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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꼬리는 본래 내게 없던 부위이고, 딱히 없어도 괜찮은 부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없앨 수 있냐고 물어본 건데.

       한여름은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말았다.

       

       “제 꼬리 때문에 귀찮지 않아요?”

       

       “아, 아니? 언니 하나도 안 귀찮은데? 오히려 좋은데?”

       

       “그래요···?”

       

       한여름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녀가 좋아한다면야 뭐, 나로서도 꼬리를 없앨 이유는 없었다.

       

       “응. 겨울이 꼬리는 언니 거니까 절대로 잘라내거나 하면 안 된다?”

       

       “네에···”

       

       내 꼬리가 언제 한여름 게 되었지?

       혹시 장난스레 한 말인가?

       

       사람과 장난을 쳐본 게 너무 옛날인지라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한여름만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내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여왔다.

       

       “겨울아, 신체는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되는거야.”

       

       “어···”

       

       이게 신체 훼손에 포함되는 건가.

       꼬리는 원래 내 몸에 없던 부위라서 다시 없애도 되지 않을까 싶었을 뿐인데.

       

       한여름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몸을 막 굴리지는 않는 편이었다.

       

       “꼬리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도 마찬가지야. 손이라든가, 귀라든가···”

       

       “그, 그렇군요···”

       

       “응. 역시 겨울이는 아직 잘 모르려나?”

       

       “아, 아뇨. 저도 잘 알아요.”

       

       신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유치원생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허나 어째선지 한여름은 나를 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아니, 겨울이는 아직 몰라.”

       

       “저 잘 아는데요···?”

       

       “알면 쓰러질 때까지 일만 하진 않을걸?”

       

       한여름이 조금 불만이 담긴 표정으로 내 뺨을 잡아당겼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뺨이 죽 늘어나기는 했다.

       

       ‘뭐지···’

       

       몸 상태를 너무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런 건가.

       아무리 그래도 지쳐 쓰러지는 거랑,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건 전혀 다른 개념인데.

       

       뭔가 이상했으나 한여름의 말에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네. 제가 잘 모르나 봐요.”

       

       “응. 조금씩 알아가면 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알았지?”

       

       “네에···”

       

       나는 당황스러움에 뒷목을 긁적이다가, 뷔페 음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일단 온전하게 음식을 즐기기로 했다.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었으니까.

       

       

       **

       

       

       뷔페를 다 먹고 우리는 할 일 없이 백화점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백화점을 구경하자는 한여름의 권유 덕이었다.

       

       “마싯다. 레비나스는 오늘 세상에서 음식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이 됐어.”

       

       레비나스가 부풀어 오른 배를 문질렀다.

       그녀의 귀여운 설명과는 달리, 레비나스는 음식을 그리 많이 먹지는 못했다.

       워낙 몸이 작아서인 걸지도 몰랐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겨울이는 물고기 요리 위주로만 먹더구나.”

       

       “네. 전 물고기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생선 스테이크.

       정말 최고였지.

       내가 세상 경험이 적은 아이였다면, 먹다가 눈물이 나올 정도의 맛이었다.

       

       “헤헤, 덕분에 겨울이가 소피아님을 많이 좋아하잖아요.”

       

       “···물고기 수인이라서?”

       

       “네. 겨울이가 나중에 소피아님 잡아먹는 거 아니에요?”

       

       한여름이 키득 아이처럼 웃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다급히 손을 내 저어 주었다.

       

       “아, 안 먹어요···”

       

       “응. 장난이야 장난.”

       

       “아하.”

       

       역시나 농이었나.

       사람과의 장난은 아직 어색하다.

       내 다음 목표를 사람과 거리낌 없이 장난쳐보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처럼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도해 볼 필요가 있었다.

       

       ‘처음은 레비나스가 좋으려나.’

       

       가장 어리고 순수하기에 작은 장난을 쳐도 좋게 반응해 줄 테지.

       나는 곁에 있는 레비나스를 힐끔 돌아보았다.

       

       “우아···”

       

       레비나스가 눈을 빛내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칠해져 있는 장난감 매장이었다.

       

       그녀는 장난감을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를 조르지는 않았다.

       돈이 없기에 절대로 안 사줄 거라고 생각했을 테지.

       그 충격적인 행동에 마음이 아려왔다.

       정말로 빠듯했지만, 레비나스를 위해서라도 장난감 한두개 정도는 사 줘야 할 것 같았다.

       

       “레비나스 장난감 갖고 싶어?”

       

       “응··· 레비나스는 옛날부터 뿔토끼 인형이 갖고 싶었다···”

       

       레비나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갖고 싶지만 사 달라 하지 못하는 그녀의 심정이 눈에 보였다.

       

       “그럼 가자. 내가 뿔토끼 인형 사줄게.”

       

       “저, 정말로? 레비나스한테 인형을 사주겠다는 거냐?”

       

       “응. 레비나스는 아직 인형 하나도 없으니까.”

       

       내 발언이 기뻤던 걸까.

       레비나스가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역시 왕은 대단하다! 다른 어른들은 레비나스한테 사 줄 인형 없다고 했는데!”

