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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코카트리스를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쉭쉭이가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있어야 해.

         

        이왕이면 뱀 여왕님 좀 설득해 주고.

         

        사실 이 여정의 정확한 목적은 코카트리스를 잡는 게 아니라 놈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떨어진 깃털을 줍는다던가, 놈의 둥지를 발견한다던가.

         

        그 정도만 해도 임무를 완수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코카트리스가 정말 그 코카트리스가 맞을까?

         

        이 세상에 고모도라는 생명체가 있을 거라 생각이나 했던가.

         

        코카트리스가 아닌 고가두리수라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뱀 여왕의 설명에 의하면 고가두리수라는 놈은 새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내가 알고 있는 그 녀석이 맞을 거 같긴 한데…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사실 코카트리스라는 게 전승에 따라 모습이 계속 바뀌니,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재단해선 안 되기도 했고.

         

        그래도 놈을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 아니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차피 힘을 쓰는 건 뱀 여왕님이니까.

         

        난 새의 왕 몰래 코카트리스의 흔적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거다.

         

        뱀 여왕이 말하길, 코카트리스가 자신을 배신하면서 사원의 영약과 신기 몇 가지를 훔쳤다고 한다.

         

        내가 그걸 꿀꺽할 수도 있는 거다.

         

        물론 이 넓은 밀림에서 코카트리스 한 마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 일 거다.

         

        하지만 놈이 있을 위치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순 있었다.

         

        이 밀림은 새의 왕과 뱀 여왕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

         

        뱀 여왕의 영토에는 그녀를 섬기는 뱀이나, 그녀와 동맹 관계로 추정되는 공룡들이 모여 있었다.

         

        일전에 봤던 스테고사우루스가 그런 경우였다. 사원 앞을 지키고 있는 뱀 여왕의 동맹. 본래라면 나를 본 즉시 공격했겠지만, 내 등에 매달려 있던 쉭쉭이를 보고 그냥 넘어간 걸 테고.

         

        그런 점에 있어서 뱀 여왕의 낙인이라는 게 지금은 좋은 상태 이상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통행증과 같은 효과를 주고 있으니까.

         

        아무튼, 아무리 코카트리스라고 해도 스테고사우루스 무리에게 잘못 걸리면 그대로 닭꼬치가 되는 거다. 놈이 뱀 여왕의 영토에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당연한 소리지만, 놈은 인면조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 거다.

         

        놈을 찾기 위해선 새의 왕이 있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

         

        새의 왕.

         

        수련을 했다지만 내가 놈을 이길 가능성은 극히 작았다.

         

        인면조는 뱀 여왕에 버금가는 괴물이었으니까.

         

        새의 왕에게 들키지 않고 코카트리스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얼핏 보면 어려운 난이도 같지만,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은밀이라는 스킬이 있기도 하고.

         

        굳이 두 발로 걷지 않는다면 풀숲에 몸을 숨기면서 기어다닐 수도 있었으니까.

         

        밀림의 거대한 나무들을 잘 사용한다면 은신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거다.

         

        몰래 한 걸음씩 걸어가자.

         

        내가 아는 코카트리스가 맞다면, 그 흔적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곳곳에 석화된 조각상 같은 게 있으면 그 주변에 있겠지.

         

        대충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가면 되고.

         

        자, 한 번 찾아보자.

         

         

        *

         

         

        백운과 장봉은 발걸음 소리를 줄이며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사실 그들이 괴조의 소리를 들은 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다.

         

        백운은 확실한 수를 원했다. 혹시라도 저 괴조가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내단을 얻을 수 없었으니까.

         

        괴조가 이동하는 곳을 향해 아주 천천히, 몇 날 며칠을 계속해서 따라가던 그들이었다.

         

        “꼬끼오오오오오오오!”

        “끄에에에엑!”

         

        그러던 중 들린 괴조와 다른 짐승이 서로 싸우는 소리.

         

        백운은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챘다.

         

        괴조의 덩치가 크긴 하지만, 곰을 닮은 저 짐승도 만만치 않았다.

         

        저 녀석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접근한다면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순살시켜버릴 수도 있을 거다.

         

        “장봉, 지금!”

         

        장봉은 구시렁대면서도 백운을 쫓아갔다.

         

        혹시나 떡고물 하나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장봉의 생각이었다.

         

        괴조를 제압하는 게 백운이라면, 자신은 혹시 모를 도망을 차단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으니까.

         

        그렇게 백운과 장봉이 괴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꼬끼오오오오오오!”

         

        크게 우는 괴조.

         

        백운은 지면을 박차는 다리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올 가능성은 없었다.

         

        “끄르아아아악!”

         

        곰을 닮은 괴수가 괴조에게 달려들었다.

         

        백운은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갖다 댔다.

         

        괴조가 괴수를 처리하는 사이, 허를 찌르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꼬끼오오오오!”

         

        쩌저저저적.

         

        그러나 그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마치 돌이 되어 부서진 저 괴수처럼 말이다.

         

        “배, 백운 공! 저게 무슨!”

         

        장봉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기습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놀랄 만도 했다.

         

        눈앞에서 거대한 괴수가 단숨에 돌로 변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장봉의 사정이었고, 괴조는 그걸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꼬꼬꼬꼭!”

         

        괴조는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백운은 괴조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이를 꽉 물었다.

