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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1

    <681 – 무책임한 쾌락(29)>

     

    갈릭 후라이드치킨도 약체 취급 받지만 실제로는 후라이드치킨 가문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받으며 기본스펙 자체는 상당히 높아진 몸.

    오크노디의 자동공격연주를 듣고도 즉사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시절부터 받아온 가문의 지원에 있었다.

     

    “허억…!”

     

    달리 말하자면, 간신히 즉사를 면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몰려오는 공포>

     

    오크노디의 브금에는 혼이 실렸다.

    비유나 수식 따위가 아닌 정말로 글자 그대로의 혼이 제 혼을 갈아가며 연주를 하고 있다.

    오크노디가 그때그때 상황에 걸맞은 장면의 기억을 그대로 주입하고, 주입받은 기억에 걸맞은 감정을 악상에 담아 표현하면서.

     

    일레트리코.

    혈음악단 간부.

     

    그도 처음부터 순순히 협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협조하지 않는 모든 순간 가해지는 정신적인 공포는 인간의 나약한 영혼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식을 닫아 외부자극으로부터 둔감해지고 싶어도 기억은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혼을 자극했다.

     

    <300화 동안 주인공을 좋아하던 히로인C가 간살당하는 전개>

    <350화 동안 주인공과 썸타던 여캐가 아버지의 협박을 못 이겨 악역과 결혼하는 전개>

    <400화 동안 복수하려던 가족의 원수에게도 가족이 있다며 복수를 포기하는 고구마 500배 전개>

     

    영혼을 쥐어뜯고 울부짖으며 제발 이딴 것 좀 보여주지 말라고 절규하고 싶은 참혹한 순간들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엄습한다.

    정제된 발작 트라우마 버튼을 누르듯이 사람의 감정을 농락하고 지배하는 오크노디의 기억동조마법 앞에서 현대문물의 잔혹함을 알지 못하는 일레트리코는 연약한 일개 NPC에 불과했다.

    반복되는 공포로부터 벗어날 유일한 길은 연주에 전력으로 협력하는 길뿐이었다.

     

    <상태이상 – 착란>

    <상태이상 – 광기>

    <상태이상 – 절망>

     

    그 결과, 가혹한 학대는 순종적인 태도 앞에서 더 이상 악화되는 사태를 면했으나, 그가 받은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않았다.

    항시 영혼을 좀먹는 상태이상으로 축적되어왔고, 이제는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다른 이들도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신비의 호수>

    <마음의 평원>

    <광기의 무덤>

     

    집사장은 수많은 신비를 동원해서 자신에게 발현되는 각기 다른 상태이상을 해제했다.

     

    <등가교환 – 인간성의 추가상실>

     

    파시블 예프는 자신에게는 하등 쓸모없는 인간성을 추가적인 기간 동안 상실하는 것으로 영혼이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재빨리 흘려보냈다.

     

    <피어스아이 – 상태이상 마나파장분석>

    <마나술 – 이상술식격리>

    <마나제어술 – 술식개변에 의한 상태이상 해제>

     

    다크노디는 오크노디와 동등한 지식과 재능을 적극 발휘하여 성가신 상태이상을 떨쳐내고는 어딜 감히 자신을 시험하느냐며 오크노디를 째려봤다.

     

    <정신보호의 반지>

    <강제각성의 반지>

     

    갈릭 후라이드치킨은 가문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권력과 부를 이용해 축적해온 마도구의 힘으로 최소한의 상태이상은 해제할 수 있었으나, 다른 간부들과 달리 해제의 정도는 완벽하지 못했다.

    그 결과, 침을 흘리며 눈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사람 하나 죽겠다 싶은 꼬락서니를 하게 되었다.

     

    “아그그그그극”

    “…저거, 죽겠는데?”

    “하하. 재단에서 가장 약한 간부군요.”

     

    다크노디도 파시블 예프도 도와줄 기미는 쥐꼬리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다크노디는 자신에게 마늘치킨을 먹인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개인적으로 싫어졌다.

