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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한유미 교관의 소환수 유니콘.

       그 빌어먹을 녀석은 나를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다는 것은.

       유니콘과 성향이 반대인 바이콘이라면 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일반 바이콘이 아닌 레어 바이콘이기는 하지만, 빙의 전 이현성이 워낙 문란했던 놈이니까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진화 목록을 확인했다.

       

       ===

       ◎진화

       [★★헬 콜트]

       

       ★★★헬 홀스

       조건 : ★★마석 4,300/100

       

       ★★★바이콘(최종 형태)

       조건 : ★★마석 4,300/200

       

       ★★★레어 바이콘(최종 형태)

       조건 : ★★마석 4,300/300

       ===

       

       결정했던 대로 레어 바이콘으로 진화시킨 뒤.

       

       주저 없이 녀석을 소환했다.

       

       쌍각의 뿔을 자랑하는 검은색 말.

       외관은 바이콘과 동일하지만.

       검은 날개가 돋아난 것이 페가수스의 타락 버전을 연상케 했다.

       

       ─히히힝!

       

       레어 바이콘이 콧김을 내뿜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녀석은 내 지근거리까지 접근 후 가까스로 멈춰 섰다.

       

       -프흥···?

       

       레어 바이콘은 긴가민가한 듯, 유심히 내 몸을 관찰했다.

       

       ‘···인정 안 해주려나? 그래도 영혼의 일부는 색욕의 화신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드디어 판단을 마쳤는지, 레어 바이콘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표출했다.

       

       “옳지. 착하다.”

       ─프히히힝!

       

       다행히도 인정을 받아냈다.

       나는 자연스럽게 레어 바이콘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레어 바이콘을 탈 수 있다고···? 전 세계 최초 아니야?”

       “이현성 너···.”

       

       차유라와 백소아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세간에는 백이 넘는 이성과 관계를 맺어야만 레어 바이콘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참고로 그것도 가설일 뿐이다.

       지금까지 레어 바이콘을 탈 수 있었던 인간은 없었다.

       

       마물 조련사가 아닌 이상.

       정상인이라면 인간에게 적대적인 마물의 등에 올라탈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 테니.

       

       그래서 정확한 조건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얘들아, 오해가 있나 본데.”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오는 법.

       일단은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부끄러운 기색 없이 당당하게 설명했다.

       

       “레어 바이콘은 내 소환수라서 탈 수 있는 거야. 소환사가 소환수를 부리는 건 당연하잖아?”

       

       뻔뻔한 표정으로 일관하자,

       대부분이 별 의심 없이 내 말을 믿었다.

       

       “아. 그래?”

       “···일리가 있어. 여자를 만난다는 보고는 올라온 적이 없으니까, 음.”

       “여, 역시! 몰래 따라다녔을 때 여자 만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싶었어요!”

       

       차유라는 그러려니 했고.

       백소아와 서한빛은 뭔가 섬뜩한 말을 중얼거리며 납득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맞아!

       

       철밥통과 깨비는 내 영혼에 대해 알고 있으니 구태여 설명할 것도 없었다.

       

       비록 빙의 전 이현성의 영혼도 내 일부나 다름없지만, 생각을 조금만 다르게 한다면 영혼의 반은 완전무결한 순결의 결정체니까.

       

       ‘물론, 아직 남아있는 예전 이현성의 영혼이 워낙 불순해서 레어 바이콘의 인정을 받았지만···.’

       

       순결과 비순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키킥.”

       

       김영지는 내 말을 안 믿는 눈치였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차유라는 그런 김영지를 보며 얘기했다.

       

       “김영지 너도 탈 수 있는 거 아니야?”

       “뭐래?”

       

       김영지가 레어 바이콘 쪽으로 슬쩍 접근했다.

       

       퉤!

       레어 바이콘이 김영지를 흘깃거리더니 역겹다는 듯 침을 뱉었다.

       

       “이 침은 보관해뒀다가 팔아야겠다. 아무튼 봤지? 탈 수 있기는 무슨.”

       “···어?”

