         

       “허어. 이거 죄송합니다. 저 혼자 신나서 멋대로 떠들어버렸군요. 혹시…제가 너무 넘겨 짚은 게 아닌지요.”

         

       “그것이…”

         

       가길염이 말꼬리를 늘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흥미진진한 눈길로 가길염의 대답을 기다렸다. 와 흑묘가 없는게 아쉽다. 진짜 지금 가길염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진실 혹은 거짓. 당신의 선택은?

         

       “자네의 말이 맞네..!”

         

       그래 내가 이렇게 사탕발림을 해 놨는데 ‘사실은 그딴 전략은 없고 대 남행표국 아니고 하선수 저 새끼는 너의 상상을 초월하는 망나니고 나는 그런 망나니랑 노는 네가 못마땅해서 꼽 주려고 온거야.’라고 말할 수가 있겠냐고.

         

       “하하, 역시 그랬군요! 어쩐지 어제 하선수 공자가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금 걱정되었는데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가길염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미 시동이 걸린 나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역시 대외적으로 노출된 객잔이나 이런 곳에서 돈을 팍팍 쓰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의 이목도 쏠리고 남행표국이 부유한 공자를 호위하고 있다는 사실이 각인되겠지요! 비싼 음식을 얻어먹는 처지이니 하 공자의 주량은 제가 잘 조절해 보겠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하하!”

         

       동공에 지진이 난 가길염을 보면서 나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선수 이제 넌 죽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구털기 ON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 주셨군요.

    점차 스택이 쌓여가는 중…!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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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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