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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68 – 마음 좀 곱게 써>

     

    무분별한 변방과 제국의 경쟁은 인류의 미래를 위기로 빠뜨린다.

    어른들이 주도하는 혐오와 경멸의 문화는 잘못된 것이며 모든 학생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서 일치단결해야한다.

     

    “너 머리에 총 맞았어?”

    “많이 아파?”

     

    보통이라면 그런 소리를 했을 친구들도 윌리엄의 의견에 순순히 동의했다.

     

    “알 것 같아.”

    “이 지옥 같은 강의를 끝낼 수만 있다면 제국놈들을 고귀하다고 칭찬할 수 있어.”

    “하…. 오크노디. 진짜 애라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저걸 그냥 확.”

     

    장애물달리기를 하고 돌아온 학생들이 절뚝거리는 다리로 돌아와 공터에 드러눕거나 나무에 기대어 힘없이 쓰러졌다.

    분위기만 보면 숫제 전쟁터의 의료막사와 막사에 차마 다 수용하지 못한 부상자들이지만 진실은 햇볕을 피해 천막에 들어간 교관과 버려진 학생들이다.

     

    “교관님. 저희도 안에서 보면 안 돼요?”

    “절대로 안 된다.”

    “저희 너무 힘들어요… 그늘에서 쉬고 싶어요…….”

    “나무 밑으로 가라.”

    “나무 밑은 힘 쎈 애들이 다 가진걸요.”

     

    교관은 차가운 얼굴로 이의를 제기한 학생을 돌아보았다.

    그도 양심은 있었는지 일순간 양심에 찔리는 눈을 했지만 이내 결의를 다지듯 고개를 돌렸다.

     

    “이브닝슈터 교수님의 명이다.”

    “교관님은 교수님의 명령 없이는 재량으로 판단도 못하는 허수아비에요?”

     

    윌리엄은 욱한 나머지 그만 교관을 도발했다.

    그 과감한 행동에 주변학생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교관의 표정은 더욱 참담해졌다.

     

    “저 나무 밑을 봐라. 어떻지?”

    “시원해보여요.”

    “천막 안은 더 시원하다. 마법사 녀석들의 잡일을 거들어준 대가로 냉기마법이 걸렸거든.”

    “…….”

     

    뭐지? 자랑인가?

     

    “나무그늘 밑의 시원함만 해도 약육강식이 벌어졌는데 천막 안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

    “!”

     

    교관의 기습적인 화두에 학생들은 동요했다.

    설득력이 있어!

     

    “천막을 개방해보았자 이미 시원함을 누리는 이들만이 지금보다 더한 시원함을 느낄 뿐, 너희가 천막에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이건 4인승이니까.”

    “한 번에 3명씩 번갈아가면서 들어가면 되잖아요!”

     

    윌리엄의 항의에 교관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며 그의 순진함을 비웃었다.

     

    “공평, 그거 좋지. 그래서 실력이 뛰어나고 기록이 좋은 학생들이 보다 우수한 인재에게 보다 우수한 혜택을 주어야 하는 건 아니냐고 이의제기를 하면?”

    “교관님이니까 알아서 어떻게든 해야죠!”

    “그렇군. 그럼 나이를 먹고 아카데미에서 은퇴할 때에도 앙심을 품은 학부생 가문의 보복으로부터 자네들이 본 교관을 지켜주는 건가? ‘공평’하게?”

    “…교관님이니까 어떻게든 해주세요!”

    “싫다. 나는 내 소중한 특권을 희생해가면서 노후를 책임지지도 못할 애들의 투정에 어울릴 생각은 없다. 뙤약볕 속에서 살이 타는 고통이나 느껴라.”

     

    지이익.

    지퍼를 채우고 도로 천막 안으로 들어간 교관.

    그 얄미운 모습에도 학생들은 차마 그를 이기적인 어른이라고 욕할 수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제국출신 귀족가문 학생들에게 거역하는 것은 뭔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직 안 뛴 애들 구경이나 할까…?”

