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8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할 신이 바로 내려오다니.

        ​

        하기야 이 정도는 되어야 이런 일들이 가능할 테지만….

        ​

        “그럼 성녀님의 몸에 있는 멍이 신의 자국이란 말입니까?”

        ​

        “따지자면 그렇기는 한데…”

        ​

        몽고반점의 설화가 있다.

        ​

        삼신할매께서 얼른 나가라고 찰싹 때려서 멍이 남는다.

        ​

        이런 내용의 이야기였다.

        ​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에 몽고반점을 타고 날 유전자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

        진짜로 내 몸주신이 남긴 자국이 맞았다.

        ​

        내 긍정에 주변에 있던 모든 신관들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

        “성녀께서….성흔을 타고 나시다니…”

        ​

        성흔…?

        ​

        따지고 보면 또 성흔이 맞기는 한데….

        ​

        “성녀께서 타고나신 신성력은 또 어떻습니까? 이는 전례에 없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

        신성력이 굉장히 많은 것도 맞다.

        ​

        지금도 허공에 있던 신성력이 성녀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중이었다.

        ​

        똘망-

        ​

        “…?”

        ​

        똘망 –

        ​

        “……..?”

        ​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진 아기 성녀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새하얀 눈이었다.

        ​

        홍채와 동공마저 하얀색이었지만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서 구분은 가능했다.

        ​

        똘망 –

        ​

        분명 보이지 않을텐데 나를 따라다니는 눈.

        ​

        “음…? 이건 또 뭐야?”

        ​

        이제 보니 눈으로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

        마치 나와 비슷한 느낌.

        ​

        영안으로 무언가를 볼 때와 비슷했다.

        ​

        하지만 저건 분명히 영안이 아니다.

        ​

        “이게 신안이라는 거구나.”

        ​

        똘망 –

        ​

        “나도 비슷한 걸 가지고 있는데…”

        ​

        미간에 집중을 하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

        바람이 보이고 냄새가 만져진다.

        ​

        오감을 초월한 신비한 감각.

        ​

        내 영안과 성녀의 신안이 서로 마주했다.

        ​

        “우으…?”

        ​

        무언가 말을 하려는 성녀.

        ​

        작은 옹알 거림의 끝에 미소가 만들어졌다.

        ​

        싱긋.

        ​

        “확실히 나를 보는구나?”

        ​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다.

        ​

        어린 성녀의 눈이 주변을 향해 돌아갔다.

        ​

        아직은 세상이 신기한지 쉴 새 없이 여러 군데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

        그리고 한스에게서 눈이 멈췄다.

        ​

        “허억…! 성녀님께서…”

        ​

        눈이 돌아다닐때마다 신관들이 감격한 듯 숨을 내뱉었다.

        ​

        아기의 시선을 받은 것치고는 요란한 반응이었다.

        ​

        싱긋.

        ​

        순수한 미소.

        ​

        작게 꼬물거리는 입술.

        ​

        그곳에서 옹알이가 터져 나왔다.

        ​

        “아우으…”

        ​

        옹알이를 받은 성기사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우렁차게 외쳤다.

        ​

        “서…성녀님의 말씀을 받드옵니다!”

        ​

        “….?”

        ​

        받들긴 뭘 받들어?

        ​

        뭐라고 말 한 건지는 아는 걸까?

        ​

        “우으…?”

        ​

        “며, 명을 받드옵니다!”

        ​

        “뭘 명 받은 거야…?”

        ​

        그 반응이 재밌었던 걸까.

        ​

        아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

        “꺄륵….!”

        ​

        “허억…!”

        ​

        이번에는 교황아저씨가 앞으로 나섰다.

        ​

        “내 그대의 소속을 물어도 되겠소? 이름을 알지 못해 미안하오.”

        ​

        “교…교황이시여 저는 이제 막 수습 기사가 된 가일린이라 하옵니다.”

        ​

        “가일린 경, 그대는 성녀님을 웃게 하였소. 그대의 공을 치하 하오.”

        ​

        지금, 이게 뭐 하는 상황일까?

        ​

        아기를 웃게 한 것이 뭐라고 치하까지 한다는 말인가?

        ​

        감격한 가일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평생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

        이번에는 목소리가 너무 컸지 싶었다.

        ​

        성녀가 울음을 터뜨렸으니까.

