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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1

       

        

        

        

        

        

        

        

       “훌륭하네. 세상이 멀쩡했더라면 목에 명예 훈장을 걸어줄 정도의 일이지만…이 시점에서 급박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귀관들도 목에 훈장 몇 개 거는 것보다는 더 많은 지원이 좋지 않겠나?”

        

       “앞으로는 더 위험한 곳에 더 많이 투입시킬 예정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각하.”

        

       “하하, 미안하군. 다음부터는 나도 총 쏘는 연습을 하면 되겠나?”

        

        

        

        작전이 끝난 지 얼마 후.

        

        이전까지만 해도 불안과 암울함만이 가득했던 센트럴 파크의 지휘실에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실로 값진 승리였다. 그것도 오메가 바이러스가 있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면 두고두고 회자되었을 대승리였다. 최소한 수훈십자훈장에, 그 드높은 명예훈장의 문턱까지도 두드려볼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아쉽게도 미국의 무릎은 완전히 분질러졌다. 명예훈장 수여에 동의해줄 하원의원 중 2/3은커녕 의회 좌석을 채울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 자체가 현 미국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올리비아는 쓰게 웃었다. 대통령이 은연중에 덧붙인 농담이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대통령조차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만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뻔뻔스럽게 더욱 뜨거운 불구덩이로 변이자들을 즉시 밀어넣을 리버스-위인은 아니었다. 물론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는 힘껏 용비어천가를 불러줄 용의가 있었다.

        

        그리하여 낙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여론전이 어느 정도 시행되었다. 외부로 정보가 완전히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전이 크게 성공했다는 내용 정도만이 돌아다녔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정도만으로도 HQ에 어느 정도 낙관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했다. 최소한 몸에 찌든 절망감을 어느 정도 털어내는 정도의 효과는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이득은 뉴욕 유엔 본부의 탈환이었다.

        

        

        

       “저들이 CCTV 등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본부 내에 최소 어느 정도 자체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있단 겁니다. 훌륭한 전초기지로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부 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조를 위한 추가적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짧아도 2개월 이상은 걸릴 듯합니다.”

        

       “센트럴 파크 HQ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 건설은 무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시설을 운용하거나 정비할 인력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많은 실무자들, 혹은 이들을 육성할 장기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최대한 자동화를 염두에 두고 건설했음에도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최소치라는 소리로군. 알겠네. 여전히 끔찍하리만치 할 일이 많군….”

        

        

        

        안타깝게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실권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어드밴티지가 없었다. 인간의 기초적인 생존에 필요한 인프라를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극도로 부족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최소한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실무자가 충분한 여건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맨해튼의 길바닥에서는 오메가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흉터를 상징하는 눈이 완전히 치워졌지만, 아직 완전히 썩어 문드러지지 않은 시체와 말라붙은 피부가 달라붙은 해골이 굴러다녔다.

        

        세상은 여전히 차가웠고, 모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너무나도 컸으나, 발휘할 수 있는 여력은 너무나도 작았다. 죽어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마음에는 서서히 병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군지를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에, 저기. 꼭 이런 자세로 전투 영상 같은 걸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데에….”

        

       “여기서 불만이 나오다니. 이것만큼 디브리핑 설명에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등에 뭔가 말랑한 게 닿고 있어서 집중이 안 되거든요….”

        

        

        

        근래 들어 유진 덕분에 대놓고 힐링 타임을 보내고 있는 올리비아,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무게를 잡느라 근엄한 모습만을 보여주었지만, 슬슬 막내를 귀여워할 기회만을 노리는 상어까지.

        

        그러나 필연적인 일이었다.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진 본능이었고, 유진은 해당 카테고리에 가장 잘 들어맞는 존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더군다나 유진을 예뻐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예쁜 분이면 로렌티나 씨도 있는데….”

        

       “저 사람을 너처럼 쓰다듬으라고? 물릴 걸?”

        

       “…올리.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해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유진을 예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로렌티나에게 동일한 행위를 적용하는 것은…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녀 자신만큼,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군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올리비아 역시도 군문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세상에는 천외천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런 사람을 쓰다듬고 안는 베개처럼 쓰라니. 설령 외형이 슈퍼모델 이상의 무언가로 바뀌었어도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보다 6cm나 키가 큰 사람을 쓰다듬으라고? 우리 뱀 꼬마, 농담하는 거지?”