    “응…….”

     

     

    * *

     

     

    윌리엄과 A그룹 친구들이 사회의 쓴맛을 본 어른처럼 두 배는 지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왜들 저러지? 제국 놈들이 물이 없으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되지 않냐고 약 올리고 있나?’

     

    실제로 당해봤는데 그건 좀 빡치더라.

    230cm의 거한 앞에서도 아아를 쪽쪽 빨아마시는 도발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제국놈들은 법보다 가까운 주먹 앞에서도 도발을 하는 미친놈들을 힘도 권력도 더 약한 불쌍한 흙수저들이 어떻게 감당하겠어?

     

    “다음 차례다. 호명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라.”

    “스콜라. 라이브. 카네기. 모브. 오크노디.”

     

    나뭇가지로 직직 그은 선 앞에 다섯 명의 학생이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섰다.

    장애물달리기와 이동사격을 동시에 하는 시합.

    점수판에 적힌 각 학생들의 채점결과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참담하다.

     

    [학부생 : 파피]

    [달리기 : -7점(발 너무 느림)]

    [장애물 : -23점(장애물 너무 많이 걸림)]

    [정확도 : -2점(놓친 과녁이 더 많음)]

    [침착성 : +5점(놓친 과녁은 빠르게 지나감)]

    [테크닉 : +1점(그럭저럭 봐줄만함)]

    [총 점 : -26점(이딴 게 학부생?)]

     

    박제된 파피가 불쌍해.

    그치만 옆에 나란히 기재된 다른 학생들의 점수가 더 나쁘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딴 게 학부생> 점수대만큼은 피해야해!”

    “-30점 미만부터 뜨는 <전장에서 젤 먼저 죽을 놈>보다는 낫지 않을까?”

    “도중부터 인식저하 마법이 걸려있어서 코스가 보이지 않아. 대체 장애물코스 절반 너머에는 뭐가 있는 거지?”

     

    두려움에 빠진 학생들과 달리, 신궁의 후예 스콜라는 침착하게 활시위도 활도 없는 활을 쥐었다.

    신궁의 후예에게 주어지는 마나로 화살을 만들어서 꽂을 수 있는 개사기 활이다.

     

    ‘쟤 눈에도 뭐 이상한 거 달려있었지?’

     

    사선의 눈인지 뭐인지.

    곡선이 보인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게 해주는 더럽게 치사한 눈이다.

    활을 쥐고 조준을 하면 이 화살이 어디에 닿을지를 순간적으로 예측하는 지 눈에만 보이는 레이저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데 저걸 어떻게 이기냐고.

     

    “오크노디.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저요?”

    “강자에게 지는 것은 수치가 아닙니다. 경쟁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승패보단 궁수의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겁니다.”

     

    근데 애가 좀 밥맛이야.

     

    “마지막으로 규칙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한다. 장애물은 가급적 신속하게 돌파하고 표적은 전부 맞추도록 노력하며, 골인지점에 빨리 도착하도록 노력한다.”

    “이상의 세 가지 사항을 유의하며 남들보다 빠르게 들어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뭐, 고작 중간고사 성적의 10%가 달린 시합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대충 사람처럼만 해라.”

     

    교관은 대충 위로를 하고 호각을 불려다가 아, 하고 호각을 떼며 덧붙여 말했다.

     

    “그래도 다른 조의 교관과 학생들이 구경을 하고 있으니 조금은 멋진 모습을 보여줘라.”

    “참고로 저쪽에서 우리를 구경하는 학생들은 <제네거의 전술학>강의를 듣는 3학년 선배들인데 너희들의 각 조의 기록순서를 맞추는 시험을 보고 있다.”

    “나라면 날 꼴등으로 보고 있을 놈들에게 유쾌한 반전을 일으켜서 선배들의 학점을 부숴보겠지.”

    “…….”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부담을 있는 대로 더한 교관이 호각을 불었다.

