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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0

        

         

       아슈토쉬에게 ‘불로불사의 단서’를 들은 박진성은 차를 돌려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이다.

         

       ‘가장 가까운 것은 미국에 있다…라.’

         

       불로불사….

       누군가에게는 궁극적인 목표일 무언가.

       권력자들에게는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 보물과도 같은 것.

       옛적 권력을 얻은 이는 그것을 얻기를 갈구하였고, 그 보물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다가 어이없게도 목숨이 스러짐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것.

         

       하지만 박진성에게 있어서 그것은 수단에 불과한 것이기도 했다.

       목적을 위한 수단.

       목적을 더더욱 쉽게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수단.

         

       다만 그 가치가 워낙 커서,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는 보물이기도 했고.

         

       ‘걸어가는 것과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어찌 차이가 없겠는가.’

         

       주술의 대가는 정말로 심각한 것이다.

       어떻게든 경감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 피해는 신체에 고스란히 누적되고, 나중에 가서는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소위 ‘불치병’이라 부르는 것이 몸속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 불치병의 종류도 가지가지, 유명한 것에서부터 아예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은 것들까지 다양하기까지 했다.

         

       훗날에는 너무나 심각해져서, 말 그대로 산송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숨을 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물론 이는 박진성이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어떠한 대가를 요구할지 모르는 주술들을 발견할 때마다 써댔으니, 몸이 버틸 수가 있었겠는가.

       오히려 돌연사를 안 한 것이 행운이라고 할 수준이었지.

         

       숨을 쉴 때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걸어 다닐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엄습해온다. 치사량에 가까운 마약성 진통제를 달고 살아도 그 고통을 경감시킬 수 없을 정도이기까지 했다.

       그와 반대로 몸은 심각하게 망가져서, 감각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바람이 부는 고통에도 괴로워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수준이 되어야 하건만, 기이하게도 칼을 맞아도, 총을 맞아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었다.

         

       웃기지 않은가.

       숨을 쉬고, 먹고, 움직이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데.

       정작 고통을 느껴야 하는 것들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칼이 내장을 찔러도 압박감만 느껴지고.

       총알이 몸을 헤집으며 커다란 구멍을 뻥 뚫어도 답답한 느낌만 들고.

         

       신경 자체가 완전히 맛이 가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내장이 재생될 때는 펜타닐을 치사량에 가깝게 먹어도 고통이 느껴졌으니….

       참 기이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뒤죽박죽.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고통의 수준도, 고통을 느끼는 메커니즘도.

       모든 것이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러한 몸뚱이로 박진성은 세계를 돌아다녔다.

       어떨 때는 약에 의지해서, 어떨 때는 약조차 의지하지 않으며.

       망가진 몸뚱어리에서 그나마 멀쩡한 기관인 뇌를 혹사하고, 엔도르핀을 강제로 분비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러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주술이 발견된다면 기꺼이 주술을 사용했다.

       대가를 무서워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여정도 결국은 끝을 맺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자신을 불태우며 최후의 주술 의식을 행한 것이라….

         

       그렇기에 박진성은 바랐다.

       이번에는 대가로 인해 그렇게 허무하게 여정이 끝나지 않게 되기를.

       더 이상 주술을 탐구할 수가 없어 스스로 그 끝을 정하였던 회귀 전과는 다르게, 건강한 몸으로 수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탐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온전히 활용할 수가 있기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주술을 탐구하고 또 탐구하며.

         

       초월에 이르러 제약을 벗어던지고 수많은 주술을 익히고 시험해볼 수 있기를.

         

       ‘불로불사, 불로불사라.’

         

       그렇기에 그는 이 불로불사라는 것이 매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가 풍문으로 들었던 텔로미어와 면역계를 유의미하게 강화하는 방법일 것인가?

       혹은 정말로 늙지 않게 하는 비술과 관련된 것인가?

       혹은 어떠한 생체실험과 연관이 있어 넘치는 생명력을 보장해주는 것인가?

         

       모른다.

       위에 적힌 저것들일 수도 있고, 저것 중 그 무엇도 아닐 수도 있다.

         

       ‘불로불사는 암세포도 가능한 것이니….’

         

       어쩌면 아슈토쉬가 말해준 저 정보는, 회귀 전에 고층 건물 하나를 전부 점령할 정도로 성장해버린 인간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쯤이었던가.

       박진성은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진 빌딩을 본 적이 있었다.

       괴물과도 같은 그것은…몸의 90% 이상이 암세포로 대체되고, 몸의 통제권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 와중에 정신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 비참함과 고통을 느껴버린 인간이었었지.

       대체 무슨 생체실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끊임없이 증식하는 고깃덩어리 그 자체가 되어서 고층 건물 하나를 가득 메우고, 거기서 죽여달라면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더란다.