        ​

        “응애….!”

        ​

        “허억…!”

        ​

        성녀를 안고 있던 여자 신관과 그 주변에 있던 신관들이 다급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

        “성녀시여! 눈물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

        저게 도대체….

        ​

        “야이 미친 사람들아! 아기한테 뭐 하는 짓이야?”

        ​

        태어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아기한테 눈물을 거두어 달란다고 울음이 그치냔 말이다.

        ​

        성녀라서 굉장한 존재인 것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봐도 미친놈들 같았다.

        ​

        “비켜요. 내가 달랠테니까.”

        ​

        때마침 성녀도 나에게 오려는 듯 팔을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

        그리고 성녀를 안고 있던 여자신관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

        “성녀님의 뜻대로 하소서…”

        ​

        “난리났네, 난리났어.”

        ​

        포대기에 쌓인 성녀를 받아들자 울음이 뚝 그쳤다.

        ​

        방긋 –

        ​

        방긋 –

        ​

        “저…저럴 수가…성녀께서 단번에 눈물을 거두시다니…”

        ​

        “우리가 불손한 마음을 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오.”

        ​

        “경께서는 불손한 마음을 품었는가?”

        ​

        “제 마음 어딘가에 있는 것을 꿰뚫어 보신 게 아니겠습니까?”

        ​

        아주 놀고들 있었다.

        ​

        “정신 나간 사람들…”

        ​

        어째 점점 정상인이 사라져 가는 기분이다.

        ​

        하긴 눈앞에 성녀가 있는데 정신을 차릴 신관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

        “저런 거 보고 배우면 안 된다?”

        ​

        “꺄륵…”

        ​

        다행히도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

        내 품이 마음에 드는 것일까.

        ​

        세레나도 그렇고 성녀도 그렇고 내 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

        “아부….!”

        ​

        성녀가 작은 팔을 바둥거리며 휘저었다.

        ​

        “음…? 이거?”

        ​

        그 팔이 향하는 방향은 내 허릿춤에 꽂혀 있는 방울이었다.

        ​

        “이건 함부로 가지고 노는 게 아니야…”

        ​

        방긋거리며 웃는걸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진다.

        ​

        “잡는 건 안 되고, 잠깐만 보여 줄게.”

        ​

        나는 방울을 손에 잡아서 성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

        싱긋.

        ​

        이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걸까?

        ​

        그 표정이 제법 반가워 보였다.

        ​

        하긴, 이 방울로 신성력을 모아서 전해줬으니까.

        ​

        딸랑 –

        ​

        방울을 한번 흔들어 주니 미소가 더 밝아졌다.

        ​

        티없이 맑은 웃음.

        ​

        나는 이런 웃음을 제일 좋아한다.

        ​

        복잡한 염과 업이 느껴지지 않는 진짜 웃음이니까.

        ​

        딸랑 –

        ​

        딸랑 –

        ​

        옆에서 알루어드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

        “…그렇게 함부로 흔들어도 되는 겁니까?”

        ​

        “왜?”

        ​

        “크리스님께서는 신의 응답을 구하실때 방울을 흔들지 않습니까?”

        ​

        “참나, 방울이 뭐 대단한 거라고.”

        ​

        지저분한 잡귀나 언데드한테 흔드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나았다.

        ​

        아기의 장난감이 될지언정 지금 흔드는 방울은 예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

        “아기 웃는 거 보여?”

        ​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

        “이 방울은 이렇게 사람 웃게 만들어 주라고 있는 거야.”

        ​

        신의 이름으로 무엇을 한다는 게 별거 있겠는가.

        ​

        다 잘 먹고 잘 살라고 하는 건데.

        ​

        “꺄르륵!”

        ​

        “진짜 마음에 드나보네.”

        ​

        그런데 어째 방울을 흔들다 보니….

        ​

        입이 근질근질 거렸다.

        ​

        이건 몸주신이 내리는 공수가 아니다.

        ​

        다른 신이 보내는 감정이지.

        ​

        “으음….”

        ​

        딸랑 –

        ​

        딸랑 –

        ​

        이 할아버지도 어지간히 신이 난 것 같았다.

        ​

        아주 푸근한 감정이 느껴져 왔다.

        ​

       나에게 교황을 처음 소개해 줄 때처럼 팔불출 같은 모습이었다.

