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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오래전, 단순히 정제된 마력초를 담배의 형태로 피우는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범한 축에 속하는 것이었다.

    물론, 마력초로 만드는 담배가 굉장히 값비싼 기호품이었기에 평범한 서민들은 손대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탓에 귀족을 상대 해야하는 상인들은, 담배의 질을 높이는것에 열을 올렸기에, 그 시기의 담배는 아주 정교하게 정제되어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연기를 들이마신다는 방식 자체가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과거 신이 있던시절……. 그러니까, 신성력이 흔한 시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호흡기의 손상정도는 돈만 잘 낸다면 손쉽게 치료할 수 있던 시대였으니까.

    신이 자취를 감춘 지금의 시대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서 루크는 10살짜리의 몸이라도 담배를 태움에 있어서 아무런 이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시대에선 그것이 당연했기에.

    따라서 이러한 처사는 억울했다.

    ‘이 내가 엉덩이맞기라니…….’

    아픔보다는 수치심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거의 울고싶을 지경.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 심력을 기울여 만들었던 궐련은 실패로 돌아갔다.

    예르나의 취향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고, 시대에 대한 조사도 부족했다.

    게다가 그것을 만드느라 큰 심력을 소모해서인지, 굉장히 피곤했다.

    루크의 눈가에 깃든 피곤함은 그것이 원인이었다.

    그 탓에 나른하게 살짝 풀린 눈과 느긋해진 분위기…….

    그건 예르나가 볼 때는 마치 무슨 마약이라도 한건가 싶어할 정도로 요상한 모습이었지만, 거울을 보지 못했던 루크는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 턱이 없었다.

    “루, 언니 봐.”

    예르나가 수치심으로 새빨개진 제 얼굴을 가렸던 루크의 두 손을 내리며 눈을 맞춘다.

    그녀는 단호하게 타이르듯 말한다.

    “다신 그러지 마, 알겠어?”

    “알겠다…….”

    “잘못했어요, 따라해.”

    “잘못……. 했어요.”

    겨우 대답하는 루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의 루크를 보니 마음이 또 여려지고 만다.

    확실히, 루크의 눈가에는 조금이지만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것의 원인은 결코 아픔따위가 아니라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지만, 예르나는 그런 사정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너무 세게 때린게 아닐까 걱정하며 루크를 부드럽게 감싸안을 뿐이다.

    “그래, 이제라도 알면 된거야.”

    루크는 그녀의 말에 크게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시대는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게 금기였던건가…….’

    정말로 꿈에도 몰랐다.

    물론, 그런 저급한 수준의 궐련이 엄청나게 많이 유통되는것을 보면 이 시대의 것은 아이가 피워선 안될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완벽히 정제한 것은 피운대도 부작용은 없을터인데…….

    허나 예르나는 제발 직접만든 담배를 한번만 피워보라며 루크가 권할때마다 손이 매워졌다.

    괘씸했기 때문이었을까, 하긴.

    만들어진 영약의 효능을 믿지 못하는 경우는 언제나 흔했다. 

    원래 영약이라는게 직접 써보는 것 외에는 무슨 효능일지 증명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제작자’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그것만이 유일한 보증.

    오래전 루크 이루시의 이름은 충분한 보증이 되었으나……. 

    지금은 당연히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내가 이런 몸이니 믿지 못하는겐가.’

    근본조차 모를 10살짜리 여아의 몸…….

    루크는 그저 자신이 예르나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만이 자못 아쉬울 따름이다.

    덕분에 루크는 오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도 영약을 흡연의 형태로는 제조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루크는 예르나가 등을 쓸어주는 감각을 느끼며 한탄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나 루크의 떨리는 한숨을 들은 예르나는, 그것이 아픔을 참는 것으로 들리는데 충분했다.

    ‘내가 너무 세게 때린건 아닐까?’

    잘 되라는 마음에 한 것이지만,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좀 더 좋은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너무 늦고 말았지만.

