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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68화. 신병 받아라 ( 4 )

       

       

       

       

       

       애덤은 볼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꼭 감고 있던 눈을 주춤주춤 떴다. 

       지평선 저 너머까지 시원하게 탁 트인 초원에 눈에 들어온다.

       

       

       솨아아아ㅡ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초록빛 풀들이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이곳이 신께서 기거하신다는 성지?

       애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생각한 성지의 모습은 아니었다. 애덤은 구름 위에서 노니는 아기천사들이 가득하고, 항상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런 성지를 예상했다.

       

       

       “… 일단 저곳으로ㅡ 음?”

       

       

       이곳이 성지라면, 일단 저 멀리 보이는 신전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공구 꾸러미를 품에 안고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하늘 저 멀리에서부터 은하수가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맑은 호수에 퍼져가는 물결처럼 일렁이는 은하수가 점차 하늘을 덮어간다. 애덤의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그를 향해 오고 있다. 몰려오는 은하수가 하늘을 모두 뒤덮자, 초원에는 아름다운 별들이 반짝이는 은하수가 수놓아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애덤의 눈동자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 

       수많은 별들 사이에 그를 바라보는 분이 있다. 

       저 별들 사이에, 어쩌면 은하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오, 오오… 여섯 번째 신이시여…”

       

       

       애덤의 고개가 점차 숙여진다. 무릎은 땅을 향하고, 눈을 아래로 향한다. 

       어찌 감히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어찌 감히 시선을 마주칠 수 있겠는가.

       

       시선만으로 여리디 여린 인간의 영혼을 뒤흔드시는 분.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광막하신 분.

       

       애덤은 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 신이시여…”

       

       

       애덤은 많은 말들을 준비해 왔다. 그의 인생과 야금술에 바친 열정, 자기 재능과 신앙심. 

       신의 앞에 서기 전에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어떠한 말이라도 대답할 수 있게 준비했다.

       하지만… 신께서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그저 한 명의 인간이 되었다.

       

       준비한 모든 말들은 새하얗게 사라지고, 그의 진심에서 우러러나오는 말을 외쳤다.

       

       

       “신이시여! 부디 이 늙은 땜장이를… 이 늙은이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엎드린 채 막무가내로 외친다. 그저 그가 바래 왔고, 원하는 진심을 투박하게 내뱉었다.

       

       “한평생을 바보처럼 미련하게 쇠만 두들기며 살아온 늙은이입니다. 말년에 추하게도 욕심이 생겨 이렇게 성지를 더럽히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신이시여! 부디 저를 어여삐여기소서! 늙은 땜장이를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부디 저에게, 기적과도 같은 기술에 대해 깨우칠 수 있는 영광을 베풀어 주소서! 그 찬란한 기적의 일부분, 아니 끝자락이라도 베푸신다면 이 늙은이는 평생을 그것으로 기뻐하고, 영광으로 알며 살아갈 것입니다!”

       

       《…》

       

       

       애덤은 그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뱉고는, 헉헉거리며 숨을 골랐다. 고요하게 반짝이는 은하수 너머로 그분의 시선이 느껴진다.

       신께서 은하수를 통해 애덤을 바라보고 있다.  

       

       애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초원을 뒤덮은 은하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혹은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였고, 노인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신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는 애덤을 향했다.

       

       

       《너, 늙은 대장장이야. 한평생 불 앞에서 두들기고 담금질하는 자야.》

       

       《웅대한 고목처럼 한평생을 정직하게 살았고, 또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였구나.》

       

       《그대는 노쇠했음에도 불구하고, 늙은 몸을 이끌어 또다시 배우고자 함이니. 내가 이를 기뻐하노라.》

       

       

       애덤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었다. 

       

       

       《한평생에 걸쳐왔음에도 겸손한 것은 그대의 미덕이요, 자신을 속이지 않고 타협하지 않았으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그대의 명예라.》

       

       《그대, 고목처럼 굳세고 우직하게 늙은 자야.》

       

       《그대는 무엇을 바라느냐?》

       

       

       무엇을 바라냐는 신의 질문. 애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부디 저를 받아주시어, 저 별처럼 찬란하고 빛나는 기술을 배우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이 늙은이는 그것 하나면 족합니다.”

       

       

       기적과도 같은 신의 기술. 그 일부분, 어쩌면 아주 미세한 부분이라도 좋다. 애덤은 신의 롱 소드를 만지는 순간 번개처럼 흘렀던 전율을 기억한다.

       몸을 스치고 지나간 번개처럼, 어쩌면 일순간 지나간 직감과도 같은 느낌. 

       

       그가 한평생 갈고닦은 기술의 정점. 그 자체로 기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무기.

       그래서 애덤은 열망했다. 이 기적과도 같은 무기를 자기 손으로 만들고자 했다. 어쩔 수 없는 대장장이로써의 욕심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늙은 야장(冶匠)아, 그대는 이곳에서 기적을 배우고자 하느냐.》

       

       “그렇습니다, 신이시여! 부디 이 늙은이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대의 인생은 고목과도 같고, 열정은 뜨거운 용광로와도 같구나.》

       

       《내가 이를 기뻐하니, 그대의 청을 허하노라.》

       

       《그대는 앞으로 이 땅에서 먹고자며, 내 종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울지라.》

       

       “아아…!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애덤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인간된 자가 신의 기술을 배우겠다는 오만한 청을 허해주신 것이다.