         

        저 새가 석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만 알고, 그게 무슨 종인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백운은 만약을 대비했었다.

         

        그동안 놈을 추적하면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던 그였다.

         

        저 괴조가 다른 힘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

         

        그것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 괴조는 단 한 번도 저 힘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나름대로 사냥이라는 것을 했을 때도 그냥 거대한 몸으로 들이박았지, 석화의 힘은 사용하지 않았다.

         

        백운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저 괴조는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거 아닐까.

         

        힘을 숨긴 후, 사냥꾼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반격을 하려던 거 아닐까.

         

        백운은 장봉이 비명을 지른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저 영악한 괴조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백운이 괴조가 도망가는 걸 걱정했듯이, 괴조도 백운과 장봉이 도망가는 걸 걱정했던 거다.

         

        단순한 신체 능력을 이용한 공격밖에 할 수 없다는 듯, 힘을 숨긴 것이다.

         

        백운은 자조했다.

         

        사냥꾼인 줄 알았는데, 사냥감이었구나.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아 들었다.

         

        스아아앙!

         

        그가 유망주라고 불리던 시절에 받은 검이었다.

         

        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평생을 일류에 머물 것이다.

         

        만년 유망주라는 부끄러운 이명을 단 채로.

         

        으드드득.

         

        백운은 이빨에 힘을 주었다.

         

        서른여섯 개의 방향에서 동시에 치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검술.

         

        천하삼십육검의 묘리가 펼쳐지려 한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적.

         

        백운은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꼬꼬꼬꼭!”

         

        백운은 괴조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래.

         

        코카트리스의 눈을 마주치고 말았던 거다.

         

        쩌저저저저적!

         

        천하삼십육검이 펼쳐지기도 전에, 백운은 하나의 조각상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장봉은 기겁했다.

         

        “흐, 흐아아아악!”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백운은 일류 무인이었다.

         

        키가 큰 괴조 둘이 덤벼들어도, 금방 해치우던 게 백운이었다.

         

        그런 백운이 손도 못 써보고 당하다니.

         

        삼류 무인인 자신이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었다.

         

        장봉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스사아아아악!

         

        괴조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도망가야 한다.

         

        숨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장봉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것밖에 없었다.

         

        키가 큰 식물들을 헤치며 계속해서 도망쳤다.

         

        “꼬끼오오오오오오!”

         

        처음엔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 닭의 울음소리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닭 앞에 있는 지렁이가 된 기분. 온몸이 덜덜 떨렸다.

         

        “허억…. 허억….”

         

        장봉은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면서 도망쳤다.

         

        돌부리에 다리가 걸려 몇 번이고 넘어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흐억….”

         

        다리에 힘이 점점 빠진다.

         

        장봉은 선택해야 했다.

         

        의미 없는 도망을 계속할 것인지,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숨을 곳을 찾아 놈을 따돌릴 건지.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봉은 어떻게든 숨을 곳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꼬끼오오오오오오오!”

         

        그러나 안심한 것도 잠시.

         

        점점 가까워지는 놈의 울음소리.

         

        장봉은 마침내 커다란 바위틈에 몸을 숨길 수가 있었다.

         

        “후읍…. 으읍….”

         

        하지만 이곳이 안전한 장소일까.

         

        장봉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은 아니오였다.

         

        “꼬끼오오오오!”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장봉은 저 괴조가 자신을 찾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아주 작은 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을 했다.

         

        “워, 원시천존…. 원시천존….”

         

        장봉은 도사가 아니었다.

         

        원시천존을 애타게 찾는 건, 당가의 영물에게 살해당한 무인을 따라 했던 거뿐이다.

         

        이제야 장봉은 그가 왜 저렇게 원시천존을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게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다.

         

        소리를 내면 괴조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나 소리를 내지 않아도 들키는 건 마찬가지였다.

         

        장봉은 계속해서 원천존에게 빌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꺼내달라고.

         

        원시천존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존재에게 빌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흐…. 흐하….”

         

        장봉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빌어보자.

         

        장봉은 마음을 비웠다.

         

        마지막으로 비는 건데 어떤 존재에게 비는 게 좋을까.

         

        그의 머릿속에 당가의 여식이 떠올랐다.

         

        늪지대에서 용을 만난 이후, 매정하게 버렸던 그 여자였다.

         

        자신이 겁쟁이라서, 이기적이라서 혈사자의 만행을 보고도 뭐라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혈사자에게 어느 정도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었으니까.

         

        그것 때문일까.

         

        당소영이 해준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가에서 섬기는 신수.

         

        실체가 없는 존재지만, 당소영이 굳게 믿고 있었던 그 영물.

         

        “고, 고모도. 고모도여…. 제, 제발….”

         

        웃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비는 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신수라니.

       

       “흐하핫….”

         

        그것도 자신이 버린 당가의 여식이 섬기는 신수라니.

         

        장봉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자신이 신수라고 하더라도, 이런 쓰레기를 구해주진 않을 거다.

         

        참 죄 많은 삶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당가의 여식을 만나면 꼭 사과해야지.

         

        그런 생각을 한 장봉이었다.

         

        ….

         

        …….

         

        “게게겍.”

       

       장봉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존재가 무엇인지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꼬리 달린 오래된 죽음.

       

       고모도였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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