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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죽음이 형상화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명계의 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지금은 제우스의 권능 아이기스에게 막혀버려서 영혼을 강탈하지 못 했지만.

       

       

       바꿔 말하면, 제우스 정도가 아니면 그 누구도 명계의 문에 거역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또한 명계의 문은 영혼을 인도하는 존재. 그 말은 무엇이냐? 거두어갈 영혼들의 위치를 전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으로 친다면 맵핵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페르세포네는 권능을 계속 단련하고 단련한 끝에. 명계의 문으로 알아내는 정보를 길드원 전체와 공유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그 말은 무슨 뜻이냐.

       

       

       어떤 수를 써도 전부 읽힌다는 뜻이었다.

       

       

       명계의 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무섭게. 하데스는 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절대적인 죽음.

       

       

       설령 상대가 말도 안 되게 강한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수만에 가까운 군세가 있다고 해도. 전부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

       

       

       그렇다고 하데스 길드 전원이 명계의 문 하나에만 의지한 쭉정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기드온 최강으로 군림해왔던 존재들.

       

       

       한 명 한 명이 못해도 대형 길드의 간부급으로 강력하다. 덕분에 그들이 나선 이상, 철의 방패에게 승산 따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이작은 포기하지 않았다.

       

       

       “확실히 마스터끼리는 서로 비등한 것 같네. 어차피 우리가 이기겠지만.”

       

       

       “…….”

       

       

       “그 이유가 뭔지 알아? 너희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야.”

       

       

       비꼬는 목소리가 마치 심부를 찌르는 듯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스와 지크는 호기롭게 덤벼들었지만, 애석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제압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지크가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재능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상대가 엄청난 업적을 세운 영웅이라면 더더욱.

       

       

       ‘꼬맹이 주제에 살기가 지독하군.’

       

       

       반대로 그는 지크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단순히 재능만이 있는 게 아니다. 재능 이상의 뭔가가 있다. 이기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

       

       

       사실, 남자는 지크를 전혀 위협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기사단 부단장 출신인 한스가 위협이면 위협이지. 아무리 재능이 있어봤자 결국 애새끼.

       

       

       세상 물정 모르는 우물 안에 개구리 따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다.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한스보다도 오히려 꼬마가 더 위협적이지 않던가.

       

       

       남자는 볼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기껏해야 10대 초반으로 밖에 안 보이는 꼬마에게. 하데스 최고의 속도를 가진 내가 상처를 입었다?

       

       

       “꼬마야. 아무래도 너는 그냥 온전하게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끄으으윽?!”

       

       

       “뭐하는 거냐. 멈춰!!”

       

       

       미래의 싹을 꺾어두기 위해서인가. 남자는 지크의 팔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순간 지크가 고통섞인 비명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딱 봐도 뭔지 알 수 있었다.

       

       

       관절을 부러뜨려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는 것. 그건 다시 말해서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남자가 미처 관절을 부러뜨리기 직전.

       

       

       콰아앙!!

       

       

       포탄처럼 날아온 그것이 남자의 등을 후려쳤다. 덕분에 남자는 부러뜨리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덕분에 지크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지크! 괜찮나?!”

       

       

       “그래, 지금은. 근데 방금 그건 뭐였지?”

       

       

       “그건…….”

       

       

       그러나 그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지크를 구해준 것은 바로 아이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작과 페르세포네가 싸우는 여파에 휩쓸렸던 것이었다.

       

       

       물론 이 정도 싸움에서는 지크조차 휘말려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딱 지크를 제외한 남자만이 여파에 휩쓸렸다. 지크는 깨달았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저런 괴물과 싸우면서도, 마스터는 주변을 살피면서 길드원들을 돕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자극을 받은 지크는 비틀거리는 다리로 땅을 짓밟으며 일어났다.

       

       

       “지크! 무리하지 마라! 지금은 일단…….”

       

       

       “마스터가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

       

       

       한스에게 강하게 일갈하는 지크의 두 눈은 황금색에서 붉은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 살벌한 눈동자에 한스는 움찔했다. 저 눈동자,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어째서인지 한스는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성기사단의 부단장으로서 용의 토벌을 명령 받았던 그때를.

       

       

       * * *

       

       

       ‘방금 뭔가를 치었던 것 같은데.’

