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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

         

         

         [정답이다.]

         

         

         머릿속을 핥듯이 스치는 목소리에, 엘피헤라는 마침내 진실을 마주했다.

         

         그녀가 보물이라 여겼던 것들은 바싹 마른 인간의 유골들이었고, 그녀가 지보라 여겼던 영약은 석상의 흉부를 관통한 검이었다.

         

         

         “우… 우욱…!”

         

         

         그녀는 입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 석상을 보는 순간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을 받은 탓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고, 손발이 달달 떨리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쥐고 싶다. 잡고 싶다. 뽑아서, 갖고 싶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유혹이, 기만의 장막에 가리워 있던 끔찍한 욕망이 그녀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녀는 엘프다.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종족이다. 인간의 시체 위에 박혀 있는 삿된 유혹에 굴복하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추레하다.

         

         그녀는 마법사이다. 세상 모든 직업 중 가장 이성적이어야 하는 직군이다. 감정에 매몰되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마법사의 수치다.

         

         그러니, 그러니….

         

         

         [내겐 많은 이름이 있으나, 너는 나를 구원이라 불러도 좋다. 나는 네가 품은 소망을 알고 있노라. 마땅히 바라라, 이루어지리라.]

         

         

         아냐, 너는 내 신이 아니야.

         

         엘피헤라는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가, 발 밑에서 파삭 부서지는 유골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멈췄다.

         

         

         [뽑으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내가 이르니 너는 네가 평생 간구한 바를 얻으리라. 손을 들어 뽑으라.]

         

         

         석상의 목소리엔 신성이 어려 있다. 필멸자들의 영성으로는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저런 것에 저항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 아닐까.

         

         엘피헤라는 그것이 유혹에 굴복한 체념인지, 아니면 저 유혹 자체가 그녀의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설 때,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래, 귓가를.

         

         

         “네 말은 거짓이다.”

         

         

         달뜬 머리를 식히는, 차가운.

         

         낮게 울리고, 서늘한. 예기를 품은, 사나운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저 석상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머릿속에 울리는 것과 달리 귓가에 또렷이 들려오는.

         

         그러나 그렇기에 현실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신화와 환상의 경계면을 가르고 내려오는 필멸자의 목소리. 그래서 더욱 또렷하게 각인 되는, 안심이 드는….

         

         

         “너는 인간의 손에 봉인 되었다.”

         

         

         건조한 말투로 담담하게, 먼 옛 시절 인간들이 너를 이미 이기었노라고.

         

         

         [내 말을 들어라!!]

         “아니.”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신성이 사위를 어둡게 물들이고,

         

         석상의 가슴에 박힌 검이 스스로 뽑혀 나오려는 듯 덜그럭거려도.

         

         그 칼자루를 쥔 손은 무겁게, 사슬처럼 얽힌 신성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신념을 품은 채로.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며.

         

         

         [그만, 그만!!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나는 너희들의 신이다!!]

         

         

         석상의 비명에도 아랑곳없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그 끔찍한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녀가 저 자리에 있다면 아마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쏟아지는 악의의 대부분을 정면에서 마주하며, 너른 등 너머로 흘러 나오는 것은 단 한 줄기의 신성뿐임에도 그녀는 지금 이토록 고통스럽다.

         

         엘피헤라가 덜덜 떨고 있을 때 들린 낮은 목소리에, 그녀의 떨림이 차차 멎었다.

         

         

         “자신을 신이라 믿는 이들을 만난 적 있다.”

         

         

         콰직, 콰지직.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신성이 사방으로 미친 듯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사내의 등 너머에선 보이지 않지만,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는 법이다.

         

         사내는 지금, 신을 죽이고 있다.

         

         

         “죽더군.”

         

         

         흥분이나 열정, 스스로 행하고 있을 위업에 대한 명예, 성취감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는 메마른 목소리.

         

         그저 담담히, 과거에 경험했던 사실을 토로하듯 건조하게 속삭이고는.

         

         

        -콰직!!

         

         

         단단한 손아귀로, 그대로 석상의 머리를 으스러트리고 말았다.

         

         

         “아….”

         

         

         봉인 속에서 신성이 폭발하듯 터져 나간다. 세상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의 강렬한 존재감이 이 유해의 언덕 위에 쏟아져 내린다.

         

         옛 신의 단말마다.

         

         절규와 고통이 뒤섞인 불멸자의 비명이다.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멀고 영혼이 더럽혀질 불경자의 비탄이다.

         

         엘피헤라는 간신히 입을 열어,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피…해요!! 도망쳐요!! 그거… 그거…!”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저 사내를 물러서게 설득하려면….

         

         저 자리에 있으면, 아니 이 방에 있으면 저것의 저주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만다.

         

         엘피헤라는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간신히 눈을 뜨며 마침내 가장 적절한 단어를 골랐다.

         

         인간의 지능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거 터져요!!”

