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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0

       

        

        

        

        

        

        

        

        

        

       “당소 죠스 1, 침투 지점에 도착했다. 현재 앵커 설치 중. 저격팀 도착 완료됐는지.”

        

       -헌터 팀이 이동 중이다. 현재 계단을 오르는 중. 3분 안에 저격 지점에 도착 예정.

        

       “확인. 작전 개시.”

        

        

        

        스르륵.

        

        소리없이 흐르는 이스트 강의 한쪽, 그 중에서도 유엔 본부와 맞닿아있는 면에서 다섯 명의 인원이 머리를 드러내고, 가장 앞에 서있던 로렌티나가 물 속에서부터 여러 개의 막대기를 꺼내든다.

        

        스틱의 머리에 달린 단추를 누르고 벽으로 꾹 누르는 순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붉게 달아오른 첨단이 콘크리트를 약화시키고, 막대 내부의 파일벙커가 작동하며 벽면을 파고들어 단단히 고정되었다.

        

        동일한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 결과 그녀는 30초 안에 대략 6미터 가량 위로 올라갔고, 완전히 등반한 이후엔 주변의 기둥에 강철 케이블을 감은 뒤 아래로 늘어뜨렸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등강기를 타고 하나둘씩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올라온 올리비아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철창 자르는 소형 토치도 가져왔더니, 강변 쪽에는 초소 배치도 안 해놔?”

        

       “생각했던 것보다 무난하게 끝나겠군요.”

        

       “속단하긴 일러. 이번 미션은 서버실과 지휘통제실을 파괴 없이 무력화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으니…서버실과 지휘통제실의 위치는 HMD에 표기했다. 이쪽은 서버실과 전력실로 간다. 너희들은 지휘통제실 쪽으로 가.”

        

       “이해했습니다. 근데 침투는 어떻게 합니까? 도보로는 어려울 텐데요.”

        

       “준비해놓은 게 있지.”

        

        

        

        그리고 그 순간, 올리비아는 정신을 집중했다.

        

        하늘에서 대기하던 드론 한 대가 느릿하게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카루스 드론이었다. 극도로 억제된 소음을 내던 드론은 이윽고 건물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가까이 붙었다.

        

        아주 약한 불꽃이 터져나왔다. 오로지 변이자 두 명만이 그 광경의 진실 – 드론이 통유리를 레이저 커터로 자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길지 않았지만 말이다.

        

        깔끔하게 잘린 유리를 건물 쪽으로 밀어 자유낙하를 방지하는 동시에, 드론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벽면에 앵커를 발사한 후 50m 가량 되는 줄을 조심스럽게 내려보냈다.

        

        외부에의 노출을 막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1층과 2층의 통유리는 전부 두꺼운 천과 철창 등으로 안을 볼 수 없게 막혀있었고, 그것이 원활한 침투를 도왔다.

        

        

        지이이익.

        

        느릿느릿한 소리와 함께 세 명의 인원이 차례로 등강기를 줄에 장착하였고, 빠른 속도로 건물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달점은 건물의 8층 가량이었다.

        

        로렌티나와 올리비아는 부속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서버실로 이동하였고, 8층에 도달한 이글 팀은 계단을 차분히 내려가 지휘통제실 방면을 향해 이동한 뒤, 사전에 획득한 청사진을 기반으로 통제실의 천장 위에 펄스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피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펄스가 가동되고, 지휘통제실 및 그 옆에 붙어있는 CCTV실의 전경이 3D 화면의 형태로 도식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당소 이글 4. 감시 인원…전부 잠들어있습니다.”

        

       “별도의 알람이나 움직임 추적 기능은?”

        

       “펄스를 통한 시스템 추적 결과 작동하지 않습니다. 노후화 혹은 감시 인원들의 독단적 설정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

        

       “…좋아, 믿어볼게. 현 시간부로 청소 준비에 돌입한다. 이글 팀은 CCTV실로 이동해.”

        

       “확인. 이동합니다.”

        

        

        

        잘 무장된 적 기지에 침투한다는 가정 하에 세워진 작전.

        

        그러나 당연하게도, 개개인의 무장이 상당한 것과는 별개로 머리에 든 소프트웨어가 나쁘거나, 혹은 주어진 도구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좋은 장비는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CCTV라는 도구가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유엔 본부를 점거한 무장 폭도들은 그 사실을 저승에서 깨닫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고작 25초 안에 아래층으로 이동한 이글 팀은 아음속탄이라는 이름의 깨달음을 CCTV실 인근을 꿈나라 속에서 감시하고 있던 친구들의 머리에 박아주었고, 폭도들은 영원한 잠에 빠졌다.