    예르나는 루크를 안은채로 등을 더욱 부드럽게 토닥토닥 두드리고 쓸어내리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팠어?”

    혼낼때와는 극명히 달라진 어투였다.

    루크는 뿔에 예르나가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루크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몸의 고통따위는 이번에 마음에 얻은 상처보다 훨씬 가벼웠다.

    육체의 아픔따위는 꽤 익숙한 감각이다만…….

    이번 경험은 100년을 넘긴 전생에서조차 느껴본 일이 없는, 완전히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과거엔 그 누구도 감히 루크 이루시를 체벌할 수 없었으니까.

    희대의 천재 마법사, 꽤 영향력있던 이루시가문의 장자, 아카데미의 최연소 졸업자인 그를 그 누가, 무슨 이유로 체벌하겠는가?

    하지만 루크의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은 예르나는 루크가 걱정되었다.

    자신이 마음에 상처를 준 게 아닐까.

    루크가 자신을 나쁜 엘프로 기억하게 두고싶지 않았던 예르나는, 잠깐 몸에서 루크를 떼어내고 의약품상자를 뒤적여 붉은색의 회복약을 꺼냈다.

    단순 타박상등에 자주 사용되는, 염증과 붓기를 가라앉혀 회복을 가속시켜주는 의약품이다.

    “루, 맞은데 어떻게 됐는지 볼까? 상태 안좋으면 약 발라야 되니까…….”

    그녀의 말에, 루크는 기겁하며 손사래쳤다.

    “그, 그런……! 그럴 필요는 없다네! 그리 아프지도 않아!”

    “그래도.”

    “약따위 바를 필요 없대도!”

    아무리 단호하게 주장해도 예르나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루크는 예르나가 들고있는 붉은 연고 형태의 약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으읏, 그럼 내가 직접 바르겠네, 그리하면 문제 없겠지!”

    “혼자서 바를 수 있어?”

    “그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루크는 회복약을 거의 빼앗다시피 해서 그것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예르나는 그런 루크의 모습이 조금 의아했다.

    이제와서 엉덩이를 보여주는게 부끄러운걸까.

    같이 목욕도 했는데, 다친 엉덩이쯤은 괜찮은게 아닌가.

    그것에 대해 설명하자면, 루크에겐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과거에도 목욕시중정도는 흔했다.

    귀족의 삶을 살던 루크에게 그런 경험이 없다는게 이상한 일이리라.

    그러니 목욕을 한다는 전제하에, 알몸을 보인다는것은 전혀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다.

    헌데, 엉덩이에 다른 누군가가 약을 발라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런것은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고, 앞으로도 겪고 싶지 않은 일에 속했다.

    그것은 너무도 꼴사납지않은가.

    ——

    찰칵, 화장실의 문을 닫은 루크는 거울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후우……. 내 어쩌다…….”

    잘해보려 했는데, 잘 안되었다.

    어쩜 이리도 예르나에겐 미안할 일들만 생기는겐지.

    이번에도 도움을 주고싶었는데 말이다.

    결과는 얼얼하고 화끈해진 엉덩이였다.

    루크는 튜브형태의 그것을 쥐어, 적당량 손에 짜낸다.

    그렇게 약을 스스로의 엉덩이에 바르고 있자니 자괴감이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육체를 만지작거린다는 느낌…….

    그동안 충분히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이질적인 욱씬거림이 섞이니 첫날과 같은 낯선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예르나, 그대는 생각보다 손이 맵구나.”

    ———

    찰칵, 다시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예르나는 걱정된다는 말투로 루크에게 말했다.

    “잘 바르고 나왔어? 어디한번 언니한테 보여줄래?”

    루크는 예르나의 말에 기겁하면서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그건 전혀 걱정할 거 없네! 내가 이런걸로도 실수할 것 같은가?”

    “그래도…….”

    “그러니까……!”

    루크는 이번에는 단호하게 말했다.