         “음.”

         

         

         이반의 시선이 엘피헤라에게 닿았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순간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엑…?!”

         “데려오길 잘했군.”

         

         

         어느새 엘피헤라의 눈 앞에 나타난 이반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올리고 등을 돌렸다.

         

         그대로 방 밖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촤륵. 하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음.”

         

         

         이반의 몸이 우뚝 멈췄다. 발목을 감싼 사슬이 보였다. 시선을 돌려보자, 박살난 석상에서 스며나온 검은 신성이 그를 감싸쥐고 있었다.

         

         

         “폭발 반경이 어느 정도지?”

         “포, 폭발은 그냥 표현이에요… 정확히는 관념이 역행하는….”

         “요약.”

         “몰라요! 하지만 봉인 구조를 보면… 저것의 권능 범위를 생각해보면… 이 방 안에선 확실히…!”

         “문 닫고 기다려.”

         

         

         엑…?!

         

         엘피헤라는 휘우뚱 일그러진 시야 속에서 극심한 부유감을 느꼈다.

         

         쾅, 하는 충격과 얼얼하게 울리는 엉덩이의 통증으로 정신을 차리자, 그녀는 어느새 방 밖으로 던져져 내동댕이 쳐져 있었다.

         

         

         “그, 그쪽은요?! 위험하다니까!”

         “괜찮다.”

         

         

         낮은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짙은 기시감 속에서,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이반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무감각한 얼굴, 12년 전. 그 시절의 외모라곤 눈매 정도만 남은….

         

         

         “2페이즈는 예상했다.”

         

         

         이반은 상식적인 사람이므로 당연히 보스전의 구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많으면 5페이즈, 적어도 2페이즈다.

         

         1페이즈가 기믹이었으니, 2페이즈는 피지컬이겠지. 다행히 그쪽은 자신이 있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

         

         

         이반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쾅, 하고 그녀의 눈 앞에서 문이 닫혔다.

         

         처음 이 문을 마주했을 때처럼, 단 한 조각의 마력이나 신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풀린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문가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서, 굳게 닫힌 문틈을 잠시 손끝으로 쓸어 만지다가.

         

         무릎을 감싸안고 훌쩍이며 고개를 숙였다.

         

         인간의 세월은 너무 짧다.

         

         저 인간 또한 찰나와 같이 스러지겠지만.

         

         저 인간의 영혼은 엘프의 것처럼, 그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이 올곧게….

         

         

         “돌아와요….”

         

         

         엘피헤라는 훌쩍이며 눈을 감았다.

         

         

        *

         

         

         이반은 등을 돌려 유해의 언덕을 다시 올랐다.

         

         

         [네놈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보여주마.”

         

         [너는 고작—]

         “인간 하나에 불과하다고. 옳다.”

         

         

         더 이상의 유혹은 없었다. 그저 갈 곳 잃은 분노뿐.

         

         파괴된 석상의 머리에서 흘러 넘치는 악의엔 오직 하나의 감정만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석상에서 스며 나온 검은 어둠이 형태를 빚어간다. 다섯 개의 머리를 가진 거인의 형태로.

         

         

         이반은 석상 앞까지 똑바로 걸었다.

         

         이 녀석은 지난 2천 년간 봉인되어 있었고,

         

         2천 년 전엔 인간들의 손에 의해 패배했으며,

         

         그 시간 동안 어떻게든 발버둥쳐 함정을 파고, 봉인의 틈을 벌리려 애를 써왔다.

         

         당연하게도, 저것의 힘은 전성기의 것이 아닐 테고.

         

         다행히도, 그의 힘은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거기에 하나를 더 첨언하자면.

         

         

         “행복으로 유혹하던 자의 최후치곤 퍽 추한 몰골이로군. 이젠 행복하지 않나?”

         [네놈…!!]

         “빨리 끝내지. 할 일이 많아.”

         

         

         이반은 석상의 가슴에 박혀 있던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더 이상의 유혹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이 검은 더 이상 저것의 봉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며.

         

         하나 더.

         

         한때 저것을 봉인하는 데 쓰였던 촉매라면, 저것의 실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구라는 것.

         

         모든 보스전엔 기믹이 있다는 것은, 21세기 지구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당연한 ‘상식’이니까.

         

         

        -스르릉.

         

         

         아무런 장식 없는 철검이 살을 에이는 소리와 함께, 마찰 없이 부드럽게 대리석 석상의 가슴에서 뽑혀 나왔다.

         

         이반은 가볍게 손목을 털어 무게중심을 가늠하고는 곧게 세워 들었다.

         

         잘 만들어진 무기로군. 악신을 봉인했던 촉매라면 마법사용 아이템일까 전사용 아이템일까.

         

         지상으로 돌아가면 누구에게 장비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

         

         

         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엘피헤라는 문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린 탓에 그대로 중심을 잃고 허물어져 버렸다.

         

         

         “꺅!?”

