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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 * *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나 죽이려 한 국가에 관대하게 봐줄 수는 없다고. 전쟁 없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 나로서 많이 봐주는 걸 알아야지.

       

       지금만 해도 별 말이 없으면 리투아니아를 먹는 건 개입할 수 없지만. 심기가 언짢을 거 같다.

       

       그냥 이 정도로만 해뒀다.

       

       솔직히 지금만 해도 이 꼬라진데, 체급 키우는 걸 러시아가 봐주면 폴란드가 또 다른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고.

       

       여기에 몇 가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절대 러시아군이 폴란드 정부의 요청이 없으면 폴란드 영토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군사통행권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

       

       

       “그럼, 우리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확실하겠죠.”

       “폴란드가 우리를 배신하는 일만 없다면, 그럴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역시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오스트리아랑은 다르게, 폴란드는 지원하되 그렇다고 경계를 안 할 수는 없는 국가거든.

       

       이번에는 내 암살미수사건 때문에 협정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었지만 말이야.

       

       

       “또 무엇입니까.”

       “사전협의가 되었으니 협정은 날을 잡고 모스크바로 오셔서 하시죠.”

       

       

       이 정도는 보여야 러시아국민도 만족할걸?

       

       

       “제가 러시아로 말입니까?”

       “오스트리아는 결국 세르비아에게 땅을 뜯겼지만, 러시아는 다를 겁니다.”

       “!!”

       “직접 러시아로 오시지 않으면, 제가 그리 군부를 꽉 쥔 것도 아닌지라 이번 일로 화가 난 군부를 달랠 수 없습니다. 싫습니까?”

       

       

       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말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군부가 흥분하면 말릴 수 없다고.

       

       예를 들면 안톤 데니킨의 특별군사작전이라든가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래. 다 받아들여야지.

       

       그래야지. 오래 살 수 있을 거다.

       

       이것으로 폴란드는 러시아 편으로 공인될 테고.

       

       공산 독일은 러시아로 오기 위해 확실히 폴란드를 노려야 할 거다.

       

       

       “하, 그래도 이 정도로 봐주는 건 좀 그렇군요. 저놈들이 우리에게 이빨을 들이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운게른은 분이 안 풀리는 모양이다.

       

       왕정주의자로 차르가 폴란드인 손에 죽을 뻔했으니 영 마음에 안 들었겠지.

       

       

       “그렇죠. 지금은 그나마 유제프 피우수트스키가 있어서 통제가 되는 겁니다. 그조차도 뒤에서 암살미수란 개 짓거리를 벌였지만 말입니다.”

       

       

       이후에 폴란드가 트롤짓을 하든, 러시아와의 약속을 잘 지키든.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다.

       

       방공협정을 지키면 최소한 어디든 먹힐 일은 없을 거다.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

       

       이 역사에서는 동정 받지 못할걸?

       

       

       “그렇다면 저자의 후임 대에 뭔 일이 생길 거라는 뜻입니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지금만 해도 암살미수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후임은 어떨까.

       

       유제프 피우수트스키가 후계자를 잘 고른다면 모르겠는데. 지금만 해도 저렇게 달아오른 폴란드를 다음 대가 잘 휘어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공협정에 들어가는 국가는 폴란드, 독일제국(동프로이센),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서우크라이나. 기타 등등. 대놓고 리투아니아를 넣을까?

       

       여기에 영국이나 프랑스도 함께 해야 한다.

       

       

       “폐하께서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사조노프 차관은 손뼉을 쳤다.

       

       

       “사조노프 차관 무슨 뜻입니까?”

       “폐하께서는 사실 이 모든 걸 그리신 것이 아니십니까? 폴란드 민족주의자가 일을 벌일 거라고 예상까지 하신 것이 아니십니까. 직접 몸을 날려 폴란드에 족쇄를 건 것이 아닙니까?”

       

       

       어, 아니 왜 그렇게 되나 그게.

       

       예상 못 한 건 아니라도 그걸 노린 건 아닌데.

       

       사조노프 외무차관이 나를 보는 시선이 신성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그런 것 같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닌.”

       “과연, 전쟁으로 폴란드를 어쩔 수 없으니, 폴란드를 이런 식으로 우리 러시아의 개새끼로 만든 것이군요.”

       

       

       운게른 당신은 왜 그렇게 알아듣는 것인가.