       이 얼마나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분이란 말인가!

       

       

       《허나 그대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음이니, 돌아가서 그대의 의무를 다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

       

       

       은하수를 가르며 공중에서 무언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형태는 마치… 모래시계와도 같았다. 거대하고 웅장한 모래시계.

       모래 시계를 가득 채운 모래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가늘고 끝없이 떨어진다.

       

       

       《그대에게 허락된 시각은 이 모래가 다하는 순간일 것이니. 이 모래가 다하는 날, 그대는 돌아가서 그대의 의무를 다하라.》

       

       “아…”

       

       《가거라, 고목과도 같은 자야.》

       

       

       애덤은 황망한 눈으로 모래시계를 올라다 봤다. 거대한 모래시계에서 물처럼 흘러내리는 모래알들.

       거대하기 그지없어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모래시계였지만, 애덤의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짝ㅡ!

       

       

       살짝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다잡으려 자신의 뺨을 때린 애덤이 다시 눈빛을 굳세게 하였다.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

       어찌 인간이 신의 땅에 한평생 거주하려 했는가? 배울 기회를 주신 것만 해도 신께서는 그에게 충분한 자비를 베푸셨다.

       

       나머지는 오롯이 애덤이 하는 것에 달렸을 뿐.

       

       

       “이럴 시간이 없구나.”

       

       

       어느새 하늘을 뒤덮었던 은하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모래시계만이 고고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떨어지는 모래알. 애덤은 서둘러 공구 꾸러미를 챙겨 발을 옮겼다.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전으로.

       

       그분의 일꾼들을 찾아서.

       

       

       

       

       

       ************

       

       

       

       

       

       “… 진짜?”

       

       

       마시던 맥주를 꿀꺽 삼키고 자세를 고쳐앉는다. 다시 집중해서 메시지를 읽어 봤다.

       

       

       《나이많은 인간 대장장이가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허락하기』                                            『거절하기』

       

       

       “공짜 일꾼이라고?”

       

       

       이게 웬 떡인가 싶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내실을 좀 다지려고 했는데, 이렇게 공짜로 일꾼이 굴러들어오다니. 

       이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고민하지 않고 곧장 『허락하기』를 선택했다.

       

       

       빠밤ㅡ!

       

       《인간 대장장이 ‘애덤’이 일시적으로 일꾼이 됩니다!》

       

       

       

       팡파레 소리가 울리고, 인간 대장장이가 일꾼 숫자에 포함됐다. 하단 구석에 조그만하게 표시된 일꾼의 숫자가 20에서 21로 올라간다.

       하나밖에 안 되지만, 공짜로 얻은 일꾼이니 감지덕지다. 그런데 메시지창에 거슬리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시적이라고?”

       

       

       기간제 펫이나, 뭐 그런 건가? 일시적이면 언제까지 있는 거지? 

       이런저런 의문이 생길 때, 화면 우측에 모래 시계가 나타났다. 작은 크기의 모래시계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알들. 

       

       

       “아, 이건가?”

       

       

       모래시계를 터치해 봐도 구체적인 시간이 나오지는 않았다. 뭐,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떨어지는 속도를 보면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닐 것 같다.

       

       기간제로 일꾼이 된 애덤이 초원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신전으로 향했다. 

       애덤이 점차 신전에서 가까워지자, 드워프들이 우르르 움직이며 신전으로 향했다.

       

       

       “어, 뭐야. 얘들 왜 이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갑자기 떼로 모여서 움직이니 약간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이런적이 없었는데?

       점차 신전에 가까워지는 애덤과 신전에 모여서 우글거리는 드워프들.

       

       이윽고 둘이 만나자, 왜인지 모를 긴장감이 화면 너머로도 전해졌다.

       애덤과 드워프들은 서로 간 거리를 두고 잠시 대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 얘들 뭐하는 거야 지금.”

       

       

       얼마간 대치가 이어졌을까, 애덤이 먼저 드워프들을 향해 다가 갔다. 

       

       그러고는ㅡ

       

       애덤이 드워프들을 향해 허리를 푹 숙였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애덤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더니, 애덤을 에워싸고 대장간으로 향한다.

       마치 저들끼리 뭔가 상호작용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

       

       처음 보는 모습에 마치 한 편의 무성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호작용도 있었구나?”

       

       

       대장간으로 향하는 드워프들과 애덤. 

       

       나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 님!!! 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빅토리아3… 처음 들어보는 게임이군요!! 제가 아는 타임머신 게임은 문명4가 최신이랍니다!!! 최근 게임을 잘 안하는 이유도 있겠지만요!! 가장 마지막으로 즐긴 게임은 엘든링이네요!!! 거의 150시간은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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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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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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