     

    ‘원본이랑 다르게 나는 배낭배낭의 상태불변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이는 키가 크거나 줄어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중의 증가나 감소 또한 의미힌다.

    즉, 오크노디는 배낭배낭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식품도감 수집을 위한 최적화된 마도구.

    저주조차도 버프처럼 써먹는 영리함은 부러우나, 언더월드는 강화기술이 발전되지 않았다.

    훈련의 탑에서 대량의 배낭을 사용했던 오크노디처럼 많은 강화재료를 얻을 수 없었고, 다크노디의 망토망토는 수납효과는 있어도 불변 페널티는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다지 먹고 싶지도 않은 살이 엄청 찌는 맹독마늘치킨을 주었으니, 갈릭 후라이드치킨을 대하는 다크노디의 태도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죽으면 다크프린세스의 <장난>이 우리에게 향하는 빈도가 더 높아지며 위험해지긴 하겠군요. 하지만 지금은 우선 지켜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파시블 예프는 자신의 연금술을 발휘하여 싱의 귓가를 괴롭히는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연주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입에서 피가 흐르도록 이 악물고 견뎌내던 노력은 가상했지만, 이건 싱이 견뎌내기엔 아직 일렀다.

    자신의 손으로 끌어들인 다크프린세스의 ‘친구’를 다치게 했다간 그 책임을 자신이 지게 된다.

    그가 싱을 끌어들인 것은 자신의 구조에 싱을 보낸 다크프린세스의 행동을 고려한 처사.

    어디까지나 싱의 성장을 위해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었다.

    오크노디의 친구가 죽어서야 그녀가 그런 호의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음. 어쩌면 정말로 호의로 받아줄지도 모르겠군요.’

     

    -와, 싱이 죽었어! 언데드 검객루트 개방!

     

    그 아이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한 번 브레이크가 풀린다면.

    고삐가 끊어진다면.

    이후에 자신에게 향할 장난은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그녀의 <특별한 호의>를 자신과 인간성을 지녔던 시절의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주변인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파시블 예프는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간부 모두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바닥에 쓰러져 거품 물고 벌벌 떠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니, 집사장이 혀를 차며 나섰다.

     

    “쯧. 안 그래도 부족해진 일손을 이 이상 줄일 셈이냐? 제 파벌의 간부만 남기려고 손을 쓴 주제에 그마저도 시험을 하다니, 다크프린세스는 이사장보다도 손속이 가혹하군.”

     

    집사장의 수중에서 세 개의 신비가 동시에 발현되며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신체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영혼을 고유공간에 임시보관하여 추가피해를 회피하며, 혹시 모를 관통공격으로부터 영육을 지킬 정신방어의 신비가 그를 지키도록 손을 썼다.

     

    “우왕, 역시 재단의 간부회의! 마왕급 브금효과를 구현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빈사상태로 체력이 내려가지 않다니 굉장해요!”

    “네 가혹한 시험의 수준은 얼추 알았다. 비교소재라면 충분히 경험했으니 그 정신사나운 힘을 그만 거두어가라.”

     

    오크노디가 악기에 부여하던 마나를 회수하자 붉은 바이올린의 악마들린 연주도 간신히 잦아들었다.

     

    “그 악기, 어디서 구한 것이지? 안에 든 녀석이나 그놈을 다루는 재주도 대단하지만 정말 대단한 건 악기 그 자체에 있군. 심지어 어디서 비슷한 것들을 본 것처럼 아주 친숙한 느낌이 들어.”

     

    집사장의 이야기에 오크노디의 기억이 오랜만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고인물인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고 분석하려 할 때의 자극이었다.

     

    -리프의 선물입니다. 아가씨의 성장속도를 고려해서 더욱 향상된 맛의 사탕과 아카데미 생활에 필요할 암살무기, 비장의 악기를 가져왔습니다.

    -알았당. 이걸 손잡이로 잡고 머리를 내리치면 되는 거죠? 이렇게!

    -자세한 사항은 교본에 적혀있습니다만, 너무 함부로 흔들면 자칫 손을 베이거나 악기가 폭발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981년 1학기, 조나가 면회에 와서 사탕바구니와 함께 선물해주었던 미니 바이올린.