       

       앞으로 이상한 오해나 더 쌓이지 않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이왕 폴란드까지 왔으니 한번 동프로이센까지 갈까?

       

       독일 쪽 대사가 우리 쪽에게 접근해 왔거든.

       

       동프로이센에 들러 달라고 말이다.

       

       아주 잠깐, 그런 생각도 했지만, 이건 운게른이 틀어 막았다.

       

       

       “안 됩니다. 동프로이센까지 가는 길도 위험하고 동프로이센에 독일 빨갱이가 잠입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어,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게 또 그렇네.

       

       당장 이번 암살미수사건의 뒤에는 독일 빨갱이가 있다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어디서 또 당할지 모를 일이다.

       

       

       “폐하께서는 좀 몸을 보전하셔야 합니다. 절대로 이번 만큼은 안 됩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으셨지만, 지금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지 모릅니다. 귀국하셔야 해요.”

       여기에 베라게드로이츠까지 막고 있으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감히 주장할 수 없다.

       “알았습니다.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

       

       

       잔소리에 귀에 딱지가 얹겠다.

       

       그럼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암살미수 건도 있었으니. 동프로이센의 카이저도 내가 암살 위험 때문에 귀국하는 건 뭐라 못할 거다.

       

       반대로 모스크바로 초청하면 카이저 측에서도 받아들이겠지.

       

       적어도 우리가 독일제국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그 지역에서 군대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뭐. 우리에게는 오스트리아의 아돌프군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일본 쪽은 어떠려나.”

       

       

       그놈들은 북양 정부를 지지하고 있으니 말이야.

       

       대지진의 피해도 있으니 적당히 자기 말 잘 듣는 북양정부로 어떻게 중국 이권 얻으려는 모양이거든.

       

       반대로 이쪽은 호법 정부에 무기 팔고 있고.

       

       혹시라도 반발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그쪽으로도 말은 해뒀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자기 식민지도 제대로 건사 못하는 놈들을 신경 써서 뭐하겠습니까?”

       “중장. 무슨 말입니까?”

       “폐하의 영웅적인 면모가 조선에도 알려져 왕족을 중심으로 국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더군요. 해서 꽤 많은 병력이 조선에 배치된 모양입니다.”

       

       

       한국에도 스노우볼이 구르긴 했구나.

       

       2차 대전이 터져야 좀 정당하게 일본을 패면서 한국을 도울 방법도 생길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본은 여러 의미로 돈이 쭉쭉 빨리는 거 아닌가.

       

       대지진도 겪었고, 조선도 당분간은 군대를 주둔시켜야 할 테고. 만철에서도 조선인이나 만주족들이 일본에 반발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은데.

       

       뭐 그놈들이 고생하면 우리야 좋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러시아를 다시 칠 생각은 못할 테니까.

       

       

       * * *

       

       

       

       

       일본 제국

       

       일본제국은 남만주철도회사를 인정하는 돤치루이의 북양정부를 지지했다.

       

       돤치루이를 몰아내겠다고 일어난 쑨원의 호법정부는 사람을 보내 만주 점령이나, 대지진에서 죽은 중국인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하며 일본의 심기를 건드린 데다가, 이들이 중국을 장악하면 중국으로부터 얻는 일본의 이권이 위험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는 호법 정부에 속한 천중밍이란 자에게 군사고문이나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게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 역사의 암살을 피해 여전히 총리로 있는 하라 다케시와 대장대신인 다카하시 고레키요, 외무성 장관인 우치다 고사이는 아나스타샤가 던진 중국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러시아 합중국이 최근 호법 정부를 지원한다는 거 같은데 사실입니까?”

       “러시아 대사의 말로는 차리나의 정통성이 있어서 도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음. 그래도 이건 좀.”

       “러시아 측에서는 이 내전이 좀 커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서로 싸우며 피를 흘려야 러시아와 일본, 양국에 위협이 되지 못할 거라고 말입니다.”

       

       

       러시아 대사는 차리나의 명령을 받고 일본 측에 적당히 둘러댔다.

       

       중국인끼리 서로 피를 보면서 싸워야 두 국가에 이롭지 않겠냐고.

       

       

       “으음. 일리가 있지만. 일단 시간은 두고 봐야겠군.”

       

       

       러시아 차리나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러시아는 황국의 우방이었다.

       

       

       “그보다 이왕가가 문제 아닙니까? 창덕궁 이왕 말입니다.”

