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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뭐야. 여기 있었네. 형은 왜 벌써 와있어요? 스크림 하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쉬려고 왔다, 쉬려고. 맨날 솔로잉에 스쿼드 연습까지 하는데, 이렇게라도 안 쉬면 몸 축나는 거 순식간이다. 너희들도 새겨들어.”

        

       “형이 무슨 말년병장도 아니고, 요즘은 전역 3일 남은 애들도 끌려다녀요. 그리고 시작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쉬기는….”

        

        

        

        털썩.

        

        푹신한 의자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스크림 세션 내 디브리핑 룸 내부 – SSM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메우고, 그에 따라 들려오는 대화 소리들 역시도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흩어져 앉았다기보단 상당히 옹기종기 앉은 채로, 이런저런 말들이 이어진다. 주된 내용들은 당연하게도 경기에 대한 것들 뿐이었다. 당장 대회 시작이 목전까지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들의 직업 특성이기도 했다.

        

        열두 명의 인원들이 네 명으로 이뤄진 세 개의 그룹으로 쪼개진 상태였다. 그룹 간의 간격은 그리 넓지 않았고, 쉽게 말해서 서로간 충분히 의견 교환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런 형태로 앉은 이유는 간단했는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AP 솔로잉을 겸임하는 AP 스쿼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크 존이 아무리 인기가 있고, 많은 구단들이 이를 매개로 열리는 e스포츠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더해서 같은 게임 내에서 굳이 솔로잉과 스쿼드를 분리하여 프로를 운용할 필요도 없었고, 이는 불필요한 예산 낭비기도 했다.

        

        물론, 다르게 말하면 이는 어느 정도의 예외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는데 – 가령, 그 부분이 상관없을 정도의 결과를 꾸준히 뽑아내어 구단에 이바지하거나, 그만큼의 스타성을 지닌 이들은 반쯤 개별적인 행동이 가능했다.

        

        

        그 중 하나가 다름아닌 다이스였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구멍이 되어도 팀원이 그 부분을 어느 정도까진 받춰줄 수 있는 여타 종목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스스로만 믿고 플레이해야 하는 AP 솔로잉은 꾸준한 커리어를 뽑아내기가 극도로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수많은 프로들조차 해당 에어리어에서는 초신성처럼 타오르다 순식간에 교체될 수도 있음을 의미했고, 반대로 꾸준히 밝게 빛나는 이들은 무지막지한 영광을 거머쥔다는 소리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같은 구단 소속 프로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이슈였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근데 다이스는 어디 갔냐? 원래 이 시간대면 슬슬 나타날텐데, 오늘은 어디서 뭘 하고 있대.”

        

       “연습이라도 하나 보지. 어제 연구단지 맵에서 85위로 광탈해서 그런가? 일단 다크 존 접속 중이긴 해.”

        

       “그 유진이라는 애 때문에 자극받았나?”

        

       “가능성 있네.”

        

        

        

        자연스럽게 주제는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한 팀으로서 활동하는 네 명 말고도, 다른 팀 역시도 대화에 참가하여 입을 열고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했다.

        

        

        

       “걔 어디로 갈 것 같냐? 여기 올 거 같아?”

        

       “다이스가 쓴 와일드카드도 윗선에서 빠꾸먹인 판에 SSM 합류는 지랄…한참 전에 Xi나 TK1, 리퍼 인펙티드가 데려갔겠지. 걔네들이 로스터 여분 얼마나 확보해두는지 몰라서 그러냐.”

        

       “모르지, 또. 까놓고 걔가 오늘이나 내일 스크림, 아니면 예선 랭크나 KSM에서 죽쑤게 될 줄 누가 알아. 다른 구단도 다 그것까지 생각해둘걸?”

        

       “그 논리대로라면 걔가 예선전 개박살내고 본선에 얼굴 내밀 줄은 또 어떻게 알고?”

        

       “아니, 애초에 보여준 게 얼마 없잖아. 막말로 스크림 어제 처음 참여한 건데, 나도 걔 행적은 다 봤지. 근데 장기적으로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는 거 아냐.”