         

       뭐.

       대단한 것은 없는 이야기다.

         

       방사능에, 생체실험에, 약물에, 화학물질에, 고농도의 에너지에 몸이 변이되어 괴물처럼 변해버린 인간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심지어는 환경에 영향을 받아 기형의 형태로 환골탈태를 한 무인도 본 적이 있었으니…. 그래. 조금 특이할 뿐, 대단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것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군. 불로불사…. 참으로 달콤한 이야기야.’

         

       그것은 어쩌면 그가 보아왔던 수많은 사례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닥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향긋한 냄새에 달려들었다가 그대로 식충식물에 잡아먹히어 버리는 날벌레처럼.

       그렇게 의심 없이 달려들었다가 비참하게,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이들을 보아왔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진성은 이 너무나도 달콤한 이야기를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그와 동시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 의심을 도저히 저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정보가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심을 말이다.

         

       어쩌면 저것은 저주가 걸린 보물처럼, 보물로 위장한 저주받은 물건처럼.

       권력이나 인맥이라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잡아먹는 보물상자로 위장한 괴물일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함정.

       그래.

       함정일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하지.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미친 과학자들이, 미쳐버린 수많은 이들이 실험체를 구하기 위해 한 짓이 저런 것인 것을.

       재물을, 식량을, 안식처를 제공한다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짓을 몇 번이나 본 것을….

         

       ‘검증이 필요하겠어. 검증이 말이야.’

         

       그렇기에 진성은 바로 미국으로 향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보아왔던 ‘어리석은 이들’처럼 함정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하는 곳에,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단서만 가지고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확실하지만 위험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 대신.

       약간 애매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뚜르르르-

         

       [ 네엥~ 전화 받았습니다~ ]

         

         

         

         

        * * *

         

         

         

         

       박진성이 선택한 ‘안전한 방법’이란 바로 그를 도와줄 사람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도와줄 능력을 갖춘 사람은 바로.

         

       “진-성! 안뇽안뇽! 아샤에용!”

         

       회귀 전에는 그와 동료였던 이.

       그리고 인도에서 만난 불꽃의 현인, 아슈토쉬와도 연관이 있는 사람.

         

       아나스타시아 B 렌츠였다.

         

       그녀는 박진성이 연락을 하자마자 반갑게 반응해주었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크립티드(Cryptid)를 타고 박진성의 빌딩까지 날아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 속보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 촬영되었습니다. ]

         

       『 충격!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은 실존했다! 』

         

       『 FSM교 신자 “나는 알고 있었다. 그분은 실존하시며, 거대한 미트볼과 스파게티 면발로 이루어져 있다.” 』

         

       [ FSM교 신자 “엄마! 나는 커서 해적이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해적이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

         

       [ …대낮에 촬영되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이 미확인 비행물체는 한 능력자가 소환해낸 탈것이라고 결론이 내려졌으며, 이에 사람들은 ‘저런 소환수도 있구나.’,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맛이 어떨까?’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것을 유쾌한 해프닝으로….]

         

       …약간의 소동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하하. 이거 참. 반갑습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나스타시아가 사용하는 크립티드가 다 그런 것을.

       일반적인 사역마를 다룰 수 없는 대신, 꿈속에서 가져온 물건이나 생명체를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 그녀의 능력인데 말이다.

         

       그리고 꿈에서 가지고 오는 것은 꿈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몽환적이거나, 기괴하거나, 기이하거나.

       뭔가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데리고 나와서 타고 다닌 것 정도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용병 시절에는 보는 것만으로 역겨워지는 무언가를 자동차 대신 타고 다니기도 했었지.’

         

       그래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은 유쾌하기라도 하지 않은가.

       용병 시절에는 괴물의 토사물을 반죽해서 대충 빚어놓은 것보다도 더 역겨운 것들이 종종 보였으니…. 만약 그걸 꺼냈다면 이런 ‘유쾌한 소동’이 아니라, 정말로 악플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기자에게 시달리는 것은 당연했을 테고.

         

       “그나저나…. 이만 들어오시지요.”

         

       “넹.”

         

       아나스타시아는 박진성의 말에 스파게티 괴물을 조종해서 다리를 만들었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의 면발을 꼬아서 말이다.

         

       그리곤 그 다리를 살짝 기울인 뒤, 위에 앉은 뒤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슈웅-

         

       그대로 미끄럼틀을 타서 박진성의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대신, 등짝에 붙여놓은 슬라임과 비슷한 무언가를 조작해서 몸을 탱탱볼처럼 튕겨 오르게 만든 뒤, 공중제비를 3바퀴를 돈 다음 멋들어지게 착지했다.

         

       마치 체조 선수처럼 말이다.

         

       그리곤 뿌듯해하면서 박진성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낮과 저녁에 3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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