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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늦네요, 다들.”

       

       [그러게요···.]

       

       “왜 안 오지?”

       

       [글쎄요···.]

       

       

       이상하다.

       

       분명히 지금쯤 이곳에서 만나야 하는데.

       

       어째 다들 보이지 않네.

       

       작가님도 지루한 듯 말꼬리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시계를 다시 바라보아도 역시 약속했던 시간이다. 오후 2시 10분.

       

       혹시나 해서 휴대폰을 꺼내 대화 내용을 살피고, 약속 시간이 토요일 오후 2시라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한번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정확하다. 토요일 오후 2시. 틀림없어.

       

       ···으음, 조금 늦나 보네. 기다려볼까.

       

       문자를 보내 언제쯤 약속 장소로 모일까 물어볼까 싶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금방 오겠지.

       

       

       “다들 조금씩 늦나 보네요. 시우는 제일 먼저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네? 왜요?]

       

       “아니, 그야···. 남자라면 기대될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히로인들의 수영복 차림이다.

       

       말이 수영복이지 사실 수영복쯤 되는 노출도면 속옷이랑 다를 바 없지 않나?

       

       아무래도 히로인이라서 그런가 아멜리아도 그렇고 도로시도 그렇고 다들 예쁘다.

       

       초인들은 대부분 잘생긴 편이기는 하지만, 히로인이라서 그런가?

       

       다른 학생들보다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였다.

       

       

       “으음, 아멜리아랑 도로시 정도면 감사합니다 하고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가요?]

       

       “당연하죠! 두 명이 얼마나 예쁜데!”

       

       

       아멜리아는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활발한 미소녀.

       

       앞머리의 헤어라인을 따라 땋아진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미소녀다.

       

       볼륨은 적당한 편이지만, 키가 꽤 큰 편이라 모델 체형이라 예쁘다.

       

       도로시는 또 어떻고?

       

       아멜리아와는 반대되는, 약간 소심해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이 아름다운 미소녀다.

       

       아멜리아와는 다르게 큼직한 가슴이 인상적이지.

       

       ···이런 여자애들을 두고 어디로 간 거야?

       

       

       “아멜리아랑 도로시의 수영복 차림이 궁금하지 않았던 걸까요···? 기대하라고 바람도 불어넣어 줬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아 보여서, 남자라면 자극받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아멜리아와 도로시의 수영복 차림은 못 참지. 나라도 그랬을걸.

       

       아니나 다를까 그 이야기를 슬쩍 건네니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게 인상 깊었다.

       

       그 나이대의 남자애들이라면 참지 못할 만해.

       

       내가 그 시기를 겪어봐서 잘 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쓰일 수 밖에 없겠지.

       

       

       [왜 두 명만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세요?]

       

       “네?”

       

       [독자님도 지금은 여자잖아요. 시우가 독자님에게 끌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 농담도. 그럴 리가 없잖아요.”

       

       

       작가님도 참 농담을 잘하네.

       

       그럴 리가 없잖아.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예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히로인 두 명이 꿀릴만한 외모는 아니잖아요?”

       

       [···음, 그렇죠?]

       

       “저는 딱히 시우랑 접촉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니까요. 시선은 오더라도 끌릴 이유는 없어요.”

       

       [그, 그래요?]

       

       “그렇다니까요.”

       

       

       내가 유시우랑 엮인 사건···. 뭐가 있더라.

       

       첫 대련, 첫 살인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때 위로해주기, 기말고사에서 적으로 만나기.

       

       대충 이 정도 아니었던가?

       

       아, 동아리 활동도 있었던가.

       

       첫 대련은 적으로 만났고, 기말고사도 마찬가지로 적. 장애물이었지.

       

       동아리 활동은 아멜리아와 셋이서 움직이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아멜리아와 시우가 붙어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도로시랑은 2:2 토너먼트 연습으로 급격히 친해졌을 게 분명하고.