    파바밧!

    열심히 코스 위를 달리니 의외로 달리기에서는 다들 괜찮은 속도를 내며 따라왔다.

     

    ‘활 쓰는 사람은 근접에 약해서 그런가?’

     

    모험가로 돌아다니다보면 궁수랍시고 체력은 저질에 좀만 걸어도 헉헉 거리고 뒤에 숨어서 깔짝깔짝 쏘는 활은 아군 등판에 꽂히는 그지 같은 것들만 만나는데, 역시 세계 제일의 아카데미라 그런지 그런 폐급원딜들은 하나도 없었다.

     

    ‘근데 성적은 왜 그따구로 나왔던 걸까?’

     

    그 이유인 첫 번째 장애물코스가 펼쳐졌다.

     

    “이런, 수렁이다!”

     

    모래와 진흙에 물을 퍼부어서 섞어 만든 수렁지대는 밟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져서 오도 가도 못하고 시간을 잔뜩 잡아먹히게 된다.

     

    “발이 빠졌어!”

    “아아악! 살려줘!”

     

    3번 라인과 4번 라인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2번 라인의 라이브가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스콜라. 이거 구해줘야 하는 건 아니야?”

    “시합에 집중하세요, 라이브. 이건 기록경쟁입니다.”

     

    매정하긴 해도 스콜라의 방식이 옳다.

    기록경쟁은 나만 잘 챙기면 되지.

    2인3각도 아닌데 옆 사람은 왜 챙기고 있어?

    애초에 딱히 챙길 필요도 없다.

     

    “앗차… 2번 라인은 이번에도 꽝인가.”

    “투자를 잘못했어.”

    “바닥을 똑바로 봐! 잡고 나올 수 있는 줄이 있잖아!”

    “뛰어, 이 느려터진 4번 새끼야!”

    “하하, 4번 녀석. 역시 예상대로 꼴지 했어. 생긴 것도 젤 허접하더라니, 역시 관상학 교수님이 알려주신 관상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아!”

     

    자기가 뽑은 후보가 원하는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선배놈들이 어떻게든 멀리서 목이 쉬어라 소리쳐가며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5번 라인 오크노디! 수석이라는 녀석이 왜 뒤처지고 자빠졌어! 1등 못해서 내 500포인트 날리게 하면 가만 안 둔다!”

    “?”

     

    근데 꼭 선 넘는 놈들이 하나씩 있네.

    걸음을 우뚝 멈추고는 그대로 역주행을 했다.

     

    “야, 야!! 너 지금 나 멕이는 거야?!”

     

    선배의 놀란 외침을 무시하고 옆 라인인 4번 라인에서 아직 수렁에 빠져 헤매던 모브에게 잡기 쉽게 줄을 던졌다.

     

    “모브. 이거 잡고 빠져나와요.”

    “오, 오크노디? 너, 한참 앞까지 가지 않았어?”

    “당연히 구해주러 돌아왔죠.”

    “당연히는 뭐가 당연히야, 이 바보야, 그런 짓을 해버리면 네 기록이 망가지잖아!”

    “우린 같은 A그룹이잖아요. 같은 그룹끼리는 서로 돕고 그래야죠!”

    “오크노디……!”

    “괜찮아요. 겨우 10%짜리 시험에서 성적 좀 덜 받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이 대결.

    1등을 해봤자 주는 포인트는 고작 100포인트다.

     

    ‘조금 더 괘씸한 목적도 있죠.’

     

    그 100포인트를 버리면 나한테 건방진 소리를 한 선배의 500포인트를 날려버릴 수 있다.

    심지어 모두가 꼴등을 예상했던 모브를 3위까지만 올려도 구경중인 전술학 선배들은 전부 1학년 기록순위 예측시험 탈락이다.

    고인물은 같이 경쟁하는 동급생들과 싸우지 않는다.

    감히 날 모욕한 선배들과 순위조작으로 싸울 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착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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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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