        

       “23판 중 15판을 1등을 박았는데, 그게 첫 스크림이면 굳이 봐야 아나?”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시부랄거.”

        

        

        

        갑론을박.

        

        보여준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는 법이었으나 – 그럼에도 어쨌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해당 유저의 실력이 무지막지하다는 부분이었다.

        

        스크림에 참여한 백 명의 인원들 중 열 명 이상이 프로게이머였고, 다른 인원들의 티어 역시도 메달 오브 아너나 TIER 1. 티어 2는 그저 스크림의 참가 자격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오늘의 스크림을 유달리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그 유저가 어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운이었을까, 아니면 출사표의 시작일까.

        

        스크림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과 점차 가까워지는 시각과 함께, 그녀에 대한 궁금증과 오늘따라 유달리 늦는 듯한 다이스에 대한 의문만이 점차 증폭되고,

        

        그렇게 개막 시간으로 돌입하였을 때─

        

        

        

       “으아…나 오늘 스크림 못할 것 같아요….”

        

       “어림도 없으세요.”

        

        

        

        마치 노란색 해파리마냥 축 처진 채 유진의 등에 업혀오는 다이스를 본 모두는, 입에서 터져나오려는 얼탱이를 참아내야만 했다.

        

        

        

        

        

        

        

        

        

        

        

        

       -[알림 : 가스탄 격발. 전 인원들은 XA2 구역으로 이동할 것.]

        

       -[알림 : 추적당하는 중.]

        

        

        

       “….”

        

        

        

        그동안 수많은 패치가 있었지만, AP의 기본적인 골자는 변하지 않는다.

        

        즉 지형이 바뀌고, 새로운 총이 등장하며, 총기 대미지와 집탄률이 변화하고 새로운 변수가 추가된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배틀로얄의 본질이 가려지지는 않는다는 소리였다.

        

        도리어 그러한 패치들은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들을 가려내었고, 이는 현 장르의 목적성과 정확히 부합했다.

        

        결국 적응을 하는 이유도 살아남기 위함이었고, 따라서 생존은 곧 승리였다.

        

        

        이제 막 낙하 단계가 끝난 시점이었지만, 주변은 벌써부터 총소리로 가득했다. 총구에서 섬광이 명멸할 때마다 한 명의 유저가 탈락한다.

        

        최대한 생존률을 올리기 위해 낙하하자마자 건물 안으로 숨어든다고 해도, 결국 우발적인 교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내가 최대한 첫 교전을 늦게 맞이할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정확히는, 그랬었다.

        

        

        모든 유저들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자신만의 논리가 있었다. 가령 내리자마자 최소한의 무장만을 갖춘 채 무조건 숨는 유저도 있었고, 두 번째 산발적인 교전이 있기 전 적극적으로 사냥을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초반의 불필요한 교전을 피하며 적의 위치를 적당히 파악해둔 후 한 명씩 사냥하는 것을 위주로 했었지만, 모든 택틱이 그러하듯 이것도 어느 정도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는 엄밀하게 구분하면 트래커의 자질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나는 정면 대결에 약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딜레마였다.

        

        이 점을 보완해야만 할지, 아니면 여태까지 하던 대로 장점만을 갈고 닦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내가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로 줄곧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추적자와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크림에서 흔히 통용되는 논리를 생각해본다면, 누군지는 몰라도 저 인원은 나와의 교전을 바라는 것보단 나를 추적함으로서 얻는 부수적인 이득을 원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동하지 않으면 교전을 피할 수 없고, 계속해서 돌아다닌다면 노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로서는 피해야만 하는 이지선다였다.

        

        

        

       ───피잉!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파공성이 귀에 맴돈다. 귀청을 때리는 사격 소음과 날아드는 탄환. 마치 등을 두드리는 듯한 감각은 결코 좋은 건 아닐 터였다. 좌측 하단의 나노머신 게이지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하락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추적은 추적대로 당하고, 도망다니던 와중 사방에 어그로를 끌어버린 탓에 불청객이 붙었다.

