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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2

    <682 – 무책임한 쾌락(30)>

     

    오크노디의 섬뜩한 악기야 어쨌건 간에 집사장은 간부회의의 목적인 간부들의 안건상정을 모두 한 차례씩 끝마칠 수 있었다.

     

    “이상으로 간부들의 개별안건의 종결을 선언한다. 다음은 재단직속삼장으로서의 대전략 수립 및 안내가 있겠다. 본디 재단의 고위간부인 직속삼장의 전략은 당사자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간부만이 듣기를 허가받는 영광스러운 기회이다.”

     

    파시블 예프가 아 그러시구나, 하는 얼굴로 별 감흥없이 해골대가리에 시퍼런 귀화를 띄웠다.

    오크노디나 다크노디는 신규이벤트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였지만 무슨 재롱잔치라도 보려는 것처럼 여유가 넘쳤다.

    죽은 척하기를 그만 두고 주섬주섬 일어나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털던 갈릭 후라이드치킨은 간부로 인정하기도 찝찝한 녀석이다.

     

    ‘뭐 하나 마음 놓고 들려줄 간부가 없군.’

     

    자신의 파벌이 건재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다른 파벌이야 다 쳐내고, 간부회의에서 쓸만한 안건을 제시하거나 눈여겨볼 지원을 하며 여유와 저력이 있음을 입증한 간부 한둘이나 동석을 허가하는 것이 보통의 간부회의였다.

    그러나 이번 간부회의는 강적과의 싸움과 더불어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습격이 있었기에 간부들이 줄초상을 치렀다.

     

    “특별히 선심 써서 모두에게 대전략을 공유하지. 회의를 주관하는 직속삼장이 메이드장이라면 인류에 위협이 되는 정령계약자 세력권 수뇌부의 암살이 주 안건이 되고, 비서실장이라면 이사장의 특별한 요청을 수행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이 실행되었을 거다.”

    “에잇 재미없어. 비서실장이 간부회의 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저씨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대신 오라고 전해주시면 안 돼요?”

    “…그렇지 않은 지금, 중간계에는 여유가 있다고 상정하여 집사장인 내 주관 하에 이계공세대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이계는 <불의 정령계>다.”

     

    집사장은 애써 오크노디의 불만을 묵살하고 제 할 말만 이어나갔다.

     

    “악룡 오모시로이. 기프트 아카데미의 드래곤 교장이 벌인 <주간이벤트>라는 만행으로 인해 대륙전역에 불의 정령계와의 연결점이 대폭 늘었다.”

    “최근 최상급 불의 정령 하나를 마도구로 포획하며 피해를 입혔으나, 미확인 위험요소의 출몰로 인해 재단에 점령된 영지가 모조리 쓸려나간 실정이다.”

     

    그 말에 야유를 퍼붓던 오크노디의 입이 꾹 닫혔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오크노디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집사장은 제 이야기에 심취해서 열변을 토해내기 바빴다.

     

    “비공정 한 채 급의 거대한 비행생명체가 사방팔방 포격을 퍼부은 흔적이 남았다고 하니, 필시 불의 정령계에서 내부단속에 나선 것이겠지. 놈들이 중간계와의 연결고리가 멀어지기 전에 최후의 저항으로 침공에 나설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이거 내 잘못인가?

    긴가민가하던 오크노디는 자기 잘못이 맞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움직이는 마력재해이자 공중 지배자.

    폭주비공정 에어오딜론Airodilon.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 강의에 나온 지배자급 방랑보스를 냅다 차원문 저편에 유기해버린 결과가 이렇게 돌아왔다.

    다크노디가 이미 만들어진 이후에 벌어진 일임에도 똑같은 차원문 유기를 환락의 도시 시장 아스모데우스를 상대로 벌였음을 감안하면 원본이나 분신이나 하는 짓이 참 똑같았던 셈!

     

    “물론 정령계에서도 우리의 침공을 순순히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먹잇감으로만 여기던 중간계 미물들의 침공에 격노하며 역으로 보복을 하러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

    “그럼 어떡하시게요?”

    “일을 저지르는 놈과 무마하는 놈이 따로 있으면 공평하지 못하지. 차원문을 열어 침공하되, 문을 여는 장소는 기프트 아카데미 내부가 될 거다.”

     

    놀랍게도 아카데미에 직접 재단간부들과 함께 잠입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집사장!

    그 대범한 판단에는 겁을 모르는 오크노디마저 걱정을 드러냈다.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허. 별일이군. 재단의 다크프린세스는 인간의 마음 따위는 모르는 악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걱정을 다 해주다니. 명색이 재단의 후계자라고 재단이 제 것이고 개죽음은 아깝다는 인식이 있기는 했나?”

    “아뇨, 집사장님이 교장한테 죽으면 안 그래도 강한 교장이 더 세지는데 그게 너무 위험하잖아요!”

    “…”

     

    걱정은 개뿔, 집사장이나 간부들을 향한 걱정이 아니라 자기 뒤탈에 대한 걱정이었다.

     

    “안 들키고 잘 들어올 수 있어요?”

    “방법은 있다.”

     

    재단도 아주 호구는 아니니 전세계에 사람들을 심어두고 장학생을 관리하고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오크노디 눈에는 호언장담하는 NPC 꼴이 배드엔딩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1회차 뉴비 꼴과 그닥 다르지도 않았다.

     

    “아카데미는 언제 올 건데요?”

    “사천왕을 제거하는 즉시.”

     

    위치를 괜히 알려줬구나.

    후회막심한 얼굴을 한 오크노디를 보며 집사장은 처음으로 가슴에 얹힌 것처럼 따라붙던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가시는 기분을 느꼈다.