       

       내가 유시우랑 가까워질 만한 사건은 그 카멜레온 녀석을 죽인 이후 위로해 준 것밖에 없지 않나? ···딱히 더 생각나는 것도 없는데.

       

       그건 관람차를 탔을 때 내가 급발진해 버린 것 때문에 상쇄되었을걸?

       

       미친년이 혼자 발작하네, 같은 인식이 아니었을까.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있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으음, 그런가···.]

       

       “그렇다니까요.”

       

       

       작가님은 어째 반응이 애매하긴 했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잖아?

       

       

       “예쁜 사람이 저 혼자면 몰라도, 여러 명 있으면 시선도 분산되는 데다가 저보다 가까운 히로인이 두 명이나 있잖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시우가 내게 무언가 끌릴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위로해준 것도 친구라면 해줄 수 있는 거니까.

       

       

       “···다만, 작가님. 주의하셔야 할 게 하나 있어요.”

       

       [주의점이요?]

       

       “네에. 주의점.”

       

       

       주인공이 인기 많은 부류의 소설 중에 가끔, 조연이나 엑스트라들이 꼬리를 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건 허락할 수 없어.

       

       

       “웬 이상한 여자들이 꼬이면 안 돼요? 대충 바다 에피소드라면서 넣으려고 하셨죠?”

       

       [엑? 그, 그걸 어떻게···.]

       

       “그런 녀석들이 다가오는 건 용납 못해요.”

       

       

       그래, 용서할 수 없다.

       

       시우는 주인공이다. 세상에 한 명뿐인 유일한 존재라고.

       

       ···그리고, 세상에서 단 둘뿐인 인간이다.

       

       

       “아멜리아와 도로시. ···그리고,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히로인 후보들은 괜찮아요.”

       

       

       그녀들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용납할 수 있다.

       

       작가님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등장한 히로인을 어디 비밀조직의 스파이였다며 소모할 수는 없는 법이다.

       

       ···라이라는 변경되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거와는 다르다.

       

       라이라는 나와 시우와 별다른 접점도 없었고, 입학 초기였다.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모르던 시기였다 이거지.

       

       솔직히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를 새로운 히로인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속마음이다.

       

       그녀들은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설정 변경이 쉬우니까.

       

       이미 어떤 성격이고, 배경이 어떤지 대충 알고 있는 아멜리아나 도로시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갑작스럽게 어디 신생 빌런 조직이라면서 유시우를 납치한다던가···.

       

       으득.

       

       

       [···독자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그런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돼.

       

       그는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니까.

       

       작가님과 나는 둘 다 유시우가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만약 유시우가, 주인공이 죽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님은 자기 입으로 유시우를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은 온갖 위험에 언제나 노출되어있지. 무슨 사고가 터져 죽어버릴지 모른다.

       

       나는 작가님이 정확하게 어떤 존재인지 몰라.

       

       정말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는지, 어떻게 이 세상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지, 정말 인간은 맞는 건지.

       

       내가 다만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전능에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 뿐.

       

       작가님도 유시우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유시우가 죽어버린다면?

       

       그래서 작가들이 작품을 유기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듯, 작가님이 이 세상을 버려버린다면?

       

       그렇게 된다면 과연 세상이 어떻게 될까.

       

       망가져 버릴까?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흘러갈까?

       

       이 세상에서 찾아낸, 나를 제외하면 오직 한 명뿐인 사람이다.

       

       그런 존재를 잃어버리고, 과연 내가 멀쩡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확신할 수 있다.

       

       버티지 못할 거다.

       

       

       “···어쨌든, 그런 엑스트라들이 주인공 곁에 다가가는 건 식상하니까 안 돼요. 알겠죠?”

       

       [으음···. 그런가···? 독자님은 항상 옳았으니까···. 그래요! 알겠어요!]

       

       

       작가님은 꼼꼼하지 못한 편이다.

       

       대충 일을 벌여놓고, 문제점이 닥치고 나서야 실수했음을 깨닫는 타입이지.