        

        사냥꾼은 사냥당할 때 가장 약해지니까.

        

        

        

       “…하아…!”

        

        

        

        그러나.

        

        평소라면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발버둥이라도 쳐보자고 마음먹었을 테지만, 아까 했던 경험들 때문일까 –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있었다.

        

        더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결코 조급해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한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했던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때만큼 매 순간순간이 고비인 시점이 없었고, 나는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허들을 넘었다.

        

        

        어쩌면,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파드드득!

        

        

        

       “…!”

        

        

        

        구름다리를 건너 반대편 건물로 진입한 순간, 누군가 매복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소음기를 통과한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러 몸에 적중했다.

        

        순식간에 잔량이 0에 가깝게 수렴하는 나노머신. 이 정도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분 단위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몰랐다.

        

        추적자와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벽에 등을 기대고 깊게 숨을 토해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평소라면 이 시점에서 생존을 반쯤 포기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고 마음먹었을 터였다.

        

        하지만. 

        

        

        바로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 미션을 돌았던 거잖아.

        

        

        적들도 바보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두 명 다 내 위치를 알고 있다면…상황은 최악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가정하였을 때 양쪽 다 돌파가 불가능한지를 가정해보면 – 아니, 됐다.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해야만 했다.

         

        

        

       -치지직.

        

        

        

        매복하고 있던 인원이 굴린 듯한 시커 마인의 소리와, 그 뒤를 빠르게 뒤쫓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찬가지의 이지선다였다. 시커 마인을 요격하려다간 뒤따라온 적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었고, 적을 대비하려다간 빈사에 가까운 대미지를 입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날 완전히 끝장낼 수 없다면, 그걸로 족했다.

        

        시커 마인이 복도를 돌아들어옴과 동시에, 이를 악물고 정면으로 달렸다.

        

        눈이 멀 듯한 백광과 불꽃이 피어올랐다.

        

        

        

       -[알림 : 체력이 5% 미만으로 하락.]

        

        

        

        복도로 몸을 던짐과 동시에 조준한다.

        

        눈 앞이 흐릿하고 마구잡이로 점멸하지만, 그럼에도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유저의 인영을 어렴풋하게나마 식별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내가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르게 등장한 탓에 적은 조준조차 하지 않은 채 뛰어오고 있었고, 곧이어 MP7A1이 40발 가량의 철갑탄을 정면에 토해내었다.

        

        한 명의 적이 쓰러짐과 동시에 탄창을 갈았다. 이는 이성에 입각한 것이 아닌, 생존본능에 의한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막 지나왔던 복도로 느릿하게 진입하며 헤드라인을 조준 중이었던 추적자를 향해 방아쇠를 잡아뜯을 것처럼 당겼다.

        

        두 명의 적이 불귀의 객으로 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달카닥.

        

        

        

       “하아….”

        

        

        

        주변에 또다른 적이 없는지를 마지막까지 확인하자마자 긴장이 풀렸다.

        

        마지막 한 줌의 여력까지 끌어모은 집중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짐에 따라 혼란 상태이상이 온 몸을 뒤덮는다. 눈 앞이 검게 점멸하더니 시야가 느릿하게 회복되고 있었다.

        

        비전투 상황에 돌입하자 아주 여유롭게 차오르는 HP바. 시체를 뒤져 몸에 회복 앰플과 인젝터를 꽂자마자 그 속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벽면에 몸을 기대고, 이제는 어지럽기까지 한 눈 앞을 간신히 갈무리하면서 또다시 깊게 숨을 토해냈다. 아까의 그것이 마음의 다짐이었다면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에 가까웠다.

        

        어쩐지, 익숙한 아나콘다 – 서펜티아 유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살아남는 건 바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진짜 못해먹겠네, 증말….”

        

        

        

        실력은 한계와 마주하며 더욱 상승하는 법.

        

        유진은 그렇게 오늘도 수강생들을 제련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스쿨

    수강생을 두들겨 패면 알아서 단단해집니다

    물론 전 안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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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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