    이유야 조금 다르지만, 이 괘씸한 아가씨도 세상에 무서운 게 하나쯤은 있구나 싶어서.

     

    “그럼 간부회의가 종료되었으니, 안건을 실행하도록 하지. 기한은 통상 최대 4년 이내다. 물론 마왕군 사천왕의 토벌을 통한 사태 수습은 시급을 요하는 일이니 빠르면 수일 내로 마무리되겠지. 훌륭한 정보제보자도 있었으니까.”

    “…”

    “회의에서 했던 말들이 헛된 공수표가 아니기를 바라지. 그랬다가는 다음에는 간부회의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나와 마주하게 될 테니까. 지켜보고 있겠다.”

     

    집사장이 떠나며 길었던 대면도 비로소 종료되려다가 막 출발하려는 집사장의 이동기 신비 발현을 저지하는 오크노디 탓에 조금 더 이어졌다.

     

    “사천왕 잡고 약속했던 파파에게 주는 선물은 전해주셔야죠!”

    “그렇군. 필히 전달하도록 하지.”

    “사실 사천왕 잡기 전에 전달하는 걸 훨씬 권장하기는 해요!”

    “시급을 요하는 일을 앞두고 그럴 수는 없다.”

    “흥. 전 미리 말해줬어요?”

     

    오크노디가 정말로 호의를 베풀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집사장은 불행의 룬의 모든 성공판정확률 50% 감소 효과를 피할 기회를 그렇게 상실했다.

     

     

    * * *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다크노디는 오크노디의 의중을 떠봤다.

    간부회의는 끝났고 자신은 오크노디와 약속했다.

    얼마간은 서로 처지를 바꿔보자고.

    다크노디는 기억으로만 지녔던 관계를 몸소 느껴보고 싶은 욕망에 오크노디 행세를 하며 아카데미에 돌아가고, 오크노디는 조나와 동급의 대죄인들에게 호기심을 풀고자 개조군단과 함께 한다.

    약속은 했지만 막상 말로 했던 일을 몸소 실천하려고 하면 사람 마음이 변할 수도 있기 마련.

    다행히도 오크노디는 원턴킬에 실패하면 힘이 반토막 나는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으로 오랜 시간 지낸 고인물답게 약속을 쉽게 깨지 않았다.

     

    “걱정 마. 금방 바꿔줄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아카데미에 가는 게 걱정되는데. 혹시 집사가 사고 다 치고 난 뒤에 돌아오려고 잘됐다고 밖에서 잠적하려던 건 아니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루!”

    “그래서, 금방이라는 건 뭔데. 바로 바꿔준다더니 약속이 다르잖아.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집사장이 너무 빨리 아카데미에 가서 깽판치면 다크노디도 캠퍼스 생활을 즐기기도 전에 끝나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렇긴 해.”

    “그래서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집사장이 기프트 아카데미에 돌아갈 시일을 늦출 수 있을지.”

     

    오크노디는 아주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집사장한테 잡히기 전에 계속 도망칠 수 있도록 미리 경고하면 되잖아!”

     

    옆에서 뻔뻔하게 엿듣던 플라잉스켈레톤 파시블 예프마저도 해골을 딱딱거릴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

     

    “맙소사. 마왕군 사천왕을 살리는 다크프린세스라니. 이게 재단의 아가씨입니까, 마왕군의 아가씨입니까? 이러다 마왕의 딸 자리도 노리시겠군요!”

    “에엣. 그거 탐나는데? 그치만 무리지. 벌써 사천왕 엘니뇨를 담갔잖아!”

     

    분신인 다크노디는 바로 알아차렸다.

    담그지만 않았으면 진심으로 마왕의 양녀 포지션을 노렸을 것처럼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라고.

     

    “…너 진짜 흑막 같네.”

    “머가?”

    “다 알아들었으면서 시치미는.”

    “헤헤.”

     

    모두가 마왕군 사천왕에게 피난신호를 보내겠다는 오크노디의 계획에 꽂혀 경악하는 사이, 한 사람만큼은 다른 화제로 심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오크노디가 다크노디와 잠시 역할을 바꾼다고?’

     

    마치 서로 똑같이 생긴 거지와 왕자가 각자의 신분을 바꾸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지 않은가.

    싱은 엄청난 반감을 느꼈다.

    아무리 분신일지언정 저것은 오크노디와 한없이 비슷하게 생겼을 뿐인 다른 존재였다.

     

    ‘입장이 다르기에 사고방식도 다르고, 관계조차 오크노디가 쌓아 올린 것을 일방적으로 물려받을 뿐인 가짜 녀석. 그런 녀석이 오크노디가 있을 곳을 제멋대로 대체한다고?’

     

    싱은 자신에게 두 가지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들 먼저 돌아가도 돼! 나야 어차피 사천왕도 살릴 겸 남아있어야 하니까. 다크노디는 어떡할래? 내 교복도 줄까?”

    “필요 없어. 한 번 만지면 아이템 변조 술식을 응용해서 교복도 내 손으로 직접 생성할 수 있으니까.”

     

    하나는 저 사악한 다크노디는 진짜 오크노디가 아니라고, 오크노디의 분신이라고 아카데미에 돌아가서 다른 동기들에게 알리는 길.

    또 하나는 친구들을 등지고 제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개조군단과 남아 딴짓을 하려는 오크노디 곁에 머무르며 그녀를 놓치지 않는 길.

     

    “안 가십니까? 저희도 이만 출발해야지요.”

     

    파시블 예프의 재촉에 싱이 결단을 내렸다.

    그가 걸어야 할 길이 어느 쪽인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호감도 공략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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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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