       

       레비나스의 발언에 한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

       레비나스가 아닌 ‘어른들’을 향한 분노임을 모르지 않았다.

       

       “···나쁜 어른들이네.”

       

       “원래 어른들이 그렇죠 뭐.”

       

       내 말이 뭔가 이상했을까?

       한여름과 소피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어, 어른들이 다 나쁘진 않은데···”

       

       “네. 정말 가끔 있긴 해요.”

       

       극소수 있긴 할 테지.

       선함을 타고난 고귀한 존재가.

       허나 내 경험상 나쁜 인간들이 훨씬 더 많았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이 선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부터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악하게 태어났으나, 선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 철학적인 믿음이었다.

       

       “겨울이가 아직···”

       

       “아직?”

       

       “아, 아니야.”

       

       한여름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데 하지 않았다.

       

       나는 한여름을 멀뚱멀뚱 올려다보다가, 장난감 매장으로 달려가는 레비나스의 뒤를 쫓았다.

       부디 뿔토끼 인형이 비싸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어른들은 대부분 나쁘다.

       겨울의 눈에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는 건가.

       여름은 그 나쁜 어른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겨울에게 무어라 변명을 내뱉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겨울이 단 한 줄기의 희망조차 없이 살아왔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세상이 악으로만 보인다면 참 슬프겠다.

       좋은 사람들 또한 정말 많은 세상인데.

       한여름은 장난감 매점으로 들어가는 겨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소피아님. 저는 겨울이한테 이 세상에 좋은 어른도 잔뜩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그래, 같이 해 보자꾸나.”

       

       “네···”

       

       한여름은 소피아와함께 장난감 매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레비나스와 겨울이 인형을 보며 동공을 떨고 있었다.

       

       “와, 왕아 인형이 너무 비싸다···”

       

       “으, 응···”

       

       매장에 있는 인형의 가격은 최소가 십만 원.

       워낙 고급스러운 백화점인지라 가격대가 높았다.

       비싸 봤자 만원 정도를 생각한 겨울에게는 정말로 충격적인 가격이었다.

       

       뿔토끼가 한 마리에 만 원인데.

       어떻게 뿔토끼 인형이 이십만 원이나 하지?

       겨울이 경악스레 가격표만 바라보고 있는 그때.

       레비나스는 뿔토끼 인형 하나를 품에 꼭 안았다.

       

       레비나스가 인형을 십 초 정도 품에 꼭 안다가,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표정에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레비나스는 다 놀았어. 이제 인형 필요 없어.”

       

       “그, 그게···”

       

       이럴때에는 당당하게 괜찮으니까 사라고 말 해줘야 하는데.

       뿔토끼 인형이 워낙 비싼지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겨울은 비참함에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미안해. 인형 사 주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괜찮아. 나중에 와서 또 구경하자.”

       

       “으, 응···”

       

       겨울과 레비나스가 침울해하는 그 순간에, 매장에서 인형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여름을 향했다.

       너 부자잖아 빨리 좀 사줘.

       여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리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저, 저기 얘들아?”

       

       “응?”

       

       “인형 정도는 언니가 사줄 수 있으니까···”

       

       “지, 진짜냐?!”

       

       레비나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제야 매장 내 있던 사람들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어느 어른이나 마찬가지였다.

       

       “응. 겨울이도 갖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 볼래?”

       

       “전 괜찮아요.”

       

       내가 인형을 갖고 놀아서 뭐 하겠는가.

       겨울이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내 보였다.

       허나 여름은 겨울의 거절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아, 음···”

       

       정말로 인형이 싫은 건 아니겠지.

       겨울 또한 아직 인형을 갖고 놀 나이이니까.

       

       여름은 인형이 너무 비싸 아쉬워하던 겨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 줄 수 없어 실망하기만 한 건 아닐 테지.

       아이라면 마음 한쪽에 인형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게 당연했다.

       

       어떻게 해야 겨울의 품에 인형을 안겨줄 수 있을까.

       여름은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일단은 인형을 먼저 사기로 했다.

       주는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나는···’

       

       겨울이랑 똑 닮은 하얀색 고양이 인형을 사야지.

       여름이 제 머리만 한 인형을 주워들었다.

       

       “고양이 인형이네요?”

       

       “응. 언니도 인형 좋아하거든.”

       

       “아하.”

       

       어른도 인형을 좋아하긴 하니까.

       딱히 이상할 건 아니었다.

       겨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양이 인형을 올려다보았다.

       

       ‘귀랑 꼬리가 나랑 비슷하네.’

       

       뭔가 동질감이 느껴지는 인형이다.

       겨울이 저도 모르게 꼬리를 흔들었다.

       동족을 향한 어린 수인족의 본능이었다.

       

       “오···”

       

       꼬리를 흔드는 겨울의 모습에 여름이 생각했다.

       역시 인형을 좋아하는 거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

    저도 인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애착 인형이 있긴 해요…!
    소파에 누울 때 배 위에 올려두곤 한답니다!

    ───
    딩딩딩님 4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푸딩좋아님 20코인,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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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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