     

    -그건 혈음악단의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마도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된 블러디컬렉션입니다.

    -오오. 블러디컬렉션!

    -아십니까?

    -이름이 멋져요!

    -…블러디컬렉션은 악기에 정해진 방식으로 마나를 주입하면 음파에 다양한 부가효과를 실어서 날리는 대량살상악기입니다.

    -그걸 리프가 어떻게 저한테 줬어요?

    -리프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청소메이드요!

     

    지금은 악기에 갇힌 혈음악단 간부 일레트리코는 악기를 보며 말했다.

     

    -그 악기에는 왠지 모르게 가능성이 보입니다. 특정한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그렇습니다. 저장. 이 악기는 저장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구나! 저장은 어떻게 하는데요?

    -일단 현의 안에 보이는 바늘에 손가락을 대고 피를 주입하십시오. 주인각인의 과정입니다.

    -현이 저절로 울리는 공명현상은 각인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이제 악기를 쥐고 마나연공법을 운행하며 악기까지 마나를 끌어가보십시오. 그러면 악기가 스스로 사용법을 알려줄 겁니다.

    -아항. 알았다. 소리를 먹는 악기구나!

     

    피를 머금은 악기는 자신의 기질을 드러내었고, 오크노디의 기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너무 걱정 말아요. 일레트리코 아저씨도 비명과 절규를 연주하기를 좋아하셨잖아요? 브금 연주하다보면 적이 지르는 비명과 절규를 근처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 직업만족도는 충분히 보장해드릴 수 있어요. 복지 완전 좋죠?

    -끄아악!

    -가끔 제가 바빠서 마땅한 소리를 수집하지 못해서 악기가 배고파하면 안에서 만족할 때까지 비명을 질러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영혼이 통째로 악기에 잡아먹힐지도 몰라요!

     

    그 뒤로는 신나게 악기를 가지고 놀고, 죽기 싫었던 간부는 비명 지르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사이 좋게 지내왔던지라 평범한 BGM생성기 취급만 하며 악기의 미심쩍은 비밀은 뒷전으로 미룬 오크노디!

    하지만 이렇게 집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아참! 저 템파밍 좀 하고 와도 돼요?”

    “갑자기?”

    “금방 올게요!”

     

    간부들이 쓰러진 자리를 재빨리 훑고 온 오크노디의 손에는 마도구 몇 개가 들려있었다.

    블러디컬렉션, 피의 미니 바이올린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간부들에게 지급된 <마도구>들이.

    더욱이 이 세계의 물질이라는 것들은 서로 같은 것들을 재료로 삼으면 강화를 하여 성능이 향상되는 효능이 존재한다.

     

    “강화강화땅땅!”

     

    어느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배낭배낭에서 퍼거슨 교수님의 대장간에서 남몰래 슬쩍한 대장장이망치를 꺼내 바이올린을 땅땅 두들기는 오크노디!

    눈부신 빛과 함께 바이올린이 빛에 휩싸이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아까운 걸 그냥 냅다 강화를 한다고?’

    ‘허어. 다크프린세스에게는 저 정도의 무시무시한 마도구도 없어져도 상관없는 물건입니까?’

    ‘히에엑! 안에 든 놈이 저대로 소멸해버리면 다음 악기가 필요하다고 날 노릴지도 몰라. 기절한 척, 기절한 척을 계속 해야해!’

    ‘저것은… 용량강화?’

     

    집사장의 경악은 이내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왕, 강화 성공! 다른 곳에서 객사한 간부들의 마도구까지 같이 챙겨서 단숨에 +2강이 되었어요!”

     

    이제 그녀의 악기에는 일레트리코 외에 추가적인 ‘악기’들이 저장될 수 있다.

    집사장은 앞으로 오크노디를 적대하는 이들은 그녀의 다음 악기가 되는 위험을 항시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에 오랜만에 섬뜩함을 느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BGM 생성기 강화효과 : 합주기능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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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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