        

       “에, 엣. 생각해보니 다들 키 크셨죠. 저도 어디 가서 키 작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에….”

        

       “지금 나 크다고 돌려서 까는 거지?”

        

       “그럴 리가 있나.”

        

        

        

        그 말대로.

        

        올리비아는 182cm, 상어는 무려 188cm. 키가 제1의 재산 그 자체인 농구 같은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신장은 일반인들 사이에 데려다놓았을 때 충분히 거인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좌우지간, 적잖아 한 달 가량을 같이 지내며 이들은 어느덧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해진 사이였다. 사실상 친해지지 않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기도 했다.

        

        같이 군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본래도 DEVGRU, 더 유닛 및 SAD 등등과 함께 합동 작전을 펼치는 것이 일상인 제24특수전술대대였다는 점까지.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 뿐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현 시점에서는 유진이라는 사이 완충장치가 존재했다 –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서로 말을 붙이는 것이 쉬운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 와중 화면 너머에서는 교전 영상이 계속해서 틀어지고 있었다.

        

        유진은 계속해서 화면을 보았다. 아직은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다. 디브리핑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 그녀 자신은 저런 것을 하게 되는 걸까. 그리 생각하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가 군대에서 기껏 해본 것이라고는 150m, 200m, 250m 사격 정도. 거기에 더불어 유격, 전투준비태세, 군대 뒷산에서 해본 모의전투훈련 정도가 끝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해야겠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미 경험이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해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살인을 했던 것이었다. 공권력이 살아있었다면 정당방위를 받기 위해 한창 법원을 드나들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디브리핑이란 명목이긴 했지만, 로렌티나와 올리비아 역시도 유진에게 화면 너머의 모습이 되기를 진지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언젠간 그리 될 것이었지만, 아직은 아니었으니까.

        

        해줄 수 있는 말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 꼬맹이가 저렇게 안 되었으면 좋겠지만…아쉽게도 어렵겠지.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네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고.”

        

       “…가르쳐주는 건 좋지만, 너무 늦지 않을까요?”

        

       “의외로 그렇지는 않아. 오퍼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 첫 번째는 체력이고, 두 번째도 체력이고, 세 번째도 체력이거든. 나머지는 배우면 돼. 설마 나나 로렌티나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랬을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에, 아니었어요?”

        

       “야.”

        

        

        

        그에 유진은 큭큭 웃었고, 올리비아는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유진의 볼따구를 쭈욱 늘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로렌티나 역시 눈치를 살금살금 보다가 유진의 말랑한 볼을 손가락으로 잡아늘렸다. 마치 찰떡 같은 말랑한 촉감이었다. 물론 당하는 유진에게 있어선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보며 올리비아는 웃었고, 유진은 눈치를 살살 보면서 바보같은 웃음을 흘려댔다.

        

        말이 이어졌다.

        

        

        

       “로렌. 아무래도 얘는 널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이 아이랑 같이 지낸 게 얼마나 되는데. 그렇지, 유진?”

        

       “에헤헤, 그렇죠…?”

        

        

        

        멋쩍은 웃음. 그리고 그것이 곧 대답이었다.

        

        로렌티나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어 눈을 찌푸렸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느슨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최대한 충격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모습이었다.

        

        유진이 어쩔 줄 모르고 눈알을 도로록 굴리는 사이, 상어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내가 그렇게 무섭나?”

        

       “일단 무섭지 않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망할,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좀 덜 무서워지는 방도는 없나?”

        

       “…좀 친절한 표정을 지어보든지, 그러면. 현지인이랑 친해지는 비언어적 소통 같은 거 배웠을 거 아냐. 그런 거 응용해봐.”

        

       “…이렇게?”

        

       “힉.”

        

        

        

        그 순간 로렌티나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친절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이른 바 미소였다.

        

        몸이 변하기 전의 과거엔 어딜 가더라도 충분히 잘생겼다는 평가를 들은 로렌티나였고, 그녀는 그렇기에 자신의 얼굴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자신의 표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살해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을 그녀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유진이 놀라기 전까지는.

        

        

        

       “…너는 미소는 짓지 마라. 차라리 경어를 쓰든지.”