        

        당연하겠지만, CCTV실 문이 잠겨있을 리도 없었다.

        

        

        카운트다운이 이어지고, 실로 맥빠지는 CQB가 시작되었다.

        

        

        

       “잘 자길.”

        

        

        

        픽, 픽, 픽!

        

        기름칠은 잘 해놓았는지, 그 어떠한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열린 문으로 세 명의 이글 팀이 돌입하고, 이들은 책상 앞에 엎어진 채 꿀잠에 빠져있던 경계인원들의 목에 총알을 박아주었다.

        

        새빨간 선혈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고, 잠에 빠진 인원들이 컥컥 소리를 내며 힘겹게 목을 부여잡는 사이, 이글 팀은 전력실에 돌입한 두 명이 전기를 차단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픽!

        

        

        

        세상이 암흑에 잠겼다.

        

        정확하게는 세 명을 제외하고 암흑에 잠겼다. 이글 팀은 진즉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지 오래였다.

        

        미디어에나 나오는 초록색 야간투시경이 아니었다. 한층 진보된 ENVG에 달린 디지털 스캔 장치는 단 한 줌의 빛조차 나오지 않아도 눈 앞의 어둠 위에 저절로 색과 빛을 입혔다.

        

        거기에 적의 윤곽선까지 표시되는 순간, 회담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지휘통제실 내부로 돌입한 세 명의 이글 팀은 적들에게 있어 사신이 되었다. 흡사 성인이 수수깡을 부러뜨리는 것에 준하는 교전 난이도였다.

        

        오히려 모니터와 각종 장치들을 피해 사격하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적막만이 층 전체를 가득히 메웠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피어오르는 사이, 귓전에서 통신이 들려왔다. 그 사이 서버실과 전력실을 장악한 두 명의 변이자가 경과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들려줄 대답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잭팟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것이 작전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본관 1층과 2층, 그리고 주변 건물에 분산되어있는 적들의 처리 방법이 필요했다.

        

        

        

       “문을 잠가놓고 가연성 물질로 화재를 일으키면…농담입니다.”

        

       “질식작용제 같은 건 없습니까?”

        

       “빌어먹을, 여기가 1944년 나치 소굴이었구만. 아주 징그러운 방안들만 그득그득한데.”

        

       “그럼 저 친구들 하나씩 깨워서 전향서라도 받아낼까요?”

        

       “아니, 망할. 굳이 죽여야 합니까? 1층이랑 2층에서 자는 놈들 싸그리 죽여버렸다간 핏물이 발목까지 차오를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특수부대원들은 일반인들은 불가능한 고난이도, 그리고 고정밀도의 특수파괴작전에 그 무엇보다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보이는 적군을 싸그리 쏴죽이기 위해서 탄생한 인간 병기라고 하기에도 좀 그랬다. 하지만 아직도 족히 백 명이 넘는 적을 전부 이승에서 치워버리는 것도 번거롭고 힘든 일.

        

        특히나 지금은 4월이 다 되어갔고, 자칫하다간 백수십 구가 넘는 부패한 시체를 치워야만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유엔 본부를 통신HQ로 사용하는 것도 늦어질 확률이 높고.

        

        윗선은 그것마저도 감안하고 작전을 입안한 것 같지만….

        

        

        그 와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항복하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뭐?”

        

       “서버실, 전력실, CCTV실과 지휘통제실까지 싸그리 장악했지 않습니까. 여기에 초병들 대가리만 뚫어버리고 철수하면 자고 일어난 친구들이 제발로 항복하러 나올 것 같은데.”

        

       “…흐음.”

        

        

        

        언뜻 듣기에는 미친 소리 같았지만, 곱씹어볼수록 생각보다도 그럴듯한 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수뇌부와 초병이 싸그리 벌집이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면…확실한 것은 적들이 안드로이드가 아닌 이상 사기 폭락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통신망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 등이 강구되는 한편, 상부에게도 해당 제안을 하는 시간이 이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졌다.

        

        

        

       -작전팀은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며 유사시 유엔 본부를 장악한 폭도들의 돌발행동을 주시하라.

        

       -확성기를 단 차량이 오전 7시까지 본부 정문을 향해 이동할 것이다. 정문의 기관총 초병을 제거하라.

        

       -작전 실패 시에는 사전 목표인 완전소탕작전으로 재이행한다.

        

        

        

       “…이 정도면 그래도 무난하군요. 젠장, 금방 끝날 줄 알고 먹을 것도 안 들고 오긴 했는데….”