       

       

       잡념을 품을 틈은 없었다. 그 증거로, 틈을 보이기 무섭게 파고든 낫이 어깨를 찍었다. 대낫은 전투에 불리하다고 하던데. 저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건가.

       

       

       아이작은 모든 신경을 페르세포네에게 집중시켰다. 서로 특별한 기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서로를 노리고 있을 뿐. 힘은 서로 호각.

       

       

       속도마저 서로 호각이다. 덕분에 제일 당황한 것은 페르세포네였다. 처음까지만 하더라도 페르세포네는 모든 부분에서 아이작 실버테르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따라잡히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지금은 서로 호각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방금 부딪쳐 날아간 것은 자신의 직속 길드원이다.

       

       

       ‘정확히 그 녀석만 부딪쳐서 날려보내게 만들었어.’

       

       

       단순히 우연이라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즉, 저 남자가 자신을 유인하여 길드원을 구출한 것이다. 이런 싸움에서 저 정도의 여유가 있을 수 있나?

       

       

       물을 먹은 솜처럼 몸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아이작이 점점 거대해지더니. 지금은 아예 거인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벽.

       

       

       아니.

       

       

       굳건한 태산.

       

       

       저걸 과연 내가 무너뜨릴 수 있을까. 페르세포네는 아마 처음으로 나약한 생각을 품었지만, 이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의를 위해서 이쪽도 물러날 수 없다.

       

       

       설령 상대가 태산이라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무너뜨린다.

       

       

       ‘죽겠네 진짜.’

       

       

       그러나 페르세포네의 결의가 무색하게도. 이미 아이작은 내부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지만, 이미 외상과 내상을 잔뜩 입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몸이 한계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쓰러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더욱 힘을 주어서 버티는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더라?

       

       

       그야 당연히.

       

       

       가족을 위해서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사그라들고 있었던 투지의 불꽃이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아이작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막아야만 해!’

       

       

       밤의 제왕 녹스를 통해서 치밀하게 조사한 덕분에, 페르세포네는 알 수 있었다. 아이작의 발도는 일단 제대로 발동이 된다면. 자신조차 발도를 막아낼 수가 없다.

       

       

       둔재가 평생을 노력하여 도달한 불합리함의 정점.

       

       

       그렇다면 발동하기 전에 막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외통수다. 설령 상대가 속임수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페르세포네가 빠르게 앞으로 돌진했던 그 순간.

       

       

       아이작은 바로 손잡이에서 손을 떼어냈다. 허공에 떠오른 손이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강철보다도 튼튼하고 묵직한 주먹이 페르세포네의 얼굴을 강하게 강타했다.

       

       

       “후욱, 후욱.”

       

       

       “……이미 몸은 한계일 텐데.”

       

       

       “뭐?”

       

       

       “대체 어떻게……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거지?”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페르세포네는 그저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작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말대로, 이미 아이작은 진작에 한계에 도달했었다.

       

       

       온몸은 피투성이에 뼈는 대부분 부러졌고. 심지어 기괴하게 꺾인 부분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쓰러지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싸울 뿐.

       

       

       단순히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그렇기에 페르세포네는 의문을 가졌고. 그런 페르세포네의 질문에 아이작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가족을 위해서다.”

       

       

       “……그런가. 그게 너의…….”

       

       

       “그래.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태산처럼 버티고 있었던 아이작조차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정도면 쉬어도 괜찮겠지. 나머지는 동료들에게 맡기고, 조금 쉬면…….

       

       

       “그렇게나 소중한 가족들.”

       

       

       “……?!”

       

       

       “부디 잘 지켰으면 좋겠네.”

       

       

       목소리가 변했다.

       

       

       한 마디. 단 한 마디에 아이작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미지의 존재가 깊은 심연에서 자신을 유인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쓰러진 그녀의 몸이 다시 공중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팔과 다리는 기괴하게 이리저리 꺾이면서 기괴한 소음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치 어린애가 가지고 놀고 있는 인형처럼. 그러다가 갑자기 움직임이 멎었다. 이윽고, 그녀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보였다.

       

       

       “만나서 반갑구나.”

       

       

       “큭?!”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어느새. 그녀는 가까이 접근해 아이작의 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해졌다. 그 사실에 경악하고 있던 바로 그때.

       

       

       “네가 내 딸을 괴롭힌 녀석이니?”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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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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