        

       “뭐가 문젠데?”

        

       “나중에 거울 한 번 봐라, 좀.”

        

        

        

        당연하지만, 그 즈음의 로렌티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좀 더 친절한 말투를 연습하기까지 2분 전이었다.

        

        

        

        

        

        

        

        

        

        

        

        

        

        

        

        

        

        

        

        

        

       “예전에 군대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아, 네에…남자일 때의 일이지만요.”

        

       “꽤 흥미로운데…한국 출신이라고 했었지요. 거기는 미국이랑 얼마나 다르죠?”

        

       “어…조금 열악하긴 하죠?”

        

        

        

        5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센트럴 파크 HQ, 알파급 변이자 숙소.

        

        나는 처음으로 군대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여성을 만났다…는 물론 농담이었다.

        

        

        아무튼, 내가 갔다올 때만 하더라도 조금…그랬지. 나는 그렇게 뒷말을 삼켰지만, 아쉽게도 현재 내 영어 실력은 현 시점에서는 상당히 향상된 시점이었다. 구체적으론 내 군생활을 무리없이 설명 가능할 정도.

        

        그리고 이 분들은 내가 대답해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궁금증을 철회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내 군생활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생각하는 거랑은 달리, 한국은 일단 징병제기도 하고…바로 그 때문에 모병제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군은 좀 그냥 미묘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입대하면 국방부 자식이지만 다치면 남의 자식 취급이기도 하고, 한국군의 리버스-미담은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한다면 일주일 내내 밤낮없이 이야기해도 모자랄 걸.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대강 서두를 열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피식피식 웃었다.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네. 아는 친구 중에 주한미군이 있었지. 여러모로 상당히 잊기 힘든 기억이었다고 들었던 것 같긴 한데…뭐어, 우리 뱀 막내의 군 생활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른 게 더 궁금하거든.”

        

       “기초군사훈련…정도는 받았죠. 총도 여러 번 쏴봤고, 이런저런 개념도 알고 있어요. 미군 교리랑 부합할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어쩐지 교범을 무난하게 읽는다 싶더라니, 그 정도도 충분하지요. 그거 하나 못해서 총기 분해조립 다시 배우고 있는 민간인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근데 분해조립 가능한 건 몇 개 없긴 해요.”

        

        

        

        볼트액션 기관총 K-3과 군 생활 하면서 실사격 훈련이 잡힌 걸 본 적이 없는 K-201, 하부 유탄발사기 달린 그거. 거기에 무난하게는 K2C1 정도. 나는 분대장을 달았기에 맨 뒤에 언급한 총을 썼다.

        

        하지만 아쉽다면 아쉽게도, 미국은 말 그대로 오만가지 총의 종주국이었다. 여기서 나온 걸출한 총만 몇 개야. 이젠 스무 살이 훨씬 넘은 사회인들이 어릴 때 했던 총게임에서 나왔던 엠포 같은 거가 대표적이었다.

        

        그나마 조금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이 세계가 근미래라는 점 정도. 그 덕분에 XM7이라는 새 총기가 미군에 보급된 지는 꽤 되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는 앞으로 그런 걸 위주로 분해조립 연습을 해야 했다.

        

        아무튼, 이 분들이 내가 군필자라는 사실에 다행을 느낀 이유는 더 있었다.

        

        

        

       “사람들이 총을 왜 닦아야만 하는지를 이해를 못 해. 아주 미치고 환장하겠어. 항공유 쏴서 총 닦으면 안 되나는 미치광이는 왜 있는 거야?”

        

       “뭐, 뭐어, 뉴욕이잖아요. 텍사스 같은 동네라면 몰라도 총 대신 키보드만 잡는 사람들밖에 없을 확률이 높죠.”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뭐어, 어차피 그 친구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니 상관은 없지만, 막내는 다르지요.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있겠죠?”

        

       “…너는 어째 경어 쓰니까 더 무섭냐.”

        

        

        

        …그러게.

        

        말투가 조금 더 정중해졌다고 살기 대신 압박감을 뿜다니 두렵다, 로렌티나 씨.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이 비상사태에 돌입했고, 바로 그 때문에 수많은 시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어지고 있었다. 그 중엔 당연히 오퍼레이터 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트레이닝 시설도 있다.