        

       “서버실과 전력실 등은 텅 비었고, 부비트랩도 설치해뒀으니…일단 대기하면서 1층과 2층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적들은 전부 침묵시키도록. 헌터 팀은 현 시간부로…경보를 들을 사람은 지휘통제실에 아무도 없으니, 자유 사격을 허가합니다.”

        

       -인지했습니다. 사냥 시작.

        

        

        

        저격총의 사격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닥 상관은 없었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저격팀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초병들은 침묵했고, 지휘통제실과 CCTV실은 어둠과 선혈로 물들었으며, 서버실과 전력실은 침묵에 잠겼다. 그 사실을 모르는 유사 전투병력 백 명 가량만이 잠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동이 트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장비한 차량 한 대가 유엔 본부의 정문 앞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그리고-

        

        

        

       -아, 아. 유엔 본부를 점거한 폭도들에게 알린다. 너희들은 현재 포위되었다. 우리는 지휘통제실과 감시탑을 포함한 너희들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거세했다. 불필요한 저항은 무의미하다.

        

        현 시간부로 10분을 주겠다. 항복할 인원은 무기와 탄약을 버리고 지정 위치의 스캐너를 통과하라. 10분 이상이 지날 경우 유엔 본부에 남아있는 전 인원은 투항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사살하겠다.

        

        반복한다. 유엔 본부를 점거한 폭도들에게 알린다….

        

        

        

        최후 통첩이 시작되었다.

        

        

        

        

        

        

        

        

        

        

        

        

        

        

        

        

        

        

       “씨, 씨발. 우린 좆됐어. 우린 좆될 거라고. 바깥에 센트럴 파크 놈들이 쫙 깔렸잖아.”

        

       “닥쳐, 새끼야. 잘못하다간 머리에 구멍 뚫릴 거야. 어쩌면 이 사이에 저놈들이 침투해있을수도 있어, 잠든 사이에 지휘통제실을 싸그리 밀어버린 놈들이라면 그럴지도 몰라….”

        

       “이 개새끼들, 입 닫아! 자꾸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면 본보기로 총살하겠다!”

        

        

        

        1분, 2분, 3분.

        

        귀가 아플 정도로 틀어지고 있는 쩌렁쩌렁한 투항 방송,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수십 명 가량의 군인들. 그러나 전원이 1층을 정조준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지만, 법이 총을 겨누고 있고, 그 총이 주먹만큼 가깝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기껏해야 범죄자, 민간인, 불법 격투기 선수 등으로 구성된 무장폭도들의 동요는 당연했다.

        

        그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규율이란 이름을 대고 이들을 통솔하려는 피콕 대위 – 사실 복무 도중 불명예제대를 당한 – 의 핏대가 솟구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 중에서 하나라도 나가게 되면 난 죽는다!’

        

        

        

        많은 장교들은 바이러스 사태에서 최선을 다해 민간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본분을 지켰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피콕 대위는…엄밀하게는 라이커랑 그 계를 같이 하는 복역수였다. 불명예 제대란 보통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바이러스 사태는 그 모든 것들을 뒤집어놓았다.

        

        어줍잖게 배운 군대에서의 통솔 능력과 죽어버린 군인의 군복의 조합은 그를 유사 장교로 탈바꿈시켰고, 그는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충분히 중범죄 측에 들어갈 유흥을 즐겼다.

        

        하지만 다른 장교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센트럴 파크에게 구조받을 수 없었고, 그리하여 그는 자신을 따르는 – 그와 고만고만한 인성과 자질을 가진 – 이들을 이끌고 유엔 본부를 점거했다.

        

        그리고 그는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휘통제실과 초병, CCTV실 등에 자신의 심복을 박아놓았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들은 전부 쓸려나간 지 오래였다.

        

        혼란이 패닉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 몰라, 나는 더 이상 여기 못 있겠어!”

        

       “아, 알버트! 젠장, 나도 가야겠어…!”

        

       “나가지 마! 나가지 말라고 했다! 이제부터 나가는 놈들은 죽는다!”

        

        

        

        투다다다!

        

        피콕 대위가 허공에 총을 난사했다. 상황이 순식간에 유사 인질극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나 그 사이에도 알버트라 불린 이는 비명을 지르며 1층 정문을 뛰쳐나가 달렸다. 공포로 얼룩진 얼굴. 축축해진 바짓단 아래로 더러운 액체를 흩뿌리면서도 유엔 본부 입구에 설치된 스캐너를 향한다.