       

       차유라가 이번에는 깨비한테 질문했다.

       

       “그 깨비야···. 저번에 김영지 얘 냄새난다고 하지 않았어?”

       ─응! 냄새 나! 우웩!

       

       깨비는 일전에 김영지한테 냄새가 난다고 코를 틀어막은 적이 있다.

       

       저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아니, 냄새가 안 나는 건 아닌가?

       조금이지만 향수 냄새가 나기는 했다.

       역한 냄새는 아니었다.

       

       저번에는 거리가 멀어서 몰랐었나···?

       가까이 가서 맡을 수는 없으니까.

       

       ─향수 냄새 독해! 가까이 오지 마!

       

       깨비가 또 코를 틀어막았다.

       역시 향수 때문이었나 보다.

       코가 예민한 깨비였기에 김영지의 향수 냄새가 지독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캣닢 향수인데 별론가?”

       

       김영지가 자신의 옷냄새를 킁킁 맡았다.

       차유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뜻이었어? 그럼 그건 거짓 소문이었나···? 그 사진도 조작···?”

       “응? 뭔 사진?”

       “아···. 사실 예전에 김영지 너랑 남자 다섯 명이랑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을···. 발신번호가 없는 문자로 받았었거든···.”

       

       차유라가 그리 답하자.

       

       “어? 저도 이상한 문자 온 적 있었어요!”

       

       서한빛도 발신번호가 없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을 거들었다. 스팸인 줄 알고 확인하지도 않고 삭제해 버렸단다.

       

       아무래도 그 문자를 받지 못한 건 나와 백소아뿐이었던 것 같다. 아. 사진 속 당사자인 김영지도 포함해서.

       

       “뭔지 알겠네. 그거 남궁철이 퍼트린 문자일걸?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아카데미 수석 교수 집무실에서 훔친 각성석을 뒷거래하려고 갔던 거야.”

       

       김영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대답했다.

       

       ─거짓말 탐지 작동. 진실입니다.

       “들었지?”

       

       철밥통이 보증한 진실이었다.

       

       “남궁철은 조만간 고소해야지. 합의금 개꿀.”

       

       남궁철.

       실습에 나서기 전.

       뒤에서 내 욕을 하고 있던 남색 머리 학생의 이름이었다.

       

       ‘남궁철은 김영지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그런 문자를 퍼뜨렸을까?

       김영지의 평판을 떨어트려 다른 남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아니면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아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이유가 어찌 됐든.

       결코 용납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문자에는 첨부 파일뿐 아니라,

       「이 걸레년 오늘도 모텔 들어가서 난교 파티 벌임ㅋㅋㅋ 지금까지 관계 맺은 남자만 300명이 넘는 대걸레에 취미는 지 친구 남친 뺏는 거라고 함 ㅋㅋㅋㅋ」

       이런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까.

       

       남궁철의 업보가 점점 쌓이고 있었다.

       

       “진위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그런 사진하고 거짓 소문을 퍼트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아니, 그보다 영지 님? 각성석을 훔치셨다고요? 그것도 범죄예요!”

       

       이야기를 들은 서한빛이 성을 냈다.

       물론 도둑질한 부분도 흘려 넘기지 않았다.

       

       “안 걸리면 범죄 아닌데? 그리고 내가 그동안 던전 실습에서 얻은 전리품을 죄다 갖다 바쳤는데 그 정도는 받아가야지. 훔친 각성석도 내가 히든 보스룸에서 목숨 걸고 몰래 빼온 거라고.”

       “그, 그런가요? 그럼 영지 님은 일단 무죄고···. 남궁철 님은 확실히 유죄네요! 나중에 찾아가서 사과시키죠!”

       “됐어요 됐어. 사과는 필요 없고, 고소해서 합의금만 받으면 돼. 소문도 딱히 신경 안 써.”

       

       김영지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선은 차유라에게 고정하면서.

       

       “본인한테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소문만 믿는 머저리들은 내 쪽에서 사양이거든. 아카데미에 있을 때 그딴 소문은 신경 쓰지 않고 나랑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많았어.”