        

        그리고 미루어 보건대, 나는 분명히 머잖아 그 트레이닝 캠프 안에 처넣어지게 될 운명이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일까 싶기도 하고.’

        

        

        

        교관 둘에 입대예정자 1명이라. 두렵다, 두려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막…굴리는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정신무장이라든가 그런 것 말이다. 그런 걸 할 이유도 시간도 없을 확률이 높겠지.

        

        머리에 이론을, 몸에는 경험을 때려박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고, 마찬가지로 이 두 분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도 그 정도가 아닐까.

        

        그리 생각하자 내 입이 슬그머니 열렸다.

        

        

        

       “앞으로 몇 개월 정도 남았을까요?”

        

       “개월?”

        

       “맨해튼에 난리가 날 때까지 남은 시간이요.”

        

       “길어봐야 3개월도 안 남았겠지.”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그 사이에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설명이 이어졌다.

        

        

        

       “여름은 끔찍한 계절이지만, 이번 년도엔 특히나 더 가혹하겠지. 사람 시체가 썩으며 생기는 유독성 가스와 세균이 전염병을 불러올거야. 항생제와 약, 깨끗한 수자원이 가장 귀해지는 시대가 올 거고….”

        

       “상기 열거한 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은 바로 센트럴 파크지요. 이곳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게 될지 상상이 가는지?”

        

       “…좀 무섭긴 하네요.”

        

       “미친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득세하기 마련이지. 세상이 망하길 원하는 사람, 망한 세상에서 한몫 단단히 잡고 싶은 사람들이 바깥을 득실거릴 거야. 하지만 그런 애들의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주면 그딴 짓거리를 멈춘다는 건 확실하고, 우리의 역할은 바로 그거야.”

        

        

        

        …그건 맞는 말일지도.

        

        어쩐지 계속 듣다 보니 뭔가 군인라이팅 비슷한 것 같기도 했지만, 이런 말을 태연자약하게 할 수 있는 걸 보면 그건 그냥 사실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잘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주제는 또다시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유엔 본부 중심으로 군 통신 시스템이 재건된다면서?”

        

       “그렇죠. 아직은 군 위성이 지나가는 특정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는군요.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는 잘 모르지만, 듣자 하니 DoD – 국방부 – 측에서 변이자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들었어요.”

        

       “흐음. 센트럴 파크에 누가 또 오려나.”

        

       “확실하진 않지만 전혀 확률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다음엔 누가 오려나 모르겠는데….”

       

       “설마 우리 같은 사람이 또 있으려나 싶긴 하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지.”

        

        

        

        …또 누가 오나?

        

        나는 기대 반 궁금함 반으로 입을 열었다.

        

        

        

       “또 군인일까요?”

        

       “너라는 케이스가 있으니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이번에는 남자가 올지도 모르죠. 일단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오는대로 한두 마디 정도 흘려줄테니 그닥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

        

        

        

        뭐라고 해야 할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닥 이상하지는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많았지만, 내가 할 일들은 더 많았고, 내게 남은 건 고작해야 언제 잊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미약한 궁금증 뿐이었다.

        

        날이 조금씩 더워지고 있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불안감 충만한 4월의 어느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상어에 뱀, 부엉이…동물원이라도 차리려는 건가?”

        

       “이젠 자네도 그 일각이 되겠군, 로건.”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오웬스 팀장님.”

        

       “싫으면 나랑 몸 교환이라도 하겠나?”

        

       “농담입니다, 농담. 탑승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복귀하자고. 예상보다 일찍 맨해튼에 가게 될지도 모르니.”

        

        

        

        한편, 필라델피아 켄싱턴, 맥퍼슨 스퀘어.

        

        총든 마약중독자들과 갱단으로 가득한 우범지대에서 피와 시체로 강과 산을 쌓은 여러 명의 군인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이질적인 형태의 한 명이 숨을 내뱉으며 주저앉았다.

        

        하늘에서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더 유닛, 정식 명칭으로는 제1특수행동단(1st Special Actions Group)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EX 스쿼드론을 본부로 실어나르기 위해 도착한 것이었다.

        

        퍼즐은 여전히 모이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몰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끄꼼

    다들 이 정도로 TS주인공을 아껴주는데 이정도면 나데나데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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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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