    “고작 약을 바르는 것 쯤……. 익숙한 일이니까, 구태여 그대가 눈으로 확인 할 필요 없다는 걸세.”

    그런 말을 하면서 루크는 제 방으로 향했다.

    ‘익숙……?’

    예르나는 루크의 ‘익숙하다’는 말에 멈칫하고 말았다.

    어째서 회복약을 바르는것이 ‘익숙한’일이 되었을까.

    예르나는 루크가 어째서 그렇게 자신이 약을 바르지 못하도록 경계한 것인지, 문득 생각하고 말았다.

    필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약을 거부하는 모습, 상처입은 모습을 감추려는 행동…….

    무언가가 떠오르고 만다.

    충격적인 상상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예르나에게 루크는 말했다.

    “나는 이만 들어가보겠네. 오늘은 참으로 피곤하군…….”

    정말로 피곤에 찌든, 10살짜리의 목소리엔 담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 무거운 무게감이 예르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것은 예르나에게는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일종의 선언으로 들렸다.

    예르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입을 더듬거리며 움직여 말을 자아냈다.

    “그, 그래……. 잘 자렴, 루…….”

    ——–

    사박, 사박, 사박.

    풀이 몸을 스치는 소리.

    사뿐사뿐 걷는다.

    발소리는 나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올려본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들어오는 햇빛이 참 기분이 좋았다.

    쏴아아…….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이윽고 자신의 몸을 쓸어 빗질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온몸에 복슬복슬 난 털들.

    하얗고 보송보송한 다리…….

    -냐아아아…….

    목을 울리는 감각이 그것이 나의 목소리임을 가리킨다.

    고양이가 되는 꿈인가?

    ‘재밌는 꿈이로군.’

    즐거워졌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숲은 색다른 풍경이었다.

    사뿐, 뛰어올라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아다니기도 해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을 쳐내기도 하고, 하늘의 새와 바람을 벗삼아 노래했다.

    그러다가 볕 잘 드는 곳을 찾으면 몸을 맡기고 얼마든지 웅크려있는다.

    숲의 모든것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덕분에 고양이가 된 지금은 너무나 즐거웠다.

    꿈이라는걸 알았으니 만족할 때까지 그래보도록 할까, 그리 다짐한 때였다.

    불온한 마력이 온 몸을 휘감는다.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다.

    “드디어 찾았군.”

    드디어 찾았다니, 무엇을? 나를? 무슨 이유로?

    수많은 의문은 하나의 울음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온다.

    -냐아아아!!

    ‘이런, 지금은 고양이로군.’

    말을 할 수 없으니 대화도 할 수 없다.

    서클이 없으니 마법도 소용없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은 모조리 도망치고 없었다.

    이런 강대한 존재감을 어찌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거지?

    조금 몸이 떨려온다.

    “가만히 있거라.”

    저벅, 저벅, 자신의 것과는 사뭇 다른 묵직한 발걸음 소리였다.

    그리고 나타난 그의 모습에, 자신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금방 끝날 터이니.”

    그것은, 분명 루크 이루시였다.

    ——–

    루크 이루시는 눈을 떴다.

    “으음……. 대체 이건 무슨…….”

    꿈에서 남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다.

    개꿈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마치…….

    기억처럼 말이다.

    “뭔가 의미가 있는건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분명 그 모습은 8서클때의 자신인 것 같았다.

    마계를 방문하였을때 그런 차림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꿈을 꾸게 된걸까?

    ‘이건 잃어버린 기억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군.’

    루크는 세수라도 하면서 정신을 깨우는게 좋겠다 생각하며 방문을 연다.

    그러자 보이는것은…….

    퀭-.

    “루, 잘 잤니.”

    “예, 예르나? ㅇ, 요즘 잠 자리가 불편한겐가……?”

    “아, 그냥 생각할게 좀 있어서…….”

    “이거 큰일이로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은 개꿈?
    아니, 고양이꿈이네요.

    예르나마망…. 잠은 좀 자….. 루크는 잘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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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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