       

       차유라는 무안해졌는지 김영지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차유라 쟤는 아버지 영향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는 걸 잘 못하니까 뭐···.’

       

       그녀는 그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아···. 미, 미안···. 내가 오해했었나 봐···.”

       “나한테 맨날 지랄했던 이유가 그거였다니 어이가 없네. 뭐, 사과는 받아주겠는데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끝날 게 아니지 이건? 의심죄 몰라?”

       “···의심죄?”

       “그런 게 있어. 나중에 검색해보지는 말고. 아무튼 의심죄로 고소 안 할 테니까 오늘 차유라 네 몫의 마석은 내가 다 받아간다. 오케이?”

       

       차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의심죄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미안한 마음에 딴지를 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조금 괘씸하네. 한 번 더 사과해 봐.”

       “미안해···.”

       

       김영지와 차유라.

       백룸에서의 관계가 역전된 느낌이었다.

       

       “더 크게!”

       “미안해!”

       

       ···원만하게 잘 해결된 것 같다.

       김영지가 대인배네.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기를.

       

       남궁철은 친선 대련 때 기회가 된다면 손을 좀 봐주기로 했다. 악의적으로 거짓 소문을 퍼트린 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일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그런 짓을 서슴지 않고 하는 녀석이라면, 우리 아카데미에 대해서도 이상한 소문을 흘릴 수도 있어.’

       

       다시는 헛짓거리 하지 못하게 따끔하게 경고를 해놔야겠다.

       

       김수한은 미수에 그쳐서 봐줬지만.

       남궁철은 이미 죄를 저질렀으니,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소는 김영지가 알아서 할 거고···.’

       

       나는 녀석과 계약한 정령들을 철밥통에게 먹일까 생각 중이었다.

       

       명분이 생겼으니까 괜찮겠지.

       정령을 어디서 구하나 했는데 마침 잘 됐네.

       벌도 주고, 정령도 얻고.

       일석이조였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뒤.

       나는 레어 바이콘의 등을 두들겨 신호를 주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킹 센티피드! 따라와!”

       ─푸스!

       

       나머지를 태운 킹 센티피드도 뒤따라 날아오르며 다음 섬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주인님!

       

       뒤따라오고 있는 킹 센티피드에 탑승한 철밥통이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도 크게 대답했다.

       

       “왜!”

       ─전방에 보이는 섬의 분석 결과, 폴른 엔젤이 거주하는 섬으로 판단됩니다!

       

       폴른 엔젤.

       텐구와 같은 최상급 3성이었다.

       

       그뿐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더불어 우두머리 개체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두머리가 있다는 것은 깊은 주의가 필요했다.

       

       ‘아마 폴른 아크 엔젤이겠지.’

       

       최상급 4성 마물.

       폴른 아크 엔젤.

       깨비와 철밥통에게도 밀리지 않을 위험한 녀석이다.

       특히 고유 이름을 가진 개체라면 5성에도 뒤처지지 않는, 등급 법칙을 무시하는 존재라고 들었다.

       

       천공섬에 간다는 걸 듣고 사전에 철밥통을 통해 알아본 정보였다.

       

       날개 달린 마물에 대한 정보는 다 알아봤으니까.

       

       ‘섬도 많은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이번 섬은 건너뛰고 다음 섬으로 넘어갈까 생각하던 그때.

       

       ㅡ멈추거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폴른 아크 엔젤이 수십 마리의 폴른 엔젤을 이끌고 나타나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놈들은 날아온 것이 아닌, 공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짐작이지만 폴른 아크 엔젤의 능력이 아닐까 싶었다.

       

       ‘저 능력만 봐도 만만치 않은 놈인 건 확실하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곧장 공격해올 줄 알았는데, 녀석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우두머리인 폴른 아크 엔젤은 나와 레어 바이콘을 번갈아보더니,

       

       ─무, 무슨···. 레어 바이콘이 따르는 인간이라고···?

       

       얼굴이 사색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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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아카데미 유일급 마물 소환사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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