        ​

        지금이 더 심한 편이긴 하지만….

        ​

        “어라…?”

        ​

       근질거리는 게 더 심해졌다.

        ​

        꼭 뭔가를 말하려는 느낌.

        ​

        중요한 내용 같았다.

        ​

        “이게 무슨 의미일까…”

        ​

        직접 내 입을 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나도 원하지 않았고, 몸주신도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

        ​

        하지만 전달하려는 내용만은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랐다.

        ​

        “달빛이네…”

        ​

        밤을 비추는 달빛.

        ​

        은색의 머리카락과도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지금의 상황과도 잘 어울렸다.

        ​

        밤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비추는 달빛.

        ​

        “여명이 밝았으나 그 또한 밤이니, 길을 잃지 말라…”

        ​

        참 친절한 신이 아닌가.

        ​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이들의 몫인데, 달빛도 비춰주고 말이다.

        ​

        “성녀의 이름은 루나에요.”

        ​

        내가 이렇게 말해 준다고 믿으려나?

        ​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

        교황도 영감도, 그리고 다른 신관들도 멍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

        교황 아저씨가 머리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

        “방금 그대가 성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신성력이 요동쳤소.”

        ​

        이런 식으로 도와줬나보다.

        ​

        “모두 들으시오!”

        ​

        “성하의 말씀을 받드옵니다!”

        ​

        “일리아님께서 루나라는 이름을 내리셨으니, 모두를 성녀의 탄생을 경배해야 할 것이오!”

        ​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

        그리고 우렁찬 울음도.

        ​

        “응애!”

        ​

        “서..성녀님께서….!”

        ​

        “바…방금 소리를 지른 자들을 모두 잡아 들이겠사옵니다! 성녀께서는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

        이 사람들이 성녀를 제대로 키울 수나 있을까?

        ​

        딸랑딸랑 –

        ​

        방울을 흔들며 루나의 몸을 몇 번 보듬어 줬더니 금세 울음이 그쳤다.

        ​

        “그보다… 교황아저씨?”

        ​

        “무슨 일이라도 있소?”

        ​

        이제는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

        때에 맞춰 도착하려면 제법 빠듯했으니까.

        ​

        “어디 말 구할 때 없어요?”

        ​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

        그렇다고 워프하기에도 인원이 너무나 많았고.

        ​

        “크리스님, 어딘가로 가실 작정입니까?”

        ​

        한스의 말에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지원하러 안 갈 거야? 우리 영감님들 고생하고 계시는데?”

        ​

        대답은 클라인 영감님에게서 들려왔다.

        ​

        “근처에 있는 신전에 말을 준비하라 일러두었다.”

        ​

        “역시…”

        ​

        이 정도의 인원이면 제법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난번처럼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

        그때 성을 지키던 병사들 보다 수가 많아 보였으니까.

        ​

        “성기사들만 추려 먼저 출발할 생각이다.”

        ​

        “얼마나 걸릴까요?”

        ​

        “전력으로 달려도 짧지는 않을 것이다.”

        ​

        문제는 성녀를 데리고 그런 곳으로 가도 되냐는 것인데….

        ​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 함께하면 성녀는 안전할 것이다.”

        ​

        그것도 그렇긴 하다.

        ​

        교황아저씨도 여기 함께 있으니까.

        ​

        오히려 얼마 전까지 음모가 판을 치던 그곳이 더 찝찝하기는 했다.

        ​

        “바로 가시죠.”

        ​

        몸을 움직이려니 알루어드가 옆으로 바짝 붙어섰다.

        ​

        “크리스님, 다시 올라타십시오.”

        ​

        그 손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내가 타고 온 상여였다.

        ​

        성검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

        “…저걸 또 타라고?”

        ​

        “말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텐데…성녀님을 안고 걸어가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

        생각은 좋은데 말이다.

        ​

        솔직히 나는 꺼림칙 했다.

        ​

        방금 태어난 아이를 안고, 상여에 올라타라고…?

        ​

        이런 내 고민은 단번에 해결되었다.

        ​

        루나의 옹알이 한 번으로.

        ​

        “아우으…!”

        ​

        “서, 성녀님의 명을 받듭니다!!!”

        ​

        “…..?”

        ​

        도대체 무슨 명을 받은 건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대*** 독자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