       

       ···그런 작가님이, 실수로 주인공을 죽여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것만은 안 돼.

       

       그는 내가 살릴 거야. 절대로.

       

       유시우가 위험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엑스트라들이 꼬리를 치다가 갑자기 작가님이 재밌겠다며 기습을 좋아하는 빌런이라는 설정을 넣어버린다면?

       

       ···안 돼!

       

       유시우가 기습 같은 건 면역에 가까운 직감이라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마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생각나는 건 세상은 위험하다는 것뿐.

       

       그나마 지금껏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돼.

       

       내가 정신을 차려야만···! 절대로, 절대로 위험한 일이 생겨서는···.

       

       거기까지 생각이 퍼져나가자 갑자기 소름이 끼쳐왔다.

       

       ···왜, 오지 않지?

       

       또 작가님이 나 몰래 무언가 저지른 걸까?

       

       아니면, 작가님이 설정하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허가 찔려 주인공이 공격당했나?

       

       설마 이미 위험해지게 된 건···!

       

       

       “저기, 아르테.”

       

       “그것만은, 그것만은 안 돼···.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

       

       “아르테?”

       

       “아.”

       

       

       순간, 등 뒤에서 유시우의 목소리가 들려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느라 잠깐 멍때리고 있었더니, 등 뒤에 다가온 사람들을 눈치채지 못했구나.

       

       다행히 들려온 목소리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유시우. 주인공.

       

       부하들을 풀어서 도시를 샅샅이 뒤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멀쩡했던 모양이었다.

       

       

       “미안해요, 잠깐 멍때리느라···.”

       

       “아니,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지. 미안해, 조금 늦었지?”

       

       “···.”

       

       

       순간, 어색함을 느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세 명이 늦은 건지 눈치챘다.

       

       

       “도대체 뭘 그렇게 힘을 줬어요?”

       

       “···아, 눈치챘어?”

       

       “이걸 모르면 멍청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리 봐도 평소와는 달랐다.

       

       ···뭔가, 어디 전문점 같은 곳에서 스타일링 같은 걸 받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곳을 가보지 않아서 제대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돈을 치덕치덕 발라댄 느낌이었다.

       

       

       “도로시 양은 말리지 않고 뭘 하신 건가요···.”

       

       “늦을 거라고, 말려본다고 말려봤는데 말을 안 듣더라고요.”

       

       “하아···.”

       

       

       저 두 사람이 끌려다닐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지.

       

       아멜리아를 쏘아보자, 그녀가 황급히 변명을 쏟아냈다.

       

       

       “느, 늦은 건 미안해! 그래도 멋있지 않아?! 이, 이왕 가는 김에 좀 꾸며보려고 했지! 다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길래···!”

       

       “···두 명은 꾸미지도 않았으면서요?”

       

       “우리는 시간이 모자랐거든! 그, 그래서 일단 시우만 했어! 나중에 아르테도 해줄게. 어때?!”

       

       “하아.”

       

       

       무언가 변명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굳이 더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대충 납득이 가기도 하고, 아멜리아니까.

       

       그녀라면 시우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자, 자! 시간도 늦었으니 빨리 가자! 차 준비해 뒀어!”

       

       “그래요! 빠, 빨리 가죠!”

       

       “···으음.”

       

       

       재촉해대는 아멜리아와 도로시에게 등을 떠밀리며,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제야 정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여행의 시작이구나.

       

       작가님이 말하길, 이번 여행에는 딱히 누군가와 싸울 일은 없다고 했었으니까.

       

       긴장의 끈을 풀고 푹 쉬기로 했다.

       

       오랜만의 휴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번에 벌써 암타 완료했냐고 호들갑 떨던 독자님들이 많았습니다.

    어림도 없지 암!!!! 아직 반하지 않았다! 아직이다, 아직이야! 아직 집착뿐이에요!

    그나저나, 이모티콘 검수 신청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네요. 어째서…?

    노벨쨩… 나 추워… 왜 이모티콘 검수 안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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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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