        

        아무런 무기도 보유하지 않은 그는 무사히 통과되었고, 차량 후방에서 대기하던 군인들에 의해 대기 장소에 놓였다.

        

        

        막힌 둑이 터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다수가 소수를 짓밟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기서의 소수는 피콕 대위와 그를 따르는 일부 심복들이었다.

        

        

        

       ───탕!

        

        

        

       “이, 이 빌어먹을, 누가…!”

        

       “이 개새끼…너 덕분에 누나가 죽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나가는 것까지…죽어, 죽으라고! 이 씨발새끼!”

        

       “막, 막아…막으라고…!”

        

       “지금이야! 죽여라!”

        

       “죽여버려-!”

        

        

        

        아비규환이 시작된다.

        

        피콕 대위가 유일하게 잘한 점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따라온 민간인들로 하여금 자기방위가 가능하도록 흉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품게 만든 것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콕 대위 측의 화력이 월등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권총 탄환의 옆구리 관통은 시작이었다.

        

        그의, 그리고 친위대원 네다섯 명 가량의 어깨에 소방도끼가, 몸 전체에 권총 탄환이 틀어박히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끄,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나는 이 망할 자식에게 협박받아서 어쩔 수 없이…아아악!”

        

       “나가! 정문으로! 노약자부터 탈출시켜!”

        

       “이, 이 배은망덕한, 흐아아악, 아아악…!”

        

       “네 시체는 다섯 조각으로 잘라주지. 이스트 강에 던져 물고기밥으로 만들어주마.”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고, 분노는 잔인함이 되어 대상을 물리적으로 찢어발긴다.

        

        1분도 지나지 않았을 즈음 피콕 대위는 두 조각이 되었고, 그로부터 30초 가량이 지났을 즈음 그 두 배인 네 조각이 되었다.

        

        악에 받친 피난민들에게 한 줄기 위안이 되는 점이 있었다면, 그는 상체와 하체가 나뉘었을 즈음에도 살아서 쉰 비명소리를 내질렀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센트럴 파크 측이 제시한 10분의 시간 중 6분 가량이 지났을 때, 마치 막힌 둑이 완전히 터진 것처럼 백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차례로 정문을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피콕 대위와 그 하수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이들은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별도로 위험인물 취급을 받았지만, 그들은 놀랍도록 순순히 명령에 따랐고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이들의 정당방위가 인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예정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지만.

        

        

        

       “저, 저 새끼! 피콕 밑에서 온갖 개짓거리를 한 놈입니다! 이 양심없는 새끼, 자기가 끌려가기 싫다고 남의 가족을 성노예로 쓰라고 귀띔했습니다!”

        

       “죽여야 합니다!”

        

       “정숙, 정숙! 여러분들은 센트럴 파크로 이동할 것이고, 개별적인 죄는 교차검증에 의해 판정될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조용히 하십시오!”

        

        

        

        억눌려있던 업보가 폭발하고, 죄가 있는 자는 필사적으로 부정하지만 동시에 떨었으며, 그동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온갖 수모를 당한 이들은 억울함과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온 센트럴 파크의 병력들은 결코 그 사실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이들이 당한 일은 현 시점의 미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부조리 그 자체였으니까.

        

        

        아침 7시가 지나고, 8시가 되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깥에서 대기하던 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센트럴 파크로 이동한 것이었다.

        

        저격팀과 작전팀은 진즉 센트럴 파크로 귀환한 지 오래였고, 본래라면 처참한 피의 바다가 펼쳐져야만 했던 유엔 본부에서의 교전은 그보다도 훨씬 적은 희생자만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근 몇 주 간 센트럴 파크가 겪은 유일한 승리였다.

        

        

        물론, 오늘 센트럴 파크로 이동하게 된 백 명 가량의 인원들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부패의 초입에 들어서기 시작한 시체들을 치워야만 했다.

        

        시체가 얼어붙는 계절이 지나고, 시체가 부패하는 계절이 오기 시작했다.

        

        

        

        

        

        

        

        

        

        

        

        

       “…아으, 피 냄새. 저리 가욧!”

        

       “…로렌티나. 유진이 날 싫어하는데. 이거 어떡하지?”

        

       “일단 샤워부터 하는 게….”

        

        

        

        한편, 센트럴 파크.

        

        호언장담했던 대로 유진이 깨었을 즈음 돌아온 올리비아는 유진의 차가운 반응을 마주하고는 좌절했다.

        

        흔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고 일어났더니 간부진 전원이 따여있으면 전 일단 항복 박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상 월요일에서 끊었고 화요일은 하루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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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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