         “자고 있었나.”

         

         

         따듯한 체온이 그녀의 등허리를 덥혔다.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자, 처음 저 방에 들어갈 때와 같은 표정의 사내가 서 있었다.

         

         

         “괘, 괘, 괜찮으….”

         “괜찮다.”

         

         

         이반은 엘피헤라를 번쩍 들어 부축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에 반쯤 안긴 상태로, 엘피헤라가 입을 열었다.

         

         

         “저 안에서 무슨, 무슨 일이….”

         “아무 일도 없었다.”

         “어… 어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더군.”

         “말하기 싫으면 말아요.”

         “그래.”

         “와… 진짜. 인간이란…!! 걱정해서 손해만 보고!”

         

         

         엘피헤라가 버럭 소리질러도 무시하던 이반은, 어느새 유적지의 끝에 선 채로 고개를 들었다.

         

         마력의 너울이 걷힌 깊은 지하, 저 먼 위로 자그마한 빛무리가 보였다.

         

         

         “부유 주문은 쓸 수 있나.”

         “당연히 쓸 수 있죠.”

         “역시 데려오길 잘 했군.”

         “…..”

         

         

         그녀는 이반의 품 안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왜 이렇게… ‘따듯’하지…? 아니 이건 꼭…?

         

         그녀는 더듬더듬 그의 가슴팍 위에 손을 얹고는 화들짝 놀랐다.

         

         

         “몸이 왜 불덩이야! 안에서 뭐 했어요!”

         “음.”

         “음이 아니라! 미치겠네, 정말! 인간이라서 회화 능력이 좀 떨어지는 건 제가 이해를 하는데…!”

         “괜찮다.”

         “으아아악!! 그 말 그만!!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 속이 먼저 터지나 그쪽 속이 먼저 터지나 내기라도 했어요?!”

         

         

         엘피헤라는 버럭 소리치고는 주문을 완성했다.

         

         천천히 몸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반은 유적지를 마지막으로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올렸다.

         

         지하수로가 가까웠다. 지하수로 입구까지 간다면 엘리자베타의 병력이 있을 테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수로에서 대학까지는 바로 직선 거리에 있다.

         

         안전이 확보된 지역까지 도착했다는 의미다.

         

         

         “고생했다.”

         “…그쪽이 더요. 저는 제대로 뭘 한 게 없는걸요.”

         “아니. 넌 네 역할을 다 했다.”

         

         

         봉인을 찾아내고, 고대 언어를 해석하는 것. 딱 그 정도. 그 이상을 바란 적이 없었다.

         

         그러니 정확히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하겠다.

         

         그 외의 모든 것들, 가령 이 꼬마의 안전. 봉인된 존재의 격살. 사태의 파악과 대처, 척후 활동은 모두 그의 역할이었다.

         

         이반은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반의 말에 엘피헤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말이에요. 12년 전에. 그, 음. 그때 있잖아요.”

         “….”

         “기억… 나는 거 맞아요? 제가 그때 그쪽한테….”

         “….”

         “저기요?”

         

         

         엘피헤라가 고개를 들자, 눈을 감은 이반이 보였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손을 들어 이반의 뺨을 쓰다듬었다.

         

         

         “고맙다고 말 못 해서 미안했다구요. 오늘 일까지 합쳐서, 고마워요.”

         

         

         지하수로에 올라선 채로, 그녀는 이반에게 걸린 부유 주문을 해체하지 않고서 천천히,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둥둥 떠서 수로를 가로질렀다.

         

         

         “고생했어요. 잘 자요.”

         

         

        *

         

         

         이반은 머리를 붙잡고 눈을 떴다.

         

         저릿한 두통과 함께 의식이 희뿌옇게 떠올랐다.

         

         한바탕 술을 마신 뒤의 숙취와 같다. 하지만 이 시대로서는 놀랍게도, 이반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따라서 숙취를 겪을 일이 없다.

         

         그는 부드러운 벨벳 이불을 걷으며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벨벳 이불? 침대?

         

         이반의 사고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붉은 융단 카페트가 깔린 바닥과 벨벳 이불이 부드럽게 너울지는 침대.

         

         그리고 그 끝에, 돌아 누워 있는 실루엣.

         

         여자.

         

         

         “음.”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피소드 오프닝 장면과 이어집니다.

    아 참 그리고 여러분!! 공지 한 번만 봐주세요!! 채신-공지) 표지 관련이요!!

    지금 투표 개표 상황은!

    엔리케 2표
    이반 5표
    엘리자베타 3표
    에시디스 1표

    이렇게 나왔습니다!

    캐릭터는 최대 2인…! 수염빗과 모든 캐릭터 동시 등장은 추후에 만들어 보겠습니다!

    일단은… 하나나 둘 정도만…!!

    여기 댓글 말구 공지 댓글에 써주셔야 제가 집계가 됩니당!!!!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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