       

       

       창덕궁 이왕 순종 이척.

       

       왕공족으로 대우해 주고 있었으나, 아나스타샤의 영웅적인 이야기가 조선 반도에도 알려지면서 어떻게든 이왕가를 중심으로 조선인들이 다시 국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여기에 일본은 엿먹으라는듯,무자비한 무력 진압으로 대답했고. 순종을 폭도들로부터 지킨다는 핑계로 열심히 연금시켰다.

       

       실제 역사와 달리 상당수의 일본군이 불령선인의 독립운동을 방지하기 위해 조선반도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조선 개발에만 해도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 주둔 비용까지 하니 돈은 돈대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지진이 터지고 내지가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벌어졌다.

       

       대한제국 황족인 의친왕 이강이 행방불명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만철과 조선반도의 경계 근처인 안동이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1919년에 일어난 의친왕 망명 사건이 일본의 이왕가 감시가 심해지면서 취소되었다가 대지진 이후로 바뀐 것이다.

       

       의친왕 이강은 일본 내에서도 최근에 예의 주시하는 인물이었다.

       

       썩어 빠진 부왕과 달리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국제관계에도 밝은 자니까.

       

       

       “차라리 이왕가를 대우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격하시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왕가의 역사에 대해 말이죠.”

       “어떻게 말이오?”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조상이 몽골이 고려를 침략할 때, 몽골에 항복하고 몽골의 관리가 되었다가 다시 이자춘의 대에 몽골이 망하니 고려에 붙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호오. 그 아들은 또 고려의 뒤통수를 치고 조선을 건국한 것인가. 잠깐, 그럼, 이왕가는 다시 때가 되어 나라를 갖다 팔아먹은 매국노 집안이라고 하면 되겠군.”

       

       

       한마디로 지금처럼 왕공족으로 대우 해주긴 하겠지만, 뒤로는 조선인들의 구심점이 못하도록 철저하게 격하시키겠다. 그런 의미였다.

       

       

       “조선 총독부에는 그렇게 지시하는 게 좋을 거 같군. 직접 조선 귀족들을 동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오.”

       

       

       조선 총독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여기서 해야 하다니.

       

       최근에는 조선총독부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로 내지에서 직접 조선을 다스리는 처지나 다름이 없었다.

       

       이게 따지고 보면 결국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줘버린 차리나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걸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 *

       

       

       

       

       폴란드에서 일어난 차리나 폭탄테러 사건은 유럽을 중심으로 금방 세계로 뻗어 나갔다.

       

       당연했다.

       

       차리나의 폴란드 방문은 의외로 세계에서도 큰 관심거리였다.

       

       수많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러시아의 여제가 한때 러시아의 점령지였던 폴란드로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니까.

       

       몇몇 신문에서는 이미 아나스타샤를 평화의 상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당연히 폭탄 테러 사건은 주목받기에 충분했으니가.

       

       영국에서는 이번 일로 저 앞뒤 분간 못 하는 폴란드가 리투아니아를 점령하지 않을까 의심을 했다.

       

       

       “용기를 내어 폴란드와 관계 개선을 시도한 차리나에게 폭탄을 던지다니. 이제 막 독립하더니 우리를 믿고 미친 건가.”

       “그나마 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러다 폴란드가 리투아니아까지 노리지 않겠습니까?”

       “설마 우리 영향권인 리투아니아를 건드리겠습니까?”

       “그런 걸 아는 놈들이 차리나를 죽이려 하겠습니까?”

       “독일 포위망으로 폴란드가 제 역할을 해줄지 의심스럽군요. 저러다 리투아니아라도 달라고 하면.”

       “일단 무슨 대화를 했는지. 차리나를 통해 알아봐야겠죠. 저것들도 아무 생각 없이 폭탄을 던지진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아무리 러시아가 싫어도 동서양을 아우르는 국가의 군주를 죽이려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지금의 대영제국도 힘 빠진 모습을 조금만 보여도 저놈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니 영국은 발트를 신경 쓰기로 했고, 유제프 피우수트스키가 꿈꾸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제국의 재건의 꿈은 발트해 밑바닥으로 처박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선 쪽은 의친왕 이강에 대해 나오긴 했지만, 전개상, 이씨 황실이 부활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대체역사인 만큼, 발해연방이나 고려공화국 같은 게 나올지도?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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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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